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동댄스페스티벌 태동시킨 이창기 관장
“성장하는 무용예술에 공공극장의 힘을 보태고 싶었다”

서울 동남권에 첨단 시설을 갖춘 복합 공연장인 강동아트센터가 지난해 가을 새로 개관했다. 해가 바뀌자마자 강동아트센터는 강동댄스페스티발이란 새로운 축제를 기획, 공연예술계의 주목을 끌었다. 4월 12일부터 5월 5일까지 거의 한달여 동안 계속된 강동댄스페스티벌은 대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갈라 공연에서부터 직업 무용단, 해외 단체 전문 무용단의 공연은 물론이고, 공공 장소를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공연, 일반 관객들의 참여 프로그램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무엇보다 공공 극장이 대중성에서 가장 약한 무용예술을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축제를 기획했다는 점에서 새 무용축제의 태동은 여러 면에서 궁금증을 더했다. 강동아트센터의 CEO인 이창기 초대 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새 극장과 새 무용축제의 개최 배경 등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새로 개관한 강동아트센터의 미션은 어떻게 설정했는지요?
이창기 강동아트센터는 자치단체에서 직영하는 공연장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지자체별로 산재된 각 공공극장 운영의 표본 모델로 정착시키는 것이 주안점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창작예술의 거점공간으로서의 기능과 더불어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의 개발 등 우수공연물의 보급과 유통 시스템을 정착시키고자 합니다. 자체 프로그램에 대한 공연 장르별 특성화 전략 등 타 공연장과의 차별화를 통해 고품격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문화예술을 통한 사회공헌사업의 강화로 강동구 지역을 기반으로 그간 문화소외지역인 서울 동남권 지역민들의 문화향수 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것을 미션으로 설정했습니다.

개관 첫 축제를 무용 장르로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우선 극장의 하드웨어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극장의 무대 끝에서 관객 끝까지의 거리가 18m로 무용 공연으로 관객과 소통하기에 적합한 공간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객석 규모에 비해 넓은 무대를 보유하고 있어서 무용장르 특성상 표현의 범위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대 뒤 포켓의 충분한 공간이 막 전환을 자유롭게 해준다는 점, 무용 안무가와 무대연출가의 의도 및 연출을 실현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매케니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밖에도 백스테이지와 연습실 시설, 분장실, 샤워실, 대기실 등 무용수들이 선호하는 시설이 충분하게 갖춰져 있어 무용수들에게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울에 무용공연을 위한 무대공간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작용했습니다. 현재 아르코 예술극장이 많은 영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만 시설 등을 비롯한 여러 제약이 있고 여타 적절한 공연장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듣고 보니 이즈음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무용예술 공연과 공연 양식의 다양화 현상을 파악하고 있는 안목에 놀랐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는가요?
있습니다. 자치단체에서 설립한 아트센터로서의 공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입니다. 무용은 여타 순수문화예술 장르 중에서도 가장 침체되어 있는 예술장르 중 하나입니다. 1년에도 수많은 전공자들이 배출되고 수많은 무용단체가 결성되고 있지만 실제 독자적인 자생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예술활동을 하기에는 무대 제공의 기회나 제작기금 지원 혜택 등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무용계 현실이기 때문에 순수예술 장르인 무용분야의 지원, 육성을 통해 공공 아트센터의의 공익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함입니다. 대중적이거나 상업적 흥행성이 없어 일반 공연장에서 비인기 장르로 소외된 무용공연에 대해 무용인들에게 보다 많은 실연무대를 제공함으로서 작품 제작의 의지를 높이고 잠재관객 개발을 통해 무용공연의 인프라 확대등 새로운 공연시장을 개척하여 무용계 활성화 및 더 나아가 우리나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무용장르를 택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강동아트센터의 브랜드이미지를 차별화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축제 프로그램 구성이 매우 다양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프로그래밍을 했는지요?
무용 장르 안에서도 특정 장르에 치중하지 않고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을 주축으로 장르간의 안배, 기존 검증된 우수작품과 창작작품의 안배, 원로- 중견- 신진무용가로 이어지는 세대간의 안배 등 균형있는 프로그램 구성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일반인들이 쉽게 참여하고 페스티벌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비보이, 탭댄스, 플라멩고 등 월드댄스까지 다양한 춤의 범위를 확장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일반 관객들이 춤과 몸짓이란 원초성을 재발견하고 무용을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접하여, 생활화된 무용을 지역에 뿌리게 하는 것에 집중 하였습니다. 또한, 무용공연을 넘어서 무용사진전시와 무용소품 체험 및 의상체험전을 개최하여 생활속에서 무용에 대한 경험을 확대할 수 있게 하였으며, 남녀노소 일반인들의 참여프로그램인 ‘누구나 댄스’, ‘고스트댄스’를 비롯, 거점 이벤트인 게릴라 공연 등을 통해 지역 전체에 춤에 대한 인식을 각인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축제 예산은 어떻게 확보했는지요?
이번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의 예산은 강동구에서 지원된 강동아트센터의 2012년 사업예산 중에 20~30% 수준에서 페스티벌 제작비를 충당하였습니다.

