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기획연재_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14)
두레춤과 공동체예술
채희완_춤비평가

두레춤은 두레관행(慣行)과 연관되어 추어지던 춤이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일하며 풍물치는 것을 ‘두레’라고도 하는데, 이를 보면 두레춤은 풍물춤이고, ‘두레풍장’의 춤임을 알 수 있다.

 마을의 일꾼들이 모여 두레일과 두레놀이와 두레먹기를 하면서 일하러 가고올 때, 모내고 모심고 김매고 풀베고 길쌈할 때, 그리고 새해맞이나 머슴날 풋굿을 할 때, 그리고 이웃의 두레와 두레싸움을 할 때 마을마다 풍물가락에 맞추어 추는 춤 모두를 넓게 두레춤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 만큼 두레춤은 일춤, 놀이춤, 마당춤, 굿춤, 싸움춤, 노동예술, 노동자주체예술 등의 성격을 두루 지닌다.

 두레춤은 협업(協業)을 통해 공동체의식이 다져져 있는 자생적인 노동공동체의 춤으로서 한마을이나 지역 단위로 자족적인 동류의식과 향토성과 지역성(로칼리티)이 짙게 내배여 있어 마을춤, 향토춤, 지역춤, ‘공동체춤’의 원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춤은 농경사회에서 특히 김매기가 끝나고 일손을 잠시 놓을 때 호미씻이를 하며 일을 가장 잘한 머슴을 뽑고서는 음식을 나누어 먹고 한바탕 대동놀음판을 벌이는 백중날에 절정을 이룬다. 농촌공동체사회가 무너지면서부터는 두레관행도 차츰 사라지게 되었는데, 오늘날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의 하나로 제68호로 지정된 밀양백중놀이의 ‘꼼배기참놀이’에서 그 뒷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거기서는 잡귀막이굿, 모정자놀이와 함께 농신(農神)굿을 올린 다음 작두말타기놀이도 하고 장기자랑으로 병신춤, 오북춤, 허튼춤, 뻘춤, 양반춤 등을 펼치고 나면 모두가 나와 마구잡이 허튼춤가락의 덧배기춤으로 뒤풀이를 한다. 이러한 두레의 춤은 일과 놀이와 축원을 하나로 모두어내는 생활공동체의 산물이면서 각 지역단위 자생적인 민중예능의 바탕이 되어 왔고 지역민중축전의 토대가 되고 있다. 이에서 전문적인 민중예술이 자라나게 된 것이다. 오늘날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현대산업사회에서 구현하고자하는 이른바 ‘공동체예술(community art)’의 개념과 실천의 논리를 여기에서 출발시켜 보면 어떠하겠는가.

 

 본래 두레란 원시공동체사회에서 그 연원을 두며 민중단체생활의 역사에 중핵을 차지해온 공동노동 분배 조직이자 공동의 연희, 제사, 전투조직이었다. 인적 결합의 계조직의 원천이기도 하였다.

 공굴, 공굴이, 제리, 자리, 조리, 돌게, 돌개김, 동네논매기, 향두품어리, 두렁너미, 수눌음 등으로 불리고, 한자로는 농사(農社), 농계(農契), 농청(農廳), 목청(牧廳), 공청(公廳) 등으로도 쓰였다.

 자작농, 소작농, 머슴, 농업노동자 등 노동농민만의 조직으로서 한국사회 특유의 마을성인남자들만의 작업공동체이다. 우두머리인 영좌(領座, 또는 行首, 座上) 아래 조직편제와 규율이 엄격하며 민주집중제 방식의 두레공론(公論)을 통해 일을 맡고 조직을 꾸려나간다.   

 인적 지역 협업공동체를 기초로 한 이러한 조직체를 연희의 측면을 강조하여 두레패연희라고도 하는데, 두레패연희는 집단연희의 원초형이라고 하겠다.

 이와 대비되는 것으로 재인(才人), 광대(廣大), 우인(優人), 유랑예인 등 전문예인 집단의 연희를 들 수 있는데, 이를 사당패연희, 또는 뜬패연희라고도 한다.

 이 둘을 비교하면 두레패연희가 좀더 생산 생활적이고 자급자족적이며 비전문적이고 소인적(素人的)이라면 뜬패연희는 생업 직업적이고 상업적이며 전문적이고 예인적이다. 두레패의 것이 폐쇄적인 유통구조에 생활의례적이고 같이 어울려 비나리를 담아 노는 축전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뜬패의 것은 개방적인 유통구조에 연예오락적이고 전문기량을 보여주는 고정레파토리공연적인 성격이 강하다.

 두레패의 춤과 연희는 농경생활 상 노동주기적인 반복성을 띠고 세시풍속의 일환으로 행해졌다. 그런 만큼 육체노동을 통해 사는 사람들의 육체적 세계인식과 더불어 자연적 사회적 갈등구조에 맞서 스스로 사회의식의 지평을 넓히는 ‘민중주체 공동체의식’을 해마다 뒷받침하고 다져왔다

 또한 두레패의 춤과 연희는 각종 풍물굿놀이나 지신밟기, 줄당기기, 고싸움놀이 등에서 보듯이 노래와 사설과 음악과 춤과 연극이 무분별하게 어우러져 있는 총체연행물의 단초를 보이고 있다.

 현대산업사회에서 지역 공동체 형성에 바탕을 두고 공공의 이익에 이바지하고자 설정되고 있는 오늘날 공동체예술의 지향점을 전통사회의 두레관행에서 암시받을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일과 놀이와 비념의 일치로서의 노동예술, 의사결정의 민주집중제로서의 민중주체예술, 직장단위 계꾼단위, 인적 생업 집단 단위 등의 대소규모 삶의 공동체 축전예술 등 현대 공동체예술의 이념적 지향성 문제이다. 현대산업사회 이후의 실생활 지역 공간에서 현대 한국사회 ‘공동체예술’의 꿈을 실현시키려는 예술의욕을 여기서부터 불러일으켜보는 것이다.  

 

채희완

현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장. 부산대 명예교수, 〈(사)민족미학연구소〉 소장,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창작탈춤패 지기금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 『한국의 민중극』(엮음), 『탈춤』, 『한국춤의 정신은 무엇인가』(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엮음), 『지극한 기운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등을 펴냈고, 그밖에 춤, 탈춤, 마당극, 민족미학에 관련된 논문과 춤 비평문이 있다.​ ​ ​ ​ ​ ​ 

2019.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