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기획연재_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17)
탈의 옛 삶과, 굿그림의 다가올 삶이 어울려 노니는 작은 굿판을
채희완_민족미학연구소 소장

 탈춤의 탈을 밑천으로 작업을 해온 이석금 선생과 무속의 굿그림(巫畵)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온 곽영화 선생이 어울려 2인전을 연다. 

 매체도 다르고 발언방식도 다르고 스케일도 다른데 무엇이 통하여 한마당을 열게 되었을까?
 이들이 의기투합한 것은 70줄 60줄 나이를 바라보면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바가 있음을 새삼 알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한민족의 미의식의 원형에 대한 미적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자부심과 함께 이제는 이를 서로 부추기는 판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특히 민중의 미적 삶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점도 서로 의기투합을 이끌어내는데 한몫을 했으리라.
 고달픈 민중 삶을 위무하고 살을 씻어내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무당의 심정이 그러하듯, 세상삶에 대한 “서럽고 고마운 ” 마음씀씀이가 탈과 굿그림으로 한 판 굿마당을 열게 한 것이리라.




이석금 作




 이석금 선생은 흘러간 옛 얘기 속에서 당대 민중얼굴을 불러와 옛 삶을 이야기한다. 모진 삶, 각진 얼굴도 그의 손끝에서는 각도가 풀려 휘어진 직선이 되거나 아예 동글동글하게 된다. 겉웃음 속울음도 그의 깊은 미적 정취이다. 동학농민 전쟁에 참가한 농민군들의 효수 탈은 관념적이 아니라 역사적 상상력으로 쟁취한 현실감의 성취이다. 그의 스승 천재동 선생님을 되새겨낸 탈에는 말로도 못할 그분의 페르소나를 담아내고 있다. 그는 개인의 페르소나를 민중적 사회적 전형의 페르소나로 옮기는 심령기술자이다. 다만 옛 민중 삶과 오늘 민중 삶은 그의 탈 속에서 어떻게 접속하여 생명 전이할 것인지.




곽영화 作




 곽영화 선생은 있되, 그대로 있지 않고 있음직한, 있어 마땅한 세상을 그리워하고 이를 그려낸다. 그의 언표대로 해원과 이상향의 세계이다. 그에게는 현실 소재도 모두가 고달픈 삶을 위무하는 굿그림이 되고 만다. 못된 것을 물리치는 살풀이의 굿그림이되 이와는 좀더 한걸음 나아가거나 물러나 씻김과 평화의 세상이다. 현실 삶도 둥둥 떠다니고 선경 속에서 노니는 선유풍경화가 된다. 세한도 연작도 쓸쓸한 적막이 아니라 물이 오른 푸근한 적막 풍정이다. 그는 미래지향적이라기보다 그렇게 되어 있음직한 본향을 추구한다. 그래서 그는 미래파이되 기존 미래파와는 달리 속도감과 기계문명의 에너지와 거센 활력을 거부한다.
 조그마한 공간, 조촐한 상차림의 이번 그림굿판은 한결 더 억세어서 우리 현실을 파고드는, 새로운 거리굿을 위한 예고편일 뿐이다. 거기서는 21세기 이 땅의 당대 민중 인물탈들과 21세기 이 땅의 당대 민중 삶이 선경이 되고마는 굿그림이, 또다시 어울려 노니는, 서럽고 신나는 그림굿판이 벌어질 것이다.

채희완

현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장. 부산대 명예교수, 〈(사)민족미학연구소〉 소장, 〈부마항쟁기념사업회〉 이사, 〈창작탈춤패 지기금지〉 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로 『공동체의 춤 신명의 춤』, 『한국의 민중극』(엮음), 『탈춤』, 『한국춤의 정신은 무엇인가』(엮음), 『춤 탈 마당 몸 미학 공부집』(엮음), 『지극한 기운이 이곳에 이르렀으니』 등을 펴냈고, 그밖에 춤, 탈춤, 마당극, 민족미학에 관련된 논문과 춤 비평문이 있다.​ ​ ​ ​ ​ ​ ​ ​ ​ 

2020. 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