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23회 전국무용제
열기도 수준도 저하, 시상제도가 명맥 유지
문애령_춤비평가

 ‘빛과 바다의 인천, 춤으로 화합하다’는 슬로건을 내건 제23회 전국무용제가 2014년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되었다.
 인천 아시안게임과 기간이 겹쳐 혹여 더 많은 관객 유치가 가능할까 기대한 것과 달리 동원관객 조달마저 여의치 않은 조용한 축제가 되고 말았다. 참가작 수준은 예년과 비슷했으나 15개 경연 단체 중 10개를 차지한 한국무용 계열 비율이 높고, 상하위권 작품이 각각 보다 발전적이거나 격을 떨어뜨린 점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올해의 대상은 경기도 김선정무용단이, 금상은 대구광역시 장이숙댄스시어터가 수상했다.
 첫날 공연한 인천광역시의 <세 번째 통증>은 안무자 박성식이 회고하는 어머니 이야기다. 시계추, 옷걸이, 우비 등을 활용한 동작 구성이 특징적이다. 다음 날에는 충청남도와 경상북도 팀이 공연했다. 유형진 아트 컴퍼니의 유형진이 안무한 <인당수 앞에…>는 주역과 군무의 기량이 좋았으나 잦은 장면 전환이 재고의 여지를 남겼다. 최석민이 안무한 <일장춘몽>은 각설이의 꿈을 스펙터클하게 묘사한 전개다.




 부산광역시 정신혜무용단의 <굴절. N>은 박미향이 안무했다. 동작구의 조직력과 독창적인 포즈 등이 돋보였으나 후반부 무대장치 활용도가 낮았다. 경기도 김선정무용단의 <비나리 열두 마당>은 안정감을 갖춘 스펙터클로 상생과 상극이라는 인간관계를 들여다보는 구성이다. 안무자 김선정이 인연을 겪는 여인으로 등장해 김백봉-김현숙-김선정으로 이어지는 정갈한 춤사위의 맥을 과시했다. 강원도 강영숙무용단의 <바람에 흩날려…>는 무용이라기보다는 연극에 춤이 들어간 공연물로 분류하고 싶다.




 대구광역시 참가작 <돈 포겟 미>(Dont forget me)는 장이숙댄스시어터를 널리 알린 수작으로 종군 위안부 문제를 매우 세련되고 승화된 연출로 제시했다. 이 유일한 현대무용단은 음악에서도 완성도를 강조했다. 많은 단체가 신파적 멜로디 중심의 음조나 단순한 굉음을 당위성 없이 나열했다면 이 단체는 악기의 통일성, 무대 상황과의 조화, 음악 자체의 통일성을 고루 추구해 작품의 격을 높였다. 남녀 주역 역시 훌륭했으며, 특히 박정은은 최우수 연기상을 타기에 충분한 매력의 소유자다. 제주 특별자치도 무용단 ‘공유’의 <대지를 품다…>는 제주도 풍습과 교육적 내용을 포함하는 작풍을 유지했다. 이번에는 사천 꽃밭 전설을 다뤘다.




 경상남도 진주 얼 무용단의 <이슬 꽃! 의암에 피다!>는 논개 이야기다. 왜장으로 출연한 안무자 박수일의 기량이 다른 주역보다 돋보여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울산광역시 박선영무용단의 <연(緣)… 그리고 별곡(別曲)>은 신라 충신 박제상과 김씨부인의 만남을 기리는 망부석에 얽힌 사연이다. 춤 배열이 화려하고 무대와 조명 등에도 공을 들였다.




 광주광역시 인터내셔널 발레컴퍼니의 <휴먼 플라나리아>는 “편형동물 플라나리아처럼 무수한 희생을 감수하며 현대를 살아가는” ‘아버지’ 이야기라고 한다. 내용 전달이 모호했고, 특히 연기상 후보인 강병창 박경애 커플에 앞서 윤전일 최예원 커플이 월등한 실력을 과시했으니 수상 후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 이해하기 어려운 구성이다.
 전라남도 장경인발레단의 <장미 그리고… 나비무덤>은 시머트리 구도와 단순 동작이 열악한 지역 발레 환경을 대변했다. 꽃과 나비를 통해 삶을 돌아보는 동화적 감성이 화려한 나비의 등장으로 마무리된다.




 전북 발레시어터의 <고독의 위로>는 나윤아가 안무했다. 감정 라인이 중요한 추상 작품으로 진행이 매끄러웠으나 단원들의 기량이 안무를 받쳐주지 못해 아쉬웠다. 충청북도 김혜경무용단의 <매화잠(梅花簪)-저 꽃에 물을 주어라>은 충북 단양군의 ‘두향제’를 소재로 했다. 퇴계 이황과 관기 두향의 넋을 불러 영혼 결혼을 시키는 장면을 목격하니 판타지 춤극이 아닐 수 없다.
 대전광역시 무용단 놈스의 <오월 애(哀)-달의 신화>는 정진용이 안무했다. 태양, 인생, 어머니를 주제로 탯줄, 무덤, 상여, 슬픔의 승화를 그린다. 일사불란한 강한 춤사위와 단원 전체의 고른 기량이 화려했다.




 이번 출품작들을 보면서 무용의 태생적 특징을 보다 잘 파악할 필요를 느꼈다. 춤을 언어의 대용품으로 사용하면서도 구체적 설명을 피한 작품들 때문이다. 팬터마임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에서는 언어적 교감이 불가능하다. 이에 무용가들은 몸은 말이 할 수 없는 것, 보다 더 깊은 영역을 다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몸짓과 문자가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니 틀리지 않은 주장이다. 그렇다면 언어를 초월한 춤의 연계성과 통일성을 제시해야 무용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제1회 전국무용제는 부산에서 열렸다. 시민의 환영에 부담과 긍지를 느꼈던 그 시절의 열기는 이제 더 이상 찾기 어렵다. 현재로서는 시상제도 효과로 행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수 년 전부터는 모순적인 상황까지 경험하고 있다. 즉, 지역무용계를 활성화시키는 대표적 행사지만 세대나 인물교체가 어렵다. 지역 예선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도록 해야 할 것이나 현실적으로는 그만한 예산을 투입할 진행 주체가 없다.
 본선 참가자들이 받는 제작비가 점차 줄어 든 것도 큰 문제다. 대신 재연작 참가를 허용했으나 전국무용제의 주요 명분인 창작이 축소되었다. 재연 작이라 하더라도 경연을 위한 외양 장식이 필요하고, 그 규모에 따라 조명의 강도나 의상의 재질과 색감이 달라지니 무대의 빈부차가 크다. 안무가의 자발적 기부를 전제로 하는 전국무용제 현황을 돌이켜보니 참가자들에게 빚을 진 느낌이다.

2014. 11.
사진제공_한국무용협회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