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현대와의 소통을 폭넓게 모색할 것입니다
  • 일    시
    2020년 8월 13일(목) 오후5시
  • 장    소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실
김혜라_〈춤웹진〉 편집위원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춤웹진




김혜라: 코로나 19등 여건으로 취임 축하 인터뷰가 늦은 감이 있지만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반년 동안 업무 파악과 계획 수립에 여념이 없었을 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술감독 취임 소감부터 부탁드리지요.
손인영: 인간이 꿈을 이뤘을 때 가장 큰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국립무용단은 어릴 때부터 제 평생의 꿈이었어요. 인생의 큰 기쁨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국립무용단 출신들과 대부분 밖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이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죠.

꿈을 이루신 예술감독님의 춤 입문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시겠어요.
국립무용단에 들어가야 겠다고 초교 4~5년 때부터 생각했어요. 국립무용단의 전신을 했던 최강자 선생님에게 춤을 배웠어요. 그 선생님이 국립 출신이어서 어릴 때부터 대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국립무용단을 갈 것이라 생각했어요. 무용단 입단 후에는 무용수로서 평생을 바쳐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포부가 컸던 거 같아요. 무용수로서 끝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30살이 되기 전에 엄청난 방황이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한국무용 쪽에서 안무법이 없었는데,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에 가니깐 안무법을 가르쳐주더라고요. 지금도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 날 정도로 강렬했었어요. 그래서 더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유학 간다고 했을 때 국수호 선생님이 여기서 어느 정도 해놓고 가야 한다며 그렇게 가버리면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느냐 하셨어요. 그래서 유학 가기 전에 전통 공연을 2번 했고, 그 당시 3천만 원이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었어요. 집 한 채 사는 값이었지만 사비를 내어 공연을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올리고 떠났죠. 나의 존재감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떠났기에 돌아왔을 적에 그래도 존재감이 있었던 거 같아요.

젊은 층에서 한국춤을 추다가 해외에서 현대춤으로 바꾼 사람은 좀 있는데, 감독님 세대에서는 많지 않죠.
네. 제 나이 또래에서는 제가 아마 유일할 거예요. 아무래도 한국무용을 전공한 사람 중에서 유학하고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알고 있어요.

예술감독께서 90년대에 뉴욕에서 2년간 수학하며 안목을 키운 경험이 그간의 개인 작업에서도 반영되었다고 봅니다. 이런 경험을 국립무용단 작업에서도 기대해도 좋을까요?
한국무용, 특히 국립무용단이 세계화로 향하는 길에 내가 하나의 기폭제가 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우리가 본류에 들어가 있지 않을 뿐이지 예술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공격적으로 세계무대로 들어가서 대화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그 길을 한번 뚫어봐야겠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나우무용단’ 운영과 투어도 해봤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이 경제 대국 10위 안에 드는 데도 국제무대 테이블 위에 없다는 것은 아직 잘못 가고 있다는 거예요. 나는 이걸 모색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전 감독들이 시도한 해외 안무자들의 작품들에 대해 의견이 다양해도 일단 한국에서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조세 몽탈보(Jose Montalvo) 〈시간의 나이〉와 테로 사리넨 (Tero Saarinen) 〈회오리〉를 통해 생각할 지점이 있는지요.
네. 노이즈마케팅 등 반응이 엇갈렸지만 마케팅은 됐잖아요.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만 하지 말고 해외에서 요즘 한국이 괜찮더라는 말이 돌게끔, 그 사람들의 대화 선상에 들어가기 위해서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을 데려와서 소통해야 하고 그런 교류를 하려 합니다. 안무자도 한 사람 정도 내가 있는 동안 초빙해서 할 거예요. 단원들도 원하더라고요.

전략적 소통과 홍보에 집중하시겠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네. 우리가 지금 본류에 포함되지 않는 이유는 정보가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립무용단을 어떻게 세계화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나를 통해서 뚫고 들어가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나 이후에는 젊고 좋은 단원들이 많잖아요. 예를 들면 해외팀이 한국에서 투어하듯 우리도 가서 투어하는 거예요. 서로 주고받고 하는 게 되는 거죠. 이러한 교류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기금 수준이 업그레이드돼야 해요. 구멍가게 식으로 작품 하나를 짜서 몇 번 하고 다른 것을 하는 이런 게 아니라 십 년을 생각하고 작품을 짜야 합니다. 외국 단체들은 단가가 달라요. 한 번 하면 세계투어를 해요. 10대 경제 대국 정도 되면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우리는 그게 안 돼요. 겨우 가서 하면 〈묵향〉 정도이죠. 우리가 좀 더 깊이 들어가야 됩니다.

