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2021 모다페 포럼 성료
2021. 7.

(사)한국현대무용협회(이사장·MODAFE 조직위원장 이해준)가 주최하는 MODAFE(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 이하 모다페)가 6월 5일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5층 이음아트홀에서 ‘모다페, 춤의 미래를 말하다’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모다페의 40년 역사를 훑어보는 자리로 마련된 이번 포럼은 이해준 이사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심정민 춤비평가와 이단비 방송작가의 발제에 이어 라운드테이블 오픈 토크 순으로 진행됐다.


2021 모다페 포럼 ©Hanfilm,MODAFE




포럼에서 이해준 이사장은 “코로나19로 작년에 이어서 어려움이 있지만,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모다페가 새롭게 조망 받는 시점에 와있다. 모다페는 한국 현대무용 축제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컨템퍼러리 댄스의 40년을 돌아보고 컨템퍼러리 댄스의 미래와 모다페의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는 인사말을 건넸다.

첫 발제를 맡은 심정민 춤비평가는 ‘한국 현대무용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한 몇 가지 고려 사항’을 발표했다. 발제자는 “모다페는 1982년 한국현대무용향연으로부터 시작, 1988년 국제현대무용제로 바뀌었으며 2002년부터 현재의 모다페라는 별칭을 확립하기에 이른다”며 “이러한 변화는 시대적인 추이와도 일맥상통하며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사회 변화와 세계적인 무용 동향에 동참해온 모다페는 현대무용계의 다양한 세대, 계파, 성향 등을 아우르면서 진정한 의미로 축제로 자리 잡아 왔다”고 모다페의 역사적 의의를 조명했다.

발제자는 본론에 앞서, 우리나라 춤계의 역사를 진단했다. 1980년대 춤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면서 양적 팽창과 질적 향상이 이루어졌고, 88올림픽을 계기로 1990년대 국제화 추세가 가증됐으며, 2000년대 들어서서는 컨템퍼러리 댄스 경향의 해외 작품을 수입하거나 이를 지향하는 젊은 무용가가 새로이 등장하며 새로운 춤 경향의 확산되었다고 했다. 2010년대 춤계는 대학 무용과의 구조조정으로 춤 전공 인력이 감소, 지역 춤의 침체와 불균형한 지원 제도로 인해 혹독한 위기를 맞이했고, 2020년 초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으로 공연예술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모다페가 고려해봐야 할 사항을 짚었다. 1) 사업과 프로그램의 중심과 다양성의 확립 2) 예술적 수준의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 체계를 구축 3) 해외 초청공연의 전문 코디네이터를 중장기적으로 고용, 수준 높은 무용단을 초청할 수 있는 노하우의 축척 4) 독립무용가와 지역 춤까지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한국 현대무용 축제로서 확립 5) 국제교류나 해외진출을 위한 플랫폼 구축 6) 무용가 재교육 프로그램 운영 7) 재원 다각화로 지원금 의존도를 낮춰가는 방안 모색 8) 관객 유치를 위한 노력 등을 제안했다. 심정민 춤비평가는 “위의 사항들에 대해 우리나라나 무용의 창작 경향을 이끄는 현대무용계의 대표 축제인 모다페와 그 주최 기관인 한국현대무용협회에서 몇 가지는 실현 가능하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2021 모다페 포럼 ©Hanfilm,MODAFE




‘모다페, 춤의 미래를 말하다 컨템퍼러리 그 너머 산업혁명과 춤추는 모다페’를 주제로 한 이단비 방송작가의 발제에서는 모다페가 더욱 확대된 개념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다뤘다. 발제자는 “앞으로 춤과 기술의 융합, 다른 종과의 화합 등 예술이 산업과 결탁해서 나아갈 것이다”며 결국 “이종(異種) 간의 결합이 춤예술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서 테슬라 전기 자동차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OTT 채널과 게임을 즐길 수 있듯이 전기 자동차 충전 시간 동안 차안에서 공연 영상물을 관람할 수 있다면서 “자동차 기업과 연계해서 공연 영상과 댄스 필름을 탑재하거나 춤 축제와 연동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전 세계 기업의 화두인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와 춤 축제, 예술과의 연계에 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환경(Environment)에서 사회(Social)로 넘어간다면 춤계와 기업과 손잡아서 무언가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제언하는 한편, 각자 다른 지역에서 동일한 시간에 춤을 추는 마텐 스팽베르크의 작품 <그들은, 배경에 있는, 야생의 자연을 생각했다>을 언급했다. “마텐 스팽베르크는 ‘춤은 소유가 아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공공의 것, 평등하다’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춤의 지속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소개한 사례처럼 “단순 이벤트 성격을 넘어서 공연장에 한정 짓지 않고 공연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커뮤니티 댄스를 강화하는 등 예술과 생태계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 밖에 게임 포트나이트 파티로얄에서 선보인 방탄소년단 콘서트, 가상공간 안에서 진행한 순천향대학교 입학식, 가상공간에서 선거 유세를 한 조 바이든 대통령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하며 예술을 향유하고 접근하는 방식 또한 변화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메타 휴먼, 로봇, AI의 등장, 종의 결합 등 이러한 시도가 지속할 거로 전망하며 축제와 공연의 디지털화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4차 산업 혁명 시대에서 축제의 성격이 변화해야 한다”며 “여태까지 모다페는 신진 안무가를 발굴, 좋은 공연을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국경과 장르의 장벽을 넘어섰지만, 이제는 무대의 장벽, 실험의 장벽도 허무는 열린 축제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레에 이어 조진희 모다페 집행위원장이 사회를 맡아 김예림 춤평론가, 김원 무용가, 이경은 리케이댄스 예술감독, 신창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라운드테이블 오픈 토크에 참여해 모다페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021 모다페 포럼 ©Hanfilm,MODAFE




이경은 리케이댄스 예술감독은 “모다페의 정체성은 국제적인 컨템퍼러리 댄스 씬을 소개하는 것이다. 대중에게 춤을 소개하는 장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현대무용가가 행복한 축제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김예림 무용평론가는 “초창기 모다페가 해외 작품을 소개했던 것은 해외가 선진적이라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해외작과 국내작을 구분할 필요 없이 우수한 창작 작품을 보여준다면 된다”며 모다페가 유사한 춤 축제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지향점이 분명해야 함을 주장하는 한편 “공공기금을 받기 위해서 계획서를 치밀하게 짜야 한다. 그러다 보니 부대행사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면서 컨셉 안에 컨셉, 기획 안에 기획이 과도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창호 교수는 “다양한 예술이 필요하다. 대중의 취향을 고려하는 안무가가 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베이식으로 시작해서 고차원으로 상승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서 조진희 사회자는 “AI 시대에 사라지지 않은 직업 열 개중 하나가 무용이다. 오랜 기간 몸을 숙련해야 하는 전문성은 AI로 대체하지 못한다. 우리의 경쟁력은 바로 그것이다”라고 했고, 김원 무용가는 “춤의 전문성을 지속해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며 춤과 사회가 만나는 것도 필요하다. 모다페가 앞서가고 제시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1. 7.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