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우리

K팝 세계 & 코레오그래피 3
스우파와 스맨파, 코레오그래피와 케이팝
이아로미_안무가

2021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스트릿 댄스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스트릿우먼파이터’(이하 스우파).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계속 높은 화제성을 보여주며 출연진 단독 콘서트 투어를 비롯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CF를 섭렵했고, 스우파에 출연했던 댄서들은 방영 전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으며 케이팝 안무에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여전히 뜨거운 스우파의 여파를 이어받아 2022년 10월 현재 ‘스트릿맨파이터’(이하 스맨파)도 성황리에 방영중인데, 스맨파는 큰 틀에서 스우파의 기존 포맷을 가져가면서도 수행 미션에 있어 케이팝의 비중을 좀 더 높게 가져가는 진행을 보이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스우파와 스맨파, 그리고 대한민국 춤 예능의 시초가 되는 댄싱9까지 대중적으로 춤이 보여지고 소비되는 프로그램들 속에서 케이팝과 코레오그래피가 어떤 역할을 했고 그 중요성이 어떻게 확장되어왔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댄싱9




댄싱9 : 장르의 만남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개의 시즌으로 방영된 ‘댄싱9’은 다양한 장르의 국내 최정상 댄서들을 전국에서 선발해 레드윙즈와 블루아이 두 개의 팀으로 구성한 뒤, 유닛별·팀별 미션 수행능력에 따라 탈락과 진출을 결정하고 대중 문자투표를 통해 우승을 가르는 국내 최초의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댄싱9은 여타 문화 분야에 비해 노출과 접근성이 현저히 낮았던 춤이라는 분야를 대중과 공유하고 댄스신를 사랑하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비보잉, 왁킹, 크럼프, 재즈, 댄스스포츠 등 클래식과 스트릿을 통틀어 다양한 장르 댄서들이 모인 댄싱9의 주요 미션들 역시 팀원들과 함께 안무 작품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는 것이었다. 요즘의 고정된 안무의 개념보다는 장르간 콜래보레이션의 성격이 강했지만 발레와 크럼프, 비보잉과 재즈, 현대무용과 케이팝 등 낯설지만 신선한 조합으로 나타난 스펙타클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댄싱9 참가자 현대무용가 김설진과 김경민은 가수 거미의 발라드곡 ‘기억상실’에 맞춰 소품을 활용한 감성적인 현대무용 퍼포먼스를 선보여 화제가 되었다.




경연 음악에는 큰 제약이 없었으나 주로 팝송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국내 음악은 발라드 또는 힙합 곡을 선택한 무대가 많았다. 댄싱9에도 아이돌 음악(소녀시대, 신화, 비스트 등)을 사용한 무대들이 더러 있었으나 오늘날 우리가 매체에서 자주 접하는 케이팝 방송안무 시안이나 무대 퍼포먼스와는 확연히 다른 결을 보인다. 아티스트의 스타일, 곡의 컨셉 등 곡 자체가 가지고 있는 조건을 따른다기보다는 대중성의 확보를 위해 선택한 케이팝 음악에 다양한 춤 장르를 잘 녹여내는, 일종의 퓨전과 쇼 형식을 살리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는 작업인 것이다.


스우파와 스맨파 : 코레오그래피 댄서의 등장




스우파 리더계급미션곡인 ‘헤이마마’ 안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국민댄스챌린지와 스우파 대란의 시작을 알렸다.




