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립현대무용단, 어디로 가야하나
예술감독 이사회 모두 제 기능 회복해야
장광열_ 춤비평가

국립현대무용단이 심상치 않다. 2010년 8월 출범했으니 거의 1년 반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의 행보는 창단 공연(1월), 안무가 베이스 캠프(3월), 신작 공연(6월), 해외 안무가 초청공연(11월)으로 이어져 왔다. 그리고 곧 한달 만에 예정에 없던 기획공연(12월 8-10일, 백성희장민호 극장)도 무대에 올린다.
 이들 5개의 공연 중 6명의 젊은 안무가들이 선보인 “안무가 베이스 캠프”를 제외한 두 편의 신작, 예술감독 홍승엽 안무의 <파라다이스>와 조엘 부비에 안무의 공연은 실질적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의 2011년을 평가하는데 있어 중요한 잣대가 된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창단하면서 제일 목표로 내세운 것이 “예술성 높은 창작 작품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가 간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립현대무용단이 올 한해 일정을 발표했을 때 무용계는 이 두 개의 공연에 가장 많은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이 두 공연은 기대 만큼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11월에 선보인 해외 안무가 초청공연은 한마디로 해외 유명 안무가에 의한 졸작 공연이었다. 여기에 더해 국립현대무용단의 조직과 운영 전반에 대한 의문도 갖게 만들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출범한지 아직 2년이 안된 시점에서 운영 체제 전반을 평가하기는 이르지 않느냐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 두 개의 공연을 포함, 여타의 추진 사업을 좀더 들여다보면 행보와 관련, 염려되는 면 또한 적지 않다.
 신작 <파라다이스>가 국내 컨템포러리 댄스 공연의 평균점 정도에 머물렀다면, 조엘 부비에 안무의 는 평균점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파라다이스>는 안무가 홍승엽이 댄스 씨어터 온을 이끌던 시절의 안무력에도 못 미쳤고, 사랑에 대한 16개의 에피소드를 나열한 는 쏜꼽을 정도의 몇 개 피스를 제외하고는 진부했다. 새로운 움직임의 창안도, 작품을 풀어나가는 아이디어도, 오브제를 통한 이미지 만들기도, 앙상블의 구현에서도 신선하지 못했고, 몇몇 작품에서는 유치하기까지 했다. 이미 수없이 본 패턴이 반복되기도 했다. 순발력 있는 무용수들의 컨택을 통한 움직임이 오히려 짜여진 안무보다 감흥을 더했다.
 두 작품 모두 국립현대무용단 창단과 함께 기대했던,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할 만한 완성도 높은 작품에 대한 여망에 훨씬 못미친 작업들이었다.
 국제 무대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명 안무가의 초청을 통한 신작 작업은 대한민국의 신생 국립현대무용단을 해외 무대에 알릴 수 있고, 우수 레퍼토리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은 이 같은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 되었다. 특히 이번 해외 안무가의 초청 작업은 이미 지난해 결정되었고 다른 공연들에 비해 준비 기간이 길었던 점에서 더욱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의문은 두 가지이다. 해외 유명 안무가의 작업 과정에서 예술감독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초청 안무가의 작업을 위해 제공된 프로덕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했는지에 대한 것이다. 댄서들의 선발과 작업 과정 및 준비 일정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조율이 이루어졌는지, 90분 정도 길이의 작품을 위한 최소한의 연습 시간이 가동됐는지, 무용수들과 안무가와의 효율적인 의사 소통이 이루어졌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든다.
 프랑스 국립 안무센터의 책임을 맡았던 안무가의 경력과 그녀의 기존 안무 작품을 감안했을 때 이번에 보여준 작품의 질은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결국 그것은 프로덕션 시스템의 문제 때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유명 안무가들 중에는 30분 길이의 작품을 새로 만들 때 컨셉트 설정을 포함 1년 반 정도 준비하고, 자신의 스타일에 익숙한 무용수들과 최소 두 달 동안 집중적인 작업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공연이 그 같은 준비과정을 거쳐 올려 졌는지도 궁금하다.
 작품의 질은 안무가나 예술감독이 책임질 몫이라 하더라도 컴퍼니의 제작 시스템과 제작 일정 대한 업무를 조율하는 것은 사무국과 이사회의 역할이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올해 들어 중국 공연을 추진했으나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창단한 첫해에 해외 공연을 추진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 일이지만, 성사 직전에 무산되었다는 것은 졸속 행정을 의미한다.
 국립 예술단체의 해외 공연은 일반 단체들과는 달리 어느 곳에서 공연하는지, 어떤 관객들을 대상으로 공연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국립 예술단체가 해외 공연시 2류, 3류 극장에서 공연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의 국가 이미지는 그에 맞는 수준으로 폄하된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국제무대에 내놓을 만한 작품이 준비되었을 때 차근차근 단계를 거쳐 제대로 해외 무대에 데뷔해야 한다.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은 결과적으로 모두 5개의 공연을 올린 셈이 되었다. 창단 첫해에 적지 않은 수치이다. 돌이켜보면 창단 공연과 중간, 마지막 공연 작품은 모두 현 예술감독의 작품들로 채워졌고 공연은 모두 서울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런 점에서 예정에 없던 마지막 공연은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재단법인 국립현대무용단 이사회와 사무국, 예술감독은 적어도 내년에는, “새로 출범한 국립현대무용단이 현 예술감독이 옛날 이끌던 단체의 공연을 늘어난 무용수들과 새 얼굴의 무용수들로 채워진 상태에서 다시 보고 있는 것 같다”는 무용계의 지적을 듣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신생 단체는 자리를 잡는데 그 만큼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따라서 국립현대무용단과 관계하는 구성원들은 단체에 온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한다. 작품의 질을 책임져야할 예술감독은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단체 운영에 전념하고, 이사진들 역시 상임은 아니더라도 꼼꼼하게 자신들의 역할을 챙겨야 한다. 사무국의 역할 역시 홍보와 마케팅이 전부가 아니다. 전문적인 공연제작을 조율할 수 있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지난 일년 동안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을 보면서 창단 전 지적된 프로덕션 시스템에 의한 단원 선발이 가져올 수 있는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작품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연 때마다 많은 무용수들의 선발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지는 않는지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창단은 유인촌 문화부장관 재임 시절 재단법인 전문 무용수지원센터에 배정된 예산을 국제현대무용콩쿨 예산으로 전용하고는, 무용계 지원을 확대했다며 생색낸 것과 달리, 새로운 예산을 확보해 출범시킨 것이다. 그런 노력에 무용계는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그런 만큼 국립현대무용단을 지원하고 관리, 감독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초대 예술감독, 무용계의 내로라는 원로와 중진들이 포진한 이사회에 대한 기대는 결코 작지 않다.
 2012년에는, 변모된 국립현대무용단의 운영 시스템과 작품들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2011.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