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국내춤기행_2014 강릉단오제(2)
강릉단오제의 진수, 강릉단오굿Ⅰ
이병옥_춤이론, 용인대 명예교수

 전야제에 지친 피로를 단잠으로 풀고 나니 단옷날이 밝아왔다. 경포해수욕장 맛있는 해물미역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자 다시금 기운이 생동하는 것 같았다. 남대천 단오굿당에는 벌써 나이 지긋한 강릉시 할머니들과 해외 및 국내 참여자들이 자라를 다 잡고 있었다. 국립문화유산원 촬영 팀들이 축제기간 내 구역을 정한 중심자리가 있어 덕분에 나도 한자리를 잡아 조전제와 단오굿을 촬영하면서 관람하였다.



 조전제(朝奠祭)

 조전제는 남대천 굿당에 모신 후로 단오제가 끝나는 날까지 매일 아침 9시에 강릉시의 기관장과 사회단체장 등 지방 유지들을 헌관으로 모셔 엄숙한 유교식으로 복색을 갖추어 입고 홀기에 따라 진행하여 지역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먼저 헌관과 집사들(獻官及諸執事)은 문밖에 서서(俱就門外位) 네 번 절하고(皆四拜) 손을 씻는다(盥洗手). 이어서 행참신례(行參神禮 : 헌관과 제관들이 신에게 절을 하고, 신을 뵙는 의례), 행전폐례(行奠幣禮 : 초헌관이 신 앞에서 향을 피우고 폐백을 드리는 의례), 행초헌례(行初獻禮 : 초헌관이 신에게 잔을 올린 후 축문을 읽는 의례, 아헌례(亞獻禮)와 종헌례(終獻禮)는 초헌례(初獻禮)와 同一), 행음복례(行飮福禮 : 초헌관이 신이 드신 제물을 음복하는 의례), 행망료례(行望燎禮 : 폐백과 축문을 소각하는 의례), 행사신례行辭神禮 : 모든 제사를 마치는 의례)로 끝맺었다. 조전제를 마치면 지방 유지들과 내빈들과 단오제 관계자들을 모셔 제례에 바친 술과 떡 과일로 음복을 하며 잠시 한담을 나누는데 필자도 초청되어 자리를 함께 했다. 마침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초청한 세계 각국 젊은 참가자들이 자리를 함께하면서 기념촬영도 하였다.





 강릉단오굿의 재차와 진행구조

 이제 본격적으로 굿판이 벌여지는데 이후 닷새 동안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름더위와 씨름하면서 굿판을 이어간다. 강릉단오굿의 기본굿거리는 부정굿, 축원굿, 청좌굿, 화회동참굿, 조상굿, 세존굿(당고매기굿), 산신굿, 성주굿, 칠성굿, 군웅장수굿, 심청굿, 천왕굿(원님굿), 손님굿, 제면굿, 꽃노래굿, 뱃노래굿, 등노래굿, 대내리고 환우굿으로 막을 내린다. 그러나 실제로 굿판에서는 중간 중간에 축원굿들이 삽입되는데 이는 무녀들이 왼 종일 굿에 지치는 것을 조금씩이나마 풀 기회도 되며, 많은 조무들의 동참기회를 주고 이름난 무녀들의 동참을 마련해주는 계기도 된다.
 강릉단오굿 등 동해안굿은 각 거리굿마다 시작에서 끝맺음까지 유사한 진행 구조로 되어있는데, 푸너리(부정굿에서는 드렁갱이)→청보 또는 제마수장단→청보무가에서의 거무장단(세존굿에서는 삼오장)→‘베자’(*)에서의 굿거리나 그 응용 장단-동살풀이→수부잔 사자(死者)풀이로 진행된다.

*<배자>-각 제차의 중심체를 이루는 청보무가, 제마수무가를 끝낸 무녀가 잠시 춤을 춘 뒤에 단가. 유행가 등을 부르는 것을 ‘배자’라 일컫는다. 유행가를 ‘신식배자’라고도 한다.




