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해외춤기행_ 카자흐스탄(2)
카자흐스탄 민속춤과 유목문화
이병옥_춤비평가

 알마티시청 중앙광장의 황금인간상(Golden man)과 스키타이 문명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해외동포을 위한 초청공연으로 카자흐스탄 알마티 국립고려극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 국가무형문화제 제49호 송파산대놀이 보존회 회원들은 마당춤판에서만 주로 추던 탈춤꾼들이어서 극장공연에 무척이나 신경을 곤두세우며 춤판을 준비하였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소극장이어서 탈춤이 가지는 근접성을 담보할 수 있어 안심이 되었고, 연희대사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마임성이 강한 탈춤과장을 재구성하였기에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며 신명나는 탈춤판을 벌여 성공리에 마친 기쁨과 홀가분함으로 이후 여정은 부담없고 즐거운 문화관광이 되었다.
 8월 13일 아침 일찍 일어나 룸메이트와 함께 식전운동을 겸해서 호텔 밖을 나가 시가지로 걸어갔다. 사거리를 돌아 넒은 대로를 보니 큰 광장과 기념탑이 보여 그쪽으로 방향을 잡아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알마티 시청이 있는 중앙광장이었다.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하기 위해 시위하던 카자흐 젊은이들이 보도블럭을 깨서 던졌다는 광장으로, 1992년 독립 이후 새롭게 만들었다. 독립기념비가 우뚝 서 있고, 결혼하는 커플들은 결혼식날에 이곳에 와서 꽃을 바치고 건배하며, 명절이나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이라 멀리서 기념탑이 어슴푸레하게 보였지만 점차 해가 뜨자 잘 보이기 시작했다.





 그간 카자흐스탄에서 발굴한 유물유적에는 스키타이문명을 고증하는 고고학적 유물들이 많았다. 그중 고분인 ‘스키타이 쿠르간(Scythai Kurgan,봉분이 있는 고분, 적석목관분)’에서는 각종 황금과 보석, 무기 및 의류조각들이 다수 발견되어 한국의 신라금관과 같은 스키타이 문명과의 친연성도 입증되었다. 이 쿠르간에서 미이라에 황금옷이 입혀진 주인공들이 여러 봉분에서 발굴되었는데, 그중 대표적인 제1호 쿠르칸에서 발굴된 황금인간상(Golden man, B.C 4C)을 기념비 꼭대기에 장식하여 카자흐스탄의 상징인물로 추앙하고 있으며, 알마티국립박물관에도 입구 중앙에 전시되어 있다. 특히 모자에 장식된 화살 4개와 나무 위에 낮은 새와 동물들은 신라왕관 장식과 솟대와 양식적으로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고대 페르시아 자료에도 ‘사카 티그라 하우다(Saka Tigrahauda)’라는 종족이 언급되어 있는데 ‘사카’는 ‘스키타이’, ‘타그라’는 ‘화살’, ‘하우다’는 ‘모자’를 뜻하는 것으로 화살모자를 쓴 스키타이종족이라는 것이다. ‘스키타이’ 역시 ‘활을 쏘는 궁사’라는 뜻으로 중앙유라시아의 고대문명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여, 우리민족을 동쪽에 활을 잘 쏘는 ‘동이족(東夷族)’이라고 하는 어원에서 ‘이(夷)’가 ‘큰 활(大弓)’이라는 것과도 유사성이 많다.





 카작인은 BC 1세기경 이 지역에 거주하던 몽골과 터키족 유목인들의 방목지로 사용해 오다 18세기 중반 이후 러시아 제국에 합병되었으며, 19세기 후반 카자흐스탄 북부 지역에 러시아인들이 대규모로 거주하게 되었다. 1925년 중앙아시아의 국경정리 결과 카자흐 자치 공화국으로 개명되었고, 2차 대전 중 스탈린에 충성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된 많은 소수 민족(한인 포함)들이 이 지역으로 강제 이주되었다. 그 결과 카자흐스탄 공화국은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인구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1991년 12월 10일 국명을 카자흐스탄공화국으로 변경하고 12월 16일 독립을 선언하였다.




