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댄스시어터 샤하르 지우영
춤과 예술 위주의 교육이 살려내는 경계선 사람들
  • 일    시
    2023년 7월 25일(화) 오후 4시
  • 장    소
    아카데미아인 (서울 동교동)
대 담 │ 김채현_〈춤웹진〉 편집장   



ⓒ춤웹진



김채현: 댄스시어터 샤하르가 지난 주에 20주년 기념 공연작으로 〈레미제라블〉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올렸었지요. 규모가 큰 창작 발레로서 재공연작인데, 보신 분들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있은 줄로 압니다. 이와 아울러 댄스시어터 샤하르는 경계선 지능 청소년들을 위해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은 지능지수 기준 70~84 범위의 지능을 가리키지요. 이 기준 내의 청소년들이 일반 학교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짐작됩니다. 무용인들이 치유 활동의 일환으로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활동하는 빈도가 점차 늘어나는 오늘의 추세 속에서 댄스시어터 샤하르가 운영하는 학교의 실태를 널리 공유하고 이 분야의 활동을 진작하는 취지에서 오늘 인터뷰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운영하는 학교들이 설립되게 된 경위부터 먼저 듣고 소개해주시지요. 두 학교 모두 서울시교육청 지정 대안예술학교이고, 지우영님은 사) DTS 행복들고나 이사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 DTS 행복들고나는 언제 설립이 됐어요?
지우영: 2013년에 설립, 올해가 10주년이에요.

2013년에 행복들고나 사단법인체를 설립했고 대안학교 예룸예술학교는 2015년에, 예하예술학교는 2017년에 설립된 줄로 압니다. 예룸예술학교는 서울 노원구 수락산 자락에있고, 예하 예술학교는 서울 도봉구에 있지요? 예룸예술학교와 예하예술학교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요?
학교 교육 시스템은 모두 같습니다. 담임교사, 직원이 다르고 강사들은 양쪽 학교를 다 공유하면서 수업하고 있어요.

예룸예술학교과 예하예술학교에는 초, 중, 고 과정이 다 있나요?
네. 처음부터 초, 중, 고 과정을 갖춘 게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초등학교 순으로 만들어졌어요. 시스템은 같은데 각각 구 단위 지자체에서 운영하면서 저희 법인에 교육을 위탁한 거죠. 예룸학교는 설립하면서 노원구청이 함께 결합한 케이스이고, 예하학교는 반대로 도봉구청에서 먼저 학교를 만들려고 우리한테 한 6개월 정도 카운슬링을 받다가 어느 날 저처럼 ‘급여 없이 무료 봉사할 사람으로서 아는 사람 없느냐’라며 ‘와서 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정식 공고가 나가고, 저희가 가서 리모델링을 해주고, 운영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먼저 하고 싶어 했던 케이스죠.

예룸예술학교는 처음에 지 선생님이 사비를 들여서 설립한 거로 압니다.
사비도 들었지만, 기본은 노원구 주민참여예산으로 했어요. 평소 제 아이 때문에 경계선 분야 교육에 관심이 있던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주민참여예산을 알게 됐고요. 서울시 측에서 5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서 주민들의 자유로운 아이디어로 사업을 널리 공모하는 기회가 있었지요. 전 예술인이기 때문에 학교를 할 계획은 전혀 없었어요. 이쪽 경계선 분야 교육은 사회복지사나 임상심리, 의학 쪽 전문인들이 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더군요. 아마도 수익이 나는 일이 아니었던 때문일 겁니다. 고민 끝에 응모하여 1차 3분 ppt 발표 등 세 차례 발표를 거쳤습니다. 그러자 노원구청 여성가족과에서 전망이 있을 듯하니까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제 입장에서도 이름이 같이 기재되는 것만으로도 유익해 보이기에 같이 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학교 설립 비용으로 2억원 정도 예상했는데 노원구청 쪽에서 1억2천만원으로 조정하더군요.

그게 언제죠?
10년 전이죠. 그리고 어느 청소년학교가 4억원의 제안서를 제시했다고 들었는데, 지자체 입장에서는 주민참여예산을 많이 다수가 확보할수록 좋을 텐데, 아무튼 그 청소년학교가 탈락되면서 저희 경계선 학교가 30여 심사위원한테서 집중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돈 갖고 학교를 만들 수 있냐’고 묻더군요. 저희가 선택한 게 아니라 구청에서 조절한 액수였었죠. 3차까지 통과했는데 그때 문제로서 어느 구의원이 왠지 부정적인 의사를 표시한다는 소문을 듣는 등 애로가 없지 않았지요. 그분이 구청에다가 무슨 근거에선지 ‘경계선 학교 예룸학교 만들어봤자 애들 한두 명 들어오고 말 걸 뭐 하러 도와주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1억5천만원 안에서 보증금까지 다 해결했어요. 형편에 맞춰 공간을 구하려다 보니 지저분한 곳을 얻어야 하던 상황을 벗어나 55평 공간을 구하는 데 보증금 1억이 들어갔고 나머지 자금으로 공간을 싹 다 리모델링했어요. 그래서 0원으로 시작한 거죠.

