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로나 길찾기: 공연기획MCT 전홍기
새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 일    시
    2020년 10월 14일 오후 3시
  • 장    소
    공연기획MCT 사무실(서울 구의동)
김인아_〈춤웹진〉 기자



전홍기 ⓒ춤웹진




김인아: 코로나 시대, ‘코로나 길찾기’라는 기획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홍기 공연기획MCT 대표를 모셨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전홍기: 코로나로 인해 저희가 기획한 공연이 어림잡아 60% 취소된 거 같습니다. 제날짜에 실행한 건 10%도 안 되고, 연기된 공연이 30%, 내년까지 연기된 공연을 포함하면 50~60% 정도 됩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어요. 영상작업으로 갑자기 변경해야 했는데 유튜브, 네이버 중 어떤 채널을 선택해야 할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가늠조차 못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틀이 잡힌 것 같습니다.

취소된 공연은 무엇이었나요?
발레 갈라 ‘더 마스터피스’는 공연 일주일 전에 취소됐어요. 극장에서 하는 기획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 초청기획 대관과 지분제로 볼 수 있어요. 초청기획 대관 같은 경우는 극장이 초청비용을 주고 수익금 전체를 갖습니다. 지분제는 티켓 수입을 제작자와 극장이 나눠 갖는 것이고요. ‘더 마스터피스’ 공연은 티켓 수익의 7을 제작자가, 3을 극장이 갖기로 했어요. 그럼 극장 대관료를 내지 않고 제작비도 받지 않는데, 공연 일주일 남겨놓고 무관중 공연을 하라는 마포구 지침이 내려왔어요. 혹시 초청비를 받을 수 있을까 했는데 지분제로 계약돼 있기 때문에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집행비를 별도로 확보해서 줄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취소했죠. 무관객 공연에 단체들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건 의미가 없잖아요.

그런 이유로 마포아트센터에서의 ‘더 마스터피스’를 7월에 볼 수 없었군요. ‘수원발레축제’는 하루 공연 후에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수원발레축제’는 8월 18일 밤 12시부터 경기도 모든 공공시설을 폐쇄하라는 지침이 내려와서 18일 메인 공연, 첫 공연까지 하고 다음 날 철수했어요. 지원금을 받은 공연이었죠. 공동주최인 수원시에서는 공연을 한 번 밖에 했으니 전액이 집행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고 공공기관으로서 감사도 받아야 하니 예산을 삭감하자고 했죠. 저희는 삭감되지 않을 방편을 세웠어요. 출연 무용가들은 이 축제를 위해 연습했고 스태프들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같은 기간 다른 일을 못했어요. 출연진들의 연습 지원의 명목으로 서울문화재단에서 나왔던 연습 지원사업 견본을 보여드렸어요. 또 국립중앙박물관은 3개월간 스태프들과 공연 계약을 했는데, 중앙박물관이 폐쇄되면서 이에 대한 차액을 보상했었죠. 이런 사례를 제시했고 어렵게 수원시에서 받아들여 주었습니다. 경기도 국고로 7천 2백을, 수원시에서 1억 7천을 받아 총 2억 4천 2백을 지원받았었는데 3일간 생중계 촬영비용이 하루로 축소됐으니 그걸 감안해서 650만원만을 반납하는 것으로 했어요.




