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효진 〈상실의 새ㆍI〉
움직임과 매칭된 선명한 이미지
장광열_춤비평가

 개관 10주년을 맞은 춤전용 M극장은 한국의 춤 환경에 어느 일면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을 때는 연간 100회의 춤 공연이 올려지고 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동안 자체 기획공연과 『공연과 리뷰』와 공동으로 마련하고 있는 시리즈 공연, 상주단체 운영, 국제포켓댄스페스티벌 등을 통해 다양한 소극장 춤들을 소개해 왔다.
 춤전용 극장인 만큼 제작극장으로서의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다른 무엇보다 젊은 무용가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평자의 경우 정보경 정석순 김진미 등 유망 안무가들을 M극장을 통해 만났고 이 작품들이 해외 춤시장으로 진출되는 것을 지켜보기도 했다.
 2015년 M극장 최우수 안무자로 선정된 최효진의 춤(3월 11-13일, 평자 12일 관람)은 평자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안무가 최효진은 M극장을 빛나게 한 또 한명의 안무가로 자리매김할 만했다.
 2개의 소품과 한편의 중편 작품을 통해 최효진은 차별화된 콘셉트, 움직임 구성력, 작품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 등에서 안무가로서 만만치 않은 감각을 보여주었다.


 



 첫 작품 〈Sign hope〉. 3인무에서 시작된 유머스러운 분위기가 적당히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이어지더니 더 많은 무용수들과 함께 만나면서 두 팔을 빠르게 분절시키는 것으로 진화했다. 움직임 조합과 세 명 댄서들의 캐릭터를 연기적인 요소와 상황설정을 곁들여 적절하게 살려내는 안무가의 감각이 돋보였으나 케익과 풍선 등 너무 많은 오브제의 사용이 오히려 춤에 대한 집중을 방해한 것은 옥에 티였다.
 두 번째 작품 <비상착륙>은 전작과는 판이했다. 지체의 움직임이 희미하게 엿보이는 천으로 만든 또 다른 공간 속에서 형성되는 댄서들의 바디 라인은, 시각적인 임팩트가 강하게 전달되었다.
 여성 3인무와 어우러지는 남성 무용수의 솔로는 앞의 작품과 차별화를 끌어냈고, 김하연의 독무와 몰입력은 캐릭터 댄서로서 손색이 없었다. 큰 키와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김하연의 에너지와 특별한 질감의 춤은 소극장에서 더욱 흡인력을 발휘했다. 캐릭터 댄서에 따라 음악 구성을 달리하는 안무가의 재치가 작품의 완성도에 힘을 보탰으나 남성 무용수의 움직임을 더욱 확장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상실의 새‧II>는 최효진의 무용수로서의 매력과 안무가로서의 감각이 만개한 작품이었다. 서로 다른 크기와 높낮이가 다른 4개의 무대미술은 M극장의 공간을 새롭게 구획했다. 달라진 공간감과 스모그를 활용한 조명과의 매칭이 주는 몽환적인 분위기, 4개의 오브제를 활용하면서 움직임을 조율해 나가는 최효진의 안무력은 충분히 음미할 만 했다.
 오브제의 주위를 돌고, 그것을 움직이고, 그 위에 손을 얹거나 떼면서 두 손가락과 두 팔을 부딪치거나 활용하면서 변주시키는, 이를 신체의 굴신을 이용한 움직임과 매칭시키는 안무가의 감각은 그 접점 찾기나 타이밍의 조율에서 탁월했다.
 가득 담겨진 상자 속의 사과를 바닥에 쏟아내고 비워진 상자를 세로로 세워 그 위에 걸터앉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 하는 엔딩 장면은 초반 최효진의 상자를 활용한 고혹적인 솔로와 맞물려 빛을 발했다. 오브제를 활용한 공간 분할과 노랑 빨강 녹색의 사과들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까지 안무가의 계산된 춤 구성이 주는 감흥은 소극장 춤 레퍼토리로 손색이 없었다. 

2016.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