그간 현대적인 것의 무대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현대무용이나 타분야 전문가, 컨템퍼러리댄스 안무자를 초빙하여 작품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전임자들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에 대한 새로운 기획안을 갖고 있으신가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우선 외국의 프로듀서 같은 사람들을 우리가 공연할 때 전략적으로 데려와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와서 보고 생각할 적에 이슈를 만들려면 어떤 거에 포인트를 줘야 하는지 알려주는 거죠. 안은미씨도 그렇고 유럽 쪽에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가 있잖아요. 그렇게 유명한 프로듀서를 모시고 와야 해요. 국내에서만 하는 건 말이 안 돼요. 하나를 짜면 여기서 2년 정도 더 정리하고 해외에 3~4년 왔다 갔다면서 알리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무용단에서 하나의 기폭제, 다시 스타트를 끊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묵향〉 〈향연〉, 전통을 현대에 맞게끔 리모델링 하는 걸 뛰어넘어야 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국립무용단이 우리 것, 현대적인 것을 갖고 해외에 진출할 경우, 국립무용단만이 가진 차별성이나 개성은 어디서 어떤 점에서 찾아질까요 ?
우리가 가진 민속의 움직임에 얼마나 재밌는 게 많습니까. 하지만 그건 전통이 아니라 민속이라고 하죠. 그건 민속끼리만 하기 때문이에요. 현대적 감각으로 작품화시키면 달라진다는 겁니다. 한국 창작무용이 굉장히 가능성이 많은 소재/재료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외국 사람들이 하는 걸 쫓기 때문에 맨날 따라다니는 거예요. 잘못된 거죠. 물론 우리가 가진 것으로 작품을 짜면 전통인가?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현대적인 감각으로 바꿔야 한다는 거죠. 그러한 작업을 미국 갈 때부터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십여 년을 고민했고 여러 시도도 했고, 어떨 때는 많이 현대화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이렇게 해서 외국인에게 어필이 안 되는구나 생각해서 한국적인 동작을 현대춤에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해 관심을 많아요. 우리는 현대무용이라 하면 현대무용 식의 움직임을 해야 한다 생각했는데 사실 그 생각 자체부터 바꿔야 해요. 미국에서 그런 공부를 많이 했고, 무조건 달라야 한다는 게 제 창작의 조건이었어요.

사실 한국 사람이 작업하는 것 자체가 컨템퍼러리한 고유성이 담보된 것이지요. 우리가 가진 것을 자연스럽게 하면 되는 거예요. 한국적인 것, 민속적인 색채를 강박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외형, 호흡부터 드러나요. 이제는 한국적인 것만을 기대하고 공연에 오진 않더라고요.
네. 움직임으로 접근하는 거지 한국적인 것, 이렇게 접근하지 않는 거죠. 내가 안무를 할 적에는 가능하면 한국적 동작을 어떻게 현대화시킬까에 대한 고민과 한국적 철학을 어떤 식으로 작품 속에 녹여낼 것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이번 신작은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데요. 그다음에는 무속이라든지 한국이 가진 독특한 소재를 어떻게 개발할까 생각하고 있어요.

