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2021 춤비평가상 시상식 및 2022 신년 무용계 대화모임
희망찬 새해 덕담, 활기를 되찾은 소통의 시간
이슬기_<춤웹진> 인턴기자

한국춤비평가협회(회장 채희완)가 1월 25일 오후 3시 대학로센터 예술청 2층 아고라에서 2021 한국춤비평가상 시상식과 2022 대화가 있는 신년 모임을 열었다. 대학로센터 예술청은 옛 동숭아트센터를 리모델링하여 열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우려했던 예상과 달리 행사에는 한국춤비평가협회 회원, 김매자 무용가, 남정호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 장승헌 공연기획자, 임소영 국립현대무용단 사무국장, 남영호 무용가, 윤미라 경희대학교 교수, 윤수미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서동진 서울무용센터 매니저 등 안무가, 기획자, 무용수, 단체장 등 50여 명이 남짓한 춤계 관련인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2021 한국춤비평가상 시상식 및 2022 대화가 있는 신념모임 현장 ⓒ춤웹진




행사에 앞서 채희완 회장은 “사람과의 대면이 어려운 시기에 빛나는 작품을 만들고 출품한 창작자들과 이를 높이 평가하는 비평가들의 마음이 만나 시상식을 열게 됐다”며 “새해 건강하시길 기원한다”고 새해 인사를 건넸다.


   

김매자(원로 무용가), 이창기(서울문화재단 대표)




행사에 오랜만에 참석한 김매자 원로 무용가는 “검은 호랑이 기운이 번져서 춤계가 발전하길 바란다”고 새해 덕담을 전했고, 작년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한 이창기 신임 대표는 “서울문화재단 공간에 귀한 분들이 모셔서 반갑다”며 리모델링한 예술청 공간과 서울문화재단에 대한 관심과 조언을 부탁했다.

이종호 상임운영위원은 수상작 선정 경위를 소개하며 “최근 협회는 제도권에서 벗어나거나 낯선 장소에서 진행되는 작품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오늘의 트렌드를 포착하고 좋은 작품을 발굴하는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작품상_〈오〉 춤판야무(금배섭)




송성아 회원의 사회로 본격적인 시상식이 진행됐다. 올해의 작품상은 춤판야무의 〈오〉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오〉는 8년간 사회적 약자의 삶을 추적해온 안무자만의 사회적 실천을 다섯 개의 솔로 연작으로 집약시킨 작품으로서 선명한 작가의식과 진정한 주제 의식이 돋보이며 연극과 춤, 행위와 노동, 탐색과 수행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창작법으로 컨템퍼러리 춤 영역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받았다. 〈오〉를 안무한 금배섭 안무가는 “위기의 순간이 올 때마다 발 벗고 나서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며 “시대에 편승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무용가가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베스트 작품에는 ▲프로덕션화한 춤공연의 작업의 성공사례로 평가받은 YJK댄스컴퍼니 〈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 ▲몸이 가진 장애를 한계가 아닌 역량으로서 가시화하고, 공간에 알맞은 구성과 잘 준비된 음성해설을 시도, 장애인 관객을 위한 프로덕션에서 한 모범을 보인 김원영×프로젝트이인 〈무용수-되기〉, ▲팬데믹 시기 자연과 인간관계를 반추하며, 탁월한 음악적 해석과 명확한 메시지로 생명의 소생 파괴 회복 환의의 단계가 발레다움으로 아름답게 구현한 와이즈발레단 〈VITA〉, ▲기록문화의 꽃인 사초를 비발성 언어이자 비문자적 언어인 춤 속으로 끌어들여 삶의 역사적 기록을 춤으로 수행해내는데 따르는 여러 문제성적 과제를 제기한 장유경무용단 〈사초-史草-대구 현재를 기록하다〉, ▲자연의 생성 소멸 순환이라는 명제를 몸의 물리적 토대 위에 포괄적이면서도 미시적인 시선으로 탐색하면서 감각적인 몸언어로 구현하여 몸 인식의 새로운 차원을 엿보인 차진엽 〈원형하는 몸: round1&2〉, ▲10개의 각기 다른 컨셉트로 연결시킨 60분 길이의 다양한 움직임과 접촉에 의한 변화무쌍한 몸움직임을 통해 당대의 미적 질감을 구현한 UBINDance 〈16〉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베스트작품_〈그런데 사과는 왜 까먹었습니까?〉 YJK댄스컴퍼니(대리수상 신현아)




