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안은미래〉展
화이트큐브에 불어넣은 춤바람
김인아_〈춤웹진〉 기자

블랙박스 속 공연을 벗어나 화이트큐브에서 전시되는 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최근만 해도 지난 5월 질 조뱅의 가상현실 춤 프로젝트 〈VR-1〉이 송은아트스페이스에 소개됐고, 부퍼탈 댄스시어터의 무대를 책임져온 페터 팝스트가 피나 바우쉬의 아이코닉한 무대를 재구성한 전시 〈WHITE RED PINK GREEN〉이 오는 10월까지 피크닉에서 열리고 있다. 춤을 전시로 다시 쓰기란 그리 낯설지 않지만 국내미술관에서 안무가의 춤을 단독 조명하는 일은 흔치 않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안은미의 데뷔 30주년을 맞아, 오랜 협업자들과 동시대 예술가들 그리고 관객이 함께 참여하여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와 그 향방을 논하는 공론의 잔치판으로 〈안은미래〉展을 개최한다. (6월 26일~9월 29일, 서소문본관 1층)
 회고전이면서 미래탐구전이기를 희망하는 〈안은미래〉는 30년에 걸친 창작 활동을 토대로 제작한 연대기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무대와 아카이브 자료 등으로 구성된다. 그간 창작활동의 아카이브로서 오브제, 사운드 그리고 공연영상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안은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요 요소들(협업, 컬러, 트랜스포밍, 탈-위계)을 기획의 구성요소로 삼아 포스트-화이트큐브 시대의 뮤지엄에 부합하는 관객참여 활동을 전시의 중심에 놓는다.




6월 26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된 〈안은미래〉展. 미술관 마당에서 풍물놀이 한판으로 시작됐다 ⓒ춤웹진



소리꾼 이희문이 관중 앞에서 구성진 소리를 뽐냈다 ⓒ서울시립미술관



〈안은미래〉展 오프닝 퍼포먼스 전경 ⓒ춤웹진




 6월 26일 열린 오프닝 퍼포먼스는 시립미술관 앞에서 시작됐다. 징, 꽹과리, 장구, 북, 태평소가 어우러진 신명나는 풍물놀이가 흥을 돋웠다. 1층 전시장 로비에는 전시정보와 함께 ‘COMING'이라는 글자가 반복적으로 나타나 관람객에게 동선을 안내하는 LED 패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앞에서 소리꾼 이희문을 필두로 애기동자, 도령, 경복궁문지기, 선녀, 할미의 각양각색 소리가 울려퍼지고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는 고사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미술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전시장 문이 열리고 중앙에 설치된 커다란 화이트 무대에서 〈안은미의 북한춤〉 일부가 펼쳐졌다. 안은미컴퍼니 무용수들은 장병들의 제식(制式) 행진, 부채춤, 쟁강춤을 비롯해 아크로바틱 재주넘기를 강렬하고 역동적으로 선보였다. ‘휘파람’ 노래를 립싱크하며 관람객과 일일이 눈을 맞추는 안은미의 퍼포먼스는 환영의 인사로 충분해 보였다.










오프닝 퍼포먼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커다란 화이트 무대에서 선보인 〈안은미의 북한춤〉 일부 ⓒ춤웹진,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공간은 공연기록과 삶의 에피소드 등 안은미의 활동 이력을 비선형적 방식으로 구성한 연대표 회화를 중심으로 안은미의 삶과 예술을 조명했다. 안은미 작업을 관통하는 요소들을 집대성한 두 번째 공간은 과거 공연에서 사용한 오브제를 활용하여 재생산한 설치 작품, 안은미의 오랜 협업자 장영규가 제작한 사운드, 그리고 형형색색의 조명 아래 빛나는 무대와 바닥을 가득 채운 비치볼, 안은미컴퍼니의 춤 영상이 무한 재생되는 대형 미디어 패널이 전시됐다. 아카이브룸으로 꾸며진 마지막 세 번째 공간에서는 과거 공연의 사운드, 의상, 디자인 자료로 꾸며졌고 스무 명 쯤은 거뜬히 앉을 수 있게 제작된 대형쿠션이 한 가운데 자리하여 눈길을 사로잡았다.




