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서울공연예술마켓(PAMS) 10년 춤계에 무엇을 남겼나
격년으로 포커스 달리해 개최, 유통확대 위한 탄력적 운영 필요


사회 : 서울공연예술마켓(PAMS,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 이하 팸스)이 올해로 제10회를 맞이합니다. 국제 유통구조가 빈약했던 우리 공연예술계에 획기적인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많은 성과를 가져온 반면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팸스 10년이 무용계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고 미래를 위한 이야기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팸스는 공연계에서 몇 년 동안 꾸준히 목소리를 모은 결과로 생겨난 아트마켓입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설립 전년에 제1회 팸스가 개최되었지요. 2회부터 예경이 주관하고 있고요. 팸스의 시작에서 엿볼 수 있듯이 현장의 수많은 건의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현장이라는 것은 공연예술을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측과 순수예술적 교류로 여기는 두 가지 입장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어 생겨난 것이 팸스인 거죠. 그러다보니 뮤지컬처럼 공연예술의 상업성에 집중할 것인지 아니면 창작 위주의 순수예술 위주로 할 것인지, 전통예술도 팸스의 대상이 될 것인지 등 팸스의 방향성에 대해 초기 몇 년 동안 논란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순수 창작예술의 국제교류를 통해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시장성을 무시하지는 말자는 쪽으로 정리된 듯합니다.
 초기부터 관여해 오셨던 최석규 아시아나우 대표께서 10년 동안 팸스가 가져온 전반적인 효과, 이로 인해 달라진 한국 공연예술의 국제적 위상, 국내 예술가들에게 끼친 영향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석규 : 사실, 2005년 팸스가 창설될 때 개인적으로 저는 아트마켓을 반대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습니다. 콘텐츠 측면에서 한국 공연예술작품 중 매년 유통 가능한 컨템포러리 공연작이 양산되고 있는가, 국제교류를 할 수 있는 매개 역할의 인력이 준비되어 있는가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예술작품의 해외시장 진출도 중요하지만 휴먼 네트워크가 이뤄지는 가운데 국제교류의 탄탄한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초기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팸스가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진출과 국제교류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팸스를 3기로 구분해서 바라봅니다. 마켓 주최의 노하우가 없었던 초기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준비단계 혹은 한국 공연예술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해외소개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기에 해당하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해외 파트너와의 연계(Looking for International Partner)를 도모하고, 창작 아이디어의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팸스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축제나 음악마켓과 협력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등 팸스가 유통을 방점으로 한국 공연물을 소개하고 휴먼 네트워크의 인지도를 쌓았던 기간입니다. 2006년 예경 설립 이후 국제교류를 할 수 있는 매개자 역할의 인력이 양성되면서 예술가들과 같이 작업하는 계기가 되어주었지요. 2011년 이후 3기에 접어들면서는 작품을 소개하는 마켓일 뿐만 아니라 유통 중심을 넘어서서 공동창작을 할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갔습니다. 창작에서 유통까지 통합적 구도 속에서 진행하기 시작했고, 센터스테이지 프로그램과 같이 어떤 나라를 포커스로 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장르별로 독특하게 동시에 소개해 주는 등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또한 각국의 커넥션 사업(KAMS Connection)은 예술가들에게 창작 리서치와 공동제작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1-2년의 팸스는 정체되어 있다고 판단됩니다. 아시아 공연예술에 핵심을 둔다고 했지만 아시아의 어떤 네트워크를 통해 변화를 모색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요. 또한 국제교류의 변화에 따른 전략적 대응이 약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회 : 팸스에 참여했던 창작자 입장에서 김남진 안무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남진 : 초기에 듀엣 작품으로 팸스 초이스에 참여했고 2012년에 다시 한 번 선정되었습니다. 팸스가 예전에 비해 발전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방문한 외국 델리게이트들도 폭이 넓어졌고 스피드 데이팅, 팸스 나이트 등 여러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단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예술가와 기획자 간의 네트워킹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보완했습니다.
 다만 팸스 초이스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해외에 유통되었는가에 대해 재고했으면 합니다. 해외투어의 성과를 올린 예술단체가 팸스를 통한 것인지 아니면 축제나 개인적인 루트 등 다른 경로로 해외진출을 모색한 것인지 분별하고, 작품의 해외유통에서 팸스의 역할을 되짚어야 하는 것이죠. 해외 극장이나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구미에 맞는 작품들이 선정된 것인지, 해외에서 필요로 하는 작품과 선정된 작품과의 매칭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방문할 델리게이트들을 미리 선정하고 그들에게 맞는 작품을 선보인다면 효과적인 해외 유통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 : 무용의 경우, 해외유통을 위한 좀더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문할 외국 인사들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예경도 여러 가지 행사를 마련하고 조직하면서 그런 것까지 신경 쓰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예산 문제가 해결된다면 어떤 성향의 기획자들을 중점적으로 초청해서 그에 맞는 작품을 보여주는 것, 혹은 어느 지역 기획자들을 다수 초청해 끈을 맺어주는 식의 전략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예경이 여력이 없으면 민간에서 진행되는 팸스링크 프로그램을 통해서 할 수도 있겠지요.