2020수원발레축제 횡단보도댄스 ⓒ와이즈발레단



발레STP협동조합 〈함께 기뻐하라〉 ⓒ김윤관



2020수원발레축제 단체사진 ⓒ김윤관




공연 결과뿐 아니라 공연을 올리기 위한 출연진의 연습과 스태프의 준비 과정도 공공기관에서 지원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대표적인 선례로 남을 듯합니다. 다른 공연은 코로나와 맞물려 어떤 상황이 이어졌나요?
대한민국예술원에 연극분과, 미술분과, 문화분과가 있는데 올해 무용분과가 공연하는 해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이 공연을 맡아서 일을 했어요. 출연자들의 평균연령이 높으셔서, 제가 1월부터 8월까지 출연자 선생들을 일일이 찾아뵈었죠.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을 대관했고 포스터 시안도 다 나온 상태였지만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컸어요. 결국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연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졌고 올해는 취소, 내년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취소할 바엔 극장을 잡아놓았으니 거기서 무관중 녹화를 해서 중계하자고 선생님들께 제안 드렸죠. 포스터 시안을 보여드리고 무대팀과 연출팀도 준비해놓고요. 사회자도 섭외해서 방송에 적합한 영상 콘텐츠로 만들고자 했어요. 사회자가 작품설명도 하고 원로 선생님과 생전 이야기를 나누며 방송프로처럼 제작하려 했죠. 하지만 선생님들 몇 분께서 반대하셨어요. 송출(중계)에 대한 반대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은 극장에서 굳이 하느니 연기하자는 의견이 있어서 취소하게 됐어요. 선생님들은 내년에 무조건 한다고 하셨지만 내년은 연극이 공연하는 해예요. 게다가 내년에 하려면 기획재정부에서 다시 예산이 나와야 가능하죠. 이번 공연의 책임자가 최청자 선생님이신데 공연 취소에 대한 다른 보상이 없었다는 것을 아시곤 대한민국예술원에 항의하셨대요. 덕분에 몇 개월간의 업무를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공연이 취소·연기되면서 기획사 입장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아요.
무용은 다른 장르와 달라요. 안무자 또는 무용 단체가 직접 제작하는 시스템입니다. 무용공연 기획사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단체, 개인 예술가와 일할 때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면 그동안 일한 대가를 달라고 하기가 쉽지 않아요. 제작자가 곧 예술가니까요. 지원금을 받았어도 일부 지원이라는 상황을 잘 알고 있죠. 게다가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된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공지도 만들어야 하고 모든 예약자들에게 연락드려야 합니다. 연기된 공연이 다시 시작되면 같은 일을 처음부터 반복하죠. 인쇄물도 다시 해야 하고 관객들한테 8월에 한다고 했는데 10월로 바뀌었으니 홍보도 다시 합니다. 이런 것이 부가된 일인데 이에 대한 업무비용은 없죠. 금전적으로도, 반복되고 부가되는 업무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국가지원사업을 모두 온라인, 비대면으로 하라는 지침도 있었어요. 우리 회사는 그걸 해야 생존할 수 있었죠. 관객 참여형 공연인데 갑자기 비대면으로 변경되니 대안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 작품은 힘들겠다는 얘기가 나왔죠. 어떻게든 방안을 찾으려 하는 과정에서 공연팀과 기획팀의 생각은 달랐어요. 우리 기획자들은 비대면 공연도 해봤고, 온라인 공연도 해봐서 제안을 드리지만 경험하지 않은 것이라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죠.

공연이 취소될 경우를 대비해 플랜B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 예산을 미리 확보해놓는 건가요?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어요. 중간에 예산을 변경하는 것도 있죠. 발레STP협동조합과 질병관리본부가 함께한 공연은 무관중으로 변경돼서 디자인비만 주고 인쇄를 안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공연자가 원하면 합니다. 다행히도 발레STP협동조합은 이력을 위해서 공연을 하지 않아요. 공연하고 개런티가 나가는 게 더 중요하죠. 그래서 인쇄비로 잡혀있는 예산을 중계비로 뺐어요. ‘현대춤작가 12인전’의 경우엔 온라인으로 중계하면 돈을 많이 내는 줄로 알고 예산을 확보했었죠. ‘수원발레축제’는 경기도에 코로나가 심했어요. 그래서 야외축제였다가 실내로 바뀌고 이전에 온라인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오히려 예산을 줄일 수 있었어요.

거리두기 객석제를 해야 하는 대면공연에도 여러 변수가 있었을 텐데요. 어떤 공연을 올렸나요?
관객 참여형 공연이 아무래도 거리두기에 가장 취약한 형태인데요. 얼마전 〈당신은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의 춤추는여자들 단체가 방방곡곡 사업으로 전주에 갔었어요. 50~80명 정도의 최소 관객이 찾아와주셨죠. 관객이 객석에 올라와야 하지만 거리두기 때문에 올라올 수 없으니 색색의 끈들을 무대에서 객석까지, 객석과 객석 사이에 연결했어요. 다같이 끈을 잡고 마음을 나누고 공감했어요. 의미 있더라고요. 이건 레퍼토리니까 상황에 따라 제목은 그대로 가되 구성형식을 상황에 맞춰 바꾼 거죠.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우나 조금 덧붙이자면 무용계에서 안타깝게 생각되는 것이 레퍼토리 공연을 거의 하지 않는 거예요. 레퍼토리 지원사업이 없어서 안 한다고들 하죠. 레퍼토리화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작품도 더러 있었는데 어떤 무용가는 출연 무용수 중 한 명이 군대에 가기 때문에 2년 동안 못 한다면서 포기하더군요. 사람에 대한 작품으로 가버리면 작품 자체의 존재감이 사라질 텐데 말이죠. 무용인들이 작품에만 집중하고 레퍼토리화, 수익에 대한 문제, 미래 계획을 세우지 않는 건 안타까운 일이에요.