그럼 그 나머지 비용은 사비로 조달한 것입니까?
주민 참여 예산으로 받은 건데 그걸로는 모자라잖아요. 지자체에서 도와주는 게 맞긴 하겠지만, 아무튼 부족분은 제가 전세로 있던 걸 월세로 돌려서 보증금으로 충당한 거죠. 그런데 더 중요한 거는 2년간 매월 월세를 250만원씩 내는 일이었지요. 제 사비로 조달했고, 이렇게라도 해서 나은 환경을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랬더니 사비를 들여서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면 구청에 피해가 갈까 봐서인지 각서를 요구하더라고요. 모든 문제 발생시 책임을 다 지겠다는 각서도 작성했어요. 결국 학교를 개교했는데, 처음 정원이 20명인 데 비하여 입학 대기자가 백명 넘게 생겨났습니다.

개교 연도가 몇 년도이죠? 당시 학교 열 때 구청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요?
2015년이요. 구청에서는 담임교사 2명의 급여를 도움줬어요.

2015년 시작을 할 적에 구청으로부터 담임교사 2인의 급여를 지원받았다는데, 몇 년간 사비를 들였는가요?
저희 학교는 지금도 학부모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아요. 처음 2년간 월세를 제가 부담했고, 지금은 법인 운영금 등등을 모두 사비로 충당합니다.

교사가 몇 명이었습니까?
반 하나에 재학생 20명 기준으로 교사가 1명 아니면 2명까지만 할 수 있었고, 20명이었으니까 2명이었죠. 교육청에서는 위탁형 대안학교에 강사비, 아이들의 교재나 행사비는 지원을 해주었어요. 교장, 교감은 무보수로 그냥 봉사합니다.

학교 처음 열 적에 학생 수가 몇 명이었어요? 지금은 몇 명입니까?
규정에 따라 20명이었어요. 지금은 두 학교의 초, 중, 고생 다 합쳐서 110명 선입니다. 더 이상 받지 못해서 대기자들이 있어요.

교사는 몇 명이지요?
3반에 2명씩이니까 담임교사 6명으로 양쪽 학교로 12명이요. 강사까지 포함하면 한 40명 됩니다.

처음 열 적에는 교사 2명에 교장, 교감이 있던 거죠? 지금 20명에서 60명으로 쭉 늘어난 거네요.
담임교사 급여로서 노원에 6명, 도봉에 6명으로 각 구청에서 인건비 지원을 받아요. 도봉 같은 경우는 애초부터 지자체에서 먼저 하려고 했기 때문에 지자체에 있는 건물을 쓰게 해줬어요. 그리고 노원의 경우 처음 2년은 제가 월세 부담을 하고 2년 지나고 나서는 자체 건물로 들어가도록 여건을 만들어줬어요. 그러고 나서 그 보증금 1억원은 구청이 회수해 갔습니다. 서울시로부터 저희가 선정되어 확보한 자금이었는데, 구청에서 건물을 마련해줬다는 이유로 회수해가는 과정이 있었죠. 회계 규정에 좀 어두운 저로서는 납득이 잘 가지 않더군요.

12명의 인건비는 어쨌든 지자체에서 부담을 주는 것이고 나머지 인건비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강사비는 교육청에서 지급되는데, 교육청 기준 2시간 8만 원입니다.

시간 강사 개념으로서, 강사 인건비나 교사 인건비는 부담을 지지 않네요.
네. 그런데 예를 들어 학교에서 애들이 어쩌다가 문을 망가뜨리면 제가 사비로 조치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기료라든지 말하자면 운영비는 어떻게?
전기료를 조금 지원받는데, 법인 시설 전체를 운영하는 데 따른 전체 운영비에 대한 보조나 지원은 따로 없어요.

그러면 나머지는 사비로 충당하나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죠.