김남진 : 유럽은 지리적인 특성도 있겠지만 공연투어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공연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포커스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한국에서 작품을 제작했다면 아시아만이라도 투어를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한다든지, 무용ㆍ음악ㆍ연극 세 장르를 일주일 만에 버겁게 치르지 말고 장르별로 세분해서 진행했으면 합니다.

최석규 : 국내 공연예술계에 팸스가 기여한 가장 큰 부분은 국제교류의 유통에 대한 플랫폼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한국 공연예술에 대한 체계적인 소개가 없었는데 특히 컨템포러리 공연에 대한 정보와 아카이브를 구축해서 전달했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인적 네트워크입니다. 물론 그것이 지속적으로 쌓일 수도, 단발적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해외 프리젠터들의 인적 네트워크에 대한 틀거리를 만들어 준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제교류 인력을 양성 프로그램과 지원 프로그램 개발을 통하여 예술가들과 함께 시장개척을 할 수 있는 국제교류 기획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켓이라는 것은 수요와 공급의 요구가 맞았을 때 잘 이루어집니다. 일반사회와 마찬가지로 공연예술계에서도 요구의 변화가 생성되기 마련인데, 이를 마켓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략적으로 시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매치 메이킹(Match Making)을 하는 등 공연예술계의 변화를 예민하게 수용해야 하는데, 최근의 팸스는 그렇지 못해서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2009년에 <아트마켓 중장기 발전방안>이라는 연구를 용역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팸스초이스에서 공연 편수가 가장 많은 장르는 무용이었는데 실질적으로 팸스초이스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사례는 무용이 가장 적었어요. 오히려 연극, 다원, 음악이 더 많이 해외에 초청되었지요. 무용은 몸의 언어이기 때문에 언어의 제약이 없어 국제교류에 가장 용이하다고들 하지만 무용마켓이 타 장르 시장보다 좁은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유럽을 제외하고 나면 무용마켓은 거의 제한적이죠. 특히 아시아의 경우 무용 국제교류는 축제 속에 녹아져 있는 형태로, 무용만 특화시킨 마켓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어요.
 무용이 해외진출에 가장 용이한 장르라고 하는데 마켓이 어떤 역할을 하면 무용의 국제교류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매치 메이킹이 잘못되어 있거나 무용마켓이 적어서 해외진출이 원활하지 않은 것인가 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사회 : 팸스 초이스를 통한 무용 진출 건수가 타장르보다 적은가요? 전 오히려 더 많은 줄 알았는데... 무용이 언어장벽이 없기 때문에 잘 팔릴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도 여기저기에 있는 수많은 시장을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알고 보면 무용을 수용해 줄 수 있는 축제와 극장은 세계 곳곳에 매우 많습니다.
 실제로 팸스는 세계 각국의 기관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을 이제부터는 세분화, 전문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장르의 구분 없이 일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장르별 심화 프로그램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의 전체행사를 마무리한 후 희망하는 외국인 델리게이트에 한해 2-3일 정도 체류기간을 만들어주고, 각 장르별 적합한 민간 전문가와 협력하여 휴먼 릴레이션을 구축, 좋은 결실을 맺게끔 하는 것이지요. 바쁜 프리젠터들은 마켓, 축제, 세미나 등 많으면 1년에 수 십 회씩 해외일정을 소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팸스의 작품이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이상 그 성과가 나타나기란 쉽지 않아요. 그들을 이틀 정도 더 머물게 해서 한국의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한 인식 내지 관계를 다잡아 두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방안입니다.
 김남진 씨가 말씀하신 외국 기획자의 성향과 극장 조건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고 매치시켜야 한다는 부분 역시 민간과 손을 잡으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팸스에서도 외국 게스트의 추천을 민간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가령 시댄스(SIDance, 서울세계무용축제)는 외국 무용기획자를 초기부터 추천해왔는데 단순한 언급이 아니라 실질적인 효과를 생각하며 추천하고 있어요. 가급적 무용작품의 해외진출에 가시적인 성과를 줄 수 있는 기획자를 추천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얼굴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이 초청 부분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한편으로는 새 얼굴들을, 한편으로는 우리의 ‘편’이 돼 줄 수 있는 익숙한 얼굴들을 또다시 부르는 양면작전도 필요한 거죠.