2016년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최된 전시 〈올라퍼 엘리아슨〉에서
안은미가 퍼포먼스를 선보일 당시 착용한 의상과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작품 〈안심〉 ⓒ서울시립미술관



아리랄 알라리요〉는 한국의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라오미 작가 특유의 화풍으로 안은미의 삶을 재현한다
그 아래에는 안은미 연대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된다 ⓒ서울시립미술관



2007년 초연된 공연 〈정원사〉의 무대설치에 사용된 파이프를 재구성한 설치작품 〈정원사〉는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움직임을 통해 시각적 역동성을 보여준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커다란 무대 〈이승/저승〉과 바닥을 가득채운 8000개의 비치볼 〈수박〉 ⓒ춤웹진



전시장 벽에 설치된 두 개의 대형 미디어 패널 영상작품 〈대/심〉은
안은미의 현재와 그가 상상하는 미래를 보여준다 ⓒ서울시립미술관



아카이브룸에는 공연에서 사용했던 원단과 패턴을 활용하여 제작한 대형쿠션 〈담요무덤〉이 놓여있다 ⓒ춤웹진



지난 30년간의 공연의상 드로잉 〈가장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아름다운 땐쓰〉를 관람하고
장영규 음악감독이 공연을 위해 만든 음악 중 24곡을 선별한 〈영규소리24〉를 들을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이번 전시의 핵심은 전시실 중앙에 설치된 무대 공간 〈이승/저승〉에서 벌어지는 퍼포먼스와 강연 프로그램 ‘안은미야’이다.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댄스 레슨 프로그램 ‘몸춤’, 공연 리허설 프로그램 ‘눈춤’, 인문학 강연과 토론을 나누는 ‘입춤‘으로 구성되어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움직임을 이끌어낸다. 안은미컴퍼니는 물론 국악인 박범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장경민), 소리꾼 이희문, 탭댄서 조성호, 사회디자인학교 미지행 등이 협업자로 나선다. ‘안은미야’가 열릴 〈이승/저승〉은 전시 기간 내내 오전에는 퍼포머와 함께하는 댄스 레슨 공간으로, 오후에는 공연 리허설 현장으로, 토요일에는 인문학 강연장으로 탈바꿈하며 관람객을 맞는다. 참여자들은 형형색색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자신에게 숨겨진 새로운 움직임을 발견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프로그램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http://sema.seoul.go.kr) 사전신청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구분

프로그램

신청방법

몸춤

안은미의 개인레슨 몸 비우기- 진행: 안은미

안은미컴퍼니의 단체레슨 - 몸 털기 - 진행: 안은미컴퍼니

탭댄스 단체레슨 - 진행: 조성호

앰비규어스와 함께하는 누구나 댄스 - 진행: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장경민)

 

홈페이지에서
사전신청

 

눈춤

거시기 모놀로그프로덕션을 위한 리허설 - 진행: 안은미컴퍼니

Korea Tapdance Jam Day - 진행: 조성호

신작 50/50공연을 위한 리허설 - 진행: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장경민)

학습 - 진행: 박범태

이희문이랑 잡가할래? - 진행: 이희문

 

신청 접수 없이 
누구나 
관람 가능

 

입춤

안은미래X미지행 열린 강의: 다른 현대, 다양한 커뮤니티

안은미야북토크

라운드테이블

 

홈페이지에서
사전신청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미술관 속 무대 위에 오르는 다양한 관객이 안은미와 함께 새로운 질서와 무질서를 창출하며 자기 주도적 학습의 상황을 맘껏 누리기를 기대한다”고 전한다. 안은미가 전개해온 지난 30년의 예술 세계를 비추고 미래의 예술지형을 탐구하는 이번 전시 〈안은미래〉에서 관람객은 춤과 미술관의 유의미한 소통을 포착할 수 있을까? 미술관으로 나들이 간 춤, 안무가가 불어넣은 새로운 바람을 목격할 시간이다.

김인아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행하는 월간 〈춤웹진〉에서 무용 전문기자로 활동 중이다. 창작과 수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가치에 주목하여 무용인 인터뷰를 포함해 춤 현장을 취재한 글을 쓴다. 현재 한예종에서 무용이론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 ​ 

2019. 07.
사진제공_춤웹진, 서울시립미술관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