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천안 흥타령 춤 축제〉 관람기
규모 갖춘 춤 축제로 발돋움한다
이아로미_프리랜서 안무가

2003년 시작해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천안 흥타령 춤 축제(이하 흥타령 축제)는 ‘다함께 흥겨운 춤을!’이라는 주제와 ‘흥으로! 춤으로! 천안으로!’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9월 12일~16일 사이 5일간, 천안 삼거리 공원 및 천안 일대에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흥타령 축제는 화합과 만남을 상징하는 천안 삼거리와 천안 삼거리 흥타령을 배경으로 전 국민이 춤과 음악,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참여형 축제로서 ‘2018 대한민국 축제 컨텐츠 대상’을 수상하는 등 대표적인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2018 흥타령 축제는 개·폐막식을 비롯하여 전국 춤 경연대회와 국제 춤 대회, 코리아 국제 현대무용 콩쿠르, 솔로&듀엣 컴페티션 등의 경연 부문과 함께 프린지 공연, 막춤대첩, 다양한 체험/부대 행사를 통한 참여형 행사와 거리댄스 퍼레이드 등을 기획함으로써 지역 주민과 국내외 전문 무용수들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기자가 축제 현장을 찾은 축제 마지막 날은 마지막까지 축제를 즐기기 위해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로 매우 붐볐다. 축제의 무대인 천안 삼거리 공원은 크게 호두나무 광장, 흥타령 광장, 버드나무 광장의 세 구역으로 나누어져 또 그 안에 5~7개의 크고 작은 무대와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각각의 공간마다 알차게 준비된 각양각색의 공연과 부대 행사들은 크게 비어있는 곳 없이 관객들로 골고루 채워졌다.
 이날은 마지막 날답게 각종 경연대회, 그 중에서도 전국 춤 경연대회(학생부/일반부)의 본선과 결선이 진행되어 축제의 메인 무대 격인 흥타령 광장은 화려한 무대들과 이를 관람하고 호응하는 관객들로 가득 찼다. 전국 춤 경연대회는 지역이나 나이대의 제한 없이 다양한 장르와 분위기의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로 하여금 흥겨운 볼거리를 선사했다. 태권도를 비롯해 난타, 스트리트 댄스 올장르팀, 마샬아츠 트릭킹, 치어리딩, 에어로빅, 댄스스포츠 등을 주장르로 삼는 다채로운 팀들이 전국에서 모여 경합을 벌였고 많은 팀들이 음악이나 의상, 춤 동작의 측면에서 한국적인 색깔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준비한 것이 특징적이었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팀 구성원들의 성격이 팀마다 상이한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는데, 실용무용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구성된 팀부터 대부분이 70년대 생 엄마들로 이루어졌다는 에어로빅 팀, 지역 태권도장이나 체육관의 학생들이 모인 팀 등이 축제를 단일하지 않은 색깔로 꾸며주었다. 이렇듯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팀들로 이루어진 전국 춤 경연대회는 흥타령 축제가 소수 전문인들의 춤 축제가 아닌 전국 규모의 지역 축제라는 특성을 잘 보여준다.
 국제 콩쿠르와 솔로&듀엣 컴페티션이 전문 무용수들을 위한 경연 무대였다면, 전국 춤 경연대회는 생활 예술·생활 체육으로서의 춤이 메인 무대로 올라가는 현장이었다. 춤 이외에도 축제장 곳곳에서 열린 마당극과 풍물놀이 체험, 지역 밴드 공연이나 합창단 공연, DJ 파티, 거리 노래 자랑, 생활 문화 페스티벌 등은 시민들의 삶에 자리하고 있는 생활 예술의 면적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서 제 역할을 했다.

 

 

 이처럼 누구나 관람객으로, 또는 공연진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된 축제의 진행을 보여주듯 천안 삼거리 공원은 흥타령 축제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더불어 지역 업체들의 신청을 받아 선정해 열어놓은 지역 특산물 장터와 먹거리 장터는 눈이 즐거운 볼거리 뿐 아니라 축제의 묘미인 먹는 재미까지 선사해주어 모든 시민을 아우르는 지역 축제로서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16개국의 참가팀을 초청한 국제 춤 대회를 통해 국제 문화 교류와 소개까지 챙길 수 있었으니, 흥타령 축제는 말 그대로 ‘지역 활성화’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이로써 흥타령 축제는 춤 예술을 키워드로 전문 예술인과 생활 예술인, 수행자와 참여자, 국내와 국외, 남녀노소의 벽을 지우는 교류의 장이자 예술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된 성공적인 모델이라 볼 수 있겠다.
 축제 진행적 측면에서 사려 깊게 준비된 편의 사항들도 주목할 만하다. 축제 참여자의 연령, 지역과 국적 등 성격이 다양한 만큼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구간을 3개로 운영했으며 메인 프로그램 진행에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사용하고 대형 전광판의 화면을 통해 수화 설명을 제공했다. 또한 먹거리 장터에서는 선불 또는 현금 요구, 위생 문제 등의 불친절 행위 근절을 위한 신고 체계와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천안시가 1987년부터 진행했던 ‘천안 삼거리 문화제’를 시작으로 오늘의 흥타령 축제가 있기까지 천안 고유의 지역적 특색을 함유하고 다른 축제들과 차별성을 갖는 테마로서 춤 축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을 것이고 그 결과 문화 교류 및 지역 교류의 장으로서 대표적인 지역 축제가 될 수 있었을 테다. 다만, 현재의 흥타령 축제의 양상이 춤 축제로서 ‘춤’이라는 단일 키워드 보다는 음악, 미술, 패션 등을 아우르는 가운데 ‘지역·문화·참여’에 방점이 맞춰져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포커스의 장점도 있을 테지만, 흥 타령 축제가 전국 규모 나아가 국제 규모의 춤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문 춤꾼들을 불러 모으고 이를 통해 춤 축제로서의 전문성을 다지는 방안에 대한 고민 또한 더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축제로 시민들을 춤판, 놀이판에 초대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다음에는 좀 더 많고 다양한 국내외의 전문 춤꾼들을 흥타령 축제로 모이게끔 하고 전문 춤꾼과 생활 춤꾼, 시민들이 한데 모여 어울릴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천안 흥타령 춤 축제를 중심으로 예술과 생활의 만남, 예술인과 비예술인의 만남, 나아가 전문성의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는 춤 커뮤니티의 형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2019년의 천안 흥타령 춤 축제가 기대되는 가을이다.

이아로미
한예종 무용원 이론과 석사과정을 거쳐 어번 댄스 계열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8.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