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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을 대면하라
김채현_춤비평가

서울연구원은 최근 정책리포트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비대면 공연예술의 전망과 과제’를 발간하였다. 이 리포트는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에서 야기된 난국과 현상을 짚고 이후 상황에 대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2020년은 비대면 접촉과 업무 진행 방식이 범사회적, 범세계적 양식으로 출현하고 정착한 원년(元年·첫해·AC 1년)이다. 인류가 살아 있는 동안 세계(문명)사 연표에서 그렇게 표기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비대면은 인류와 사회의 활동 양식의 하나로서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대면의 대안으로서 비대면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디지털 인터넷으로 가능해지고 코로나19로 강제된 사회 풍속이다.

비대면은 대면이 가능하지 않을 경우에 불가피하게 선택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올해 코로나19 초기에만 해도 비대면은 일시적 선택지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화상 회의와 랜선 송출 공연을 자주 접하는 사이에 비대면에 익숙해지다 보니 비대면의 편리성과 효용성에 눈뜨게 되고 비대면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관측된다. 다시 말해 대면과 비대면은 동반 관계에서 공존하기 시작하였다. 올해 상반기 대면을 중심에 놓고 비대면을 선택지로 여기던 상황에서 이제는 대면도 선택지로 바뀌고 있다. 그만큼 상황 전개는 예상을 벗어났고 코로나19가 촉발하는 변화는 엄청나다.

현재 비대면 공연에는 비현장성, 저작권 확보에서의 난점, 추가 비용, 불투명한 수익성 등의 문제점이 따른다. 공연예술인들이 이를 기화로 비대면 공연을 마냥 회피하는 태도는 온당치 않아 보인다. 그런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공연은 현실적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문제점들은 기술적·관행적 개선을 통해 해소되면 될 일이다. 여하튼, 대면 공연만 고집하다 시장에서 도태할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비대면 공연예술의 전망과 과제’는 1. 코로나19로 문화예술분야가 위축된 양상, 2. 온라인 공연문화가 확산하는 양상, 3. 비대면 사회가 공연예술에 미친 영향, 4. 정책 제언의 내용으로 구성된다. 시의성이 매우 큰 리포트로서 현재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종합하여 훑고 있어서 공연예술인들도 참고할 만하다. 이 리포트 가운데 널리 알고 있을 부분은 생략하면서 참조할 가치가 큰 내용을 압축 소개한다.

1. 코로나19로 문화예술분야가 위축된 양상
1)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수의 문화시설 운영 중단
2) 코로나 19 이후 공연 개최 건수 및 매출액 급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공연예술 분야 피해액(1~6월)을 추정한 결과 약 823억 원으로 추산되고, 취소된 공연 건수는 6,457건, 공연 분야 고용피해액은 305억 원이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문화예술 관련 산업 신용카드 지출액(1~6월)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핵심 문화예술 분야 지출액은 29.3% 감소하였다. 공연장・극장업종은 지출액 기준으로는 2,543억 원 감소하였다.
3) 각국의 다양한 지원 시책(생략)
4) 국내의 긴급지원 시책
공연장 대관료, 초연 및 재공연 등의 제작 기획비, 공연 온라인 생중계, 공연예술 특성화 극장 운영, 예술생태계 정상화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 등.

2. 온라인 공연문화가 확산하는 양상
1) 비대면 공연문화의 전세계적 확산
2) 집에서 즐길 랜선 공연 확대
3) 국내 공공문화기관의 비대면 공연문화 확산

3. 비대면 사회가 공연예술에 미친 영향
1) 온라인 공연 관람이 새 문화 향유 행태로 떠오르다
넷플릭스의 OTT 서비스에 대한 결제 금액과 유료 사용자 증가하였다.
2) 온라인 공연의 접근성과 실시간 소통이 강점으로 부각
Home Ludens(놀이하는 가정)란 신조어가 출현하였다. 시간 제약을 받지 않고 공연예술을 접하며, 일반인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예술인들과의 실시간 소통으로 스토리 전개가 가능해지고 시도되었다.
3) 공연문화의 향유 계층이 확대될 것인지 단언하기엔 시기상조
온라인 무료 관람이 유료화로 전환될 수 있겠는지, 다수의 대중들이 공연예술의 팬이 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고, 온라인 공연 매출 상승이 오프라인 공연 매출액의 감소를 부르는 부작용도 생겨난다.
4) 스마트폰, PC로 송출되는 서비스가 문화 소외 계층을 낳을 가능성
5) 공연예술의 미래에 대한 논의 촉발
온라인 공연은 무대와 관객 간의 호흡을 대신할 수 있는가, 공연작의 영상화가 영화와 정체성 면에서 혼동을 부르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 공연예술의 유통 플랫폼 확장과 새로운 관객 발굴에 대한 기대감이 커가며, 프로젝션 맵핑, 미디어 파사드, AR 등이 결합한 융복합공연이 시도되고 있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한 콘텐츠 무료 공개만으로는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으며, 공연예술생태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사회 공연예술 창작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4. 정책 제언
1) 예술인 재난기금 및 공연예술 위기대응 매뉴얼 등 재난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기반 제공
2) 예술인들이 위기상황에 대처하고 극복해가는 실험적 예술 지원
사회적 재난 극복, 사회적 연대 촉구 방안 등을 예술인들이 스스로 탐색하는 리서치나 모임을 지원하고, 비대면 상황에서 공연예술의 다양한 실험과 기술과의 융복합 가능성을 탐색하는 프로젝트 등을 시행한다.
3) 디지털 기반 공연예술 확산에 대응하는 예술인 교육체계 및 관련 제도 정비
공연예술인들이 디지털기술을 활용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수 있는 교육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변화하는 창작환경에 대응하여 창작자의 권리 및 저작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4) 포스트코로나 시대 지속가능한 예술생태계를 위한 기반 구축
공연예술의 생산, 유통, 소비 생태계의 변화를 뒷받침할 인프라 제공, 공연영상 저작물 및 관련 콘텐츠를 유통, 아카이빙할 공연예술 디지털플랫폼과 스마트 공연장 구축, 그리고 디지털문화 향유 관련 소비행태 및 접근성 연구로 디지털사회 문화형평성을 진작하는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자료 바로가기 https://www.si.re.kr/node/63783


편집자 주: <책 읽어주는 여자〉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소설들이 있다. 이들 제목을 차용하여 본란의 제목으로 사용하며, 춤과 문화의 새로운 흐름을 예시하는 자료들을 요약하여 제공하는 란이다.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를 비롯 다수의 논문,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다.​​

2020.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