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프랑스에서 보내는 엽서 6
프랑스 문화를 알려면 프랑스 지방으로 가라
남영호_재불무용가

〈춤웹진〉 기고는 이제 6번째이다. 이번에는 꼭 춤 얘기가 아니라 생활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내가 30년째 살고 있는 몽펠리에라는 도시부터 소개하고 싶다.

몽펠리에 하면 따라 붙는 말들은 대충 이렇다. 프랑스의 7번째 도시, 프랑스 사람들이 제일 살고 싶어 하는 도시 1위, 유럽 최초로 의과 대학이 생긴 도시, 프랑스 현대무용의 본거지, 1년에 200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도시, 프랑스 파리 다음으로 문화부 예산이 많은 도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중국과 자매결연한 도시 등등….

30년을 이 도시에 살면서 이 도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시민들을 위해 몽펠리에시가 지원하는 많은 행사들을 보고 관찰하면서 지방 도시가 어떻게 국제적인 도시로 갈 수 있는지, 나는 직접 보고 느끼는 산 증인이 되고 있다.

프랑스는 거의 모든 문화, 예술, 사회복지 행사들이 크고 작은 협회에 의해서 진행된다. 그래서 프랑스를 협회의 나라라고들 말하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랑스 칸느 영화제를 비롯, 몽펠리에 무용페스티벌 등 모든 것이 협회에 의해 만들어지고, 국가와 도시는 그것을 검토하여 지원해 주고, 결과 발표회 때 다음해의 계획을 얘기하면서 발전시킨다. 많은 지원을 받는 행사들은 그만큼 비판들도 많이 받는 것으로 안다. 프랑스의 한 협회가 행사, 프로젝트를 위해서 프랑스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은 5곳(시청, 군청, 도, 중앙 정부 등) 이상이다. 그래서 페스티벌이 지속, 발전할 수 있고 그것을 만든 협회의 예술감독이 40년, 20년을 하면서 해마다 행사와 프로젝트들을 발전시키게 된다.




몽펠리에 도시 전경 ⓒwww.montpellier.fr




몽펠리에, 파리에서 남쪽으로 800km 떨어진 지중해 도시. 내가 이 도시에서 살게 된 것은 뭐니 해도 이 도시의 어느 무용단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때는 주말이면 파리에 올라갔었다. 몽펠리에에는 아는 사람들도 없고 해서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어색해서였다. 그러다 보니 기차 승차표 값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부터 주말을 몽펠리에에서 지내보자고 작정하면서 이 도시를 구경하게 되었다. 옛날 도시답게 좁은 골목길들이 많다. 그 작은 골목길에 늘어서 있는 작지만 예쁜 가게들, 오래된 건물들, 박물관, 아파트들…. 프랑스에서 제일 오래된 정원도 몽펠리에 있다. 그곳에서 그 옛날 의대, 약대에서 연구하던 분들이 약초를 키웠던 상상도 했었다. 또한 크고 작은 박물관들로, 매달 첫 일요일은 무료로 개방되는 박물관, 1년 내내 무료인 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극장들은 회원권이 되어 있는데, 가족 회원권부터 젊은 학생들이 많은 도시답게 학생들에게 주는 해택들도 아주 많다. 도시의 문화 예산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같은 오페라 공연도 몽펠리에에서 보면 거의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배려되는 도시 정책들이 부럽다.

내가 몽펠리에에서 살면서 도시가 어떻게 국제화되는지를 직접 체험하게 된 경험들이 있는데, 먼저 그것은 몽펠리에에서 매년 7-8월 매주 금요일 저녁에 하는 국제 먹거리 시장이었다. 그 날은 몽펠리에와 주변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을 맛볼 수 있는데, 5€(7천원 정도)에 포도주 잔 한 개와 3가지의 다른 포도주를 각자 선택해서 맛볼 수 있다. 해마다 그 행사들에 참여해서 포도주 잔을 모아서 컬렉션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거기에 프랑스 전 지역의 특산요리들, 나아가 다른 나라 음식까지 총망라하여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으며 그렇게 여름 두달 금요일 저녁을 보낸다. 이 금요일들은 휴가 못 간 몽펠리에 시민들은 물론, 놀러 온 관광객들까지 다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난 여름에 보통 휴가보다는 일을 할 경우가 많아서 몽펠리에 있는데, 나에게 7-8월의 매주 금요일은 여름을 보내는 아주 기다려지는 날이다. 그렇게 몇 해를 그 행사에 참여하면서, 언젠가 그 기간에 한국음식도 한 자리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행사는 반응들이 너무 좋아서 이제는 몽펠리에 근교 도시에서 7-8월 매주 다른 요일에도 하는 것으로 안다.

그 다음, 9월 말에 있는 국제 여행·모험 영화제를 들 수 있다. 제목부터 아주 흥미로웠다. 우리는 얼마나 여행을 선망하는가? 거기에 모험까지! 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협회를 아주 존중했다. 협회 사람들은 아주 밀도 있고 게다가 열린 정신으로 다이내믹했다.

일주일 간 몽펠리에 시내에 한 회관에서는 여행, 모험영화를, 시내 공원 한 쪽에서는 모두 텐트 행사장으로 만들어 각 나라들이 한 부스들을 만들어서 자기 나라에 대한 소개 및 각 나라들의 여행에 대한 강연, 어린이들과 어른들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여러 체험들, 먹거리 장터 등 매일매일 여러 가지 행사 프로그램 들이 있는데, 자원봉사자만 해도 몇 십명이 하고, 몽펠리에 시민들 몇 만 명이 참여한다. 올해 내가 진행하는 코레디시 페스티벌이 한국의 이름으로 참여하였다. 몇 년 전부터 우리에게 제안해 왔지만, 문화 예술을 보급하기도 힘겨운 상황이라 이리저리 돌려서 거절했는데, 그냥 거절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서, 그 취지와 진행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한국 기관에 건의해야겠다는 생각에 우리 페스티벌 팀을 설득하여 참여했었다. 영화제는 경연대회까지 있었고, 옆 텐트들은 강연을 주로 하는 텐트, 체험 텐트, 마사지 텐트, 만남을 위한 텐트 등 여러 다른 텐트 들이 있으며 그 옆으로 각 나라들의 부스, 중간에는 간이 무대공간 등 여러 나라 전통 예술의 퍼레이드까지 폭넓은 행사였다. 내년에 이 행사를 위해서 파리 한국관광공사에 건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 문화를 알려면 프랑스 지방으로 가라고 말한다. 30년 이상을 프랑스 지방 도시에서 살면서 느낀 모든 것을 글로 다 풀어낼 수 있을까. 어느 지방 도시가 국제화되려면 제일 필요한 것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시민들끼리 나누려고 하는 마음, 그것을 시 차원을 넘어서 더 넓게 포용하려는 마음, 나아가 국제 도시 간에 나누려는 마음, 그것으로 도시의 국제화가 진행된다고 나는 믿는다.

남영호

현대무용가. 1991년 프랑스에 간 이래 남쪽의 몽펠리에 지역을 중심으로 현대춤 활동을 해왔다. 2015년부터는 한국문화를 프랑스에 소개하는 축제인 '꼬레디시'를 매년 가을 주최하는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22. 1.
사진제공_www.montpellier.fr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