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서평_ 『한국춤통사』
다섯 춤연구가들의 무용사 작업의 큰 결실
김태원_춤비평가

 

 우리 춤에 대한 역사를 쓰기가 쉽지 않다. 고대 무용사의 경우 사료 부족에 직면할 수밖에 없고, 현대춤사의 경우 많은 수의 무용인들이 추구하는 예술적 방향이 각각 달라 어떤 큰 줄기의 흐름으로 묶어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영희·김채원·김채현·이종숙·조경아(가다나 순)이 펴낸 『한국춤통사』(보고사, 크라운 변형판 597면)는 동시대 5인 춤연구가들의 공동의 노력이 스며든 노작(勞作)이며, 우리춤의 역사를 고대에서부터 2010년대 현금까지 살핀 첫 통사(通史)라 할 만하다.
 이전 우리춤의 역사 기술이 일제강점기 때와 그 이후의 신무용사면 신무용사(1960~70년대의 조동화·강이문·안제승과 최근의 성기숙 등), 고대 무용사면 고대 무용사(이병옥)와 같이 특정 시기에 초점 맞추면서, 그리고 다소 축약된 형태의 약술 무용사(1999년과 2013년에 발간된 정병호·김채현·김태원의 『한국의 공연예술』과 『한국 공연예술의 흐름』 속 무용사 부분, 그리고 김채현·김경애·이종호의 『한국무용 100년』)에 그친 데 비해 이번의 경우에는 그런 부분들을 크게 보완, 선사시대에서 조선 전기까지를 이종숙이, 조선 후기를 조경아가, 대한제국에서 1960년대까지를 김영희가 맡아 좀 세밀히 서술하면서, 이어 1970년대 이후 무용사를 김채원과 김채현이 각각 맡아 기존의 무용사 서술에서 보인 서술 내용의 빈약함이라든지 시대에 뒤떨어진 점들을 많이 채웠다.
 특히 신무용기 이후 현대춤사(이 속에는 김채원이 쓴 북한무용사 포함)의 부분들이 크게 보강되어서 이 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우리 춤계의 예술적 흐름을 역사적으로 일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번 통사(通史)와 같은 좀 거시적인 역사 서술의 작업에 있어서 어떤 정해진 답은 없다. 그런 가운데 모든 사실들을 역사적 객관성이란 잣대에서 정확히 배치·서술해 내기도 힘들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먼저, 우리 춤의 고대사에서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는 춤의 역사 서술의 부분은 서술자들의 아카데믹한 관점이 많이 가미된 탓인지 적지 않게 무거워 보였다. 오히려 논문의 모음과 같다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 부분들은 좀 간략히 하면서, 우리 근·현대춤사의 무용사적 전개에 더 중점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더불어 현대춤사의 서술에 있어서도 가령 1970년대 이후 한국 예술춤 흐름의 주요 흐름이 되는 현대무용이나 한국 창작춤에 대해 좀 더 많은 주목이 기울어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두 장르 모두 이른바 우리 춤의 르네상스를 대표적으로 이끌면서 1980년대 후반과 90년대 들어 큰 변화를 겪는 가운데, 우리 춤의 주요한 안무가들이나 춤운동가들이 그 속에서 많이 부상하는데,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통사이지만 적절한 부분에서는 깊이 있는 서술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대표적인 춤작품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 한 예로, 1970년대 무용사에서는 이 두 춤의 장르에서 각각 대학 동인제 춤단체들이 여럿 부상되면서 그들은 국립무용단·국립발레단의 춤과 함께 이 시대 무용을 예술적으로 리드하게 되는데, 책은 당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었지만 그 힘을 잃고 있었던 전통무용을 제일 앞에 배치해 놓고 있었고, 한편으로 90년대 이후의 춤현상에 있어서도 서술자는 춤문화적 현상, 혹은 그 의미의 다채로운 면에 너무 주목한 탓인지, 기존의 동인제 춤단체와 다른 방식의 춤예술 작업을 꾀하게 되는 이들―안애순·홍승엽·김형희와 트러스트·박호빈과 까두현대무용단 등―이나 춤단체의 작업에 대한 개별적 언급을 너무 자제하고 있었다.(오히려 공연 사진과 같은 시각적 효과가 그것을 대신했다.) 말하자면 서술 항목의 배치와 서술의 초점에 있어서 한번쯤 숙고가 필요했을 듯싶다.
 그와 함께 그 같은 춤예술의 작업과 함께 이론적으로, 그리고 비평적으로 고투한 여러 춤비평가들의 비평 작업(그들의 아이디어도 포함)이나, 대학 아카데미즘을 포함한 한국춤 교육의 특성과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언급이 필요해 보인다.
 춤비평가 장광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 해 우리 춤공연의 건수가 2,500건에 달한다고 한다. 매해 그 같은 수의 공연이 벌어지고 있으니 우리 춤예술의 전체적 모습을 연구자(무용사가)가 어떻게 바르게 조망하고 조명해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런 면에서 이 통사의 작업은 각기 시각을 달리하는 우리 춤연구가들의 학문적·비평적 협력의 한 소중한 결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춤의 역사를 향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써야 할 것인지에 대해 다방면의 생각할 거리를 준다 하겠다.
 책 속에 보완할 여러 문제점들은 3-5년 단위로, 혹은 10년 단위로 수정판을 내면서 계속 보완해 나가길 바라며, 나로서는 이번 책의 발간으로 우리 무용사 연구가 그간 크게 진척된 구체적인 징표를 얻을 수 있어서 매우 반가웠다.

2015. 0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