최석규 : 시장 세분화와 민간과의 협력체계 구성은 정말 중요합니다. 각자가 갖고 있는 장점이 조금씩 다르겠지요. 민간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 규모 네트워크를 평생 쌓아 가는데다가 시장동향을 가장 빨리 보는 눈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관의 담당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화의 흐름에 늦을 수 있어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각자가 갖고 있는 능력과 노하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간 팸스가 쌓아온 인지도나 노하우를 통해 유통의 플랫폼이나 휴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금을 조성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것들을 마련했다면 그 이후에는 얼마만큼 세분화시키는가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효과적인 매치 메이킹 조성, 해외 관계자들의 한국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의 축적이 있겠죠. 작품 하나를 파는 것과 예술가를 알게 해주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보는데 마켓이 작품에 집중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예술가를 알게 해주어서 장기적으로 국제교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훨씬 전문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입니다. 민간과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서 인적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쌓아가게끔 바뀌어야 해요.

사회 : 공공과 민간의 협력 문제는 팸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 해당되는 것이라 봅니다. 일단 공공기관에는 깊은 인적 관계를 갖추었거나 작품의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수준의 분야별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따라서 어느 선부터는 민간과 손을 잡아야 하지요. 그런데 다소 민감한 얘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정부 산하기관과 민간 사이의 협력과정에는 보이지 않게 갈등이 존재합니다. 산하기관은 그의 상부기관, 즉 본청에 끊임없이 자신들의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종종 민간의 공로를 자기 것으로 가져가고 싶은 유혹을 느낍니다. 이럴 때 동반성장 혹은 상생의 지혜를 살려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초 문화예술위원회가 벨기에 한국무용 특집을 주최할 때 아시아나우에 ‘주관’이라는 명칭을 준 것을 보고 과거와 달라졌구나 싶었습니다. 그동안 문예위는 그런 기관이 아니었거든요.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예경에서 연말 간담회를 하면서 “내년부터는 민간 전문가 여러분의 존재감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노력하겠다”는 좀 희한한(?) 약속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게 다 우리 사회 민관협력에 문제점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지요.
 올해 팸스링크로 시댄스, 스파프(SPAF,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댄스플랫폼(SDP) 등 국내 단체들이 준비한 쇼케이스 외에도 핀란드 안무가가 주관하는 국제 쇼케이스 등 여러 건의 쇼케이스가 부분적으로 겹치거나 전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다른 장소에서 열린다고 합니다. 팸스가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큰 판을 벌이는 것은 좋지만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조정 기능도 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마켓의 취지가 직접적인 작품 유통, 인적 관계의 중장기적 구축이라고 할 때 적어도 손님들이 작품을 편안하게 볼 수 있게 시간과 장소 배치를 적절히 해주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최석규 : 오늘 언급된 내용이 팸스의 전략적 비전에 당장의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팸스가 어떻게 협력적으로 작업을 해야 한국 무용계의 해외진출과 시장개발에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중점적으로 생각해주었으면 합니다.
 팸스링크의 협력 프로그램들은 코디네이션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시댄스(SIDance)와 스파프(SPAF)같은 축제, 10월에 여러 공연들의 일정이 겹쳐 있어 수용자 입장에서 선택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협력 코디네이터를 마련해서 시간대를 달리 배치한다거나 공연투어를 할 수 있는 교통편을 마련해주는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팸스를 통한 무용의 해외진출에서 가장 큰 문제는 동시에 개최되는 스파프와 시댄스의 아까운 에너지 소비에 대한 부분이고, 이 문제는 전체적으로 열어두고 얘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른 하나는 예술가 소개를 놓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용가가 무슨 작업을 해왔고 어떤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무용전문가나 객관적으로 무용가를 소개할 수 있는 자료의 도움이 있어야 합니다.
 초기 팸스에서는 연극, 다원예술, 무용, 음악 쪽에 전문 코디네이터를 두고 예술가와 작품의 경향을 전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작품의 구체적인 성향, 극장의 규모에 맞는 작품 등 해당 장르의 전체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코디네이터 기능을 마련해주면 해외 기획자들이 그 즉시 작품을 초청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성과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다시 민관의 협력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네요.