표현방식도 있지만, 그 안에 있는 핵심, 의식, 정신, 철학이 서구권과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게 보였을 때 이질적이고 낯설게 느껴지지 언어적인(움직임) 표현 자체는 중요하지 않은듯해요. 감독께서는 국립무용단의 지난 성과에 대해 나름 진단하고 있으실 것 같아요.
김현자 선생님부터 제대로 된 현대적 감각을 지닌 작품이 시작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국립무용단의 역사를 평가한다고 하면, 김현자 선생님이 〈비어 있는 들〉을 하면서 현대적인 감각을 많이 끌어들였다 생각해요. 그 당시엔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러니깐 그렇게 변화해 간 거죠. 배정혜 선생님은 상당히 신무용, 한국적 관점에서 비틀었어요. 그 나름대로 독특한 게 있었어요. 그래서 잘 건너왔다고 판단하거든요. 그러다가 안호상 극장장님이 오면서 많이 판이 달라졌어요. 굉장히 박수쳐줄 일입니다. 아직까지도 한국 창작물이 무엇인지 실체를 잡을 수 없어요.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실험을 해야 합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100년이 흐르면서 서서히 수렴하는 방향에 서 있어야 하는 거예요. 수렴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험을 통해서 많이 엎치락뒤치락해야 하겠지만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간단 말이에요. 아직 국립무용단도 창작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어요. 〈단〉도 실험의 한 형식이었죠. 〈토너먼트〉도 여러 의견들이 나왔어는데, 그래도 해보는 거죠. 그 다음에 〈리진〉도 한번 해본 거였죠. 전통으로 가보자 해서 〈묵향〉 〈춘향〉도 해봤고요. 그동안 이러저러하게 여러 시도들이 있었지요. 저번 감독이 〈리진〉을 올린 후 창작을 3~4년 안 했는데, 국립무용단으로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거 같아요. 물론 작은 극장에서 젊은 친구들이 했지만, 예술감독이 자신의 예술성을 갖고 큰 작품을 해서 이슈를 만드는 것은 어느 정도 신작에서 나와야 해요. 신작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이전 활동에 대한 진단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일단은 김현자부터 배정혜로 넘어와서 윤성주, 안호상 극장장을 거치기까지 이 과정에서 상당히 발전해 왔다는 판단입니다.

〈묵향〉과 〈향연〉은 대중화가 됐죠.
네. 그 나름의 새로운 창작의 한 유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적, 그러니깐 전통을 외형만 다르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당히 현대적인 기법들을 섞어서 해보자는 거죠. 엣 주택을 현대화시킨다는 느낌으로요.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춤웹진




비평계에서 판단하기에는 어쨌든 국립무용단이 그동안 전통을 현대화시키려 노력을 기울였지만, 하나의 성과로서 가시화돼서 드러난 게 있느냐, 꾸준히 레퍼토리로 국립으로서 자리 잡을 만한 작품이 있느냐 하는 것이죠. 우리가 신임 감독께 기대하는 건 어쨌든 초창기 때 현대적인 걸 접하셨고, 꾸준히 작업에서 해오셨기에 컨템퍼러리한 오늘의 감성과 정신으로 융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고, 그런 부분을 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큰 줄로 압니다.
아직 나로 인해서 새로운 창작 유형이 발견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한 10년 정도는 실험이 계속돼야 할 것 같아요. 제가 감지하는 유형이 있기는 해요. 나의 몸에서는 잘 안 나와요. 전 외국에서 공부하고 접목하는 거고, 현대화가 많이 됐어요. 국립에 있으면서 한국적인 것을 갖고 현대화시킨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독특한 걸 느껴요. 그런 사람들이 나와서 앞으로 창작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로 표현하기는 상당히 어려워요. 그런데 나는 그걸 느끼고 있어요. 약간 멈추는 듯하면서 묘한 걸 풍기는 사람이 좀 있더라고요. 그 몸에서 흐르는 것이 현대무용을 하는 사람들에게 없는 거예요. 언젠가는 그게 수렴이 될 거라고 봐요. 나 외의 한두 사람 더 거치며 시일이 좀 지나면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게 잘 융합된 무언가가 나올 거 같아요. 저는 아직 실험 단계예요. 한국적이고 현대무용적인 것이 뒤섞여 있거든요. 완전히 하나로 융화돼서 독특한 새로운 것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거기까진 못 간 거 같아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겠지만 아직은 가는 길에 있어요.
 이번 신작 〈다섯 오〉에서도 전통적인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만 전통은 아니에요. ‘목(木)’ 같은 경우는 현대무용도 전통도 전혀 아닙니다. 그런 걸 우리가 새롭게 개발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진 게 1-2라고 자연의 움직임, 전통 느낌이 많이 나요. 느리게 하는데 전통춤은 또 아니에요. 그런 식으로 나름대로 움직임을 개발해야 합니다. 마지막 ‘축제’ 같은 경우엔 우리 흥이 굉장히 재밌거든요. 그 흥을 어떻게 현대적인 감각으로 끌어내느냐를 고민하고 있지요.

