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흐름

비판적 춤 이론으로 춤을 다시 만나다
마이클 허트

한국에서는 지금 거리 패션이 ‘뜨겁다’. 한국의 거리 패션은 〈바이스〉 〈하입비스트〉 〈하이 스노바이어티〉 같은 인터넷 기반의 신생 아울렛뿐 아니라 〈보그〉 〈지큐〉 〈위민스웨어데일리〉 등 연조(年條)가 된 미디어 거인들에서까지 대개 철마다 다뤄진다. 하라주쿠가 ‘죽었다’(Aoki: 2017)고 선포된 시기에 서울에 기반을 둔 패션이 도쿄의 패션을 대체하고 있음은 거의 틀림이 없다. 특히 세계적으로 한국의 거리 패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첨단 스트리트룩의 황금 같은 표준, 그리고 멋진 차림새의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필자는 특히 한국의 거리 패션을 사회적 실행 활동으로 분석해왔다. 그 가운데서도 필자는 거리 패션이 사회적 실행 활동으로서 어떻게 ‘구현’되고 ‘전달’되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 사회적 실행 활동은, 특히 몸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같은 전자 매체를 통해 최우선의 매체로 ‘전달’됨에 따라, 정보 교환의 최우선적 매체가 몸인 춤 같은 실행 활동을 비롯하여 몸이 현저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사회화의 한 형식으로 기능하고 있다.




패스트 개인 브랜드들이 밀집한 APM 빌딩 앞에서 한국의 휠라 브랜드를 그대로 착용한 가은이 한국의 패션을 몸으로 해보인다 ⓒ마이클 허트




이 글에서 주요 이론적 도구는 비판적 춤 이론(critical dance theory)에서 사용되는 도구이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거리 패션이 그처럼 재빠르게 발전하고 특히 젊은층을 포함하여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에게서 왕성하게 전달되는 사회적 관행이 되는 이유는 그러한 접근법을 통하면 쉽게 이해되기 때문이다. 비판적 춤 이론을 통해 우리는 패션과 연관된 특정한 부류의 물신숭배적 절시증(窃視症, 로라 멀비; 나는 이를 ‘패션을 향한 눈길’fashion gaze이라 부른다)의 시각적 쾌감에 참여자들이 간여하는 특정한 방식들과 더불어 패션을 향한 눈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눈길의 주요한 정서적 수단은 인간의 기본적인 운동감각(kinaesthesia) 본능이다. 이 본능에는 인간의 상호작용 및 소통의 기본 형식으로서 타인의 몸짓들을 따르거나 그에 반응하려는 욕구가 포함되는데, 학술적 연구와 글쓰기에서는 등한시된 지점이다.

“... 디어더 스클라(Diedre Sklar)는 운동감각적 분석을 춤뿐 아니라 일상생활 모든 부문에서의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방법론으로 옹호한다. 스클라에게 운동감각적 분석은 사람들마다 대상물, 이벤트 및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상호관계를 맺는 방식들은 물론 일정한 행동의 흐름, 긴장 상태, 타이밍과 같은 부류의 움직임의 질적인 차원에 주의를 기울이는 작업을 수반한다. 종교적 예배 활동을 실례로 특정한 이벤트에서 실행되는 움직임의 패턴 같은 부류를 정밀하게 검토하여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을 심화하면서 스클라는 부르디외처럼 움직임의 패턴들에 상징적인 의미를 투여한다. 그러한 패턴들은 일단 함께 엮어지면 어느 특정 문화의 맥락 속에서 알아가는 방식, 즉 서로 밀접하게 얽힌 몸적·정서적·개념적 기억들이 저장되는 육화된 지식의 형식을 구성해낸다.”

(인용처: Foster, Susan Leigh, Choreographing Empathy: Kinesthesia in Performance.)


여기서는 멜리사 블랑코-보렐리(Melissa Blanco-Borelli)의 매력적이며 용이한 ‘엉덩이 직관’(hip(g)nosis) 이론을 끌어들이므로 주요 논거는 비판적 춤 이론에서 나온다. 이 이론에 따라 한국의 패션 피플들(paepi·패피)이 수행하는 옷차림 행동은 요컨대 다음의 세 가지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 패피들의 행동을 중개(仲介) 작용의 현장으로 점찍으며
  ​  의미를 드러내는 행동으로서 이해하기. 

  - 한국 현대사, 산업 발전 및 거대한 구조적 변화의 기록으로서 이해하기. 