학부모도 있는데 교장 선생님이 전부 다 부담해요?
작년까지 학부모들한테는 등록금이나 수업료 명목으로 일체 안 받았어요. 서울에 38개 위탁형 대안학교가 있는데, 우리 학교처럼 20명의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는 줄로 알아요. 많아야 한 10명이라 듣고 있죠. 거기서들도 15~20명을 확보하기 위해 되게 노력하는데 결국은 15명 정원으로 줄였다고 하고, 우리만 예외인 것 같습니다. 경계선 애들이 아주 많다는 것입니다. 대개 그런 학교들은 복지관 같은 곳에서 만들어 운영합니다. 같은 유형의 학교 교장 가운데 급여를 안 받는 사람은 아마 저 하나뿐일 겁니다. 다들 거기서 위탁받고 임용돼서 일을 하니까요. 어쨌든 학교에서 인원이 넘어가면 안 되기 때문에 저희만 대기자가 많아서 항상 예외 케이스가 되고 있긴 해요.

초중고 과정 각 20명이 기준인데 두 학교 합쳐서 110명 선이라는 말이죠? 학부모로부터 등록금이나 수업료를 안 받는다는 것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점이에요.
학부모한테 일체 금전을 안 받은 이유가 있어요. 입학 경쟁률이 치열하다 보니까 간혹 학부모들이 후원금을 내려고 했는데, 다른 학교는 애들이 없으니까 들어오기를 바라지만 저희는 애들을 떨어뜨려야 하는 입장이니까 금전을 조금이라도 받으면 혹시 형평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최근 들어 대안학교들이 굉장히 어려운 곳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니까 과거에는 학교 비품, 컴퓨터 같은 것은 교육청 지원금에서 아이들한테 지원하는 거로 허가받고 쓸 수가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바뀌어서 모든 비품을 제가 다 사야 하는 거예요. 학생들이 10명이면 모르는데 백 명 넘게 컴퓨터를 산다고 하면 막대한 금액이거든요. 그리고 문제가 있으면 법인에서 다 물어내야 합니다. 법인 대표가 저인데 직원은 한 명밖에 없어요.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학부모들로부터 CMS로 형평성 있게 5만원씩을 받아 법인 운영금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아직도 애로점은 커 보입니다.
사실 사) DTS 행복들고나는 댄스시어터 샤하르에서 파생된 법인입니다. 제가 무용단을 하지 않고, 이 법인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사회복지사나 이런 측에서는 저를 두고 ‘무용예술인이니까 모르고 저렇게 일을 벌이는 거다’라며 ‘저게 얼마나 위험하고 힘든 일인데’라는 반응이 없지 않고요. 그렇지만 10년간 무난히 해오고 있죠. 예술 쪽에서도 오해가 없지 않았어요. 제가 마치 돈이 많고 배경이 있어서 학교를 운영하는 걸로 오해하시더라고요. 아무튼 양쪽을 하다 보니까 법인을 도와달라고 후원을 받거나 이런 걸 제대로 못했는데 대신 그걸로 인해서 유익했던 건 그 때문에 대통령 표창도 받았어요. 그때 6개월 뒷조사를 하더라고요. 통장 조사까지 다 했거든요. 행안부에서도 ‘사업을 이렇게 잘했는데 이 법인은 돈이 하나도 없고 왜 이렇게 빛만 있고 하냐’라며 오히려 걱정하고 가셨어요.

그 외 다른 사회 기관이나 기업 쪽 후원이 있습니까?
제가 예술 활동을 하다 보니까 그런 곳을 찾아다니며 해볼 엄두가 잘 나지 않았어요. 그러다 대기업 재단들의 공모 사업에는 더러 선정됐었어요. 아산나눔재단 같은 경우는 3년 전, 파트너십이라고 전국에 200 남짓 단체 가운데 4팀을 뽑았는데, 저희가 선정됐거든요. 그래서 2억씩 3년 지원받았어요. 그걸로 아이들 방과 후 지원을 한다든지 교재를 만들었어요. 그다음에 경계선 지능인지 아닌지 검사지를 만드는 비용으로 심리 상담소에 의뢰해야 하니까 오천만 원이 소요되었어요. 또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지원받아 ‘아트팜’을 만들었어요. 경계선 아이들이 학교 졸업하면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까 그 방편으로 예술적 기질과 농업을 연관시키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지우영 ⓒ춤웹진



학교 설립과 운영의 전반적 사정에 대해 대충 알게 되었습니다. 자 이제는 학교의 교육 실태를 듣고 싶습니다. 학생들은 아침에 몇 시까지 등교합니까? 주 5일 수업이죠? 야간 자율 학습은 있는가요?
네. 일반 학교랑 똑같아요. 8시 20분 등교해서 9시부터 수업하고 하교는 4시에 해요. 초등부만 3시고요. 야간 자율학습은 전혀 없어요. 방과 후로 가야금, 바이올린을 가르친다든지 이런 방과 후 수업을 제공을 해주죠.

