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20회 창무국제무용제
전통에서 컨템포러리 댄스까지, 차별화가 과제
김혜라_춤비평가

 2014 제20회 창무국제무용제의 개막공연(8월 28일 8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은 창무회 최지연의 <살풀이>로 문을 열었다. 춤꾼들은 축제를 축원하는 지신밟기로 객석 통로에서 등장하였고, 그 기운을 엄숙하게 품어 무대로 올라섰다. 창무회 특유의 솟구치는 에너지와 축제에 예를 올리는 신문지 지전의 형상들이 집약된 오프닝 춤은 강렬했다.
 <예기무>(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 48호)의 김광숙은 호방한 여성미로 무대를 장악했다. 그녀의 춤은 보폭이 크고 호흡의 고저가 강하면서도 절도가 있었고, 익살스런 표정이 일품이었다. 특히 접시춤은 마치 무동이 줄타기 하듯이 각양각색의 감정선을 가지고 노는 노련한 춤판이었다. 이어지는 <12체 장고춤>에서 한혜경은 장단의 강약을 절정으로 이끌어 그녀만의 요염함을 과시했으며 마치 붉은 매화의 꽃망울이 터지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발레 <의식>은 레옹과 마틸다를 연상하게 한 분위기의 김용걸과 김희선, 안재용과 정지연 두 듀엣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호흡과 테크닉을 선보였다. 현대인들의 지나친 견제와 의식은 절도 있는 테크닉과 밸런스로, 경쟁속의 관계는 스프링이 튕기듯 탄력감 있는 스트레칭과 점프를 통해 긴장감 있게 묘사하였다. 그리고 몇몇 프레이즈 끝자락에 가미된 여자 무용수들의 발놀림까지도 숨을 고르게 하는, 볼만한 춤이었다.
 1부가 끝나고 2부에서 뉴질랜드의 블랙그레이스 단체는 마오리족과 태평양 원주민들의 민속춤의 뿌리를 재조명한 〈Minoi〉와 〈Pati Pati〉를 선보였다. 일명 슬랩댄스로 빠르게 손과 몸을 치고 두르리며 원초적인 힘을 불러일으키는 단순한 동작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Gathering Clouds(excerpt)〉과 〈Mother Mother〉 역시 전통적인 민속춤에 토대를 둔 작품으로 공동체성을 강조한 일명 칼군무로 보면 되겠다. 우리가 돌림 노래하듯 힘차게 돌고 뛰며 구르는 동작들의 연속성이 주는 효과는 복잡한 생각들을 비워내는 신나는 한판을 꾸려내었다.




 개막 공연 전 열린 ‘젊은안무가 릴레이 콘서트’(8월 28일.강동아트센타 소극장드림)에 올라온 작품 중 박상준 안무의 <남자들의 대화>는 주목할 만했다. 박상준과 임현준은 숨을 고르며 무대 바닥 간격을 두고 가능한 몸짓의 한계를 수치적으로 풀어내었다. 그들은 숨과 거리와의 관계 속에서 파생될 수 있는 움직임을 확장시키고자 했다. 춤의 출발이 호흡에서부터라는 당연한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작업에서 오롯이 숨을 춤의 주체로 부각시켜 춤의 필수조건으로 귀결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치밀하고 주도면밀한 박상준의 17분의 숨과 대화하는 일관된 작업은 흥미로웠고 ‘젊은 안무가들의 릴레의 콘서트’의 수확이라 할 수 있다.
 김정환 안무의 <그게 사랑>도 두 남녀의 설레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연민이라는 달콤쌉싸름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었다. 감미로운 팝송과 20대 젊은이다운 소재가 관객들에게 공감되는 스토리로서 볼 만한 작품이었다.





 ‘창무국제무용제’의 개막작은 다양한 장르인 한국컨템포러리, 전통, 발레, 민속춤을 갈라 형식으로 소개하는 형태였다. 다시 말해 전문인을 위한 공연이라기보다는 대중들에게 축제를 소개하는 방향으로 맥락을 잡은 것 같다.
 2014 제20회 창무국제무용제(8월 28일-9월 4일)는 ‘세계와 소통하는 춤, 오대양 육대주를 잇는 춤의 향연’이란 주제로 의정부, 고양에서 다시 서울로 무대를 옮겨 왔다.
 올 해 총 6개국 22개 팀이 참가하는 ‘창무국제무용제’는 다국적이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포섭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개·폐막작에 초청된 뉴질랜드 블랙그레이스 팀, 이스라엘의 다피댄스그룹, 미국의 리사 더 컴퍼니가 있고, 한국의 젊은 안무가들의 릴레이 콘서트와 중견작가들의 무대 그리고 워크숍과 라운드테이블로 구성되었다.
 창무국제무용제는 1993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춤을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하여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기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앞으로도 그 기조가 굳건하게 본 축제를 통해 발현되길 기대해 본다.

2014. 09.
사진제공_창무국제무용제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