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예술의전당 〈4色여정〉
공공극장의 의욕적 시도, 아쉬운 작품성
장광열_춤비평가

<4色여정> (1월 4-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평자 4일 공연 관람)은 예술의전당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무용 창작품이란 점에서 신년벽두부터 화제가 됐다. 국내 스타급 무용수 4명을 전면에 내세운 점, 영상과 무대미술 등 비주얼적인 요소를 더하고 라이브 연주를 곁들인 창작음악의 사용, 클래식 한류를 표방한 점 등도 주목의 대상이었다.
 “Endless Voyage” 란 부제를 사용하면서 “항해”의 이미지와 연계시킨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너무 고요했다. 거센 파도도, 세찬 비바람도, 배의 요동도 거의 없었다. 더러 멋있는 풍광과 매혹적인 자연의 소리가 들리곤 했지만, 항해를 통해 기대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새로움, 예기치 않은 짜릿함은 없었다.
 조명 의상 무대미술 음악 움직임과 융합된, 극장예술 작품으로서 <4色여정>은 전체적으로 간결하고 차분했다. 항해의 이미지를 연계한 정면의 뱃머리와 무대 좌우 돛대 형상의 무대미술과 블루와 화이트 조명의 대비, 부분적으로 임팩트를 준 영상이 만들어낸 회화적 이미지, 움직이는 지체의 조형적 아름다움은 시각적 볼거리를 만들어 냈다. 동서양, 현과 보컬이 조우한 선율도 가슴을 파고들었다. 

 문제는 그런 예술적 교감이 지나치게 짧고, 간헐적이고, 하나의 흐름 속에 용해되지 못하고, 산만하고 밋밋하게 분산된 데 있다. 

 안무자에 의한 움직임 조합은 70분 동안 6개 장면의 각기 다른 정감을 표출하기에는 부족했다.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고 그것을 조합해 댄서들의 몸을 통해 표출시키는 질적인 면에서 안무자는 부분적으로 반짝이는 감각을 보여주긴 했지만, 춤이 중심이 된 작품이란 점에서 보면 기대치에 못미쳤다.

 군무진들의 움직임은 유사한 스타일의 반복과 앙상블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황혜민과 엄재용의 파트너십은 뛰어났지만, 갈라 공연이 아닌 만큼 발레 2인무의 정형화 된 스타일에서 더 탈피했어야 했다. 김주원의 솔로춤은 외로움과 절절함으로 윤이 났지만, 이정윤과 만나면서 그 빛이 오히려 바래버렸다. 4장 가면이 등장하는 군무 장면과 에필로그에서 4명 무용수와 군무의 배합은 구성과 질 모두에서 빈약했고, 결국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에 치명타가 되었다.

 해금, 가야금, 바이올린과 첼로, 여기에 성악과 피아노가 더해진 라이브 연주는 악기 배합을 통해 각기 다른 분위기로 조율하려한 작곡자(김태근)의 의도가 읽혀졌지만, 시종 영화의 배경음악과 같은 톤으로 일관되면서 결국 안무자에 의한 다양한 움직임의 융합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제작진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 모두 6개의 장에 기쁨과 슬픔, 사랑, 미움과 욕망 등을 담아내려 했고, 그 중심에 7명의 군무진과 4명의 댄서들을 배치했다. 인간의 원초적 감정을 소재로 한 작품은 쉬운 선택 같지만, 그 작업은 가장 어려울 수 있다. 관객들의 삶의 궤적이 다 다르고 감성적으로 그것과 만나는 방식 역시 저마다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무가(이정윤)와 연출가(김명곤)는 “항해-삶”이라는 컨셉트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버렸다. 그 보다는 4명 스타급 무용수를 포함한 춤 그 자체에 더 많은 공을 들였어야 했다. 

 <4色여정>은 예술의전당에서 제작한 공연, 스타급 무용수들의 면면 때문에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기에는 함량 미달이었지만, 대관 위주로 운영되는 공공 극장의 문제점을 타파하는 노력이란 점에서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다만, 순수예술의 한류는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것만을 지향하고 고집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아티스트와 스태프진들이 만든 가장 보편적인 양식의 공연을 따르더라도, 예술적인 완성도만 높다면, 상품으로서의 쟁력도 생기고 한류는 자연스럽게 성공한다. 공연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작품의 질이다.

2012.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