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해외춤기행_ 2014 중국동북3성 순회 한국전통민속예술 공연 참가기
한민족의 미적 동질감으로 지핀 신명
이중수_마산오광대보존회 회장

 지난 6월 29일부터 7월 13일까지 중국 동북3성인 흑룡강성 하얼빈에서 출발하여 상지시 목단강시, 길림성 연길시 훈춘시 화룡시 백두산아래 첫마을 내두산촌, 요녕성 대련시까지 3,500km에 이르는 길을 한국전통민속예술의 꽃인 노래와 춤, 풍물 굿 공연을 하였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민족미학연구소와 국제교류재단이 손을 잡아 공동주최 하고 주관은 민족미학연구소 채희완 단장을 주축으로 전국 곳곳의 탈패, 춤패, 풍물패, 노래꾼을 공동연행단으로 구성되었다. 참가단체는 창작탈춤W패<지기금지>, 부산극단<자갈치>, 마산오광대보존회, 춤패<바람>, 풍물전통예술단, 진주오광대보존회, 살판, 풍물굿패<다말>, 서울놀이패<한두레>, 춤누리, 통영오광대보존회, 우리소리우리가락<청>이 함께하고 중국의 연변조선족민속학회와 더불어 공연과 학술행사와 강습회를 하였다.
 특히 하얼빈의 이동우박사(하얼빈 한중문화교류소 소장), 연변대의 한룡길교수, 최미선교수, 조선족민속학회장 허휘훈교수, 연변대학 정희섭 교환교수 등의 도움과 심양한국영사관, 목단강시 조선족문화예술관, 훈춘시 조선족문화예술관, 화룡시 조선족문화예술관, 대련시 조선족문화예술관 등의 후원으로 순회공연을 뜻깊게 치를 수 있었다. 공연내용은 <칼노래 칼춤> <청수 한동이> <한량무> <봉산탈춤 팔목중춤> <수영야류 영감 할미과장> <민요> <강백천류 대금독주> <풍물 판굿> 등의 작품으로 총8회의 순회공연을 하였다.





 첫 공연은 중국 동북아 조선족민족문화예술과 중국문화와의 교류를 위하여 공연, 학술 및 전수 사업을 올해로 14년간 시도해오고 있지만 처음으로 하얼빈에서 하였다. 하얼빈 공정대학 강당에서 동학 입문의례와 집회양식 등을 집단적인 <검결>로 보여주는 칼춤, 호쾌한 깃발춤과 북춤(이상운 외 7인)으로 농민군의 진격, 작은 승리, 그리고 패배 등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칼노래 칼춤>을 시작으로, 이어서 <진주한량무>(강동옥), <봉산탈춤 팔목중춤>(손재서 외 7인), <청수 한동이>(강주미 외 2인), <민요>(홍순연), <풍물판굿>(박종환 외 6인)순으로 하얼빈공정대 총장, 심양한국영사관에서 총영사, 하얼빈 영사 등과 동포학생, 현지학생 등이 참가한 가운데 1시간50분 동안 진행되었다.





 공연을 마치고 목단강 풍물 강습을 위하여 정희섭교수, 김태근선생과 함께 목단강 풍물 워크샵을 위하여 공연단과 헤어져 목단강으로 먼저 떠났다. 먼저 목단강 노인회 사무실에 들러 한동걸 전 조선족문화예술관 서기를 만났다. 2009년 순회공연 시 동북아3성 9개 조선족문화예술관장들이 함께하여 학술세미나 때 얼굴을 익힌 터라 반갑게 맞이하였다. 그 당시는 문화예술관 서기였으나 지금은 물러나 노인회회장을 맡고 있었다.
 목단강조선족문화관에서는 60여명의 동포들이 장구, 북 징, 꽹과리를 지니고 풍물강습을 위하여 모여 있었다. 악기별로 분류하여 강습을 하는데 34도의 폭염에 아랑곳 하지 않고 3일간 풍물 굿 리듬과 판굿을 학습하였다. 풍물강습회를 하면서 느낀 점은 한반도에서 옮겨가 터전을 잡으면서도 가무악을 즐기는 아름다운 심성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으며 단순한 리듬에도 몸짓이 살아 있었다.





