리뷰

신종철·장지호 안무 〈HUMAN PROJECT〉
심리학적인 주제를 다루기가 어려운 이유
김혜라_춤비평가

 신종철을 중심으로 1999년 결성된 JCDance의 〈HUMAN PROJECT〉(8월22-23일, 문화역서울 284RTO,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작)는 신종철 안무<생각의 초점>, 장지호 안무 〈RunWay〉, 신종철 안무 <망각의 동물>이란 일련의 프로젝트 방식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HUMAN PROJECT〉에서 다루고자 한 ‘인간행동’, ‘동기심리’, ‘오류’라는 키워드는 주관적인 마음의 영역으로 작품에서 명쾌하게 인지되기가 쉽지 않은 미시적인 주제이다. 작품의 전체 틀이 “나는 누구인가”에서 출발하여 세 작품이 각기 다른 심리적인 반응의 양상을 묘사하였다.


 프로젝트 1. 원인 <생각의 초점>





 <생각의 초점>은 인간행동의 ‘원인’을 제공하는 내적 망설임으로 욕망과 이성의 갈등상황을 전제하고 있다. 풍성한 바바리코트를 입은 춤꾼의 얼굴은 하나인데 네 개인 손과 손놀림을 통해 갈등하는 자신의 모습을 포착하고자 한 것이다. 양치질 같은 마임과 춤연습을 하는 자신의 습관적인 행동을 하는 순간에도 행동들을 결정하는 내면은 끊임없는 고민과 선택을 통해 이뤄지는 것임을 스스로 규정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결국 네 개의 손을 연기한 코트에 겹쳐졌던 두 춤꾼의 운명(갈등)은 한 명이 상대의 목에 앉아 타고 숙명인양 하나가 되어 걸어 나갔다.


 프로젝트 2. 동기심리 〈RunWay〉

 인간 행동에는 원인이 있지만 그 원인이 생기기까지의 동기가 또 있다. 바로 〈RunWay〉작품은 철학자 홉스가 말한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이익(선)을 위해 ‘동기심리’가 유발되어 행동 된다”는 심리적 이기주의에 초점을 둔 작품이라고 안무가는 소개하고 있다.





 〈RunWay〉 작품 내용을 짚어보면, 객석 앞줄 좌측에 앉은 두 춤꾼은 대화하듯 무심한 몸짓을 주고받은 후 좌측 무대 한 귀퉁이 중간 즈음 스윽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 제자리에 앉는다. 그 후 이어지는 정중앙 무대에 선 네 명의 춤꾼들은 도도한 눈빛으로 관객너머 대상을 응시하고 있었다. 네 명의 춤꾼들은 한 땀 한 땀 선을 넘지만 상대를 밀치거나 피해를 주지는 않았고, 그저 조건 반사적으로 한걸음 진보하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실행할 뿐이었다. 이것은 사뭇 앞선 두 춤꾼들의 수동적인 행동과는 대비되는 설정이었다.
 그러나 춤꾼들의 행동동기를 유발시킨 주체에 대한 불명확성 때문에 작품의 진의를 도무지 알 수 가 없었다. 홉스가 표방한 ‘동기심리’ 즉 사회라는 통제된 공간속에서 이익을 쟁취하기 위해 선두를 향해 가는 나는 ‘이기적’ 혹은 ‘개인적’인 인간인가? 라고 묻는 것이 아닐까? 애써 추측해 보았다.


 프로젝트 3. 결과 <망각의 동물>

 앞선 작품에서 내 행동의 원인과 동기를 합리화 하였다면, <망각의 동물> 에서 ‘나’는 내 경험이상의 세상을 잘못 판단하는 습성을 되새기며, 이것이 인간행동의 본능적인 오류의 결과 일 수 있음을 의도한 듯하다.





 무대바닥에서 떨고 있는 춤꾼을 향해 모여든 무리는 그를 부축하여 인간자전거? 형상을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였다. 떨고 있는 춤꾼(집단행동의 피해자 일수도 있겠다 보여지는)을 돕는 역할을 하는 무리에서 주목되는 한 사람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약자라고 보는 키가 허리춤정도밖에 안 되는 김범진이다. 남다른 외모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고정되는 김범진에게 안무가는 특별한 대우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군무진과 같은 역할을 통해 그를 바라보는 관객 스스로의 편견 혹은 다름의 시선에 대한 함의를 던진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리사이틀을 마친 김범진의 땀과 울음 섞인 웃음에서 안무가의 의도가 선명해진다.





 반면 지나친 고민의 흔적과 시간을 할애하는 그림자놀이와 군무진의 집단적 형상 그려내기 같은 사건의 연속은 너무 많은 에피소드를 예시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럼에도 안무가의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는 데는 일조를 하였다.

 전체적으로 〈HUMAN PROJECT〉에서 아쉬운 점은 ‘나’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늪에 빠져 있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어떤 동기나 자극이 있어야 반응이 있듯이 안무자의 시각에만 머무른 마음과 행동의 상관관계로는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논리적 충분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RunWay〉에서 어떤 동기에 대한 표현이 배제된 상태에서 각 씬의 설정된 상황이 급작스레 전환되면서 개연성이 없는 전개에 머물고 만 것이다.
 미시적이고 주관적인 감정과 생각을 주제로 다루는 일은 서두에 말했듯이 그 전달이 쉽지 않고 더구나 이를 관객과 함께 공감하는 것은 지난한 일이다. 더 나아가서 정교한 연출과 세밀한 표현을 통해 화두를 던지는 단계까지 이르기는 그야말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각의 동물>에서 보인 신종철의 인간행동 오류에 대한 분석이 자신의 편견이 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각이 설득력을 갖추었기에 원인-동기-결과에 이른 〈HUMAN PROJECT〉작업은 보완을 통해 심화 발전시킬 가능성 있다.

2014. 09.
사진제공_컬쳐버스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