예룸, 예하, 두 학교가 교과 과정은 똑같은가요?
거의 비슷해요. 초, 중, 고등학교 통합 수업이죠. 각 인원수는 초등학교 15명, 중학교 20명, 고등학교 20명 정해져 있어요. 예룸예술학교도 55명으로 줄었어요.

두 학교 모두 일반 학교 과정이니까 일반 교과를 가르치는 학교일 것입니다. 경계선 지능 아동 청소년이 다니는 일반 학교인데, 왜 학교 이름이 예술학교인가요?
주로 순수예술을 가르치거든요. 학교를 처음 만든 취지 자체가 순수예술을 대안 교과로 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 순수수술은 뭐냐면 무용, 음악, 미술, 연극이죠. 대안 교과에서 순수예술을 절대 우선시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일반 교과도 가르치고 순수예술 대안 교과도 가르치는 거네요. 순수예술 대안 교과와 일반 교과의 비율이 어떻게 돼요?
대안교과가 훨씬 많죠. 일반 교과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다섯 개이고, 그대로 내신에 반영됩니다. 나머지는 전부 다 대안교과예요.

학생들이 일주일에 배우는 전체 어떤 수업 시수에서 순수예술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되는지?
국어 같은 경우는 일주일에 2시간 많으면 한 3시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수학, 영어도 일주일에 한 번 2시간 정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순수예술이죠.

거의 매일 순수예술을 교육받고 실습하는 거네요.
네, 매일 거의 4시간씩 하는 거죠. 그래서 처음에는 경계선 학부모들이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왜 예술만 하냐?’는 거죠. 애들이 나중에 먹고 살려면 요리도 가르치고 자동차 정비, 바리스타 같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것지요. 우리 애들 꿈 뭐냐고 얘기하면 거의 모두 바리스타 얘기를 하거든요. 경계선 아이들은 학창 시절 때 특히 중학교 때 사회성 떨어지는 걸로 인해서 왕따나 어떤 사건을 겪으면 그 트라우마가 보통 아이들보다 훨씬 큽니다. 그런데 예술을 함께하는 수업을 거치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이렇게 훈련된 아이들이 사회로 나가는 거죠.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왕따 당한 일 없이 대학 생활도 잘하고 있어요. 기술은 언제든 배울 수 있는 거니까 같이 모여서 예술 수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때밖에 없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이야기하지요. 나중에 재학생 아이들이 바뀌는 걸 보면서 인정하게 되더군요.

듣고 보니, 일반 학교 졸업 자격을 학생들이 취득하고 배운 교과에서는 순수예술의 비중이 높습니다. 순수예술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순수예술을 배우는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이 서로 어울림이랄까, 그다음에 자존감을 함양한다고 하는데, 또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자존감이 높아지는 이유가 이 예술 수업이 저희가 통섭 예술을 하거든요. 무용, 음악, 미술, 연극, 딱 나뉘는 게 아니라 무용과 연극이 융합되고 전체적인 통섭 수업을 지향해요. 예술은 표현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경계선 아이들이 위축돼 있고 원래의 학교에서는 못하던 것을 이 학교에서는 표현하는 습관이 되니까 자존감이 높아지는 효과가 커지죠. 그리고 사회성도 당연히 좋아집니다.

학생들에게 예술 방면의 교과를 일률적으로 제공합니까? 아니면 학생 희망에 따라서 선택하나요?
아이들이 선택하지 않고 저희가 프로그램을 정해요. 예를 들어서 요즘 아이들은 방송춤 배우고 싶다고 하잖아요. 우리 학교는 아직도 핸드폰을 수업 중에 안 씁니다. 핸드폰의 나쁜 영향을 일반 아이들보다 더 많이 받는다고 판단하거든요. 경계선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학습이 느린 편이잖아요. 그런데 5살짜리 아이한테 만약에 성인 영상물을 보여준다고 하면 그 어떤 충격을 받겠어요. 그런 거랑 유사한 부분이죠. 그리고 게임 같은 것에 한 번 빠져들면 굉장히 나쁜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방송춤 하고 싶다고 해도 그 수업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만 방송춤을 배우고 싶어 하면, 유일하게 순수예술보다 조금 아웃사이드에 있는 뮤지컬 수업을 만들어 줍니다. 발레를 전공했던 뮤지컬 무용수가 와서 음악에 맞춰서 하는 거죠.

교과로 제공되는 순수예술 분야는 무용, 음악, 미술, 연극, 그리고 인접 문화로 구성될 텐데요. 무용에선 뭘 가르치나요?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입니다. 동작보다는 창의적인 걸 가리키죠. 아이들 자세가 다 안 좋거든요. 발레는 자세를 교정하면서 자세로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국무용의 경우 부채춤이나 한량무 등 그룹으로 발표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요. 그리고 현대무용은 한 교사가 거의 십 년째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창작 작품, 창의적 표현에다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무용 교사는 몇 사람입니까?
무용 교사는 3명이에요. 담임 선생님들 중에선 무용 전공하는 선생님들도 2명이고요.

