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계소식

국립현대무용단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 & 〈스텝업〉
2022. 10.

국립현대무용단(단장 겸 예술감독 남정호)은 오는 11월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와 〈스텝업〉을 공연한다.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는 지난해 초연에 이어 ‘생존과 관련한 귀여움’의 이면에 대한 탐구를 발전시켜 선보인다(11월 18-20일). 또한 국내 안무가들의 창작 레퍼토리 개발 프로젝트 〈스텝업〉은 올해 서영란과 강요찬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11월 25-27일). 예술의전당과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10월 6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유료회원 및 국립현대무용단 반디회원 선예매 오픈, 10월 7일 오후 2시 일반 오픈

권령은 안무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

2021년 초연된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의 화두는 #코로나19 #예술가_생존 #귀여움이었다. 2022년에 다시 한번 관객들과 만나게 된 〈작꾸 둥굴구 서뚜르게〉는 귀여움의 요소를 생존전략형 모듈로 제시했던 초연 작업에 이어 새로이 #펫 #육성_튜토리얼을 화두로 제시한다. 이를 위해 권령은 안무가는 이번 작업에서 하나의 존재를 키워내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프린세스 메이커’의 구성방식에 착안하여 일종의 ‘펫 메이커’로서의 육성 튜토리얼 퍼포먼스를 시도한다. 즉, 예술가로 대표되던 인간의 자리에 펫으로 대표되는 비인간동물을 위치시키며, 생존전략으로 호출되던 귀여움의 맥락에 대상화의 과정을 개입시키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귀여워져야만 한다는 정언명령은 결국 살아남은 자들이 귀여움을 생존시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향유하고 소비해왔는지에 대한 자기반성으로 대체된다. 작고 둥글고 서툴게 행하는 자발적 행위가 아닌, 작고 둥글고 서툰 선택 옵션을 통해 육성되고 가공되고 편집되는 존재들에 관한/존재들을 위한 60분간의 서사를 통해 안무가는 위기 상황에 처한 오늘의 우리를 되돌아보며 성찰의 제의를 실천하고자 한다. 극단의 인간성이 불러온 폐해가 폭우처럼 쏟아져 내리는 한 세계의 끝에서, 귀여운 것들을 비로소 귀엽게 만드는 귀여움 바깥의 또 다른 세계, 그 편집되어버린 테두리를 복원해냄으로써.

현대무용 레퍼토리 개발 프로젝트 〈스텝업〉

〈스텝업〉는 국립현대무용단이 지속가능한 무용 레퍼토리를 발굴하기 위해 5년째 추진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스텝업〉에서는 안무가 서영란과 강요찬의 두 작품을 통해 명확한 주제 의식과 고유의 개성을 선보인다.

서영란 ‘버자이나의 죽음: 신화 짓기’
‘버자이나의 죽음: 신화 짓기’ 작품은 2015년 국립현대무용단 아카이브 플랫폼 초연작 ‘버자이나의 죽음’과 맥을 잇는다. 이 작업은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거나 변형된 여신 신화들을 다시 읽는 것로부터 시작되었다. 주술사회에서 신비로운 힘을 발휘했던 ‘여신성’의 이야기를 현대 여성들의 몸의 경험, 무의식, 꿈, 다양한 형태의 성과 연결하였다. 이번 작업에서는 신화가 고정된 영웅적 서사라는 시각을 깨고, 다층적인 시간과 지역의 사람들의 삶의 질문을 담고 있는 공동체적인 이야기라는 점에서, 우리가 계속 쓰여지고 있는 신화의 저자로, 과거 위에 현재를 겹쳐 쓰며 미래를 상상하기를 시도한다.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던 여신 이야기와 몸의 주술이 남근이성중심사회에 의해 죽음을 맞이해왔었다면 그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

몸의 현상을 토대로 하는 신화적 키워드인 월경, 양성, 죽음을 퍼포머의 이야기와 엮고 과거의 텍스트 위에 미래를 덮어쓴다. 몸 내부의 느낌, 스토리텔링이 자극하는 공감각, 친족적 분위기로 재생의 공간을 상상해 간다.

강요찬 ‘우리는’
‘우리는’은 2020년 잘츠부르크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안무가는 이번 작품에서 퍼포머라는 독특한 위상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무대 위의 매개된 움직임과 현실의 조건을 겹쳐놓으면서 수행과 정체성의 관계를 질문하는 것이다. 퍼포머에 대한 이러한 존재론적 의문은, 현실에서 주어진 역할에 따라 매일 같이 무언가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존재를 되묻기도 한다. 세대, 젠더, 직업, 종교, 인종 등 복잡한 정체성의 문제를 몸과 감각의 언어로 뒤섞는 가운데 솟아오르는 질문들. 그러니까 우리는… 아니, 우리는?

삶이 그대로 퍼포먼스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하는 행동이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한다면, 무대 위에서 무언가 수행하는 퍼포머들의 존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이 무대 위에서 일상적으로 하던 일을 반복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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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꾸 둥굴구 서뚜르게〉

2022.11.18(금)-20(일) / 금 7:30PM, 토 3PM·7:30PM, 일 3PM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안무: 권령은
드라마투르기: 손옥주
음악·음향: 지미 세르
조명: 유성희
의상: 정호진
출연: 강성룡, 권예진, 이은경, 이학, 이혜상, 정민수

〈스텝업〉
2022.11.25(금)-27(일) / 금 7:30PM, 토 3PM·7:30PM, 일 3PM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버자이나의 죽음: 신화 짓기’
안무: 서영란
공동창작 및 출연: 곽유하, 염정연, 윤상은, 정언진, 정이수

‘우리는’
안무: 강요찬
작곡 및 음악감독: 시율
드라마투르그: 권태현
의상: 코디네이터 황석민
표현자: 강해로, 김시율, 최진혁, 성민정, 정재원, 이준, 오진우

202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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