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꿈을 이루는 잠망경 3. 모므로살롱
현장 피드백으로 아티스트와 함께 합니다
  • 일    시
    2022년 5월 27일 오후 4시
  • 장    소
    모므로살롱(서울 성수동)
  • 참석자
    안겸, 이가영
김인아 〈춤웹진〉 기자

 
 

2020년대에 춤의 흐름에서 유동적인 경향이 더해지고 있다. 춤이 분화되는 양상들이 증대함으로써 나타나는 경향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그런 경향에 노출되는 정도가 높을 것이다. 획일적이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로 나아가며 시행착오를 회피하지 않고 자구책을 찾으려 하는 작업들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잠수함은 바깥을 관측할 때 잠망경을 이용한다. 보이지 않는 잠수함처럼 작업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고심어린 잠망경으로 꿈을 추적한다. - 편집자





모므로살롱 이가영, 안겸 ⓒ춤웹진




김인아: 2020년 5월 모므로살롱이 만들어졌고, 그해 8월에 춤웹진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잠망경’이라는 기획 인터뷰를 연재하면서 1년 반만에 다시 찾아뵙게 되었네요. 마침 모므로살롱 2주년이라 이야기거리가 많을 것 같아요. 뿌리를 내린 지금은 초기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공간을 운영하며 느꼈던 점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여전히 코로나 상황 속에 놓여있지만, 지난 2년간 모므로살롱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이가영: 얼마 전에 2년 임대가 끝나 재계약을 했어요. 코로나와 함께 시작한 모므로살롱이잖아요. 2년간 잘 지냈다,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맞습니다. 코로나 상황에 새로운 공간을 연다는 건, 정말 용기 있는 결단이죠.
이가영: 우리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는데, 코로나가 잠잠해지지 않았고 이 정도로 장기화될 줄 몰랐어요. 그래서 2년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어요.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매달 공연을 열 수 있을지 고민했고,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안겸: 공간 오픈 초창기에 〈춤웹진〉과 인터뷰하면서 이 공간을 만든 목적과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돌이켜보면 2년간 매우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고요. 15명의 아티스트와 공간을 채웠고, 팝업식으로는 더 많은 아티스트를 만났죠. 지난 2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 같아요. 정철인님 공연에 생후 몇 개월 안 된 갓난아기가 엄마와 함께 왔는데, 이제는 그 아기가 걸어서 공연을 보러옵니다. 짧은 시간에 달라지는 것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카페 단골이 공연을 보러 오시는 현상도 재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모므로살롱에서 공연한 정록이님 가정이 돈독한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부모님이 오셔서 공연을 재밌게 보시고 와인 한 병 마시고 가셨어요. 의외로 이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특별한 이미지로 남는 것 같아요.

이가영: 보통 부모님은 인파 속에서 인사만 하고 가시잖아요. 와인 마시면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좋았어요. 이처럼 순간순간 좋은 기억 때문에 버틸 수 있었죠. 그 하루가 감명 깊을 때 힘을 얻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공간을 지속할 수 있고요. 처음 인터뷰했을 땐 코로나 첫해이고 공간을 막 오픈한 시기라서 힘이 넘쳤었는데, 지금은 겉보기엔 밝아도 이 안에서 셋이 치열하게 살고 있어요.




이가영 ⓒ춤웹진




“버텼다”는 표현으로 몇 차례 말씀하신 것이 마음에 박히는 것 같아요. 그새 2년이 흘러 재계약을 했고, 이 공간이 유지된다니 그저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을 텐데요.
안겸: 결국에는 경제적 상황과 맞닿아 있습니다. 팬데믹 현상으로 우리뿐 아니라 근처 상인 모두 힘들었어요. 그럴 때 외부에서 공연하며, 금전적인 것을 채울 때도 있었습니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것 외에 가영님은 본인 작업을 하고 있고 전 무용수로서 활동하고 있죠. 그리고 감사하게도, 외부에서 대관을 많이 해주세요. 플러스알파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큰 파이를 차지하더군요. 이 때문에 겨우겨우 버티면서 힘을 낼 수 있게 되었죠.