독일에 체류 중인 YJK댄스컴퍼니 김윤정 안무가를 대신해 작품에 출연했던 신현아 무용수가 대리 수상자로 나섰다. 신현아 무용수는 “기록되지 않으면 역사와 문화가 사라지기에 비평과 기록은 너무나 소중하다. 오랜 시간 함께 연구해준 댄서와 스태프에게 감사하다”는 안무가의 수상 소감을 적어온 메모를 읽었다. 끝으로 김윤정 안무가를 생각하며, “댄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줄 뿐 아니라 목소리 콤플렉스가 있는 제 모습 그대로를 무대 위에 올리게 해줬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베스트작품_〈무용수-되기〉 김원영×프로젝트이인(라시내, 김원영)




〈무용수-되기〉의 공동안무 및 연출을 맡은 라시내 안무가는 “앞으로 다양한 몸을 무대에 올릴 뿐 아니라 다양한 몸을 가진 관객과 만나고 싶다”며 “프로덕션을 위해 신경 써준 장수혜 기획자를 비롯해 함께 작업한 동료 스태프들에게 감사하고, 김원영 님이 아니었으면 작품이 시작되지 못했을 거다”라고 공을 돌렸다. 김원영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다양성을 증대하는 등 사회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엄청난 편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이 너무 좋아서 상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은 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스트작품_〈VITA〉 와이즈발레단(대리수상 홍성욱)




홍성욱 와이즈발레단 예술감독은 미국에 거주 중인 〈VITA〉의 주재만 안무가를 위해 대리 수상했고, 미국에 있는 일을 접어두고 2달 동안 와이즈 발레단을 위해 한 시간 작품을 만들어준 주재만 안무가에게 감사를 표했다.


베스트작품_〈사초-史草-대구 현재를 기록하다〉 장유경무용단




〈사초-史草-대구 현재를 기록하다〉의 장유경 안무가는 “작품 할 때마다 어떻게 무용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며 “30년 넘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수많은 제자와 스태프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스트작품_〈원형하는 몸: round1&2〉 Collective A(차진엽), 베스트작품_〈16〉 UBINDance(이나현)




〈원형하는 몸: round1&2〉의 차진엽 안무가는 “좋은 작품보다 좋은 작업을 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강조했고, 〈16〉의 이나현 안무가는 “한국에서 17년간 활동하며 처음 받는 상인데, 그동안 열심히 했다고 응원해주는 것 같아서 힘이 된다”고 말했다.

춤 연기상에는 ▲시대의 불안과 고통, 고뇌에 찬 소망 등 동시대 의식을 견고하고도 서정적인 춤 연기로 잘 풀어 작품을 부각시킨 〈30초의 기적〉, 〈사초〉의 김현태, ▲ 짧은 연륜임에도 50여년 풍상에 쩔은 듯한 그윽함, 몸 흐름 방향의 자유자재로운 뒤틀림, 얄궂은 표정 등이 한꺼번에 보이는 몸의 생산력을 갖추었다고 평가받은 〈탈춤의 목적〉, 〈빨래〉의 박인선, ▲남다른 음악 해석력을 갖춘 독특한 질감의 움직임으로 작품의 주제와 메시지를 실어 나르는데 발군의 활약상을 보인 〈구두점의 나라에서〉의 정록이가 수상했다.


  

연기상_김현태, 연기상_박인선, 연기상_정록이




〈30초의 기적〉, 〈사초〉의 김현태는 “12년 전 호랑이해 때 뜻깊은 상을 받았는데, 올해 수상하게 되어 기쁘다. 앞으로 열심히 해서 12년 후에도 좋은 얼굴로 뵙겠다”고 유쾌한 소감을 전했다. 〈탈춤의 목적〉, 〈빨래〉의 박인선은 “탈춤은 노래, 연기, 노래 등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기에 전 복 받은 사람이다. 앞으로도 탈춤에 관심을 두시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구두점의 나라에서〉 정록이는 “안무가 곁에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치열하게 작업했는데, 무용수로서 첫 상을 받아 영광이다”라며 두 무용수 모두 국립현대무용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별상은 ▲박금슬 ‧이매방을 사사한 춤 이력을 바탕으로 구성한 전통춤 공연의 새로운 구성방식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레퍼토리로 밀양검무, 허튼춤(초연), 운초북놀음(초연) 등을 선보임으로써 전통춤 원로로서 안주하지 않는 품격을 보인 김은희 〈나의 스승 나의 춤, 춤인생 60년〉과 ▲10년에 걸쳐 전국 29개 도시에서 76회 공연을 통해 커뮤니티 춤의 확산과 예술춤의 대중화를 선도하여 춤의 사회적 효용가치를 드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한 프로젝트 그룹 춤추는 여자들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에 시상됐다.