축제를 마치고 난후 소감과 전체적인 평가는 어떤지요?
우선 힘들었지만 막상 마치고 나니 남들이 못했던 큰일을 해낸 느낌입니다. 시작할 때는 작게 생각했던 일이 점점 규모가 늘어나게 되고 과연 이런 큰 판을 벌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으나, 이해식 강동구청장님을 비롯한 강동구의 전폭적인 지원과 직원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라고 생각됩니다. 페스티벌이 이뤄지는 기간 내내 극장의 모든 공간을 한 달간 무용으로 채우고, 이를 위해 모든 기능이 집중되었습니다. 대극장과 소극장, 전시실과 체험실, 스튜디오 등 공연장내 모든 모든 시설들이 무용이라는 특정 장르에 집중하여 운영된 사례는 전례가 없었고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것을 이루어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기간도 길고 프로그램 수도 많다 보니 참여한 아티스트나 관객들의 수도 적지 않을텐데요?
정확한 수치는 현재 집계중에 있지만 26개 공연에 전문무용수 350여명, 발레 콩쿨 참가자 300여명을 포함하여 총 650여명의 무용수들이 강동아트센터 무대에 섰습니다. 유료 관객은 6,500여명으로 약 55%의 유료점유율을 포함 전체 65%의 객석점유율을 상회하였고, 누구나 댄스, 게릴라 거점공연, 고스트댄스 이벤트, 무용사진전 영상전 체험전등 일반인 전체 참여인원을 추정하면 약 2만여명 내외가 페스티벌을 즐기고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애초에 의도했던 무용 장르의 활성화와 지역 문화향수 제고, 잠재관객 개발등 에 일조한 것으로 평가되어 뜻깊은 행사였다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무용인들의 폭 넓은 지원으로 인해 가능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의 성공적인 개최로 인해 극장의 브랜드 이미지가 확실히 각인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작품의 경우 공연의 질에 대해 관객들의 불만도 있었습니다. 내년에도 계속한다면 어떤 점들을 보완할 생각인지요?
공연의 질과 수준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시각을 나타냅니다. 예술적으로 아무리 수준높은 공연일지라도 반드시 일반 관객 모두를 만족 시키지는 않는 것과 같습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그런 지적도 있는게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만, 강동댄스페스티벌의 26개 전체 공연을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에서 제한적인 예산과 준비기간은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첫 시작이라 기존 작품 위주로 진행하였는데, 내년에는 해외 우수단체들을 보다 확대하고 일부 국내 우수한 단체와 공동 제작된 창작 작품을 선보이는 등 무용 축제의 장을 넓혀가고 싶고 아트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여 참여 프로그램을 더욱 보강하고 작품 구성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밀도있는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이 만족하는 수준 높은 페스티벌로 한 단계 한 단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연장 중 하나인 세종문화화관에서 오래 동안 근무하셨습니다. 공연장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기획과 홍보 경영기획 등을 담당했습니다만 아트센터는 살아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객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공연 작품 이외에도 공연장을 거닐거나 사색하면서 그 자체로 직간접적인 예술의 향기를 통해 문화에 대한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문턱 낮은 공연장으로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가동율을 높이고 관객의 연령별, 계층별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성과 소통의 공간으로 오픈 스페이스의 기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강동아트센터를 지역의 문화 향유를 선도하여 일상 속 산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공연장으로 이끌어 가고자 합니다.

