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춤과 권리 (11)
표절과 저작권 침해
이예희_변호사

[사례]
(1) A는 타인의 안무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안무를 그 타인의 허락 없이 모방하여 안무를 창작한 후 자신의 안무가 타인의 안무를 인용하였음을 밝히지 아니하였다.

(2) B는 타인의 안무와 실질적으로 유사한 안무를 그 타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모방하여 안무를 창작하였으나, 자신의 안무가 타인의 안무를 인용하였음을 추후에 밝히면서 이용하였다.

(3) C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종료된 고전 안무를 마치 자신이 창작한 것처럼 출처를 밝히지 아니하고 발표함으로써 이용하였다.

(4) D는 타인이 무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자 이를 자신의 공연 안무로 창작하여 이용하였다.

(5) E는 무용 공연에서 자신이 이전에 창작하였던 안무의 존재를 아예 나타내지 아니한 채 새 안무를 창작한 것처럼 발표하였다.

위 각 사례에서 A, B, C, D, E는 저작권을 침해하였을까? 만일 저작권 침해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해설]
많은 사람들이 표절과 저작권 침해의 개념에 대하여 크게 구분하지 아니하고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론에서도 유명인들의 저작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저작권 침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면 표절이 아니어서 결백하다는 결론으로 해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표절과 저작권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표절과 저작권 침해의 개념과 차이점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표절과 저작권 침해의 개념
표절은 법적 개념이 아니며, 저작권법이나 여타 다른 법에서 정의하고 있지 아니하다. 일반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창작한 저작물의 일부 또는 전부를 도용하여 사용하여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을 의미하며(두산백과 참조), 판례는 “해당 분야의 일반지식이 아닌 타인의 저작물 또는 독창적 아이디어를 적절한 출처표시 없이 자기 것처럼 부당하게 사용하는 행위”를 표절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대법원 2016. 10. 27. 선고 2015다5170 판결 참고). 법적 개념이 아니므로 성립 여부를 따지기 위하여 법적 요건을 갖출 의무가 없다. 저작권 침해나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등의 별도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는 한 법적 효과를 갖지 아니하다. 이 경우 단지 도덕적 책임이 문제될 뿐이며, 대학이나 기관 단체 내부에서의 윤리 규정 등이 있다면 해당 규정에 반할 경우 내부적인 징계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저작권 침해는 법적 개념에 해당하므로 저작권법과 판례에서 요구하는 일정한 법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우선 침해되는 대상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저작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한 아이디어는 보호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침해 대상이 되지 않고, 창작적인 표현만이 침해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침해자의 저작물이 저작권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 침해자의 저작물과 저작권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하므로(대법원 2021. 6. 30. 선고 2019다268061 판결 참조),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또한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경우와 같이 저작권 보호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아니하며, 저작권 법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허락한 경우들 예를 들어 학교 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 시험문제를 위한 복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이나 방송 등 법적으로 예외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게 한 경우들에는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만일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 저작권법에 따라 권리를 침해하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정지를 청구할 수 있고,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하여 침해의 예방 또는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는 한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며,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자에 대하여는 손해배상을 갈음하거나 손해배상과 함께 명예회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청구할 수 있는 등 법적 효과를 갖게 된다.

요컨대 표절의 대상은 창작물일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아이디어도 상관이 없지만 저작권 침해의 대상은 창작물이어야 하며, 표절은 자신의 작품을 표절한 이른바 자기표절도 문제가 되지만 저작권 침해는 타인의 저작물을 침해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또한 표절은 표절의 대상을 자신의 것처럼 표기하는 출처 미표시의 행위가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저작권 침해는 저작권 침해 대상을 허락 없이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이용한 행위가 문제된다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표절의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는 한 법적 효과를 갖지 않고 양심과 도덕의 문제만이 발생하지만,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경우에는 민사상 책임은 물론 형사상 책임도 갖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례의 해설
사례에서 A의 경우 타인의 허락을 받지 아니하고 타인의 안무를 복제의 방식으로 모방하였고 두 안무 간 실질적 유사성도 인정되므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 또한 타인의 안무를 인용하였음에도 그 인용 여부에 대하여 밝히지 아니하였으므로 표절도 인정된다. 반면 사례에서 B의 경우, A와 마찬가지로 저작권 침해는 인정될 것이나, 타인의 안무를 인용하였음을 스스로 밝혔으므로 표절은 인정되지 아니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C의 경우에는 저작권 보호 기간이 종료된 고전 안무를 이용하였으므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저작권 보호 기간이 종료되었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안무를 마치 자신의 것처럼 출처를 밝히지 아니하고 이용하였으므로 표절에는 해당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D의 경우에도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아이디어를 모방한 행위에 대하여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지만, 이를 무단으로 모방한 행위에 대하여는 아이디어의 표절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E의 경우, 저작권 침해는 타인의 저작물을 침해하여야 하는바 자신의 창작물을 모방한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지 아니하게 된다. 그러나 이른바 자기 표절의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결어
그러나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표절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쩌면 저작권과 표절은 법과 도덕 간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법적인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뜻일 뿐이지 도덕적이라는 뜻은 아닌 것처럼,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표절의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저작권법은 문화예술의 향상 발전을 위하여 여러가지 저작권 이용의 예외를 허용해두고 법적인 보호의 한계를 마련해 두고 있지만, 법망을 피한 이용이 언제나 과연 문화 예술의 향상 발전을 위한 정당한 이용인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예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한국춤비평가협회 고문 변호사.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각각 연극과 문학을 전공하고 변호사가 되었다. 현재 문화, 예술, 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IP와 관련된 분야에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2023.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