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영희춤연구소 〈검무전〉
〈검무전〉이 갖는 전통춤판의 의의
이병옥_춤비평가

 최근에 전통춤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색깔의 전통춤판이 펼쳐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색다른 공연의 맛을 느끼게 하고 있다. 1980년대 서울시립무용단(당시 예술감독 문일지)이 무대화한 <명무전>시리즈에 이어 1990년에 시작한 동국기획(대표 박동국)의 <한국의 명인명무전>은 지금까지 20년이 넘게 전국적으로 무려 80회를 이어오고 있으며, 2000년대에 시작한 국악신문사(대표 김호규)의 <한국춤전>과 <한국춤제전>도 한몫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두리춤터(임학선 대표)가 다시 개관하면서 일년 내내 매주 펼치는 개인별 춤판을 벌이고 있는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춤판을 보여 왔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전통춤판은 승무와 살풀이춤, 태평무 등을 중심으로 종합세트식의 춤을 조합한 춤판이 주종을 이루었었다. 그런데 근자에는 춤의 유파별 전통춤 무대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 그것은 <유파별 승무 페스티벌>, <유파별 살풀이춤 페스티벌>(한국지역춤연구소 이병옥), <팔인팔색 살풀이춤>(동국기획) 등에 이어 이번의 <검무전>(김영희춤연구소)까지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검무전> 팜플렛 표지

 


 검무는 한국역사 뿐만아니라 인류역사에서도 가장 오래된 춤 종류 중의 하나지만 우리나라의 검무는 원시와 상고시대의 수렵검무와 전투검무를 거쳐 신라시대의 <황창무>(화랑관창 추모가면검무 추정), 그리고 조선시대의 장검무와 궁중계 여기검무와 각 지방 관아검무 등으로 분화 발전하였다.
 여러 지방교방에서 전승된 여기검무는 모두 공통점이 많은 것은 조선시대 궁중연향이 있을시 지방에서 관기들을 차출한 선상기(選上妓)들이 궁중에서 함께 춤을 추었다가 다시 지방으로 귀향하여 춤을 전파하였기에 상호 유사성이 많은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반주음악은 느린타령 또는 염불장단, 자진타령, 타령, 자진타령으로 진행되며, 대형과 춤은 열을 지어 선 한삼춤(남부지역에만 있음), 손춤, 앉은 손춤, 앉은 칼춤, 선 칼춤을 추고 원형으로 연풍대, 일렬로 마무리춤으로 끝난다. 그러나 지방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나타난 것은 지역악사의 반주 특색, 전승자의 여과과정 등으로 조금씩 차이를 보인 것이다.
 <검무전>의 첫 작품은 <해주검무>로 봉산탈춤 보유자로 작고한 양소운이 재현하여 알려진 검무로 해방 전 해주권번의 장양선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4인 검무(차재숙, 전미경, 박경미, 장국진)로 올린 <해주검무>는 양소윤의 검무를 꾸준히 전승해온 이들로 그동안 대개 8검무로 무대를 현란하게 누비던 것에 비해 훨씬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해주검무의 특색과 칼놀림의 진수를 느끼게 했다.



 


해주검무

 


 두 번째는 고 김수악 구음의 <구음검무>로 진주검무를 김미선의 독무로 선보였다. 김수악의 작고로 지금은 구음소리가 단절되어 아쉬움이 많았지만 생전의 육성으로 장단과 가락마다 훌러나오는 구성진 구음이 춤사위의 흥취를 돋우며 솔로 검무의 개인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김미선의 김수악구음 <구음검무>

 


 이어서 영상으로 보는 검무이야기는 한국검무 역사를 문헌자료와 사진자료와 1970년 김천흥이 연출한 진주검무 영상자료에다 이번 검무전을 기획한 김영희의 심도있는 해설까지 곁들여 파노라마로 이어져 한편의 역사특강같이 학습효과가 높은 지식과 이해의 유용한 시간이었다.
 다음 무대는 실제 검술을 터득하여 무예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전 서울예술단 창단멤버였고 디딤무용단 지도위원인 신미경의 진검같은 가검을 들고 민속악반주에 검술춤을 추는 <검무랑>으로 교방검무와 색다른 검술와 검무의 차이와 연관성을 비교해보면서 검술의 무용화와 예술적 면모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신미경 <검무랑>

 


 이어 영상으로 보여준 <휘쟁이춤>은 고 김타업의 유작을 보여주었는데, 이 검무는 일반적인 검무와는 다른 상여 앞에서 휘쟁이(또는 휘겡이)가 쌍칼을 들고 장지까지 망자의 황천길에 잡귀를 쫓고 무사히 호송하는 의미를 담은 축귀검무이며 장례의식 검무이다. 밀양과 진도를 비롯한 강원도 등지에서 전승되고 있는 상여의식에서 원래는 황금색 얼굴에 눈이 4개 달린 방상씨탈을 착용하였으나 탈은 점차 세속화하면서 각기 달라졌고 쌍칼의 축귀의식춤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전승되어 왔다.
 다음은 좀더 색다른 무대로 판소리 <적벽가>를 국립창극단원인 이영태와 남해웅이 함께 적벽대전에서 불지르는 대목을 불러 흥겨움을 더했다. 끝으로 한순서류<장검무>를 한순서의 따님인 중앙대 무용학과 이주희교수와 제자 반달과 백윤정의 3인 검무로 장검의 의연함과 절제된 춤사위에 전투적인 칼놀림이 섬세하면서도 긴장과 이완의 특징을 살려 또다른 감흥을 주는 검무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번 김영희의 <검무전>무대는 처음으로 검무를 소재로 한 종합무대를 마련한 획기적인 춤판이었고, 여느 춤판 못지않은 뜻깊고 색다른 전통 춤판이었다. 게다가 전통춤과 검무에 대한 전문지식을 지닌 학자이며 평론가인 김영희의 기획과 해설이 돋보여 심도있고 학술성이 높은 춤판이었다.



 


이주희외 2인의 한순서류 <장검무>


2012.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