특별상_〈나의 스승 나의 춤, 춤인생 60년〉 김은희




〈나의 스승 나의 춤, 춤인생 60년〉의 김은희 선생은 “사랑하는 제자들과 작품을 빛나게 만들어준 최성신 연출가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며 “춤출 수 있는 그 날까지 박금슬 선생님의 뼈와 이매방 선생님의 살을 합해서 김은희화시킨 춤들을 열심히 내놓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특별상_〈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 춤추는 여자들(장은정, 강애심, 최지연)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의 장은정 안무가는 “수상한 안무가들의 공통으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또한 주변 많은 사람이 응원과 지지를 보내줬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10년 동안 만난 4,500여 명의 관객들에게 상을 받친다”고 말했다. 최지연 안무가는 “10년간의 바비레따 세월을 정리한 책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도 10년간 야심 차게 활동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몬도가네상’은 1962년 이탈리아 다큐 영화 〈몬도가네(Mondo Cane)〉에서 착안해 2010년 제정한 상으로 한국 춤계 발전을 위한 명목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그 발전을 크게 저해하는 저해하는 사업이나 인물, 단체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발표된다. 2021 몬도가네상에는 ▲거액의 국고 지원으로 운영되는 행사로서 무용 부문에서 2021년도에도 기획 부재, 재공연작 일색 등으로 난맥상을 거듭하면서 역대 최악의 실적으로 춤계 기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무용부문), ▲원로 예술인의 예우에 치중하여 예술인들의 여망(輿望)과는 동떨어지게 폐쇄적이며 비창조적인 모습을 보인 대한민국예술원(예술원법: 예술원 회원의 선출방식과 재정지원 관련)이 선정됐다.


논저상 발표 현장




이어서 한국춤비평가협회가 올해 신설한 ‘춤비평논저상’ 선정 발표가 있었다. 논저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채희완 회장은 “국내 학술지, 단행본, 기타 학술매체에 발표된 논문과 저서를 중심으로 춤비평 이론화와 활성화 작업을 촉진할 논저를 가려내어 선정하는 논저상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논저상 선정 경위에 대해 “2020년 8월 1일~2021년 8월 1일 춤을 주제로 발표된 200여 편의 논문과 18편의 단행본을 대상으로 4인의 1차 예심을 통해 9편을 가려내고, 6인의 2차 본심을 통해 2편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논저상에서 최우수논문으로 한석진의 「디지털 피포먼스에서의 로봇 존재론 연구」(무용예술학 81권)가, 우수논문으로 정옥희의 「발레계의 블랙페이스/ 옐로우페이스 논쟁 연구」(무용예술학 82권)가 선정됐다. 두 논문은 한국춤비평가협회가 발간하는 <춤웹진> 2월호에 게재된다.



 




한국춤비평가협회는 20여년 한국 춤 평단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춤평론가회를 승계, 회원을 재구성하여 2010년 1월 11일 창립되었다. 창립 초기의 공동대표제에 이어 이순열 춤비평가가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채희완 춤비평가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운영위원(이순열 김태원 이종호 김채현 장광열) 및 회원(이만주 김영희 이지현 서정록 권옥희 김혜라 방희망 송성아)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도 한국춤비평가협회는 무용계 발전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정기 포럼을 개최하고 2013년 제정된 춤비평신인상 공모사업을 올해도 추진한다(10월 31일 마감). 연말에는 2022 한국춤비평가상&베스트 작품 선정하고 마흔두 번째 『춤비평』지를 발간한다. 매달 1일과 16일에는 무용전문지 〈춤웹진〉을 발행한다. 〈춤웹진〉은 2022년 2월 150호가 발간될 예정이다.

2022. 2.
사진제공_춤웹진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