이가영: 처음에는 이 공간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모므로살롱에만 있었지만, 갇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 뻗어나가야만 새로운 사람들과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이러한 것들이 결국 모므로살롱과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작년부터 이 공간에만 너무 얽매이지 말고 각자의 활동을 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저와 이보라미님, 안겸님이 시간을 조율해서 각자의 능력치를 늘리며,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여러 일을 하다 보니 과부하인 상태이지만, 그래야만 버리든 채우든 선택할 수 있는 게 생길 것 같아요. 내년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지 모르겠으나, 현재는 모므로살롱에 갇히지 않고 개인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안겸: 그러다 보니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이 유연해진 것 같아요.




안겸 ⓒ춤웹진




개인 활동을 병행한다고 했지만 모므로살롱에서 일어나는 기획과 프로젝트가 줄어들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인스타그램을 종종 확인하는데 여전히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던걸요.
이가영: 네, 일단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어요. 공연을 관람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야만 작업을 의뢰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활동을 늘려 모므로살롱의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있죠. 춤으로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다른 예술 분야까지 포용하고 싶고, 한 공간에서 출발했으나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모므로살롱만의 콘텐츠로 어떤 공간에서든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어요.

안겸
: 그 연장선에서 말씀드리면, 이번에 서울무용센터에서 모므로살롱이 파트너스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 올해 5월부터 매주 첫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에 즉흥공연을 열어요. 5월에는 이윤정 안무가, 6월에는 김호연님의 즉흥공연이 있습니다. 호연님은 모므로살롱에서 워크숍을 했고, 서울국제즉흥춤축제에서 협력·지원해서 어버이날에 한 차례 더 워크숍을 가졌어요. 우리와 같이하고 싶다고 해서 6월 2일 출장 음료를 제조하게 되었죠.

이가영
: 서울무용센터에 ‘모므로살롱 부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호연님한테 모므로살롱이 가진 색깔이 있었나 봅니다. 예술적인 감각과 함께 사람들에게 유쾌하고 친근감 있게 다가간다는 점에서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즉흥 공연을 모므로살롱과 같이하면 어떨까 제안했어요. 모므로살롱이라는 이름으로 음료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풀고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콘텐츠나 브랜드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모므로살롱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고 예술이 친근감 있다는 정서를 공유하는 게 우리의 모토이자 뻗어나가고 싶은 방향성이에요.







지난 인터뷰에서도 일상과 예술의 공존을 지향하며, 이 공간에서 공연뿐 아니라 워크숍이나 다양한 이벤트를 병행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런 기조와 생각이 잘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해주신 프로그램은 관객 입장에서 촉각이 두드러지는 즉흥춤에 모므로살롱의 음료가 더해지면서 미각과 후각까지 자극받을 수 있기에 공감각적인 프로그램이 될 테고 ‘일상과 예술의 경계 없음’으로 해석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모므로살롱이 다방면으로 확장하는 하나의 사례를 만들고 있는 듯합니다.
안겸: 감사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손님들에게 가끔 취미로 만든 비누나 꽃을 선물 받거나 손 편지를 받는 적도 있어요. 전혀 교류가 없던 분들임에도 이 공간을 통해서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서로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합니다. 자녀가 무용해서 함께 와봤다는 분도 계셨고 공연 보러 전북대 학생이 온 적도 있어요. 전라도에서 서울에 오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저 감사한 일이죠. 이런 걸 목격할 때마다 큰 힘이 납니다.

이가영: 많은 무용인들이 “이 공간이 잘 됐으면 좋겠다”, “늦게 와서 미안하다”, “못 가서 미안하다” 등등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사실 이런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감사함을 느낍니다.