학생들이 무용을 비용을 배울 적에는 기본 연습복은 자기도 부담하나요?
아니요. 신발부터 다 전부 우리가 다 해줘요. 타이즈 입고 이런 거는 전공이 아니다 보니까 그냥 편안한 옷을 입고 신발이나 발레 바라든지 이런 거 저희가 다 구매하죠.

학교에서 순수예술 교과를 그만한 비중으로 해도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운영할 수 있는 겁니까?
네. 대안 교과는 저희가 정할 수 있어요. 그리고 대안 교과 이름표들이 있어요. 거기서 고르면 되는데 발레만 해도 한 20가지는 돼요. 기초발레, 발레1, 발제2, 전공발레 이런 식으로 이름이 많아요. 예를 들어 수업 내용 중에 생각하기, 표현하기 이런 수업도 있거든요.

연극은 어떻습니까?
연극은 그야말로 순수 연극이에요. 대사도 하고 무언극도 하고 마샬아츠처럼 몸으로 표현하는 것도 하고, 뮤지컬 형식의 것도 하죠. 아이들이 자기 역할에 대해서 연기를 하는 걸 하고 있어요. 그리고 연극 교육, 심리 교육 같은 것도 해요.

음악은요?
합창이나 타악이나 노래를 하는데 좀 희한한 게 무용, 미술, 연극 중 미술에서 뛰어난 아이들이 많아요. 프로에 가까울 만큼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일반 경연대회에 나가기도 하고요. 연극은 일상이니까 자존감이 회복되면 쉽게 하잖아요. 그리고 무용도 아이들이 춤을 좋아하니까 괜찮아요. 그런데 의아스럽게 합창이 안 돼요. 그래서 연구 과제입니다. 예를 들어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이런 시를 놓고 우리 다 같이 읽어보자고 하면 우리는 똑같이 되는데, 아이들은 그게 안 돼요. 아마 뇌하고 음악이 많이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자폐 아이들은 소리에 되게 예민하잖아요. 따지고 보면 경계선 아이들도 뇌의 문제가 큽니다. 그거에 대해서 한 번쯤 따로 연구하고 싶어요. 음악과 관련하여 뭔가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술 선생님들은 제가 학교 만들기 이전에 20년 전부터 연락이 돼 있는 분이다 보니까 거의 교수급인 분들이 다 오시거든요. 우리 학교 최고의 자랑은 전문 강사 선생님들이거든요. 그분들이 합창을 얼마나 잘 가르치겠어요. 근데도 이 아이들이 소리로 통합하는 거에서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 뇌에 뭔가 분명히 연관된 게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반학교에서 잘 하지 않을 문학 수업도 경험한 바가 있을 듯합니다.
네, 경험한 것이 참 많습니다. 사실 운영해보니 문학은 경계선 학생들이 제일 뛰어난 부분이긴 해요. 너무너무 뛰어나요. 문학이 뛰어난 이유는 아이들이 순수해서 그런 거 같아요. 일반 아이들은 표현하지 못하는 그런 표현력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미술 시간에 여름의 태양을 그린다고 하면 까맣게 색칠해요. 그 이유는 태양이 여름 내내 너무 고생해서 까맣게 타버렸다고 그런 표현이죠. 일반 아이들이 생각치도 못하는 그런 걸 해요. 그래서 강사들이 오히려 아이들한테 영감을 너무 많이 받는다고 해요. 글을 쓰는 거 보면 굉장히 순수하고 꾸밈이 없어요.

실제로 교육해보니까 어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표현력과 자존감 회복이죠. 원적 학교에서 받았던 상처나 위축된 것들이 일단 근본적으로 치료되고 아이들이 달라진 부분에 대해서 학부모들이 제일 좋아하죠.

경계선의 지능지수 범위가 70에서 84인데 지능 지수도 좀 향상이 되나요?
네. 지능 지수도 향상된 표가 있어요. 처음에는 임상 심리 쪽 사람들이 지능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랬거든요. 저희도 생각지도 않았는데 매년 웩슬러 검사를 하는데 할 때마다 수치가 올라가요. 20명 중에 1명 정도 조금 떨어지는 애들도 있는데 대부분 아이들이 올라가요. 제 아들만 해도 중증자폐였을 때는 지능이 49였다가 69, 84, 지금은 85를 넘어섰거든요.