 강릉단오굿의 춤사위 -무관(舞冠)

 강릉단오굿의 춤사위에는 특이하게도 ‘무관(舞冠)’(신의 의관(衣冠), 즉 위엄을 표현하는 춤사위라는 뜻-빈순애 중언)하는 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굿춤은 거리마다 굿에 사용하는 무구를 들고 추는 무구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끔씩 쾌자자락을 잡고 추거나, 장삼자락을 뿌리며 추거나, 흰(살풀이) 수건을 들고 추거나, 맨손으로 추는 경우에는 순수한 춤사위가 잘 나타나 보이는데, 바로 이러한 춤사위를 ‘무관’이라고 한다. 물론 신태집, 꽃, 신칼 등 무구를 들고 출 때에도 무관이 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강릉단오굿의 무관은 돌머리무관, 소신무관, 자치무관, 도리깨무관, 비빔무관, 까불무관, 갈매무관 등이 있고, 걸음걸이로는 깨끔걸음, 까치걸음, 완자걸음 등이 있다. 무구를 들고서도 다양한 무관을 응용하여 추는 경우도 있다.
 강릉단오굿은 세습무의 굿춤으로, 강신무들이 접신하여 추는 신유무(神遊舞)와 잡귀잡신을 퇴치하는 축귀무(逐鬼舞)가 아니라, 오히려 신에게 소원성취를 비는 축원무(祝願舞)나 신을 맞이하여 신을 기쁘게 놀게 하는 오신무(娛神舞)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춤반주는 장구, 꽹과리, 징 등의 타악기 중심으로 연주하며, 가락 형식은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여 점점 빨라지면서 격렬한 연주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굿춤은 처음에는 곱고 요염한 느낌을 주는 느린춤을 추다가 마지막에 빠른춤으로 도무(跳舞) 등 격렬하게 춘다.

(돌머리무관)- 쾌자자락을 잡거나 장삼자락을 들고 여러 가지 팔동작을 하면서 곱게 회전하는 춤사위.





(소신무관)- 빠른 장단에 양쪽 팔을 어깨 위에서 머리 위로 올려서 격렬하게 팔을 돌려 뿌리면서 몸을 상하로 움직이는 춤사위. 거무 3장단의 빠른 박자의 춤사위를 통틀어 말하는 무관으로 도리깨, 비빔, 까불, 나비무관 등의 총칭이며 빠르게 뒤섞어 춘다. ‘소신’은 ‘신명이 솟아오르는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손을 솟구쳐 춤춘다고 해서 ‘소신’이라고 빈순애 보유자의 증언이다.





(자치무관)- 1박에 오른손을 오른쪽 어깨에 올려 메고 왼손은 오른쪽 겨드랑이를 스친다. 2박에 양팔을 위 옆으로 뿌리고, 3박에 반대로 왼손 어께위로 올리고 오른손 왼쪽 겨드랑이로 가져갔다 4박에 양손 위 옆으로 펴는 춤사위. ‘자치’는 좌우치기의 약어라고 한다(빈순애 증언).





(겨드랑무관)-양 팔꿈치를 번갈아 가며 겨드랑이를 스치며 위로 쳐드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추는 춤사위.





(도리깨무관)- 양손을 왼쪽 어깨로 가져가 보리타작하듯이 앞으로 뿌려 내리고 이어서 양손을 오른쪽 어깨로 가져가 앞으로 뿌려 내리는 춤사위.





(까불무관)- 양손을 머리 위에서 키를 치듯이 왼쪽, 오른쪽 위로 까불거리면서 양손을 내리지 않고 머리 위에서만 까불거리는 춤사위.





(비빔무관)- 한삼을 안으로 한번 또는 두서너 번 감았다 뿌린다. 뿌리는 방향은 좌우, 옆, 위로 뿌릴 수 있다. 바라나 꽃, 놀이칼 쾌자자락 등을 들고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 행하는 춤사위.





(갈매무관)- 주로 부채나 놀이칼, 수건 등을 가지고 가볍게 뛰면서 양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옆으로 갈매기처럼 내려펴며 반복하면서 앞뒤로 까치걸음(종종걸음)으로 움직이거나 도는 춤사위.