정록이 〈부끄러워〉 공연사진 ⓒ모므로살롱



정록이 〈부끄러워〉 공연을 함께 관람했던 강아지 관객 ⓒ모므로살롱



정록이 〈부끄러워〉 공연 후 단체사진 ⓒ모므로살롱




호응이 좋았던 몇 개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면요?
안겸: 수치상으로 봤을 때 ‘아티스트 주간’ 중에서 최근 했던 정록이님 공연이 최다 관객을 동원했는데, 3회 공연에서 회차당 100명 정도 찾아주셨어요.

이가영: 권령은님 공연도 기억에 남아요. 재작년에 령은님께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을 크리스마스 연말에 했으면 좋겠다고 의뢰했어요. 한국에서 한 번밖에 하지 않은 솔로작이었고, 공간 오픈했을 때부터 연말 공연으로 염두에 두었는데 코로나가 심해져서 공연을 못하게 됐죠. 지난해 다시 계획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고 말았어요. 올해는 모므로살롱 시즌 첫 프로그램으로 예정했는데 령은님이 코로나에 확진되어서 또다시 취소되었죠. 정말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공연을 올렸어요. 고생 많았던 이 공연은 매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요.(웃음)

안겸: 공연 끝나고 “몇 년간 고생했다. 와인 먹자”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령은님 공연을 올리기까지 넘어야 할 벽이 많았습니다. 물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고생했죠. 령은님의 표현 방식도 재밌었어요.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작품은 아니었지만, 령은님이 현재 고민하는 것에 대한 짧은 퍼포먼스와 함께 그 과정에 관한 것을 PPT로 만들어서 과정 공유회를 가졌어요. 현재 가진 고민으로 시작해서 이 고민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다뤘는데, 다행히 서울무용센터 사업에 선정돼 고민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이가영: 우리가 처음 공연 형식에 대해 들었을 때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 주셨어요. 퍼포먼스 일부를 보여드린 후 발표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다음 단계를 기대하시더군요. 어떻게 작업을 진행했고, 현재 어디까지 작업했는지, 또 어떻게 발전시키고자 하는지를 보여드리다 보니 다음 작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살롱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극장이 아니기에 완벽한 공연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고민하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일련의 리서치 과정 중에 살롱이 함께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작업을 멈추거나 또 다른 작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창작의 이런 지점을 마주했을 때 참 재밌는 것 같아요.




권령은 〈엄마 입〉 공연사진 ⓒ모므로살롱



권령은 〈엄마 입〉 과정공유회 ⓒ모므로살롱




우리 춤계에서 아티스트 주간을 갖고, 한 명의 창작자를 오롯이 집중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이곳에서 자신의 작업을 확장하고 다양한 모습을 끄집어내는 것 같은데, 아티스트들이 이 공간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나아가는지 궁금해집니다.
안겸: 박선화님이 여기서 주간을 갖고 공연했는데, 그때 발견한 소스를 확장해서 신작을 만든 예시도 있어요. 그리고 호연님은 모므로살롱에서 했던 〈창조자〉를 무대 공연으로 올리고자 계속 리서치하고 있고, 령은님 역시 서울무용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작업을 이어갈 기회가 생겼죠. 이러한 사례가 눈으로 드러나는 게 신기하고 좋아요. 아티스트들에게 장난 반 농단 반으로 “시작은 항상 모므로살롱이었다”라고 말해요.(웃음)

이가영: 우리는 아티스트를 전혀 터치하지 않아요. 이 공간을 채우는 건 전적으로 아티스트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한다던지, 아티스트 맞춤형으로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등 모므로살롱의 역할도 큰 것 같은데요.
안겸: 네.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걸 극대화할 콘텐츠가 무엇일지 이야기하면서 찾아요.

이가영: 카페 바에 앉아서 아티스트와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합니다. 아티스트는 “걱정된다. 여기 와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것 같다”라고 하세요. 이 공간이 익숙해지기 위해 많이 들리시죠.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편입니다. 자연스럽게 함께 구상하는 것이지 작정하고 만들려고 하진 않아요.