순수예술 교과 같은 경우도 거듭 하다보면 노하우가 쌓이겠죠?
처음에는 매뉴얼이 없으니까 다들 힘들어 했어요. 영어 같은 경우에는 편차가 너무 큽니다. abc도 모르는 애들도 있기 때문에 따로 분리해서 수업하고요. 교과를 따라가지 못하니까 그 안에서 뽑아서 선생님들이 교재를 직접 다 만들어야 되고 저도 그래서 통섭 예술 교재를 만들었어요.



김채현 ⓒ춤웹진



학교 내부 운영을 웬만큼 이해하게 되는군요. 그러면 학교의 설립 동기라 할까, 운영 면을 보충해서 더 들으려고 합니다. 학교가 2015년에 처음 시작했을 때 초중등 과정이 함께 시작했는가요?
아니요. 2015년에는 중학생 한 반이죠. 그때 너무 많이 애들이 몰리니까 구청에서 고등학교 한 반을 만들자 해서 그 이듬해 만들었고요. 그 다음해에 예하에서 중, 고가 같이 만들어졌고요. 그 다음해에 예룸에 초등부가 만들어졌고 또 그다음에 예하에서 초등부가 만들어졌어요. 그 말고도 그 사이에 저희가 청소년랜드를 위탁을 맡았어요. 거기는 경계선이 아닌 일반 청소년들을 위한 랜드인데 문화센터 같은 개념이죠. 또한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경계선 지능 전문센터를 위탁 맡았어요. 법인에서 운영하는 걸로는 제일 규모가 커요. 다 공모를 통해서 한 거죠. 올해는 노원발달장애평생지원센터를 운영을 맡았어요. 예룸예술학교 밑에 있는 곳인데, 우리는 경계선이기 때문에 발달장애 쪽은 사실 저희 전문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같은 건물에 있고 이전에 맡았던 법인에서 자체 문제가 많았나 봐요. 그래서 저희가 운영을 올해 맡고, 지금 5개 기관을 운영하고 있어요.

학교 말고 다른 곳에도 위탁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사단법인체 수익에는 좀 도움이 됩니까?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더 마이너스예요. 노원 발달센터 같은 경우는 심사를 하는데 저희 법인 예산금이 500만 원밖에 없는 거 알고 이거 갖고 어떻게 이런 데를 맡길 수 없다고 심사원들이 그랬거든요. 사실 없는 돈을 만들어 놓은 건데, 직원도 한 명밖에 없는 데서 이렇게 많은 거를 해왔던 것은 기적이잖아요. 그리고 운영이 너무 깔끔하고 교육청에서도 어디 내놔도 깨끗하게 운영하니까 저희에게 맡겨졌는데 저희 자부담이 있어요. 법인에서 운영을 맡으면서 내는 자부담들이 있어서, 이런 걸 맡으면 직원들은 많아지고 저희 법인을 기반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많아지겠지만서도 법인 자체는 자부담 때문에 더 힘든 점이 있습니다.

위탁 운영학교 말고 다른 곳을 위탁 운영을 하는 데 있어 법인에서 직원을 파견하는가요?
아니요 뽑습니다. 법인에 직원이 한명뿐이기 때문에 파견할 직원이 없어요.

그 인건비는 위탁 의뢰하는 곳에서 지불합니까?
네, 예를 들어 서울시 경계선 밈센터는 서울시에서 급여를 받지요.



지우영 ⓒ춤웹진



학교의 매년 신입생 정원은 몇 명입니까?
그냥 신입생을 뽑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반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을 대상으로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 가운데 뽑습니다. 그러므로 신입생은 우리 학교에서 TO가 나야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졸업생 수에 준해서 뽑죠. 졸업생이 고등학교 3학년이 세 명이 나갔다 그러면 3자리가 빌 수 있는 거고 해서 그래서 매년 경쟁률이 굉장히 높아요.

그렇다면, 경쟁률은 어느 정도입니까?
많을 때는 100명~120명 중 대기자 중에서 3명 정도 뽑아야 될 때도 있어요.

선발 과정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웩슬러 지능검사를 1차로 하고 2차는 면접을 해요. 그리고 3차는 면접 때 찍은 영상으로 분석을 또 한 번 하고요. 마지막으로는 그때 뽑은 아이들만 데리고 2주간 준비 적응 수업을 해요. 그래서 그 준비 적응 수업까지 통과해야 최종 합격됩니다.

지금 학교 소재지가 노원구, 도봉구란 말이죠. 그 구에 거주하는 학생들만 여기에 진학하는 건 아니겠죠?
네. 전국 단위인데 학교 근처로 이사오고, 해외에서도 이사를 오고요.