춤추는여자들 〈당신은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 전주 공연 ⓒ공연기획MCT




기획한 공연 중에 ‘수원발레축제’는 네이버TV에서 영상을 송출했고, ‘한국현대춤작가 12인전’은 유튜브에서 상영했어요. 온라인 공연이 급속화되면서 홍보 마케팅 방법도 상당한 변화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수원발레축제는 네이버TV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그보다 앞서 있은 한국현대춤작가12인전은 조회수가 미비했어요. 유튜브 채널에서 공연을 중계하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우리가 안일하게 URL만 따서 홍보했기 때문에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이제는 기존 웹전단으로 홍보하는 것과 똑같이 하면 안 돼요. 이전엔 5천 명에게 웹전단을 메일링해서 열댓 명 극장에 오면 감지덕지했어요. 초대해도 찾아와주시는 분들은 얼마 되지 않았죠. 지금은 온라인에 쉽게 접근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공연한다는 걸 릴리스하는 것도 중요해요. 클릭하면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특화된 URL 디자인 전단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요. 또 하나는 네이버라든지 영상 플랫폼과 손을 잡고 공연이 홍보되어야 해요. 그리고 국가 공공기관들을 통해 온라인 공연을 알리는 것으로 서울문화재단, 아르코예술극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가입된 회원들에게 릴리스하는 방법도 있죠. 어떤 공연은 카드뉴스도 준비했어요. 6~7개월 전부터 공연 하나를 위해서 온라인 홍보를 해요. 카드뉴스 형식으로 지속해서 홍보하거나 틱톡이든 뭐든 공연을 볼 수 있게끔 알리고 노출되어야 합니다.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홍보 방향도 더 모색되어야 하고 콘텐츠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인지 방안도 나와야 하고요.

앞서 유튜브 채널에서 공연을 중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하셨어요. 공연 중계는 유튜브보다 네이버TV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유튜브는 특정 단어를 검색하지 않으면 찾아보질 못해요. 자잘하게 방대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용’으로 해시태그를 달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볼 수도 있지만, 못 볼 수도 있어요. 홍보팀이 무용인들에게 URL을 만들어서 일일이 보내죠. 말 그대로 초대권과 같아요. 카카오톡으로 URL을 2,000명에게 보내면 300명 정도 들어오세요. 다시 말해 유튜브는 내가 찾아 들어가지 않는 이상 못 보는 거죠. 그래서 유튜브는 일반 고객들이 랜덤으로 들어오기에 접근성이 떨어져요. 포맷 자체가 알아서 하는 거예요.
 네이버TV는 하루에 접속하는 사람이 100만 명인데 공연광고가 가능해요. 네이버TV 페이지에 접속하면 어떤 공연이 언제 하는지 알 수 있고, 생방송 하는 걸 홍보할 수 있는 방도 만들 수 있어요. 무용 쪽에 관심이 있으면 랜덤으로 볼 수도 있고 특정 라이브 공연을 알림 설정해서 볼 수도 있고요. 몇만 명의 고객 중에 무용에 관심 있는 분이 들어와서 볼 수 있게 유도해주는 것이 네이버의 장점이죠. 다음(Daum)도 한다고 하죠. 그러나 이미 온라인 TV 쪽은 네이버가 프리미어리그나 미국 프로야구까지 송출했었기에 강세입니다.
 단 그런 건 있어요. 극장마다 인터넷 선이 다 있지 않아요. 와이파이만으로 생방송 송출을 못 합니다. 중간에 접속자들이 많으면 끊기기도 하고요. 그래서 우리만 쓸 수 있는 인터넷 선을 만들어야 해요. ‘수원발레축제’ 같은 경우는 KT 라인을 땄습니다. 그나마 그런 극장들은 시설팀이 있어서 어디로 어떻게 따는지 극장 직원이 알아요. 근데 그것도 없는 극장들이 많아요. 라인이 있어야 송출이 돼요. 유튜브든 네이버TV든 온라인으로 송출할 거면 무조건 인터넷 전용선이 확보되어야 해요.