안겸: 예들 들면 록이님이 와인 중 ‘피노 누아’라는 품종을 좋아한다더군요. 우리가 와인을 판매하고 있으니, 록이님 주간에 그 품종을 셀렉해서 ‘록이 누아’라는 이름으로 하우스 와인이 나가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물리적인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런 식으로 아티스트가 평소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듣고 아이템을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이가영: 공연 일정을 정하다가 록이님 생일을 알게 되었고, 아티스트를 위한 생일 파티를 열고자 비공개 형식으로 파티를 열었어요. 처음에는 신청 받아서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려 했는데, ‘꼭 사람과 만나야 하나?’라는 생각에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프라이빗한 파티를 했어요.

안겸: 조건이 있었죠. 록이님이 화려한 색감의 옷을 좋아해서 최소 5가지 색이 있는 옷을 착장해야 했어요. 다들 화려하게 입고 왔는데, 그래도 조건에 충족하지 못할 땐 록이님이 별도로 자신이 준비할 옷을 입혔어요. 사소한 것 같지만 재밌었죠.

작정하지 않았기에 각 잡히지 않은 자연스런 프로그램이 벌어지고, 때문에 모므로살롱이 편하고 문턱이 낮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연령, 직종 등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게 아닐까요?
안겸: 령은님의 말이 인상 깊었는데, 항상 무대 공연이 끝나면 작품에 대해 평가받는 기분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여기서 과정 공유회를 가진 후 사람들이 “제 상황과 비슷해서 좋았어요”라며, 평가가 아닌 본인의 삶에 반추해서 이야기를 건네서 신기했고 이런 경험을 처음 해봤다더군요. 또 “이 공간이 가진 힘 때문인 것 같다”고 좋아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감동이었죠. 그리고 매주 일요일 낮, 매번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음료를 시키는 단골손님이 있어요. 그분이 최근에 몇 번 공연을 보러 오셨어요. 한날은 공연이 끝나고 한참을 혼자 계시다가 나가려고 해서 “이제 가세요?”라고 물어보니 “노래 부르고 싶은 밤이에요. 빨리 노래 부르고 싶어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피드백을 처음 들었는데, 시적이면서도 날 것 그대로의 순수한 감정표현이 크게 와닿았어요. 어떤 노래를 부르셨는지,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하고 너무 인상 깊었죠. 그날 아티스트도 감동받았고요. 이런 새로운 자극들이 재밌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 주간 외에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가영: 작년에 모므로살롱에서 바리나모 공연에 참여한 잠비나이의 심은용님과 인연이 닿아서 6월 초에 음악즉흥페스티벌을 함께 열게 되었어요. ‘우리 지금 만나’라는 제목으로 3가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인데요. 즉흥이라는 개념 아래에 즉흥적으로 사람들과 만나서 발생하는 무언가를 주제로 담았어요. 즉흥 음악뿐 아니라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맞는 행위에 대한 프로그램과 바자회가 있어요. 바자회 역시 이 공간에 사람들이 무작위로 들어오는 현상에 주목했던 것 같아요.

안겸: 바자회는 ‘당장시장’이라고 해서 셀러들이 함께합니다. 그들의 특징은 예술가라는 것이죠. 예술가들이 본인의 부업이나 취향을 공유하는 것이에요. 제과에 관심 있는 예술가가 빵을 만들어서 판매하거나, 의류 쪽에서 일하는 예술가가 트레이닝복을 팔기도 해요.

이가영: 예술 활동을 하지만 취미든 부업이든, 예술 외에 무언가를 하는 사람들을 선정했고, 수익금 일부는 기부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가을운동회’라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에요. 성수동은 한남동보다는 언더, 을지로보다는 업의 느낌을 갖는 애매한 동네로 인식돼요. 그런데 은근히 예술가의 작업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고, 예술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때문에 음악, 무용뿐 아니라 건축, 음식, 전시 등 문화예술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과 함께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올가을에 공간들이 연합해서 ‘가을운동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각자의 공간에서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프로그램이 이루어질 거예요. 사람들은 우리가 만든 지도를 보고, 공간을 유랑하며 즐기는 거죠. 한 달에 한 번 씩 서로의 공간을 방문해서 회의하고 있어요. 인프라도 넓히고, 단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안겸: 책방도 있고, 자기 정체성이 명확한 공간들이 많아요.