 카자흐스탄 암각화에 그려진 태양숭배춤, 다산숭배춤, 사냥성공기원춤

 

 시청광장 벽면에 즐비하게 장식한 대리석에는 카자흐스탄 암각화를 모사한 음각화가 그려져 있는데 상고시대 카작인들의 삶을 표현한 타임캡슐 같은 것이었다.





 카자흐스탄에 있는 탐갈리(Tamgaly, 알마티 동쪽170km) 암각화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는 유적지이다. 청동기시대 중기부터 제작이 시작되어 스키타이시대와 투르크시대까지 1000여점의 암각화가 제작이 계속된 유적인데, 특히 5개 구역 중 4번째 구역은 제단(또는 신전)과 같은 것으로 상단에 ‘태양머리(sun-head)’ 라고 하는 신성체와 그 하단에 ‘집단의식춤’을 추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좌에서 우로 모두 7개의 태양신성체가 있는데 크기는 약 70~ 80cm로 그 형태는 약간씩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머리에 태양문과 같은 장식이 있거나 태양을 의인화한 신상으로 생각되며, 마치 부처님 머리 뒤의 광배처럼 신적 존재거나 태양숭배와 다양한 종교의식을 거행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의 이글거리는 태양은 샤먼이나 어떤 신성한 존재의 머리에 이글거리는 태양열을 형상한 모양으로 프랑스 태양왕 루이14세가 태양춤을 출 때의 형상과도 유사한 느낌이 들었다.





 태양머리신상 아래에는 여러 마리의 동물이 있고 또 그 아래에 다시 긴 행렬의 사람무리가 있다. 이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손에 손을 맞잡고 추는 집단춤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것은 상단의 태양신에게 바치는 집단의식춤과 뒤풀이춤으로 손에 손을 잡고 뛰는 북방계 도약춤을 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림 1>. 또 다른 <그림 2>는 흥겨운 어깨춤 자세로 팔을 위아래 흔들면서 춤추는 두 사람의 대무도 있고, <그림 3>은 황소뿔 모자를 쓰고 양손을 위아래로 교차하면서 어깨를 흔드는 소머리춤 신상 그림도 보이는데, 어깨춤과 손춤사위가 발달한 점과 엉거주춤한 발동작으로 볼 때 유럽의 뻗정다리춤과는 다른 시베리아 몽골계 북방아시아춤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20점의 의인화된 태양그림, 고대의 신묘사 그림, 이륜차 그림, 춤추는 모습의 그림, 사냥관련의 멧돼지, 황소, 산양, 사슴, 말, 늑재, 여우, 표범, 낙타 등의 수많은 동물들이 유목민들의 생활상이 음각되어 있으며, 춤의 의미는 태양숭배춤과 동물 앞에서 추는 샤낭성공기원춤과 다산숭배춤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메데우(Medeo)국립공원과 해발 3,400m의 최고명소 침블락(Chimbulak)