김남진 : 아침부터 여러 개의 공연을 과다하게 보여주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몇 개의 공연을 제시하고 추후 미팅을 갖거나, 며칠 후에 소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방안이 필요해요. 올해 델리게이트들 가운데 작품을 사러온 것이 아니라 한국을 보러 왔다고 하는 사람은 내년에 재 초청해서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져야지 뉴 페이스만을 고집해서는 안 됩니다. 안무가들도 팸스가 마련해 준 자리만 믿고 있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손님들과 교류해서 자신을 각인시켜야 합니다. 제도가 진화하는 것도 좋지만 안무가 스스로도 좋은 작품을 만들고 네트워킹을 활발히 하려는 자세도 필요하죠.

사회 : 지난 10년 동안 부지런히 달려온 덕분에 팸스는 이제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마켓이 되었습니다. 팸스라는 자리에 자신의 홍보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오는 외국 관계자들도 많아졌어요. 캐나다 작품만 보여주던 시나르(CINARS)에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자기 것을 소개하기 위해 가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러면서 시나르에 다른 나라 작품들이 소개되기 시작한 것처럼 한국을 알리기 위해 만든 팸스에 나른 나라 작품들도 쇼케이스를 하게 됐지요. 그런데 이 부분도 정리할 게 많습니다. 외국 것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팸스링크들과 겹치거나 서로 방해되는 경우는 없는지, 아까 말한 코디네이션 문제를 또 언급하게 되는군요.

최석규 : 김남진 씨 말씀 가운데 많은 프로그램 제시가 오히려 프리젠터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냐는 내용이 있었는데요. 마켓에 방문하는 프리젠터 각각의 성향에 따라 다른 듯합니다. 어떤 사람은 인지도 있는 작품이나 안무가 몇을 선택해 다른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그것만 보러가겠다고 해요. 두 번째는 한국 공연예술의 국제교류 진출이 지원도 많고 다양하므로 쇼케이스를 자체를 신뢰하는 사람이죠. 이런 성향의 프리젠터는 극장 또는 축제의 비전에 맞는 것이 있다면 데려오겠다고 생각해서 많은 작품을 관람합니다. 세 번째로는 한국 공연예술에 대한 인지도가 전혀 없어서 공연예술 지형도를 파악하기 위해 두 번째보다 더 많이 보는 성향의 사람입니다. 더 보고 덜 보고 개인의 성향에 따라 선택되는 부분인 듯합니다.
 오히려 저는 마켓으로 초청하는 프리젠터가 정해지는 시점이 너무 늦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외국 프리젠터들이 10월에 가장 바쁘다보니 스케줄을 조정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겠죠. 다른 하나는 프리젠터가 오기 전에 그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올해 쇼케이스 뿐만 아니라 전년 작품, 안무가를 미리 소개하는 매치 메이킹을 위한 사전 커뮤니케이션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 단계를 놓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프리젠터들은 한국의 지인에게 관람할 작품을 추천받거나 안무가를 소개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지요.
 기관이 해야 할 부분임에도 팸스 내에 그런 노하우를 가지고 이렇게 리스트업 할 수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재차 언급하지만 민간 코디네이터와 협력해서 사전 프로덕션 단계에서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주어야만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어요. 예전에는 팸스 개최 일주일 전 즈음해서 델리게이트 리스트(초청자 명단)를 국내 단체들에게 공개하고 해당 축제나 아트센터의 프로그램 방향성을 소개해주는 작업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해외 프리젠터들에게 국내 안무가,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는지는 확인해 보아야겠습니다.





