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1 KUM Dance Company 기획공연 “묵간”
일상 속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네 개의 시선
장광열_춤비평가

 한 무용단이 일정한 유형의 공연을 정기적으로 마련하면서, 그 같은 기획에 별도의 타이틀을 붙이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KUM Dance Company의 “묵간”(墨間) 시리즈는 13번째라는 연륜에서 보듯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그동안 적지 않은 젊은 무용인들에게 춤 창작 작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우선 주목할 만하다.
 이 시리즈는 무용 컴퍼니에 의한 기획공연, 젊은 무용인들을 향한 안무 기회 제공, 소품 위주의 소극장 춤 작업이란 몇 가지 분명한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매 시리즈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내세우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묵간 열 세번째 무대(12월 3일, 춤전용 M극장, 평자 4시 공연 관람)의 주제는 “美 칠--- 이름다움을 칠하다!”로 4명의 안무자들은 15분 내외의 소품을 통해 일상 속에서 맞딱드리는 아름다움을 자신 만의 시각으로 풀어냈다.
 김민조 안무의 (VIEW + BEAUTY)는 처용무의 오방춤을 연상시키는 대형의 원무를 빠른 템포로 풀어내면서 원, 사선, 직선의 동선을 이용한 공간 사용과 종반부에 월드뮤직 풍의 음악에 맞추어 다소 이국적인 분위기로 변화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띄었다. 반면에, 한 작품 속에서 너무 다른 색깔의 음악을 과도하게 사용한 점, 모호한 주제의식 등은 재 공연시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김윤진 안무의 <틀>은 초반부의 느린 움직임과 마지막 솔로 춤까지 전체적으로 잔잔한 분위기의 열고 닫음, 작품 전편을 3장으로 분할 구성하면서 움직임 배열과 한지를 이용한, 솟대를 연상시키는 무대미술과 의상 위에 결쳐진 줄 등 소품의 활용을 통해 변화를 시도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보다 많은 탐구가 필요해 보였다.
 박시원의 <장(腸) 기아>는 아프리카의 기아들을 작품의 소재로 가져왔다. 두 명의 남성 무용수와 3명의 여성 무용수가 조합해내는 춤과 퍼포먼스적 구성- 초반 관객들과의 접촉, 녹색의 작은 볼 사용, 첼리스트의 솔로 연주, 작품 마지막에 보여지는 무용수들이 흰옷을 머리에 뒤집어 쓰는 동작 등-은 시각적인 볼거리를 주었으나 너무 과한 면도 없지 않았다. 무용수들의 움직임 조합시 안무자가 작품 속에서 드러내고자 한 주제와의 연계선상 속에서 움직임을 배열하는 노력과 소품 등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타이밍 등은 향후 보완의 필요성이 커 보였다.
 안지형 안무의 <몸, 랑리아!>는 자연의 순환을 몸의 움직임으로 연계시킨 구성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기보다 에너지의 흐름에 몸을 맡긴 움직임조합과 배준용과 함께 만들어내는 빠르고 느린 움직임-솔로 춤과 리프팅, 접촉과 떨어짐 등-은 소극장의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만큼 소담스러웠다.
 이번 열세번째 “묵간” 무대는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시선이 안무자들 마다 다른 만큼 작품의 소재에 접근하는 방법의 차별성, 출연무용수의 수나 성별 구성에 따라 다르게 표출된 구도 등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한 명의 안무가를 제외하곤 새로운 움직임의 조합이나 작품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 공간의 사용, 음악과 춤의 조합 등 전체적인 안무력 면에서 부족한 점도 드러냈다.
 자신의 안무 작품들이 한 번의 공연으로 사장되지 않고 보완되고, 재공연 등을 통해 완성도가 더해지고, 나아가 KUM Dance Company의 고정 레퍼토리로 정착하는 단계를 거친다면 “묵간” 시리즈가 갖는 기획공연의 의미 역시 배가될 수 있을 것이다.

2011.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