 일행들이 호텔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시한 것이 아침식사가 잘 나오는 고급호텔을 주문하여 예약했었는데 홀리데이 인 알마티호텔(Holiday inn Almaty)의 아침식사는 다양한 종류의 조찬과 종업원들의 친절한 서비스에 흡족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8월13일 문화관광의 첫 시작은 메데우 국립공원과 침블락 등정이었다.
 메데우는 높은 산중(해발 1,529m)에 위치한 스케이트장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소이다. 스피드, 피겨, 아이스 스케이트 코스가 다양하고, 카페 및 오솔길이 아름다워 피크닉 장소로 애용되는 곳이다.
 알마티시는 지진과 진흙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지질학상 매우 위험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진흙사태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1966년 메데우 협곡 부근에 댐을 건설하면서 진흙사태를 막아내어 그 가치를 입증했고, 그 아래쪽에 이 스케이트장을 1972년에 건설하였다. 스케이트장에서는 유명한 가수의 공연이 열리기도 하는데 평소에는 선수들이 연습하고 겨울의 주말에만 일반에게 공개된다.
 메데우에서 침블락으로 가는 길은 사륜구동차를 가지고 올라가야 할 만큼 가파르다. 가는 도중에 온천물이 나오는 곳이 있어 겨울에도 현지인들은 이곳에서 목욕을 하기도 한다. 침블락은 천연설로 이루어진 스키장이다. 겨울이면 유럽 등지에서 많은 스키어들이 몰리는 중앙아시아에서 손꼽히는 스키장이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탈가르 봉'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되는데 산 위의 날씨가 좋은 날이면 탈가르봉과 실크로드의 경유지 천산산맥 줄기를 모두 볼 수 있다.
 침블락(깊은 샘물, 원천이란 뜻)은 해발 3400m의 천산산맥 지류인 알라따우 산맥에 위치하며 겨울에는 스키장으로도 유명한 알마티의 지붕으로 정상에서 만년설을 밟을 수 있다. 리프트를 3번 갈아타고 올라가는데 여름에도 정상은 상당히 추워 겉옷이 필요하다.일행들은 메데우까지 전속버스로 도착하여 잠깐 둘러본 뒤 사륜지프차로 첫 번째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전망대에서 잠깐 차 한 잔씩 나누고 다시 리프트로 2번을 더 갈아타고 3400m 정상 만년설밑까지 올라갔다. 차가운 냉기가 온몸에 퍼져 모두 점퍼 등 겉옷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고 다시 리프트로 내려왔다.




 다음 여행지는 꼭주베라는 곳으로 알마티에 온 사람들이 보통 처음 가보는 전망 좋은 언덕이다. 꼭주베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어 서쪽으로 알마티 시내와 남쪽으로 천산산맥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남산타워 비슷하게 텔레비전 송신탑이 서있고(올라갈 수 없는 탑) 알마티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맥주와 샤슬릭(꼬치구이)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일행들은 침블락 일정이 늦어져 저녁 식사시간이 되어 잠시 기념촬영을 마치고 예약식당으로 내려왔다. 카즈흐스탄식당에서 샤슬락 등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 식당은 9시부터 카자흐수탄 춤을 시연한다고 하나 일행들이 피로감으로 쉬고 싶다하여 미리 춤을 보여줄 수 없냐고 부탁하여 맛보기로 민속춤을 볼 수 있었다.




 카라 조르가 민속춤(Қара Жорға, Qara Jorga Folk Dance)

 카라 조르가춤(Қара Жорға, Qara Jorga, Kara Zhorga Folk Dance)는 축제 때 젊은 남녀들이 군중으로부터 나와 어우러지는 춤으로, 카라조르가(Қара Жорға, Qara Jorga)민요에 맞춰 추는 카자흐스탄에서 인기있는 민속춤이다. 카자흐스탄 전통 춤사위에는 종교적인 의미로 추거나 사냥과 같은 특정 상황을 묘사하기 위한 춤이라 할 수 있다.