(나비무관)- 양손을 펴고 엎었다 뒤집는 동작으로 나비처럼 부드럽게 추는 제자리 춤사위.





 부정굿의 푸너리춤

 굿마당은 먼저 「부정굿」으로 여는데, 굿당에 신을 모셔오기에 앞서 굿당과 주변에 있는 모든 부정을 가시게 하는 굿이다. 무녀가 물과 불로 굿당을 깨끗이 정화하고, 굿에 참가하는 사람들 개개인의 부정도 가시게 하며 신이 내려와 앉을 수 있도록 공간을 깨끗하게 하여 신이 좌정하실 신성한 장소를 마련하기 위하여 깨끗이 치워야 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먼저 앉은굿을 하다가 선굿으로 진행한다. 이번 단오굿에서는 보유자 빈순애 무녀가 굿을 시작하였다. 먼저 양중(兩中, 남자무당, 악사)들이 드렁갱이장단(*)으로 요란한 쇠가락으로 시작한 뒤 부정굿으로 앉아서 무가를 부르다가 일어서서 부채와 수건을 들고 푸너리장단에 푸너리춤을 추었다.

*<드렁갱이 장단> 청보형 장단의 하나이며 드렁갱이 5장을 기본으로 한다. 강릉지방의 서낭굿, 산신굿, 포춤(어포춤)의 반주, 당고마기의 거무춤(그무춤), 부정굿을 하기 전, 세존굿에서 중춤을 반주, 매일 아침 굿의 첫 거리를 시작하기 전에 연주된다.





 화회동참굿의 거무춤

 화회동참굿은 각 지역에 흩어져 있던 신들을 모셔 좌정시킨 후 서로 화해하고 한 자리에 앉아 굿을 받으라고 드리는 굿이다. 특히 여러 신들 중 남녀로 되어 있는 성황님 부부가 화해하시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국사서낭님과 여국사서낭님이 평소에 대관령과 강릉시내에 서로 떨어져 있지만 굿을 하는 동안은 두 분이 화해하여 한 몸, 한 마음이 되어 굿을 받으시라는 것이다.
 하회동참굿은 청보장단으로 무가를 마친 후 거무장단에 거무춤(*)을 춘다. 거무2장은 느린 빠르기로서 무녀의 쾌자자락이나 부채, 수건 등을 들고 허튼춤을 추는 반면, 거무3장은 빠른춤으로 강릉단오굿춤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소신무관을 춘다. 광어, 대구포 혹은 명태와 같은 어포를 들고 춤을 춘 다음, 수부채장단(*)에 술잔의 술을 신칼로 찍어 뿌리면서 수부무가로 잡귀잡신을 풀어먹이는 수부사자풀이(*)로 끝맺음한다.

*<거무춤> 청보장단 혹은 제마수 장단으로 무가를 마친 무당이 추는 춤이다. 무당은 장단에 맞춰 한참 춤을 추다가 대구포 혹은 명태포와 같은 어포를 들고 춤을 춘다. 이때의 춤이 혼합박자인 드렁갱이 장단으로 시작된다.
*<수부채장단> 무당이 한 거리를 마치고 잡귀잡신을 풀어먹이면서 연주하는 장단이다. 수부는 수비(隨陪)의 와음(訛音)이며, 수비는 주신(主神)을 따라다니는 잡귀잡신을 의미한다. 수부채의 ‘채’는 ‘치다’라는 동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악기를 치는 도구인 채에서 온 말이다. 또한 ‘채’는 전통음악에서 ‘장단’을 일컫는다.
*<수부사자풀이> 수비사자. 수비는 큰 신(神)을 따라다니는 하졸신(下卒神)을 일컫는 무속 용어로 대개 잡귀잡신들을 굿의 끝에 풀어먹여 보내는 것으로 술 한 잔을 들고 설법을 하며 그들을 달래주는 절차를 말한다.



 

 

2014.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