온라인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말씀처럼 홍보도 그렇지만 영상 콘텐츠 자체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이 있어야할 것 같아요. 모두가 방법을 찾고 있는 단계인데 이럴 때 가급적이면 다양하고 실험적인 결과물들이 보였으면 합니다.
네. 남이 해야 할 일이 아니에요. 예술가들 스스로 어떻게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찾아야 해요. 다른 무용가의 온라인 공연도 보고 기존 작업도 보면서 연구해야 합니다. 누가 먼저 하느냐가 아니라 같이 찾아 나가는 작업을 해야죠. 안 그러면 다른 장르에 비해 뒤처집니다. 각성하고 신경 써야 해요. 조회 수가 높으면 PPL 광고가 들어올지도 몰라요. 좋은 콘텐츠로 조회 수를 올리는 것, 그게 답이에요.
 사실 비주얼이 강세인 무용이 온라인화하기에 가장 적합하거든요. 연극은 대사를 이해해야 해요. 가끔 전동칫솔을 쓰면서 TV를 보면, 전동 소리 때문에 소리를 못 듣잖아요. 그때 소리 없이 볼 수 있는 걸 무브먼트가 제격이죠. 춤은 시각만으로도 정말 괜찮은 콘텐츠거든요. 대개 무용은 어렵다고 하지만 〈바비레따〉 같은 참여형 공연은 많은 분들이 함께 경험하고 좋아해주셨어요. 무용 워크숍 형식, 필라테스·요가와 같은 몸 관리 등 움직임으로 하는 무궁무진한 콘텐츠들이 온라인과 섞일 수 있어요. 국립현대무용단은 작품에 출연 예정이었던 무용수들이 집에서 소소하게 춤추는 걸 1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혼자 추는 춤’을 했어요. 리을무용단은 특정 공간에서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저장하고 있어요. 장소의 이미지에 맞게끔 춤을 춘 3분짜리 핸드폰 영상이에요. 안무 역량도 늘고 혹시 모르죠. 이런 자료가 온라인 사업이 될 지도요. 콘텐츠에 관심을 저버리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봐요.
 영상을 업로드한다면 이왕 하는 거 공부해서 올렸으면 해요. AR과 VR도 나오고 있고요. 춤만 출 테니까 알아서 해달라는 분도 계세요. 그러나 알아서 해주지 않아요. 좋은 영상 연출자를 섭외했다면, 이 연출자가 무용가에 대해 최소한 80% 이상 알아야 해요. 그래야 아이디어를 내죠. 기획사가 알아서 대관 신청하고 기획안을 짜는 건 적어도 십 년 이상 파트너로 함께했을 때 가능하죠. 그만큼 오랜 시간을 공유해야 할 수 있는 일인데, 뭐든지 알아서 해달라며 첫 술에 배 부르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리을무용단 무용영상시리즈Ⅱ <머물다>




한편으로 올해 실시간 공연 생중계를 경험한 춤계에서 회의감이 감지됩니다. 지금까지의 제작비용으로는 좋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어낼 수 없다, 공연 소스만 노출될 뿐 영상은 작품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었으나 조회수가 현저히 낮다는 등 제작과 공유 과정에서 한계에 맞닥뜨린 것이죠.
저도 한국현대춤작가12인전 실시간 생중계 후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너무 속상해서 연극하는 분께 말씀을 드렸더니 그분은 촬영 후 편집을 더 잘해서 지정된 날짜에 중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하더라고요. 올해 SIDance, SPAF가 모두 이런 방식을 채택해서 11월 영상 중계를 앞두고 있더군요.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발전된 영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지원금 신청부터 온라인 공연 중계로 하고, 극장을 최소 나흘을 빌린다면 셋업을 잘해서 리허설을 하루 만에 끝내고 이틀 동안 하루에 2번씩 여러 번 촬영한 후 편집해서 중계하는 방식이죠. 영상에 총력을 다하는 겁니다.
 편집 영상은 하이라이트 편집본, 영문/한글 자막 편집본, 풀샷 버전으로 구성을 갖춰야 해요. 많은 무용인이 자신의 영상자료를 갖고 있지 않죠. 심지어 영상자료를 디지털로 변환해서 받아본 것도 얼마 안 됐어요. 받더라도 원본이 아닌 하이라이트만 받아보죠. 원래는 안무자가 직접 보고 하이라이트 씬을 편집할 줄 알아야 하지만 대개 촬영감독 또는 편집자에게 맡기잖아요. 물론 편집할 때 직접 와서 보시는 분도 있긴 하죠. 편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작품이 좌지우지된다는 걸 무용인들이 염두에 두어야 해요.