  ​  패피들은 서울의 재빠르고 강요되고 염려스러운 발전의 산물이자 기록이다. 

  - 몸 테크닉으로서 이해하기. 

특히 엉덩이 직관이라는 용어는 한국과는 현저하게 다른 쿠바의 국민성, 지정학 그리고 인종/젠더 정치학의 맥락 속에서 인종과 젠더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데서 전개되어왔다. 때문에 왜 비판적 춤 연구에서 유래한 개념이 한국의 거리 패션 피플의 사례에 적용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 제기될 만하다. 그 용어에 대한 블랑코-보렐리 자신의 설명을 검토해보면 그 용어가 젠더, 몸성(corporeality) 및 수행 개념을 함께 엮는 매우 용이한 이론적 도구라는 이유가 쉽게 밝혀진다.
“비판적 춤 연구는 몸으로 구현되는 우리 경험의 실제 현실을 조리있게 설명해낸다. 그 결과, 몸성이라는 용어는 몸을 형성하는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과정과 함께 몸을 읽어내는 한 방법으로 기능한다... 춤 연구는 물라타(mulata)가 민족적 담론의 정태적인 산물로서보다는 오히려 능동적인 몸성(물질계에서의 경험을 수반하는 살아있는 몸)으로 드러나도록 한다.”(블랑코-보렐리)




밀리오레와 패스트 개인 브랜드들이 받쳐주는 배경 앞에 선 수빈이 한국의 압축 성장의 힘(역사적으로 섬유산업이 대표적 사례)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며 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런 형식으로 몸을 통한 소비 성향의 자기표현은 인스타그램에서 전세계로 퍼지는 중이다 ⓒ마이클 허트




간략히 말해, 관계가 먼 분야에서 왔으되 이 이론은 이 글의 필요에 준해 분석된다. 이 이론은 개인들이 수행하는 옷차림 행동을 소비적인 생산 관계뿐 아니라 마케팅, 광고 및 (자기) 연출에서의 강제 사항들, 그리고 민족 정체성과 그것의 신자유주의적 반복을 감행하는 훨씬 광범위한 세력들을 향한 폭넓은 대항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한다. 훨씬 간략하게 실질적으로 말하자면, 이 이론은 사람들을 생산/소비의 단순한 단위체들로 만들려고 기를 쓰는 훨씬 광범위한 이데올로기적, 구조적 세력들의 맥락 내에서 개인적 정체성 표현을 보다 면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필자의 주장은 이렇다. 한국의 패션 피플들은 자기들 세력의 창조적 감각을 생산적으로 치고 나가고 심지어는 창조해내는 싸움에 연루되고 있다. 이는 자신들을 가상적(그리고 때로는 신체적) 커뮤니티로 정의하는 가치를 협상하는 작업에 해당한다.



* 옮긴이 주
- hip(g)nosis: 언어 유희 식의 조어. 영어의 hypnosis, 즉 최면과 발음이 유사하도록 hyp 대신에 hip(엉덩이)을 배치하였다. gnosis는 신비적이며 영적인 직관이나 깨달음을 일컫는다. 이 조어는 엉덩이로 촉발하는 ‘직관’과 ‘최면’을 함께 의미한다.
- mulata: 백인과 흑인 간의 혼혈(mulatto) 여성. 블랑코-보렐리는 쿠바에서 물라타가 엉덩이, 관능, 대중춤과 연결되는 역사를 추적한 저서를 발표하였다. 여기서는 물라타가 인종 차별받는 자신의 정체성을 엉덩이로 안무해내고 또 ‘엉덩이 직관’이라는 이론을 몸으로 구현해내는 방식이 검토된다. 이전까지 부정적 시각에서 거론되던 ‘최면’처럼 백인 남성들을 유혹하는 엉덩이 흔들기가 오히려 적극 긍정된다. 물라타의 정체성 형성 과정을 밝혀내기 위해 살아가고 춤추는 몸을 주목하여, 블랑코-보렐리는 하층민들이 일상 차원에다 자신들의 몸을 지속적으로 표시해가는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옹호하였다.
 

 번역: 김채현


마이클 허트(Michael Hurt)

서울에서 거주하는 사회인류학 연구가.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6년에 한국의 거리 패션을 다루는 블로그를 개설한 후 한국의 패션에 관한 영문 서적을 발간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중 문화 및 거리춤 등을 폭넓게 주목해왔고, 한예종과 경북과학기술원에서 강의한다.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2020. 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