김남진 : 팸스초이스를 통한 국제교류도 중요하지만 국내 투어에 대한 제도적인 방안도 필요합니다. 서울에서 2회 이상 공연하고 관객을 모은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에 춤 시장이 국내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역연계 공연을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 국내 투어는 해외로 진출하기 전에 작품의 완성도를 다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요. 외국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먼저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또 그래야만 무용단체가 살아남을 수 있고요. 국내 단체를 위한 마켓도 모색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석규 : 현재 제주 해비치마켓이 국내공연의 유통사업인데요. 이 마켓의 가장 큰 핵심은 관객유치가 용이한 커머셜 제작형태의 유통이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지역관객은 이렇다고 마켓에서 정해놓은 것 같아요.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작품,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에 둔 공연을 지향하는 것이죠. 무용, 다원예술을 비롯해 실험적 성격의 새로운 작업은 제도적 지원을 하지 않는 한 국내유통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마켓이 형성되려면 공급과 수요가 맞아야 하는 것인데 그렇다고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상황에서 억지로 구겨서 할 수는 없는 것이죠.
 국내 유통의 문제는 극장이나 축제의 네트워크 사업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르가 대단한 관객몰이를 하지 못하더라도, 무용이나 실험 장르의 예술은 관심 있는 지역 아트센터나 축제 사이에 네트워크가 일어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이하 한문연)의 지역공연사업 지원이 병행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무용을 중심으로 한 지역 네트워크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국내 유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창작 지원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의 공연예술 기금의 지원은 작품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요즘은 다양한 예술장르의 협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단번에 창작지원금을 지급하기보다 리서치, 쇼케이스, 파일럿 프로젝트 또는 중간과정 발표(Work-In-Progress) 그리고 최종 작품 등으로 세분화된 단계별 창작지원 시스템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탄탄한 작품이 만들어지고 유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요. 그런 이유에서 매년 팸스를 개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습니다. 해외의 주요 아트마켓은 대부분 격년제로 시행되고 있어요. 매년 마켓에서 소개할 수 있는 탄탄한 작품이 양산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김남진 : 창작자 입장에서 작품 제작비를 견주어 보아도 외국과 큰 차이가 있고, 단기간 내에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적은 제작비 때문에 스태프나 무용수들에게 매번 사정해야 하는 현실이다 보니 어떤 무용가는 한국에서 안무가는 죄인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우리 무용계에는 전문화된 댄서들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작품에 출연하는 댄서들을 모아서 작품을 완성시켜야 하지요. 또 지원 시스템에 따라 짧은 시간 내에 작품을 만들어 내야하는 입장입니다. 분산된 지원금으로 다작을 만들어내기보다는 그것을 모아서 완성도 있는 하나의 작품을 창작하는 것이 필요한데 말이지요. 국내의 창작환경은 안무자를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작업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창작자의 입장은 어려움이 많습니다.

