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국춤협회 전승춤 공연
전통춤 공연의 문제의식 제기를 기대하며
김영희_춤이론가

 한국춤협회(이사장 백현순)가 제28회 ‘한국무용제전 소극장춤 페스티벌’을 11월 3일부터 15일까지 개최했다.
 ‘전승과 창조’라는 주제 하에 전통춤을 모아 ‘전승춤’이라 칭하면서 11월 3일부터 6일까지 서울 강남의 유시어터 무대에 올렸고, ‘창작춤’ 공연은 11월 8일부터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서 공연했다. 상반기에는 경연 방식으로 대극장에서 창작춤들을 공연했고, 하반기에는 소극장 무대에 적합한 작품들로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이다.
 올해 두 번째라는 전통춤 공연은 현재 춤계에서 전통춤 공연이 활발한 상황에서, 이 단체가 한국무용 출신의 춤꾼들 중심으로 조직된 단체이기에, 이러한 기획이 추진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14개 전통춤이 이틀에 걸쳐 선보였다. 첫 프로그램은 임현선(대전대 교수)의 <강선영류 태평무>, 김남용(한성대 교수)의 <조흥동류 한량무>, 김경숙(전 국악고 무용전임)의 <한영숙류 태평무>, 정성숙(안성향당무 이수자)의 <홍애수건춤>, 김기화(한국춤교육연구회 대표)의 <이동안류 태평무>, 백정희(한양대 교수)의 <정민류 장고춤>, 김평호(청주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소고춤>으로 맺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김정선(서울교방 동인)의 <김수악류 교방굿거리춤>, 백수연(진유림 우리춤연구회)의 <장고춤>, 정경화(동덕여대 강사)의 <강선영류 태평무>, 구영희(경성대 강사)와 윤성철(국립무용단)의 <진쇠춤>, 안덕기(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장한가>, 김미라(충남도립국악단)의 <이매방류 살풀이춤>, 홍은주(리을무용단 단장)의 <진도북춤>으로 마무리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은 중견춤꾼들로 꾸민 듯했는데, 눈에 띄는 구성은 한영숙류, 강선영류, 이동안류 태평무를 한 무대에서 볼 수 있었던 점이다. 임현선의 <강선영류 태평무>는 단아하며 기품이 있었다. <강선영류 태평무>의 춤꾼들이 많은 만큼 이 춤을 소화하는 색깔들도 다양한데, 그녀는 헛힘을 쓰지 않고, 차분하게 공간을 짚어갔다. 한편 김경숙의 <한영숙류 태평무>는 정갈하고 다부졌다. 정갈한 맛은 이 춤의 특징 중에 하나로, 그녀의 태평무는 사사로운 욕심이 보이지 않았으며, 다부진 발디딤새는 장단 사이에서 깔끔하게 구사되었다.
 그리고 김기화가 보여준 <이동안류 태평무>는 태평무의 본래적 의미와 구성을 떠올리게 했다. 남성춤으로 남색 조복에 사모관대와 한삼을 낀 무복에서 굿판에서 춤추었던 재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인사를 한다거나 사방치기 과정을 보면 경기도당굿으로서 의식의 흔적이 남아있고, 한삼을 앞에서 빙글빙글 돌려 뿌리는 사위나 오른 다리를 살짝 들고 깡충깡충 제자리에서 뛰며 도는 동작, 뒷발치기는 경기도당굿의 동작들이다. 무대를 너무 크게 쓰면 이런 특징들이 잘 보이지 않는데, 김기화는 적당한 규모로 춤추었다. 또 후반의 터벌림채 대목을 춤으로 소화하려 하지 않고 의식으로서 본연의 성격을 살려 추었다. 한 공연에서 여러 태평무 종목을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소고춤>을 춘 김평호는 액맥이타령을 소리하며 무대 뒤의 계단을 내려오면서 등장했다. 농악 속의 가무악 기예를 추려내 자신의 소고춤으로 구성했는데, 상반기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보았을 때보다 정리가 되어있었다. 박금슬 기본동작도 응용했고, 소고춤의 웬만한 동작들을 거의 소화했다. 장단의 완급과 긴장을 조절한 구성이 돋보였고, 소고춤의 한 스타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는 춤이다.




 두 번째 프로그램에서 김정선의 <교방굿거리춤>은 김수악류 춤이다. 여러 전통춤을 소화하고 있는 그녀가 이번 무대에서 밝고 화사하게 춤추었다. 교방굿거리춤은 춤사위가 다양하지 않지만, 장단을 머금으며 타고 놀아서 춤에서 장단이 나오는 듯하다. 김정선의 춤은 무거운 듯하며 무겁지 않았으며, 잦은몰이에서 소고를 놀리는 대목들은 교방춤 소고로 볼만했다. 좀 더 풀어서 놀아보기를 제안한다.
 김미라는 <이매방류 살풀이춤>을 검은 치마저고리에 흑백 그라데이션 수건을 들고 춤추었다. 의상과 소품에 변화를 주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며, 실제로 이매방류 살풀이춤의 멋이 달라졌다. 어떤 해석에 의해 의상 컨셉트를 달리한 것인지 궁금하다.




 사단법인 한국춤협회는 1981년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이 이화여대 재임시에 한국무용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발족한 한국춤연구회의 뒤를 잇는 단체이다. 한국무용 전공자들 중심으로 구성된만큼 전통춤 기반이 강하고 한국창작춤의 경험도 풍부하다. 또 대학의 교육 현장에 적을 둔 회원도 많다. 회원들이 전통춤이나 한국창착춤의 중심에서 활동하는 만큼, 문제의식도 다양하리라고 본다.

 소극장 페스티벌에 전통춤 공연을 기획한 것도 한국의 춤 문화 전반에서 전통춤을 올바르게 자리매김하고 그 가치를 재인식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충분한 인적 자원과 경험을 토대로 한국춤협회의 다음 공연이 전통춤의 현황과 문제의식을 드러내 주기를 기대한다.

2014. 12.
사진제공_한국춤협회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