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흐름

케이팝 댄스 르네상스에 들다 1
한류, 운동감각 그리고 사회적 공감의 실천 현장 케이팝 댄스
마이클 허트

1930년대에 프레드 아스테어와 진저 로저스는 자신들의 한창 전성기에 대중들의 관심 면에서나 일상 문화 생산에서 대중춤이 중심에 서도록 한 바 있다. 그 이래 어느 때보다 바로 지금 춤은 대중예술의 한 형태로서 한창 르네상스를 타는 중이다. 확실히 케이팝은 잘 제작된 (그리고 안무된) 비디오를 관람할 때 전율이 들도록 하는 운동감각적 공감(kinesthetic empathy)을 활용함으로써 그 같은 기운이 폭발하는 지점에 상당히 다가서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사람들이 케이팝 뮤직비디오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그저그런 식으로 표출되는 차원이 아니다. 춤으로 발동하는 충동에 떠밀려 케이팝 커버댄스 그룹들은 젊은층들이 커버댄스의 특정 동작들을 모방하도록 그리고 그들 자신의 춤을 실제로 안무해보도록 유인하면서 지구 전역에서 출몰하는 중이다.




인기 있는 ‘리얼 케이팝 댄스’에 몰려든 외국인들(서울 신촌)




케이팝 커버댄스 그룹들이 자신들의 수단을 스스로 구성해내고 있다는 증거도 있다. 한국학을 연구하는 나의 대학 동료들은 전지구상에 퍼져 있는데, 그들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선 켄터키주, 조지아주, 오하이오주 같은 곳에서 케이팝 커버댄스 팀과 클럽이 결성되고 있다 한다. 주로 아프리카계 미국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해서 편중된 감이 있다. 케이팝 커버댄스 그룹이 유서 깊은 미국 흑인 대학(HBCU)에서 과도하게 유행을 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훨씬 떨어진 사례를 들어보자면, 현재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를 모으는 한국 대중문화 가운데 하나는 케이팝 커버댄스에서 찾아진다. 케이팝 커버댄스는 베트남 젊은층에서 엄청 인기가 높으며, 주말에 웬만한 대도시에서 광장을 걷다 보면 쉽게 목격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연구자들과 사상가들이 인간으로 하여금 춤추도록 하는 동력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온 것처럼 원더걸스의 〈텔미〉(2007년)와 태민의 〈무브〉(2017년)처럼 삽시간의 춤열풍을 불러일으킨 원인이 무엇인지 계속 물어지고 있다. 간략히 말해, 지금 우리는 새로운 부류의 사교춤을 목도하고 있다. 살사나 탱고 식의 사교성(사귐)을 축으로 직접 실행·수행되는 것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이해되는 그런 사교춤이 아니다. 수동적으로 소비된 연후에라도 관람자 스스로 다시 펼쳐보는 것을 염두에 두어서 촬영되고 무대에서 펼쳐지는 그런 새로운 부류의 사교춤인 것이다.




케이팝 댄스는 춤과 무관한 이벤트에서도 거의 빠질 수 없게 되었고, ‘한국적인 것’으로 표시되는 어디에서나 축하하고 칭찬하는 관행으로서 표준이 되었다. 서울 패션 위크의 런웨이 쇼에서 일부를 차지한 케이팝 댄스.




간단히 말해, 우리는 지금 케이팝의 새로운 뮤직 비디오를 스크린이나 무대 뒤의 수동적 관람자로서 목격하고 있다. 이즈음의 공연과 소비를 둘러싸고 수전 리 포스터(Susan Leigh Foster)의 ‘운동감각적 공감’ 개념이 작동한다. 포스터는 존 마틴(미국의 무용평론가로서 모던댄스 성장과 확산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음-역자)의 운동감각적 공감을 이렇게 소개한다.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대에서 보는 무용수들과 동일한 운동감각적 경험에 동참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마틴은 춤이 소통한다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다. 즉, 움직이는 몸을 볼 때 우리는 인간 누구나 그리하여 우리들 자신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운동감각적 공감을 통해서 본다. 운동감각적 공감을 통해서 우리는 그 움직임을 대리하는 것을 우리 자신의 현재의 근육 경험 속에 능동적으로 재생해내는 것이고, 또한 우리들 자신이 애당초의 움직임을 지어낸 것이라면 그러한 연상적 내포 활동을 우리 자신들의 것인 것처럼 일깨우는 것이다.”

인지과학자들은 논란이 많은 ‘거울 신경 세포’, 즉 운동감각적 공감의 과정을 인간의 기본 본능으로 조종하는 거울 신경 세포의 존재를 입증하는 중이다. 출연자 태민의 명(命)에 따라 ‘무브할 것’을 촉구하는 원동력은 (하등영장류에 대해 실행된 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의 실험에서 시사되는 대로) 동작과 행동을 모방하는 인간의 타고난 성향이다. 극장이나 댄스홀에 착석한 사회적 상황에서 보이는 것처럼 무브하지 못하는 무능력은 움직이고 싶은 욕구와 움직일 수 있는 능력 사이의 긴장감과 연결된다. 이런 상태의 거의 틀림없는 사례로서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 네오가 느린 발레 같은 모션으로 총탄을 피하는 장면이나 잘 안무된 쿵푸 영화에서 관객들이 겪는 전율이 들어진다.

요약. 한국 뮤직비디오가 채택하는 대중춤의 주요 부분인 운동감각적 공감이라는 감각은 한국 뮤직비디오가 대중에게 어필하는 부분에서 핵심적이고 의도적으로 구성된 부분이기도 하다. 인기를 얻는 춤은 운동감각적 공감이 충만한 만큼 대중성을 띤 춤으로서 익히기도 쉽다. 전지구적으로 가장 히트한 케이팝의 곡과 그룹이 원더걸스로부터 PSY, BTS까지 특정한 춤 그리고 댄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놀랍지 않은가? 케이팝의 춤 자체가 그냥 얼빠진 듯 바라보는 그런 재미 같은 것이 아니라 소통의 수단과 방편이 되고 있다는 점도 놀랍지 않은가? 이는 서로서로를 가깝게 연결함으로써 세계를 적극적으로 바꿀 만한 사회적 공감대 형식으로서 전지구적으로 소통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 아닐까?

* 케이팝 커버댄스: 외국인들이 한국 가요에 심취해 노래와 춤, 가수들의 스타일 등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옮긴이 주)

번역: 김채현




마이클 허트(Michael Hurt)
서울에서 거주하는 사회인류학 연구가.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6년에 한국의 거리 패션을 다루는 블로그를 개설한 후 한국의 패션에 관한 영문 서적을 발간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의 대중 문화 및 거리춤 등을 폭넓게 주목해왔고, 한예종과 경북과학기술원에서 강의한다.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2020. 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