이슈가 한국춤의 현대화, 컨템퍼리리한 한국춤인데 선생님은 우리 것과 현대적인 것의 핵심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우리 것의 핵심은 호흡인 것 같아요. 나도 누구도 호흡은 하지만 조금 다르게 하는 사람을 봤어요. 독특하더라고요. 깊이 들어가고 위로 확 끌어올리는, 호흡의 증폭이 달라요. 이 차이가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예측해요. 전통무용의 호흡이 굉장히 깊이 들어가잖아요. 그걸 연습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호흡이 달라요. 이 이후 한국 창작무용이란 건 호흡을 어떤 식으로 형태화시켜서 풀어내느냐의 문제인 거 같아요. 나도 그걸 생각하고 있고요. 우리 단원들은 호흡이 일부 얇아요. 얇으면 안 돼요. 너무 현대화되면서 얇아진 거예요. 원래 가진 춤집들은 상당히 깊이가 있어요. 단원들에게 호흡 문제를 지적하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요. 호흡을 많이 하면 머리가 띵해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차이가 외국사람과 다른 거예요. 언젠간 외국 사람들이 알 거라고 봐요. 한국적 현대무용에 깜짝 놀랄 날이 있을 거예요. BTS처럼, 대중예술에서 순수예술로 넘어와서 판소리가 해외에 나가는 거와 마찬가지로 춤도 그런 날이 올 거예요.

비슷한 얘기지만 컨템퍼러리댄스 안무자를 초빙하잖아요. 앞서 언급했던 사람들도 있고요. 국립무용단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고 얼마큼 관여했는가 봤을 때 조금 미비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평가가 있거든요.
저도 어떤 식으로 관여해야 할까 고민이 있어요. 마음대로 하면 자기 작품만 만드는 거예요. 한국적인 게 들어가기 어려운 거예요. 어떤 식으로 관여해야 할지 애매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스태프가 온 경우에는 가능해요. 안무자가 왔을 경우엔 유명할수록 자기 에고가 강하지만, 그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봐요. 독특한 환경과 문화에서 안무자의 것과 한국의 것을 접목시키려면, 내가 전문가이니깐 나를 등에 업고 색다른 것을 같이 만들어보자고 설득해서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방향성을 주는 거죠? 풀어가는 방식은 안무가가 하는 것이지만 국립만의 지향점을 정해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사실 지금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 크리스탈 파이트(Crystal Pite), 알렉산더 에크만(Alexander Ekman) 선에서 접촉을 하고 있어요.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있어요.
 원래는 자기 동작이 정확한, 한국적 느낌이 나는 사람이 와서 해주길 원했어요. 안무가에게 철학적인 걸 이해시키는 건 어려울 거라고 봐요. 외국 사람이 동양적 철학을 겉으로 알고 흉내 내면 외려 이상하다고 봐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데 우리가 많이 보여줘야죠. 공부를 시켜야죠.

저 개인적으로는 호페쉬 섹터가 흥미롭긴 하네요. 원시성도 있고 정신세계가 맞을 거 같아요.
한국춤을 추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제일 처음에 생각한 사람은 호페쉬예요. 그 사람은 동작을 정확하게 하기보다는 흥으로 하거든요.
 일단 국립무용단은 장기적으로 가야 돼요. 계속 동서양의 소통 채널을 만들어야 해요. 유명한 안무자를 친구로 만들어야 하고 대화를 이어가도록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가 해외에 나갈 적에 두 가지 방향으로 나갈 수 있어요. 우리 동양의 철학을 갖고 가는 것과 그들의 드라마, 그쪽의 이야기를 우리식으로 풀어내는 것 말입니다.

일반적으로 해외 안무가를 초빙해 와서 작업하는 기간은 어느 정도 잡고 작품에 들어가나요?
워크숍부터 생각하면 1년 6개월~2년 정도 이겠지요.

국립무용단이 해외만을 목표로 보는 건 아니잖아요. 공공성을 갖춘 단체로서 국립단원들의 안무적 재능을 육성시킬 기회인 ‘넥스트 스텝’도 꾸준히 할 계획인지요?
네. 지속할 것입니다. 또 하나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한국무용의 역사 선상에서 전통의 인간문화재 제도는 시대를 넘어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필요했던, 그 시대의 내용이에요. 이제는 넘어섰어요. 그런데도 계속 갖고 있으면 어떻게 할 거냐는 거죠. 이미 1~3세대까지 있고, 지금 보면 너무 달라요. 원형이 뭔지도 모르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맥을 모르니깐 춤을 어떻게 추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거죠. 고등학교, 대학교 콩쿠르에 가서 보면 애들이 맥을 못 잡는 거예요. 대가 선생님들은 그 선까지 가서 가르칠 수 없어요. 대가 선생님은 주위에 있는 분들을 가르치겠지만, 연로했고 자기 스타일화 한 걸 많이 해요.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어렵겠지요. 〈살풀이춤〉도 이매방류, 한영숙류라고 못 박기 전에 나름대로 많은 〈살풀이춤〉이 있었어요.

