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현장

추모 기획_ 컨택즉흥 안무법 창시자, 내가 만난 Steve Paxton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움직임이라면
무엇이든 춤이 될 수 있다”
김윤정_재독 안무가

ⓒDeng Yu-Lin, courtesy DM Archives/dancemagazine.com



미국의 무용가 스티브 팩스턴(Steve Paxton)이 2024년 2월 19일 그의 고향인 버몬트에서 8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39년 애리조나주 턱슨에서 태어났다. 체조선수를 하다가 마사 그레이엄의 기법을 익히면서 무용으로 진로를 바꾸었다. 이후 1961~1964년까지 머스 커닝햄의 무용단에서 활약하였으며 호세 리몽과도 춤을 추었다.

스티브 팩스턴은 1962년 저드슨 그룹의 공동 창립 멤버였던 로버트 던(Robert Dunn), 이본 레이너(Yvonne Rainer), 시몬 포르티(Simone Forti), 쥬디스 던(Judith Dunn)등의 무용가들과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고 이들의 발표회는 비평가들에게 모던댄스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다루어졌다.

그리고 그는 1970년대 이후 뜻을 같이하는 무용가들 트리샤 브라운(Trisha Brown), 루신다 차일즈(Lucind a Childs),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와 그랜드 유니언을 창립하면서 실험적인 즉흥 공연을 통해 저드슨그룹 멤버에 비하여 동작의 방식이 새로운 무용구조 안으로 흡수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던댄스가 발레의 정형성에서 벗어나고자 시작되었다면 이들이 추구한 것은 정형화되어가는 모던댄스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노력이었으며 시대의 권위적인 질서에서 벗어나 있던 젊은 무용가들의 도전적인 실험정신이기도 했다.

스티브 팩스턴은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움직임이라면 무엇이든 춤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무용을 할 수 있고 어떤 동작도 무용 동작이 될 수 있다 …. 짜여지지 않은 상황 일반적인 동작(걷고,몸을 긁적이고,웃거나 기침을 한다거나)은 관객들에게 함께 한다는 동질감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활동에서 기교적 움직임이 철저히 배제된 일상적 움직임의 사용과 다양한 실험적 변주를 거쳐 접촉즉흥기법을 발전시켰다. 그는 일본의 무술인 아이키도(Aikido)를 연구하여 접촉즉흥을 하면서 떨어지거나 다칠 수 있는 것을 아이키도의 낙법 방식을 도입하여 안전하게 하도록 하였다. 스티브 팩스턴은 접촉즉흥의 안무법을 창안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이 어떤 테크닉이나 방법론 앞에 선구자 또는 발명자로 이름 붙여지기를 거부했다. 이는 자본주의적 소유권 명을 거부하는 그의 정신이었다.

스티브 팩스턴은 또 무용수와 무용수 사이의 전통적인 경계를 없애려고도 노력했다. 그의 춤 어휘에는 걷기, 서기, 앉기와 같은 간단한 동작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의 작품에 내재된 일상적 움직임은 한 시대의 무용장르의 변화를 비롯하여 전통적으로 유지되어온 무용예술 작품에 관한 인식의 전환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또한 공간적인 제약에서도 벗어나고자 하였으며 타 장르와의 협업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당시와 현대의 수많은 안무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는 비기교적인 기교로 일상을 무대 위에 올렸고, 일상이란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성격을 규정함으로 그 시대 사람들의 가장 중요한 동시대성을 알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파격적인 시도와 실험성으로 점철된 그의 활동은 현대무용이 지녔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서 보다 높게 평가되어야 할것이다.

나는 운 좋게도 1995년 네덜란드(Artez, EDDC)에서 공부할 때 특별 게스트 교수로 온 스티브 팩스턴의 수업을 들었었다. 지방은 없는 단지 움직임(춤)으로 인해 형성된 근육질의 다소 마른 듯한 인상의 그는 날카로워 보이는 인상과는 다르게 너무나 인간적인 따듯한 사람이었다. 그가 댄서들(학생들)을 대하는 자세는 존중이 넘쳐 수업 내내 함께 춤을 추는 동료 같았다. 그의 가르침은 그의 움직임처럼 단단하지만 유연하고 열려있었다. 늘 세심한 배려가 넘치는 그와의 즉흥 수업은 어떻게 말없이 서로의 몸을 인지하며 함께 나누고 호흡할 수 있는지 부터 시작되었다.

손을 제외한 신체 부위의 접촉을 통한 움직임이 생성되는 접촉즉흥기법은 이완된 신체에서 서로의 체중을 이용한 동작들로 몸의 중력과 몸의 근력, 그리고 심리적 타이밍을 이용한 접촉이 몸의 소통을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몸의 소통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몸이 가고 싶은 다양한 선택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고 자신의 몸과 심리를 인지하려면 움직여야 하고 움직임을 통해서 우리는 자신을 진정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그리고 매 순간 내 중심으로부터 연결된 시간과 공간에 백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수업은 그가 가장 중요시했던 몸의 중심과 바닥의 관계 그 모든 것들이 어떻게 중력과 연결되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그의 가르침은 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게 해주었다.

일상에서 아방가르드 댄스를 발견한 그의 수업은 철학 수업과도 같았다. 솔로 댄스는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댄서는 플로어와 함께 춤을 춘다고 했다. 우리는 태어나는 날부터 중력 속에서 헤엄쳤으며 ‘나’라는 덩어리와 지구의 덩어리가 서로를 부르고 있다고도 했다. 춤은 시간, 공간, 중력 같은 아주 기본적인 존재에 우리 마음을 다시 집중시키는 길 이자, 자연처럼 우리의 본성을 일깨워주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계획되지 않은 즉흥적인 방식으로 누군가와 춤을 추며 자신을 발견하고 그 상대도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춤을 출수 있는 것은 최고의 기분 좋은 사회적 형태라고 했다.

스티블 팩스턴은 우리 춤의 방향과 삶의 방식을 바꾸어 놓았다. 춤은 움직임을 통해 신체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이므로 춤을 출 때마다 우리 자신의 습관을 깨뜨릴 수 있도록 하였다. 무용의 역사, 무엇보다 춤추는 신체의 역사에 혁명을 일으킨 혁명적인 삶 과 그의 움직임의 철학은 그의 일생을 돌아보면 그의 사상과 인생은 하나가 된다 .무용의 역사에서 한 시대를 넘어 그가 걸어온 행보는 예술가들에게 기존에 질서에 반항하고 새로움을 찾아갈 비전을 찾으라는 숙제를 남겨준 듯하다. 그리고 우리 모두 자본주의가 혼합된 민주주의, 그리고 전에 없던 자본주의가 혼합된 사회주의 아래 살고 있는 세상에서 컨템퍼러리 예술가들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하라고 하는 듯하다.

주요작품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황금사자상과 1987,1995,2015 년 뉴욕의 베시상을 상을 포함 수많은 상을 받았으며, 주요작품으로는 〈Proxy〉, 〈Jag Vill Gärna Telefonera〉, 〈Physical Things〉, 〈Goldberg Variations〉, 〈Material for the Spine〉, 〈Ave Nue〉,〈Satistyin' Love〉, 〈Bound〉, 〈Contact at 10th&2nd〉, 〈Proxy〉, 〈Transit〉, 〈English〉, 〈Satisfyin g Lover〉, 〈Fatal〉, 〈Title Lost Tokyo〉, 〈Someb ody Else〉, 〈Some notes on Performance〉, 〈Quicksand〉가 있다.

김윤정
독일에서 활동하는 현대무용가
2024. 4.
사진제공_Deng Yu-Lin, DM Archives/dancemagazine.com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