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페쉬 쉑터 컴퍼니 & DV8
춤 예술은 어디까지 진화하는가
장광열_춤비평가

 이제 막 일등급으로 떠오른 안무가(호페쉬 쉑터)는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이미 세계 정상급으로 명성을 얻은 안무가(로이드 뉴슨)는 왜 그에게 그 같은 평가가 내려졌는가를 실증해준 무대였다. 주목받고 있는 두 명 영국 안무가들의 잇따른 신작 내한공연은 그들의 명성만큼이나 빼어났다.
 

 


음악, 조명, 텍스트에 의한 움직임 조합과 거침없는 메시지

 안무가 호페쉬 섹터가 선보인 두 개 작품(3월 22-23일, LG아트센터)은 조명과 음악, 그리고 몸의 조합을 통한 시청각적 이미지의 발현으로 요약된다. <반란>에서는 강한 비트의 음악과 폭발적인 무용수들의 에너지가, <당신들의 방>에서는 조명을 이용한 순간적인 장면 전환과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그리고 독특한 공간 분할이 압권이다.
 <반란>에서 7명 무용수들의 현란한 움직임에서 뿜어져 나오는 넘치는 에너지는, 빛과 함께 맞물리면서 만들어지는 순간적인 정지 동작에서 빚어지는 시각적 조형미에서, 정점으로 치닫는다. <반란>에서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색채를 읽었다면, <당신들의 방>에서 호페쉬 쉑터는 독특한 음악적 감성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보다 더 분명히 드러낸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에서 순간순간 보여지는 허전함은 극장예술 작품으로서의 보다 더 세밀한 조합을 필요로 한다.
 뒤이은 DV8 내한 공연(4월 6-8일, LG아트센터)은 호페쉬 쉑터의 작업보다 더욱 치밀하고 놀라웠다. 〈can〉에서 로이드 뉴슨은 텍스트와 움직임의 절묘한 결합, 공격적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을 만큼 직접적인 소통으로 관객들을 자극했다. 엄청난 양의 텍스트를 움직임과 함께, 때론 독백으로, 때론 논쟁으로 쏱아내는 댄서들은 계획된 안무가의 컨셉트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안무가는 무용수들의 입을 통해 단어에 내포된 의미, 템포, 소리의 고저 등 치밀한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그것 자체를 음악으로 치환했다. 무용수들이 내뱉은 대사는 그대로 음악이 되고 무용수들은 그 리듬에 맞추어 자신들의 몸을 거침없이 내맡겼다.
 이같은 시도는 곧 새로운 움직임의 창출로 이어지고, 안무자는 그런 움직임들을 위해 특정한 프레임을 설정하고 있었다. 안무자는 미끄러지기, 점프하기, 거꾸로 서기 등 연속된 동작과 손가락 등 무용수들 몸의 작은 부위를, 때로는 하체의 움직임을, 때론 상체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그것들을 기막히게 조합시킨다.
 

 


DV8

 


 간헐적으로 영상이 시용될 때도 있었지만, 안무가는 무대 중앙에 3개의 벽과 무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측면의 출입문, 그리고 테이블과 의자를 사용해 시각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로이드 뉴슨의 안무가로서의 특별한 감각은 이들을 움직임을 변용시키는 접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무대미술과 접촉되는 순간, 시각적인 효과는 아주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안무가는 적지 않은 텍스트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 다문화, 다인종으로 야기된 문제들, 이슬람 문화 모독 사건으로 죽임을 당한 네덜란드 영화감독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 같은 텍스트들은 댄서들의 인성(人聲)에 의한 리듬감과 만나면서 작품은 한편의 다큐멘타리처럼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DV8

 


 안무가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폭력과 전쟁이 난무하는 세계에 대한 준엄한 경고이다. DV8이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작업이 무용예술의 영역을 더 넓게 확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댄서들에 의해 텍스트로 말해지는 무용을 시도하고 동성애, 종교적인 문제 등 다루기 어려운 소재들을 전면에 부각시키기도 한다.
 DV8이 확장하고 있는 무용예술의 진화는 도대체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것 얘기좀 하면 안될까요?>는 한 작가의 역사 인식에서 탄생된, 뛰어난 예술적 보고서이다.

2012.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