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경제적 불황기와 전통춤 공연
김태원

 최근 한 뉴스는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2만 4천여 불에 달한다 한다. 그 숫자만 보면 분명 반가운 것이겠지만, 내 주위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 그리 넉넉히 사는 이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모두 빠듯한 살림을 하는 것 같고,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할 때면 정작 경제적으로 크게 구속되고야 만다. 특히 한 무용가가 번듯한 극장에서 춤공연 한 번 치르려면 몇 년 치 소득을 모은 것을 한꺼번에 다 날려버려야 한다. 대학교수직과 같이 직장을 가진 이들은 어떻게든 그것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제도적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래서인지 2000년대 중반부터 전통춤 공연이 크게 번지고 있는 것 같다. 전통춤 공연은 창작춤 공연과 달리 한 공연에 크게 들어가는 것이 없다. 현장 악사(樂士)의 고용이 좀 돈이 들어가겠지만 그 외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어 보인다. 의상 한 벌 잘 맞춰 입으면, 몇십 회의 공연이 가능하다. 단지 분장비 등이 좀 들어갈 수 있으나 솜씨 좋은 춤꾼들은 제 손으로 할 수 있다. 홍보는 기획공연이 많은 탓에 대개는 기획자가 알아서 한다. 그 외 기타 경비는 공연에 참여하는 이들끼리 십시일반으로 공조할 수 있으니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공연에 대한 평가(론)는 대부분 없으니, 어떤 측면 마음 편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대학에서 실기업적으로도 쳐주고 있으니, 나름대로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보상받는다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전통춤 공연의 번짐은 이병옥 교수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5년을 기점으로 그 양에 있어서 창작춤 공연을 눌렀고, 또 현재에도 그것이 여러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 같다. 지난 시기에 창작춤의 열풍 속에 억눌려 있던 무심(舞心)이 여러 요인으로 창작활동이 주춤하는 사이에 터져 나왔다고 볼 수 있고, 대부분의 한국무용인이 갖고 있던 유아기 때부터 맺은 춤의 인연에 대한 어떤 향수적 정서도 거기에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몇 인간문화재들이 늘리고 있는 위세(威勢)가 부러워 보이는 탓도 있다. 여기에 물론 크게 봐서 아직도 정리되고 있지 않은 한국춤의 무적 자원과 미(美)도 그런 활동의 공간을 열어보려 하고 있다고도 하겠다.
 그런 가운데 범 춤계로서는 이 같은 기류를 슬기롭게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기류는 지난 1970년대 고 정병호 교수 등이 주도했던 ‘전통춤의 발굴’이란 그 차원을 지나, 나름대로 전통춤의 ‘무맥(舞脈)을 깊게 하면서 그 외연(外延)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러 재구성적 작업을 통해 ‘신전통춤’이라고 칭할 수 있는 새로운 춤의 장르를 만들어가고도 있다. 그 결과, 우리 무용계는 기존의 한국무용/현대무용/발레의 3분법에서 한국창작/한국전통/현대무용/발레와 같은 4분법으로, 때론 한국창작/한국전통/현대무용/발레/생활사회무용(이것은 생활무용, 실용무용, 사회무용, 교육무용 등으로 대치할 수 있다)과 같은 5분법으로 분화되어 가고 있다 하겠다.
 따라서 이 같은 전통춤 공연 활동을 의미 있게 보면서, 거기에 필요한 가치나 비판적 안목을 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재 다소 무질서하게 보여지고 있는 여러 전통춤 공연을 보면서 우리로서 크게 되짚어 봐야 하는 것들은 나로서 몇 가지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 현재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해오고 있는 궁중의식무 <일무>, <처용무>, <춘앵전>, 관가의례무인 <진주검무>를 포함, 우리 전통춤의 전형(典型)으로 간주되고 있는 <살풀이>, <승무>, <태평무> 외에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전통춤이 많다는 것. 일부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김숙자류)<도살풀이>나 <입춤>, <동래학춤>이나 <양산사찰학춤>, <달구벌 덧배기춤>, <진주교방무> 등에 대해서도 똑같은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되며, 교육되어야 한다.(현재 김은희에 의해 복원되고 있는 <밀양검무>나 <해주검무>도 여기에 포함.)
 2. 그런 가운데 특별한 목적에 의해 쓰여지면서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50여 종의 여러 정재무(呈才舞)에 대해서도 그 미적 특성과 구성의 원리, 동작의 특질이 보다 명쾌히 밝혀지면서 널리 알려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중국의 경극(京劇)과 일본의 노(能)가 일반인에 의해 사랑받고 있듯이, 우리의 정재무도 그러해야 한다는 것.
 3. 현재 활발히 행해지고 있는 여러 재구성적 춤의 변화(편하게 나는 이것을 ‘신전통무’라 칭하지만)에 대해서도 어떤 평가와 보존이 시급하다는 것. <김백봉 산조>, <김진걸 산조>, <황무봉 산조>, <권명화 소고춤>에서부터 조흥동의 한량무인 <회상>, 김현자의 <매화 바라보다>, 윤미라의 <진쇠춤>과 <향발무>, 한명옥의 <살풀이>, 백현순의 <달구벌 덧배기춤>, 손인영의 <나례>, 국수호의 <장한가>와 <부채춤 산조―아가(雅歌)>, 이주희의 <장검무> 등이 그러함.
 4. 이 같은 전통춤 관련의 연구와 평가(론), 그리고 공연, 그리고 그 관련의 전문인을 육성·지원하기 위해서 창작춤에 대한 지원과 적정 비율을 설정,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것. 현재 결성된 한국전통춤협회(회장·채상묵)을 주축으로 하면서 작은 조직체에 대한 지원(성균소극장과 같은 전통춤전문 공연장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5. 전통춤에는 누구나 참여해서 교육받고 공연도 할 수 있지만, 그러나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 즉 내적 질서와 그에 걸맞는 지도자들의 엄격한 춤 자세와 눈높이가 매우 필요하며, 전통춤판이나 무용단이 어떤 불건강한 공생(共生)을 위한 결집이면 이것은 오히려 한국무용계의 발전에 ‘큰 독(毒)’이 된다고 할 수 있으리라. 

본 협회 공동대표,「공연과 리뷰」편집인, 춤비평
2013.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