최석규 : 창작의 부분은 팸스에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겠죠. 아무래도 팸스는 창작보다는 유통에 방점을 두고 있으니까요. 무용작품의 유통 활성화를 위해 여러 의견들이 나왔지만 국제교류를 위한 탄탄한 작품 창작을 위해 팸스를 격년제로 주최해도 좋지 않을까 다시 언급하고 싶습니다. 사실 예산이 1년 단위로 책정, 지급되다 보니 격년제 시행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홀수 년에는 스파프(연극), 시댄스(무용), 하이서울․고양․과천축제(다원이나 거리공연), 울산 월드뮤직과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음악) 등 장르별로 전문화된 축제와 아트마켓을 중점 구성하고, 그들이 해외 델리게이트를 초청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해로 만들고, 짝수 년은 마켓을 중심으로 해서 현재 팸스의 방식대로 작품을 소개한다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전문성도 강조가 되고 밀도도 높아질 수 있는 방안이 되겠지요. 이런 기획을 새롭게 모색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회 : 팸스는 매년 열리는데 짝수와 홀수 해를 나누어 성격을 달리한 행사를 주최한다면 예산 집행에도 문제가 없겠네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유통의 문제는 사실 해결할 방법이 없지 않습니다. 한문연에서 로또 기금으로 시행하는 지역순회 공연사업이 있습니다.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이라고 하는데 초기에는 장르별로 선정된 작품을 의무적으로 지역에서 받도록 했었어요.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지는 무용장르가 이 사업에 많은 혜택을 입었습니다. 그러다 제도를 바꿔서 로또기금과 각 지역문예회관이 작품 초청비용을 함께 부담, 지역문화회관이 초청작을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역에서는 표가 팔릴만한 작품을 선택했지요. 무용은 아무리 심사위원이 작품을 선정해 놓아도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 제도를 초기처럼 환원시켜 준다면 무용의 국내유통 활성화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안무가는 지역공연으로 수익을 얻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자기부담 없이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요. 지금과 같은 제도에서는 지역 어디에서도 현대무용을 소화할 수 없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예술장르 편식을 지양하고 여러 장르를 골고루 접하고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공공성의 명분도 있기 때문에 제도 환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봅니다.
 덧붙여 해외작품도 로또 기금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현재 한문연에서는 창작활성화를 위해 무조건 국내 작품에 한해 사업을 시행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 사업의 진정한 취지는 수준 높은 예술작품의 나눔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수준을 향상시키고 문화복지정책을 실현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의 사업에서 국내와 외국 작품을 왜 구별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내작, 외국작 구분 없이 초청해야 하고, 제도를 환원해서 모든 장르를 의무적으로 지역에서 골고루 수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김남진 : 팸스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현대무용 분야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국내 투어도 이뤄지지 않고, 현대무용 전공생들이 졸업 이후 갈 수 있는 곳도 매우 제한적이지요. 또 서울과 지역의 문화적 격차가 상당한 점도 문제입니다. 지역에서도 춤 문화가 있어야, 즉 춤단체들이 소규모라도 있어야 서울과 지역의 교류가 생기고 마켓이 형성되어 함께 나아갈 수 있겠지요. 외국의 유수한 단체들도 서울 뿐 아니라 지역에서 투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서울에 편중된 지금의 공연예술 환경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최석규 : 호주의 경우 각 주에서 지역 예술단체 활성화를 위해서, 예를 들어 호주 퍼스(Perth)의 블랙스완 시어터 컴퍼니(Black Swan Theatre Company)와 같이 민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단체를 3년 동안 주립극단으로 임명합니다. 우리처럼, 국립 혹은 도립, 시립 단체를 다시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잘하고 있는 단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거죠. 또 작품창작지원 이외에 안무가, 프로듀서 개인을 지원하는 사람 중심의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3년 동안 다년간 지원시스템을 통해 예술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도 유통, 창작, 예술가에 대한 지원 시스템에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 국내 유통 문제와 관련해서 각 지역 무용가들에게 소규모 축제를 만들 것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역 축제와 연계해서 시댄스에서 초청한 무용작품을 한 가지라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한문연 사업에서 외국 작품을 수용한다면 국제 공연예술계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좀 더 큰 시장으로 대접 받게 될 것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우리는 시장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두 나라는 기본적으로 몇 개 도시 순회가 가능합니다. 신흥시장인 한국은, 특히 무용은 찾아갈 곳이 몇 군데 없습니다. 현대무용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공연하기가 쉽지 않아요. 유럽은 인접한 나라가 많아 하나의 프로덕션 체계를 만들어 유통시키지요. 10월에 열리는 멕시코 세르반티노 축제(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에서는 선보였던 여러 장르의 작품 가운데 선별해서 축제가 끝난 뒤 로컬 파트너와 협력해 3-5군데 지역으로 투어를 진행시킵니다. 그런 체제와 분위기가 정착되어 있어요. 참여한 외국 예술가들이 멕시코는 문화강국이라는 좋은 인상을 갖게 되지요. 우리도 외국 예술가들에게 이런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최석규 :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니드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점이죠.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무용장르가 지역문화예술회관의 선호대상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내부의 네트워크를 확대시켜서 지역 관계자를 독려하던지, 제도적으로 스크린 쿼터제처럼 무용작품 초청을 어느 정도 의무화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무용계 내부에서도 무용 관객개발에 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원래 예경은 예술의 국제교류 사업을 위해 설립됐지요. 하지만 현재 국제교류 이외에도 온갖 잡다한 업무를 맡아 하고 있는데 이 문제도 한 번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술경영을 전반적으로 지원한다는 뜻은 좋지만 국제교류와 나머지 업무를 분리해야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최석규 : 예경의 주력 사업은 국제교류, 국제교류 매개자 인력개발, 평가라고 알고 있습니다. 국제교류를 담당하는 국내 기관으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국제교류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서울문화재단이 있는데 각 기관의 미션과 비전이 명료하지 않거나 중첩되어 있어요. 최근 1-2년 사이 예경이 국제교류 전문단체로 승인되면서 위에서 내려오는 톱다운형 프로젝트, 가령 한류 콘텐츠 개발 등 정부 대행 사업을 점차 많이 소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 캄스 커넥션(Kams Connection), 센터스테이지 코리아(Center Stage Korea) 등 시장의 동향에 따라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왔다면 지금은 정부에서 산하기관에게 쥐어주는 문화외교적 사업들, 문화산업적 사업들이 많이 시행되면서 문화예술 교류나 민간 예술단체들의 시장진출이 약해졌다고 느껴집니다. 민간 예술단체들은 유통의 자생적 기반 마련을 예경에 기대하고 있지요. 이런 문제를 내부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사회 : 팸스로 시작해서 공연 유통 전반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습니다. 오늘의 논의가 팸스의 향후 10년 설계에 다소나마 기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시간 말씀 감사합니다.

2014. 10.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