댄싱9 시즌3 이후 6년 만에 등장한 춤 예능 ‘스우파’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트릿 댄스 크루를 찾는다는 포부로 실력과 화제성을 갖춘 8팀의 여성 댄스 크루를 등장시켰다. 음악에 맞춰 무브먼트를 제작한다는 의미에서 ‘안무’를 하지 않는 춤 장르는 없겠지만,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안무를 짜는 행위 자체를 전문적으로 하는 코레오그래피 댄서들이 댄스산업의 주축으로 떠오르게 된 시대적 변화에 힘입어 스우파에서 마침내 코레오그래피 영역의 독립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댄서이자 안무가 집단으로서의 코레오그래피 댄스팀과 테크닉 개발, 프리스타일 배틀 등을 주로 하는 정통 스트릿 댄스팀이 자연스레 구분되기 시작한 것이다.1) 실제로 스우파 8크루 중 단 2팀만이 힙합 베이스의 정통 스트릿 걸스힙합, 나머지 6팀은 모두 코레오그래피팀이었다.2) 퍼포먼스나 클래스를 위한 안무뿐 아니라 아이돌 그룹들의 케이팝 안무 시안 작업을 많이 하는 코레오그래피 크루들과 루틴, 프리스타일을 주로 하는 정통 스트릿 크루들의 경연 무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과 매력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대중들은 각기 다른 베이스와 개성으로 퍼포먼스를 꾸미는 크루들을 보며 열광하는 가운데, 정통 스트릿 장르와 소위 ‘코레오’의 차이를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었다.


케이팝-코레오그래피 현상의 최전선




스맨파 비 신곡 안무 미션의 결과물로 발표된 뮤직비디오. 선정 크루의 안무를 중심으로 파트별로 각 크루의 스타일을 담아냈다.




스우파/스맨파의 경연 미션은 댄싱9 이후 채 10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확연히 달라진 대중 춤의 양상과 댄스신 내 케이팝의 위상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스우파는 ‘K-pop 4대 천왕 미션’과 ‘신곡 댄스 미션’에서 주어진 케이팝 미션곡에 각 크루가 짠 안무영상을 공개하고 대중투표로 점수를 가져가는 방식을 택했다. 스맨파 역시 ‘K-Dance 미션’과 ‘비 안무 시안 미션3)’에서 동일한 방식의 경연을 진행했고, 특별히 ‘메가크루 미션’은 곡에 제약이 없던 스우파와 달리 미션곡이 되는 케이팝을 직접 제작해 조건으로 넣음으로써 케이팝의 참여 비중을 한층 높였다. 해당 미션곡에는 글로벌 아이돌 그룹들과 현재 각광받는 래퍼들이 다수 참여해 대중적 관심을 더 이끌어내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탈락 크루를 결정해야하는 관문에서는 여전히 스트릿댄스의 중요한 문화인 프리스타일 배틀을 주요하게 가져가면서도 수치화된 점수나 결과물을 내야 하는 거의 대부분의 미션은 안무 구성 능력- 너른 의미의 코레오그래피로 이루어져 있으며 또 음악적으로 케이팝과 긴밀하게 연관되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은 이러한 미션 방식을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미 케이팝-코레오그래피 현상은 대중에게 너무도 익숙하기 때문이다.

9년 전 댄싱9이 다양한 장르의 춤이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내는 스펙터클을 보여줬다면, 스우파/스맨파는 개성있는 댄서, 안무가들이 어떻게 각자의 방식으로 안무를 짜고 퍼포먼스를 구성하는지 보여준다. 댄싱9의 몇몇 무대가 대중성의 확보를 위해 케이팝을 선택했다면, 지금 스우파/스맨파에서 케이팝은 무대의 주요한 충분조건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렇듯 스우파/스맨파 등 춤 예능에서도 코레오그래피와 스트릿댄스 그리고 케이팝이 한데 어우러지며 만나는 최근의 경향이 발견되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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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론 코레오그래피팀에도 힙합, 왁킹, 크럼프, 비보잉 등 스트릿 장르를 기본 베이스로 하는 댄서들이 포진해있으나 각 팀마다 다양한 장르가 섞여있음과 동시에 팀의 성격이 특정 장르가 아닌 해당 팀의 안무스타일로 정의된다는 점에서 코레오그래피팀으로 분류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2) 스맨파는 크럼프와 힙합 두 크루와 코레오그래피 6크루로 나뉘었다.
3) 댄서들 사이의 전문 용어에 속했던 ‘안무 시안’이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전면에 내세운 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안무가들의 아이돌 안무 시안 공개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중적으로도 통용되는 용어가 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아로미

서울대학교 미학과 학사 및 무용원 이론과 전문사를 졸업 후 코레오그래퍼/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

2022.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