 목단강시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조선족민족문화광장은 목단강 조선족문화예술관에서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주봉남 예술관장은 중국정부의 조선족에 대한 배려라며 조선족을 위한 광장이 있다는 것에 대하여 무척 자랑스러워하였다. 하지만 조선족을 위한 광장이 있기까지는 삶의 터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수많은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목단강처럼 흘러내렸으리라.
 공연은 하얼빈과 같은 순으로 진행되었으며 먼저와 강습회를 한 효과인지 관중의 적극적인 추임새와 호응에 힘입어 뜨겁게 신명으로 이어졌다. 공연 후 목단강시 조선족문화예술관장은 “위대한 조선족의 예술이다. 그간 협력이 힘든 상황에서도 줄기차게 동북에 조선족예술을 알려온 채희완교수의 업적은 길이 칭송될 것이다. 후세를 위해서도 또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 살아가는 우리 조선족들의 밝은 문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 교류는 변함없이 이루어나가야 하며 목단강시는 항상 오늘과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을 기다릴 것이다. 목단강시 조선족을 잊지 말아 달라”며 공연과 강습이 지속되기를 희망하였다.





 흑룡강성 순회공연을 마치고 길림성 연길시 근교의 민들레 마을을 찾아갔다. 민들레마을은 ‘세상의 모든 술꾼들의 건강을 책임지자’라는 독특한 슬로건을 내걸고 된장에서 효소를 발효하여 주정을 만들어 술을 담그며 마을주민과 회사가 협력하여 원료에서부터 제작까지 함께하는 것에서 비롯되어 된장마을로 불리어지기도 한다. 공연 후 촌장은 이러한 순회공연이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감동적인 공연은 처음이라면서 ‘된장마을에서 특허 받은 된장술은 무한대로 공급할 것이니 다음에도 꼭 찾아 달라’고 감동을 토로했다.
 7월 5일에는 연변대학 조선한국학학원 회의실에서 민족미학연구소와 연변조선족민속학회의 공동주최로 2014 한민족 문화 공동연구의 방향과 방법 ‘풍물 굿(농악)과 생활의례’의 학술세미나가 있었다. 조선족의 세시풍속은 어떻게 전해지고 있으며, 풍물 굿 또한 어떻게 전승되며, 용어는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 라는 주제로 다양한 관점으로 논의함으로써 한민족과 조선족간의 민족적 동질성을 찾고 민족정서의 근원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으며 <조선족민속학회>와의 상호제휴, 공동발전을 한층 강화하면서 전통문화의 새로운 창달을 위한 협력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기로 하였다.





 연길시 청년호광장에 잡혀있던 공연은 시 사정으로 인하여 취소하고 대신 근교 조선족마을 조양진문화활동센터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 <칼춤>에 이어 <청수한동이>는 동학의 정신을 그린 채희완 연출 <칼노래 칼춤>의 제4장 ‘청수 한동이’에서 함께 추어졌던 춤이었다. 이 춤은 정한수 한 그릇 정성 드려 모시듯 맑은 물 한 동이 길어 모셔 원혼을 천도하고 살아남은 자들이 새로운 세상을 다짐하는 판 씻음 굿으로 고향을 떠나 살면서 온갖 설움과 고난 역경을 청수 한동이로 씻어내는 기원을 담아내었다.
 <진주한량무>, <봉산탈춤 팔목중춤>에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제43호인 <수영야류>(최의덕 외 4인)의 제3과장의 영감ㆍ할미마당은 영감과 본처인 할미, 첩인 제대각시 사이에서 일어나는 가정의 갈등을 다루며 곤궁한 민중의 생활상을 웃음과 울음으로 드러낸 후 <풍물판굿> 으로 집단적 신명으로 이어졌다.





 훈춘시 조선족문화예술관 공연에서는 <풍물판굿>공연으로 뜨겁게 달구었다. 상쇠의 지휘에 따라 쇠, 징, 장고, 북 등이 태평소의 선율과 함께 다양한 진법과 구정놀이(개인놀음)로 판을 펼쳤다. 놀음터를 정화하고 관중에게 판붙이 인사를 하는 터벌림 즉 점고 내드림굿을 시작으로, 좌우치기, 사통배기, 마당삼채, 당산벌림, 양상치기, 가세벌림 등 다양한 진법과 상쇠놀음, 설장구, 상모놀음, 북춤, 진도북춤, 12발상모등 화려한 구정놀이로 풍물 굿의 신명으로 노닐었다. 훈춘시 조선족문화예술관장은 이정도 큰 규모의 공연단인줄 몰랐다면서 다음 방문 시에는 좀더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보답하겠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저녁식사 후 1차 귀국팀은 본진과 헤어져 목단강시로 향하여 귀국길에 올랐다.