경계선에 속하는 전국의 청소년이 13.5%라 들었는데, 대안학교가 전국적으로 더 커져야 됩니다. 지금 있는 데라도 더 키워야 하겠는데요.
더 커지기도 하고 지자체들에 많이 생기면 좋겠죠. 저희는 더 키우기에는 일단 장소가 안 되고요. 유감스럽게도 그럴 여건이 안 됩니다.

노원구나 도봉구는 이 학교의 규모를 더 키울 생각이 있는가요?
구에서도 담임교사 급여랑 다 이런 거 지출을 해야 되니까 어려움이 있을 거예요. 노원은 어차피 처음부터 봉사로 하는 거였고, 민간인이 하는 거라 까다롭게 보기 때문에 요청을 못하죠. 도봉은 구청장님이 먼저 나서서 하고 싶어 했어요.

위탁학교이니까 졸업하면 학생들이 상급학교에 진학을 할 수 있는 학력을 인정받는 학교이지요?
네. 위탁형 대안학교 예룸예술학교에 다녀도 졸업장은 원적학교 졸업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00학교를 다니다가 경계선이어서 예룸학교로 가잖아요. 예룸학교에 다녀도 졸업장은 00학교 졸업장이 나와요. 원적학교가 없으면 절대로 들어올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쉽게 얘기하면 원적 학교에서 이 아이들을 가르치기 힘들다 해서 우리한테 보내는 거예요. 이게 위탁형 대안학교예요. 학부모들은 좋겠죠. 내신에도 도움 되고 내신이 일반 교과는 높으니까 그걸로 애들이 내신의 도움을 받아서 대학에 진학하곤 하니다.

2015년도에 중학교 과정부터 시작을 했단 말이죠. 처음 들어온 학생들 중에는 지금 고등학교 과정을 졸업하고 벌써 졸업해서 대학까지 진학한 학생들이 더러 있겠네요. 대학 진학 비율은 어느 정도 될까요?
많습니다. 한 3년 전에는 8명 졸업생이 100% 다 진학한 적도 있습니다.

외부 큰 재단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는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서 38개 위탁 대안학교 중에서 법인에서 두 개를 운영하는 곳도 저희밖에 없거든요. 저희처럼 이렇게 단독으로 민간에서 하는 곳도 없어요. 다 복지관이라든지 상담센터에서 학교를 운영하거든요. 거기는 교장 교감도 다 급여를 받아 근무하는 분들이고요.

전국에 이런 스타일로 운영하고 있는 예술대안학교가 있나요?
없어요. 아마 전세계 최초예요. 아산복지재단에서 6개월간 리서치를 해서 해외 연수를 보내주었는데, 전 세계에서 이런 비슷한 데 찾아서 거기로 연수보내주는 사업이었어요. 그런데 저희와 유사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어서 그나마 유사한 장애 쪽 학교에 연수갔었던 일이 있었지요.

예룸예술학교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런 교과의 학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동기는 제 아들 때문입니다. 중증자폐로 태어나서 자폐 1급 진단을 받게 되어, 제가 한 10년간 장애 쪽에서 공부도 하고 쫓아다녔지요. 그때 저는 경계선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아이처럼 장애 등급도 없이 언어 치료를 받는 애들이 더 많은 거예요. 그래서 얘는 몇 급이냐고 물었더니 경계선이어서 보조적으로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경계선을 처음 알았는데 발달장애인 입장에서는 경계선을 좀 부러워하는 입장이었어요. 저희가 선별 척도도 만들긴 했지만, 학부모들이 낙인찍힐까 봐 검사받기를 부담스러워하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일반 아이들 중에 경계선이 더 많이 숨겨져 있어요. 아무튼 초등학교 입학하고 특수반을 들어갔는데 담임선생님이 고맙게도 장애 아이를 키웠어요. 이 아이가 어느 순간 급속도로 좋아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제가 예술 활동을 하다 보니 어디다 맡길 때도 없고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매번 애를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잖아요. 안무할 때마다 극장을 데리고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까 애가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이 많아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이가 지능 지수가 확 올라오는 거예요. 그래서 초등 5학년 담임이 이제 특수반 갈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경계선에 이르렀는데, 장애를 극복했어도 경계선은 경계선이잖아요. 근데 얘가 갈 학교가 없는 거예요. 당시엔 경계선 아이들이 많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아무튼 학교가 필요하다고만 알았지, 저 같은 예술인이 학교를 어떻게 만들겠어요. 그러다 주민참여예산을 알고 나가 본거죠. 우리나라에 이런 아이들이 많아서 필요하다는 걸 발표했던 게 시작이 돼서 학교를 하게 된 거죠.