성수동 일대 문화예술 공간을 탐색하는 기회가 되겠군요. 매년 미술주간에 갤러리 곳곳을 돌아다니면 탄탄한 인프라와 컨텐츠가 상당히 부러워지곤 합니다. 춤계에서 시도될 순 없을까 생각했는데 모므로살롱에서 문을 열어주는군요. 물리적 공간이 갖는 힘을 새삼 느낍니다.
이가영: ‘가을운동회’ 때에는 무용 공연 대신 무용 의상 디자이너가 참여해서 색다른 컨텐츠를 보여드릴 거예요. 우리는 무용수, 안무가에게만 집중하곤 하는데, 사실 공연은 무대도 있고 조명, 의상, 음악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잖아요. 안겸님이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에서 공연 활동하면서 알게 된 호진님과 컨택해서 지금까지의 무용공연과는 다른 걸 시도하려고요. 제작했던 무용의상도 전시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의상이 만들어지고 어떻게 무대에 올라가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에요. 무용공연은 많이 했으니까 다른 것을 제안해보는 거죠.

안겸: 의상을 제작하고 남은 원단이 있는데, 결국엔 가치가 없으니 버려지잖아요. 이것으로 재밌는 걸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몇몇 아티스트는 감사하게도 실질적으로 무대에 올라갔던 의상을 전시할 수 있도록 빌려주었어요. 그렇게 전시하고, 영상도 상영하고, 사람들을 모집해서 간단한 무언가를 만들기도 하고요. 가을운동회 주간에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의상을 착장하고 서빙할 수도 있겠죠.

이가영: 꼭 춤을 추어야만 퍼포먼스는 아니잖아요. 디자이너 의상을 입고 이 공간에 서 있다는 것 자체가 퍼포먼스죠. 가볍고 흥미롭게 가보려고 해요.

모므로살롱이 물리적 공간을 뛰어넘어 점차 다른 분야와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목표와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안겸: 사실 무용이라는 장르는 너무 어렵고 추상적이어서 가까워지기엔 너무 먼 느낌이 있잖아요. 모므로살롱은 무용을 넘어서서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 누구한테나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스며들면 좋겠는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확장에 대한 면을 올해 많이 느끼고 있어요. 작년까지 무용하는 아티스트의 퍼포먼스에 초점이 두어 주간을 채웠다면, 이제는 구현되는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거든요. 아까 말씀드린 ‘가을운동회’를 비롯해 하반기에 생각하고 있는 재미난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그 형식을 상상해볼 때 모므로살롱이 확장되고 있음을 느껴요. 우리 목표는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것들이 모므로살롱이라는 브랜드가 되어서 지속, 확장하는 것이에요.




ⓒ춤웹진




끝으로 〈춤웹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가영: 모므로살롱은 친한 사람만 갈 수 있다, 멤버십 운영이라고 오해받곤 해요. 주변에서 그냥 가도 되냐는 물음이 많다고 하네요. 지인이 초대해야 갈 수 있는 것처럼요. 무용인들뿐 아니라 일반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여기는 동네 카페입니다.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이에요.

안겸: 예약하고 가야 하냐는 문의를 받았을 때,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더 쉽게 다가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수동 뒷골목에는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메가 브랜드가 입점할 수 없습니다. 성동구의 지역정책인데요, 그래서인지 구석구석 찾아보면 재밌는 공간이 정말 많지요. 성수동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나날이 변화하고 있어요.

이가영: 서울숲 레미콘 이전이 확정되었고, 그곳이 문화공간으로 바뀐다고 합니다. 앞으로 문화예술과 밀접한 지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요. 많은 분들이 관심 갖고 지켜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곳 성수동에서 춤과 예술의 공간으로 오랫동안 자리해주세요. 앞으로도 유랑하듯 관람하고 즐기러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긴 시간 인터뷰 감사합니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2022. 6.
사진제공_모므로살롱, 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