그것도 엄밀하게 보면 전통의 재창작이죠.
그렇죠. 창작 없이 우리가 있겠느냐는 거죠. 누군가 창작을 했던 거죠. 이 두 선생만 있어서 안 된다는 거죠. 우리가 자신의 〈살풀이춤〉을 만들 수 있어요. 잘 추는 사람한테 배울 수도 있고 그런 식으로 자기 스타일로 가는 거예요. 누구 누구류는 정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시대는 내 맘대로 전통을 새롭게 만들 수 있어요. 신전통, 그런데 신무용은 아니에요. 신무용은 호흡 자체도 달라요. 〈부채춤〉은 신전통이 아닙니다만 아직도 헷갈려 해요. 우리는 최현 선생님, 조흥동 선생님, 최희선 〈달구벌〉, 〈검무〉 이런 건 새롭게 가는 거예요. 요즘 〈부채산조〉도 나름 만들어서 공연하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박수칠 일이죠. 단지 배정혜 선생님은 창작자예요. 전통이 아니에요. 신전통이 아니라 신무용인 거죠. 김백봉, 송범, 김진걸, 배정혜 이와 같은 류는 창작자로서 대우해야 해요. 신전통이 아니고, 카테고리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홀춤’이라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작은 스텝으로 별오름에서 단원들끼리 공연을 하는데 사실 이슈화시키고 싶어요. 내년엔 심포지엄을 열고 싶고요.

이론적인 정리가 필요하겠군요. 새로운 용어로 구분 내지는 합의가 있어야 될 거 같아요.
잘 추는 사람이 무대에 서면 돼요. 이매방 류를 잘하는 사람, 맥을 잇는 사람도 물론 필요는 하죠. 그러나 다른 사람이 만든 춤이 좋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놓아야지요.

그래서 저작권 문제가 나오는 것으로 압니다. 어디까지가 이매방 선생의 저작권이고 어디까지가 춤추는 사람의 것인지 구분하기가 애매하고 헷갈리는 거죠.
헷갈리는 과정을 지나야 한다고 봐요. 안무를 붙이면 되지 –류를 붙일 필요가 없어요. 그 분은 당대에서 끝난 거고, 한때 배운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 하는 거죠. 역사적 방향성에 있어서 우리 한국의 전통은 이렇게 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넥스트 스텝’은 달라요. 젊은 안무가에게 마음대로 자신의 안무력을 갖고 만들라고 하고 싶어요. 젊기 때문에 어떤 실험도 가능하고 어떤 것도 봐줘야 해요. ‘홀춤’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역사를 바꾸는데 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한국 역사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홀춤’이 앞으로 전통을 상당히 다르게 갖고 갈 거라고 봅니다.

또한 대중을 향한 국립무용단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심화시키는 측면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우리 국립무용단의 문턱을 많이 낮추고 싶어요. 국립국악관현악단에 ‘관객음악학교’라는 게 있어요. 일반인들을 가르쳐서 공연하게 해주는 거죠. 춤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요. 그래서 ‘홀춤’을 이번에 하고 가장 좋은 작품을 선정, 관객학교에서 가르치게 하려고 해요. 관객학교에서 가르쳐서 그걸 무대에 올리는 거예요. 또 하나는 우리가 연습하는 걸 자유롭게 연습복 입은 그대로 예를 들면 광장에서 하는 거죠.

일단 많이 노출을 시키겠다는 거군요. 요즘의 세대는 과정과 경험을 중시하니깐요.
네. 거기서 가르치기도 하고 우리가 하는 그 자체를 보여주는 거죠. 또 하나는 남미에 가서 보니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서 춤을 추는 거예요. 플래시몹은 아니에요. 손을 잡고 돌고 따라다니는 건데, 너무 즐겁게 추는 거예요. 이처럼 광장에 춤추고 놀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개방하고 문턱을 낮추고 과정을 공유하는 거죠.
네. 또 젊은 단원들이 즉흥 비슷하게 의미를 만드는 거예요. 청계천에서 12시에 음악을 틀어놓고 물길 따라 걷는 거예요. 즉흥으로 하는 거예요. 얼마나 좋아요. 하나의 이벤트이자 구경거리고 하나의 예술을 드러내는 거죠. 우리가 연습하고 고급예술로 만드는 것도 예술이지만 몸 그 자체도 예술인 거죠.