앞으로 예술학교 예룸예술학교, 예하예술학교 운영을 앞으로 계속 할 예정이죠?
계속 해야죠. 직원들도 있고요. 법인에 정직원들이 거의 50명 가까이 되거든요. 제가 지금 혼자서 법인을 이끌면서 하고 있다 보니까 올해는 후원을 받을 수 있는 데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이제 꿈이 있다면 극장이 있는 예술 마을을 만들고 싶은 꿈을 갖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 경계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도움을 많이 받죠. 그리고 졸업해서 대학도 가지만 궁극적으로는 혼자 나중에 살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요. 미용업 하는 분들한테 우리 아이들이 취업할 수 있을지 물어보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서비스업 같은 경우는 말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제가 아트팜을 하기 시작한 게 식물은 아이들에게 정직하니까요. 이런 걸 하면서 예술을 접목해, 디자인 같은 걸 하면 판매도 할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아이들끼리 살 수 있는 마을이 필요해요.
처음 학교에 왔을 때 아이와 학부모가 원하는 건 한 가지뿐이에요.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 진학도 아니고, 다만 친구 사귀는 거예요. 엄마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친구 하나 있는 게 평생소원이거든요. 우리 아이들은 친구 한 명만 있으면 평생 행복하게 살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그런 마을을 만들면 셰어하우스처럼 아이들이 축구를 좋아하면 축구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살 수 있고, 극장이 있어서 공연도 하고 5시간 일을 하고 3시간의 예술 활동을 하는 그런 직업 구조인 거죠. 스마트팜, 예술아트팜이랑 연결해서 공연 콘텐츠는 제가 만들어 주는 거죠. 자식보다 하루 더 늦게 죽기를 소원하는 부모들이 그래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런 곳이 많아야 합니다.

사립학교로 만들 생각은 없어요?
사립학교도 만들 기회가 된다면 만들면 좋겠죠.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지금 사립학교를 만들려면 누군가 투자를 해야 되는데 그럴 곳이 있어야죠. 일단 저희는 시스템은 돼 있거든요. 제가 좀 상처를 많이 받는 게 경계선이 갑자기 이렇게 떠오르기 시작하니까 여기저기서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저희 소스랑 이런 거를 막 주고 도왔는데 결론은 저희 것으로 후원을 받고서는 결국은 경계선 아이들을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 이익을 취하려는 세태를 봤어요. 학교가 사립이 되면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처음부터 학교 자체가 어려운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한 일이고, 또 사립이면 저소득층 아이들은 다니기 어려운 점이 있지나 않을지 여러 고민중입니다.

10년을 운영한 거죠?
네. 그래도 전문지원센터가 생겼고, 이곳은 폭넓게 다 도와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행이고 국회에서 경계선 관련 조례법이 많이 통과됐어요. 그래서 센터가 많이 만들어지면 학교 못 들어오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성인 경계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죠. 밈센터는 성인 경계선 분들이 많이 오거든요. 자유롭게 이용하고 교육, 상담을 받기도 하죠.



ⓒ춤웹진



전체 인구 10% 정도는 경계선이라 합디다만….
우리나라에서는 13.5%예요. 아이들은 4명 중에 1명꼴이 경계선 지능이라고 하더라고요.

중년층도 경계선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검사하면 많이 나오겠죠. 근데 이런 얘기도 있어요. 경계선 본인들은 스스로는 행복하니까 본인들이 남 의식하지 않고 그냥 행복하게 살면 되지 본인이 꼭 경계선인 걸 알아서 불행하게 살 필요가 있냐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제 자신 연구 과제이기도 합니다.

대담 중에 인상적으로 들은 대로, 학생이 재학중일 때는 부작용이 우려되어 후원금, 기부금을 일체 금한다고 한 취지가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래도 학교의 운영에서 어려움을 줄여야 학교의 지속성을 전망할 수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학교에 학생이 졸업할 적에는 부모들이 기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룸, 예하 학교로부터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는 졸업 때 고마움을 표하는 그럴 자발적 마음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럴 기회를 공식화하는 것은 학교를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재학생 학부모로부터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한 번도 안 받았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 고려해볼 만한 착상이라 봅니다.

장시간 긴 말씀 감사드립니다.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 『뿌리깊은 나무 샘이깊은 물』(1)을 비롯 다수의 논문, 공저,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국립무용단 60년사>(2022년 간행, 국립무용단)의 편집장으로서 편집을 총괄 진행하고 필진으로 참여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 국립극장 자료관, 국립도서관 등에 영상 복제본, 팸플릿 등 일부 자료를 기증한 바 있다.​​​​​​​​​​

2023. 8.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