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기획연재_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9)
커튼콜을 첫머리에 올리는 우리 연행의 관행
채희완_춤비평가

커튼콜은 공연을 마치고 나면 출연자들이 무대로 나와 청관중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입니다.

 청관중은 이에 화답하여 그간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박수가 쏟아지면 출연자들이 공연에 관련한 이들과 다시 무대로 나와 인사를 하고, 공연이 던진 열기의 파장에 따라 또다시 환호가 터집니다.

 커튼콜은 출연자와 청관중 사이의 하나의 매너이자, 공연에 대한 유무언의 현장평가가 내려지는 비평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연행자들은 누구라도 커튼콜 한 번 근사하게 잘해보자고 무대를 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만큼 커튼콜은 동서고금 거의 모두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 공연의 관행이자, 예의이고, 목적성취와 평가의 현장이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커튼콜이 우리의 전통연행에서는 공연의 첫머리에 올려집니다. 인사굿이 그러합니다.

 마지막에 가 있어야 할 것이 맨처음에 자리잡고 판을 열어젖힙니다. 나중 것이 처음이 되고 처음 것이 나중을 물어옵니다.

 전통연희의 여러 종목이 으례 그러하지만, 풍물굿에서는 길굿과 인사굿이, 탈춤에서는 길놀이와 벽사의 의식무가, 무속굿에서는 청신거리와 부정거리가, 우리의 인사굿이자 커튼콜이라 할 것입니다. 어쩌면 등장부터가 인사굿하러 나오는 셈이지요.

 인사굿은 관람하러온 청관중에게 인사를 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이 무대를 둘러싼 자연에게, 우주에게, 그리고 이를 생성시켜온 조상과 사회와 역사에게 연행을 올린다는 고지를 드리는 우리 연행의 관행입니다. 이 자리에 왕림하시어 자리잡고 같이 관람하시며 함께 노시지요, 하는 겁니다. 문제가 있다면 같이 풀어보시고, 하면서 이들과 같이 판을 짜기 위해 놀 터를 정화하는 의식을 벌입니다. 병든 것, 손상입은 것, 맺힌 것, 못살게 구는 잡것들을 물리치고 땅을 씻고 터를 닦으면서 인사굿을 올립니다. 놀 터, 연행장소를 터닦음, 터울림 한 끝에 그 거룩해진 터 그위에 자신의 몸짓과 소리와 빛깔을 놀리는 것이니 그것이 아무리 보잘것없고 비천한 것이라도 소중하고 거룩한 것이 아니될 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의 인사굿은 터닦음의 씻김이 동시 진행되기에 일차적인 의미의 커튼콜을 넘어서서 있습니다. 보고듣는 이는 공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에 이미 이 연행이 몸속에 던져질 우주적 파장에 떨려 속환호를 터지르게 됩니다. 우리연행에서 판을 여는 인사굿의 커큰콜은 훌륭한 예술작품이 그러하듯이 이처럼 일상의 사회적 성화에 마음의 불을 이끌어 당깁니다.

 우리의 연행에서도 공연을 마치고 나면 역시 커튼콜이 있습니다. 이 마지막 커튼콜은 마무리이면서 우리의 연행에서는 또다른 인사굿이 되어 판을 열어놓기 시작합니다.

 새내기 춤꾼 여러분의 오늘 무대도 이러한 인사굿으로 판을 열어봄이 어떨까요?

 

 (출처: 젊고 푸른 춤꾼 한 마당에 부치는 글) 

채희완

현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장. 부산대 명예교수, 〈(사)민족미학연구소〉 소장,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창작탈춤패 지기금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 『한국의 민중극』(엮음), 『탈춤』, 『한국춤의 정신은 무엇인가』(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엮음), 『지극한 기운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등을 펴냈고, 그밖에 춤, 탈춤, 마당극, 민족미학에 관련된 논문과 춤 비평문이 있다.​ 

2019.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