 화룡시 진달래 마을공연장은 배추마당에서 이루어졌다. 김치를 담가 숙성시키는 마을로 배추조형물을 크게 만들어 설치한 마당으로 진주오광대보존회 예능보유자 강동옥선생의 흥을 안으로 삭이고 드러냄을 자제함으로써 더 큰 흥을 담아내는 양반사대부의 멋과 풍류를 보여주는 <한량무>춤으로 녹여낸 공연이다. 순회공연 내내 의외로 한량무에 대한 관심과 흥이 많았다. 이는 놀이에 대한 여유로움이 베여 있는 미적 삶에서 우러나오는 흥이라 여겨진다. 진달래마을 촌장은 수많은 공연을 보아왔으나 이렇게 신명 난 공연은 처음 이라면서 우리 마을을 찾아준 고마움은 눈물이 날 정도라고 소감을 밝혔다. 저녁식사 후 마을정자에서 김현일 선생의 대금산조와 함께 달빛흥취로 뜨거운 밤을 보냈다.





 백두산 하늘아래 첫 마을 이도백하 내두산촌은 강을 건너지 않고 산기슭을 따라 이주한 마을로 여자의 유두에서 유래되어 내두라는 지명이 붙여졌다. 2년 전 방문 시 독립군박수를 가르쳐주면서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으신 고령의 독립군 할아버지는 2달 전 경로원으로 들어가셨다고 한다. 내두산 공연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7호인 봉산탈춤의 팔목중춤의 활기찬 뭇동춤에 맞추어 힘찬 추임새로 흥을 돋우고, <8도 아리랑 엮음>(홍순연)에서는 정선아리랑에서부터 독립군 아리랑까지 고향을 떠나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민족의 노래에 목청 돋우어 부르며 관중과 하나가 되어간 공연이었다. 공연 후 노인회장의 고향 떠난 타향민들의 정서를 담은 <유정천리> 구성진 노래가 이어졌고, 50줄의 내두산 촌장은 마을의 인구가 줄어들어 힘은 들지만 몇 번을 보고 보아도 가슴을 울리는 공연 ‘잊지 말고 다시 와 달라’는 말에 채희완 선생의 ‘늘 함께 하고 싶습니다’라는 말이 긴 여운을 남기는 공연이었다.





 길림성 순회공연을 마치고 요녕성 대련시조선족문화관공연은, <칼춤>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풍물판굿>까지 이어졌다. 대련시 조선족문화예술관 황호철관장은 “민족 고유의 문화를 교류하여 널리 소통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현재 갈수록 순수 조선족의 숫자가 줄고 혼종화 되어가는 분위기다. 따라서 조선족뿐만 아니라 한족까지 아우르는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노력들이 요구된다. 이는 중국과 한국의 상호교류를 통해 점진적으로 가능하리라 판단되며 대련시 조선족문화예술관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을 고려하겠다.
 대련시는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가진 지역으로 높은 경제적 성장도에 비해 문화적 인식수위는 매우 낮다. 이런 이유로 관객동원이 쉽지는 않으나 일단 와서 관람을 하고 나면 오늘처럼 감동을 받고 차년도 공연을 기대하게 된다. 대련시조선족문화관도 정책적으로 홍보의 효과적 방법을 고심해 실천할 것이다. 요녕성에는 조선족문화예술관이 8개가 있으며 심양에 이어 대련시가 두 번째 큰 조선족문화예술관이다. 대련시를 겨냥해서 집중적인 공연과 워크숍을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대련은 꼭 공연지로 선정해 주길 원하며 요녕성 8개 조선족문화예술관과 문화교류를 함에 있어서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며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였다.





 중국 동북 3성인 흑룡강성, 길림성, 요녕성은 한민족 동포가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고 백두산 산기슭을 감아 돌아 이주하여 땅을 일구고 터를 잡은 곳이다. 또 일제 때 항일무장투쟁의 의혈이 곳곳에 맺혀있어 민족정기가 맥맥히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이들은 한반도에서 옮겨간 미풍양속으로 가무악을 즐기는 심성과 함께 아름다운 삶과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땅 위에서 민족의 미적 삶의 자리를 위해 한국전통민속예술의 꽃인 노래와 춤, 풍물굿과 이야기 마당을 펼치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번 순회공연 중 조선족문화예술관의 바램은 한민족의 미적 동질성을 지핀 신명난 공연, 학술행사, 강습회를 지속성 있게 추진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잊지 말고 방문해달라는 요청은 한결같았다. 동북3성 조선족이 사는 마을이면 얼그미 틈틈이 참빗 골골이 찾아가 마을 굿을 펼치는 일은 아직도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또 이는 한국의 전통민속예술인들이 숙명적으로 이어가야 할 과제라 다짐해 본다.

2014. 08.
사진제공_민족미학연구소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