그간 단원들과 소통을 하셨을 거 아니에요. 외부에서 봤을 때랑 막상 단체 안으로 들어와서 보는 국립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국립무용단은 가장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거 같아요. 사실 처음에는 적응이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예술감독, 단원, 지도자가 뭘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분류돼 있고 그걸 지키지 않을 적에는 컴플레인이 들어와요.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는 경향도 있어요.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야지 단원들도 자기의 권리를 갖고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예요.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두 개의 연습실이 있어야 해요. 무용단에 소연습실이 있고 대연습실이 있어서 한 단원이 한 연습실에서 하면 다른 단원은 다른 연습실에서 연습해야 합니다. 해오름극장이 수리 중이이서 장소가 없어요. 그런 부분은 해소해줘야 해요. 그리고 저는 안무만 하면 되고 훈련장은 훈련만 하면 되고 조안무는 움직임이나 세부적인 걸 도와줘요. 나는 머릿속에 계획, 구성, 의미, 전체적인 컨셉이나 동작, 어느 정도 밑그림 그려진 상태에서 하니깐 빠르게 진행되고 혼자서 짠 동작보다 여러 사람 몸에서 나온 동작이 있다 보니 풍부해요. 물론 그 사람 몸에서 나온 걸 그대로 쓰진 않아요. 지시한 게 나오기 때문에 다른 움직임이 나와요. 이 시스템이 좋아요. 해외에도 이런 시스템이 있을 거라 판단합니다. 합리적으로 의논하고 계획하고 정리한다는 면에서 국립이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왼쪽부터) 김혜라 춤비평가,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춤웹진




9월에 공연 예정인 작품을 소개해주세요.
개인적으로 미세먼지가 고통스러웠어요. 스태프들과 회의를 석 달 동안 했어요. 첫 주제는 미세먼지였고 변화되면서 환경문제로 가는 와중에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그전부터 환경문제를 다루려고 한 건데 의미 있는 주제가 됐죠. 환경을 얘기하려면 ‘음양오행(陰陽五行)’, 흐름 얘기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흐름에서 처용무, 오방색, 동서남북을 다룹니다. 〈다섯 오〉에서 ‘다섯’은 처용의 다섯을 얘기하는 거고, ‘다섯’과 ‘오’랑 같은 의미인데 다르게 가자 생각했죠.
 전체적인 의미를 봤을 때 현대사회에 우리가 어떻게 직면해있는가를 1장에서 보여줍니다. 현대사회의 문제라는 건 흐름을 거스르기 때문에 그런 거고, 그렇다면 흐름은 무엇이냐. 천재지변이 차례차례 자정 능력을 갖고 있고 자연이라는 것은 이런 흐름 속에서 움직인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 대안보다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걸 보라는 거죠. 마지막에는 처용적인 삶, 처용을 다시 현대사회로 끌어오자는 거예요. 오행의 흐름, 오장육부에 문제가 생겼을 적에 흐름이 안 돼서 문제가 생기는 거고 자연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지금 무언가가가 과도하게 뭘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서 무너진 거죠. 흐름을 위해서 과도한 무언가를 하면 안 되고 흐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거죠. 전체적인 내용은 음양오행에 관한 내용이에요. 우리가 직면한 우리 시대, 나의 마음 생태를 1장에서 보여주고 그러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가를 3장에서 보여주고, 2장에서는 흐름이 도대체 무엇인지, 음양오행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내용적으로는 동양적이고 의미는 있는 거 같습니다.

시의 적절한 주제를 선택하신 격이 되었네요.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어 공연도 성공적으로 펼쳐지길 바랍니다. 단원들과 함께 좋은 작품 만들어 주시길 기대하며 인터뷰 좋은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김혜라

춤웹진 편집위원. 춤미학과 비평을 전공하였고 2012년 한국춤비평가협회를 통해 비평가로 등단했다. 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전문위원으로 할동하며, 〈춤웹진〉에 정기적으로 평문을 기고하고 있다.​ ​ ​ ​ 

2020. 9.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