강동아트센터에는 안애순무용단이 상주단체로 있습니다. 무용단을 상주 단체로 두고 있는 몇 개 안되는 극장 중 하나인데요 향후 상주단체와의 협력은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지요?
강동아트센터에 부임 후 수립한 운영전략결과에 따라 무용 장르의 특성화를 실현하기 위해 ‘안애순 무용단’을 영입하였습니다. 또 다른 상주단체로는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연장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는 오케스트라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들과는 공동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발전적인 예술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연장 에서는 우수한 공연 컨텐츠를 새롭게 개발하고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확보하여 레퍼토리 시어터 시스템으로 정착해 나가고 상주단체는 공연장으로부터 연습실과 공연제작 비용 등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 예술활동에 더욱 집중하게 되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을 생산해 서로가 win-win하는 전략이 될 것입니다. 특히나 문화재단 상주단체 지원금과 더불어 아트센터에서도 자체 매칭펀드 형태의 제작 프로세스를 구축하여 수준 높은 대형작품 제작의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파트너쉽의 결실로 현재 모스트리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는 베토벤교향곡 전곡 시리즈 연주회를 년중 운영하고 있고 ‘안애순 무용단’은 이번 9월에 새로운 창작 작품을 공동으로 제작하여 강동아트센터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최근들어 유럽을 중심으로 극장의 제작 기능이 강화되고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수용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극장의 CEO로서 공공 극장의 운영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유럽의 오랜 극장들 대부분이 대관비중이 적고 자체 제작된 레퍼토리 시어터로 정착되어 있습니다만 국내에 클래식 관객층을 감안할 때 또한 우리나라 공연장 제작여건이나 환경, 운영 시스템을 감안할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상주단체 운영 제도 등을 통해 많이 활성화 되고 있고 강동아트센터도 이러한 맥락에서 공동 제작 등 창작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커뮤니티 아트‘란 시대적 트랜드는 점점 강화되고 확대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이미 3월부터 관객참여 프로그램 ’살롱음악회 아톡(Art & Talk)‘ 6월부터는 커뮤니티 댄스 아카데미 등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공공극장 CEO의 운영 마인드를 말씀드리는게 적합할것 같습니다. 공공극장 운영을 위해 필요한 CEO 소양을 세 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아트센터 운영을 위해서는 우선 공연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도와 다양한 실전경험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는 문화예술의 트랜드를 읽어내고 공연작품을 철저한 마케팅으로 연결할 줄 아는 예술경영 마인드도 빠질 수 없습니다. 세 번째는 아트센터 대부분이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공공기관입니다. 공공성과 공익성을 추구함과 동시에 지원 관리하는 지방정부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균형감 있게 업무를 이끌 수 있는 공공행정 능력이 요구됩니다.

무용 축제를 마치고 난후의 전체적인 소감과 무용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무용계 특성상 다른 장르에 비해 출신, 지연, 학연, 장르, 파, 류 등 등의 다양성이 다채롭게 공존하는 곳입니다. 그러기에 공연을 올리는 아트센터 입장에서 보면 직설적으로 타장르보다 무용계가 가진 훌륭한 장점도 많고 또한 단점도 극명하게 공존하는게 현실이라 생각합니다.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을 통해 무용계를 춤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뭉치게 하여, 관객과 신명나게 소통하는 춤잔치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무용계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어_장광열)                          

 

 

2012.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