작품활동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어떤 장르든 저작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어요. 무용계에서도 특히 관심을 갖고 유의해야 하는 문제인데요, 기획자로서 조언한다면?
온라인 영상에 관심을 두면 자연스레 저작권에 유의하게 됩니다. 나의 작품이 노출되고 기록되기 때문이죠. 저작권이 있는 음악을 사용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해요. 춤 영상에서 기존에 발표된 대중음악이 나온다면 가요협회, 저작권협회에 연락해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5천원~3만원 정도에 사용 가능하죠. 그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튜브에 올릴 수 없어요. 공연 생중계는 가능하지만 유튜브에 아카이빙은 할 수 없지요.
 ‘한국춤작가 12인전’에 출연한 어떤 안무가는 유튜브 게재를 원치 않아서 올리지 않기도 했고, 저작권에 걸리는 음악을 사용한 안무가도 있었어요. 대다수가 MCT에서 알아서 해달라고 해요. 저희가 어떤 음악을 쓰는지 알아야 할 수 있는데 말이죠. CD에 기재된 저작권 등록번호로 음악저작권협회에 연락해서 공연회수, 장소, 기간, 향후 공연계획 등을 답하고 이용신청을 완료해야 하는 과정에서 질문에 기획사 측에서 답할 수 있는 건 몇 개 안 돼요. 당장 내년에 다시 공연할지 말지 안무가 본인 외엔 알 수 없으니까요.
 무용은 기획팀과 무용가가 분리돼있어요. 파트너처럼 일하는 분도 있지만, 일이 막힐 때 그냥 기획해달라는 분도 있죠. 기획자가 모두 알아서 찾아주길 원하는 거예요. 이제는 무용계에서도 온라인 공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찾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가들이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춤에만 집중해선 안 돼요. 세상이 바뀌었으니까요.




전홍기 ⓒ춤웹진




첫 질문의 답변으로 올해 실행한 공연이 40%, 취소는 60%에 달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이토록 어려운 시기를 지탱하고 다시 공연을 재개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가족, 친구들 같아요. 저는 약속을 중시해요. 얼마의 급여를 주기로 했으면 제때 꼭 줘야죠. 한 번도 밀려본 적 없어요. 일을 한 사람에게는 빚을 내서라도 꼭 돈을 줘야 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예요. 저는 공연이 끝나면 그다음 날 크루들 돈부터 바로 집행해요. 무대 디자이너, 무대감독과 달리 크루들은 일용으로 와서 도와주는 사람들이에요. 작가들이 디자이너에게 감사해하죠. 근데 그 디자인을 실행시켜주는 사람은 크루들이죠. 그리고 돈도 일당으로 받으니 가장 적게 받아요. 그래서 그런 돈을 제일 먼저 직원들에게 집행하게 해요. 다른 하나는 직원들과 급여에 대한 약속이 돼 있기 때문에 그것만큼은 지키는 게 도리죠. 저는 춤이 마음에 들었고 춤을 통해 많은 사람을 알게 됐어요. 좋은 기획자라기 보단 춤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 일해요. 저와 같이 있는 친구들이 없었다면 힘들어서 진작 문 닫았을 거예요. 그들과 함께 가야 하죠.
 항상 얘기해요. 언젠간 MCT는 없어져야 한다, MCT 때문에 무용계가 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제작은 하지 않고 너무 대행만 하니까요. 그래서 종국엔 없어져야 하는 집단인 거죠. 직원들에게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해요. 저도 구시대 사람이라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언제까지 대행업무만 할 순 없어요. 재미없거든요. 공연 맡으면 대관하고 공연 계획서와 지원금 신청서 쓰고 홍보하고 인쇄물 만들고, 매번 똑같은 일이에요. 그런 것들이 재미는 없지만, 이 일을 젊은 친구들이 잘 숙지해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더 좋은 곳에서 일하면 좋겠어요.
 우리를 걱정하고 챙겨주신 분들이 너무 많아요. 이번에 눈물 날 정도로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힘들지 않느냐는 안부 전화도 있었고, 직원들과 식사하라고 돈을 보내준 분도 있었어요. 다들 걱정을 많이 해줬는데, 따뜻한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춤계 발전과 무용 생태계에 대해 고민해본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무용인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새삼 느낍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 ​ ​ ​ ​ 

2020.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