 카라 조르가춤은 카자흐스탄의 대표 민속춤으로 중앙아시아 몽골계 유목민들의 말타기와 유목생활을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축제 때 젊은 남녀들이 군중으로부터 나와 어우러지는 대표적안 민속춤으로 민요를 부르거나 돔브라 연주에 맞춰 춘다. 이 춤은 지상에서 승마모방춤으로 표현하면서, 정화의식 및 관객과 아이 모두를 위한 보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라 조로가춤은 결혼식, 공휴일, 특히 신생아 탄생을 축하하는 잔치 등 민족축제 행사와 모임에서 춤을 춘다. 또한 용기, 활력, 음악성 및 이동성을 중요시하는 특징이 있는 춤이기도 한다. 그래서 카라조르가춤은 카자흐스탄 민족들의 사회 연대와 상호 이해를 강화하고 공동체 의식과 말과 가축과의 관계에서 일상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기 때문에 카자흐스탄 공연 예술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다.
 필자가 들어본 리듬은 우리와 같은 3음절 4박으로 자진모리형에 가까우며, 한 장단을 ‘땅-다, 땅-따, 땅-따, 땅--’을 기본리듬으로 ‘땅-따, 따르르, 땅-땅, 땅--’의 변형리듬을 사용한다. 춤사위는 매 박자마다 어깨춤을 추며 한국춤에서 가끔씩 어깨춤을 추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많이 춘다. 또한 양팔을 번갈아 들었다 내리는 좌우새 춤사위를 한국춤은 부드럽게 이어 추지만 이들은 좌우새도 매 박자마다 끊어 추는 스타카토식 기법(몽골어깨춤과 동일)으로 추는 것이 기본춤법이다. 어깨춤의 방법도 몽골보다는 다소 느린 편이나 우리 보다는 빠르고, 한국춤의 상하 어깨춤보다는 좌우를 앞으로 내미는 어깨춤을 많이 춘다. 양손을 허리에 대고 어깨춤만 앞뒤로 흔드는 경우와 상하로 흔들면서 좌우새를 끊어 추고 가끔씩 손뼉을 치며 추기도 한다. 남방계춤에서 보이는 손가락춤은 없으나 손목꺾기 동작이 많아 손바닥춤이 많은 아시아 북방계춤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




 카자흐스탄 중앙박물관을 통해 본 카작인의 역사와 문화

 카자흐스탄 여정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중앙박물관은 알마티 최대 규모의 박물관으로 구석기 유물부터 샤머니즘, 불교, 이슬람교 유물 및 카자흐스탄 영토내의 여러 민족 역사박물관이다.
 1985년에 완공 되어 현재 약 200.000점 이상의 유물들이 보관되고 있었다. 고생물 표본과 구석기 유물과 청동기와 스키타이 금붙이 유물, 카직인들의 가목 유르타 구조, 카작유목민들의 삶과 유물들, 근대역사의 유물과 인물들, 전통의상과 장신구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약소하지만 한국실도 있었다.
 관내 전시물에 대한 촬영을 금지하여 중요한 사진들을 찍을 수가 없어 안타까웠지만 간단한『박물관 안내(Museum guide)』와 카작어와 영문으로 된 650쪽의 『카자흐스탄의 역사와 문화』을 거금을 들여 샀다.






 ‘돔브라 쿠이(Dombra Kuy)’ 연주와 춤

 ‘돔브라 쿠이(Домбыра Күй, Dombra Kuy)’는 청중을 민족적인 차원으로 끌어들이는 연주작품으로 서사나 민담을 구술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으로 여러 가지 음식이 차려지고 음악적 여흥을 즐기는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 모임이나 명절, 축제 행사 등에서 연행되어 왔으며 이때 흥겨운 춤을 춘다. 고전적인 쿠이 곡을 연주하거나 자신만의 고유한 쿠이 곡을 즉흥적으로 연행하며 창작하는 음악가들인 ‘쿠이시(Kuyshi, 쿠이 연주자)’라고 한다. 카작어로 ‘기분 상태, 감정 상태’를 의미하는 ‘쿠이’는 카자흐 민족의 정신적 유산이자 문화적 자존심을 대표하며, 카자흐스탄 사람들 누구에게서나 높이 평가 받고 있다.






 ‘박샤(bagsha)’ 무당의 굿과 코비즈 연주

 카자흐스탄 샤먼을 ‘박샤(bagsha, 또는 박스, baksy)’라고 부른다. 다른 중앙아시아의 튀르크족들 가운데 박샤는 노래하는 사람으로도 알려져 있다. 카작의 박샤는 신경성 환자들이나 열병 환자들, 그리고 류마티즘이나 마비 증세를 가진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에 의하면 모든 병은 ‘진(jin)’ 즉 ‘귀신’들이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한다. 박샤는 주술을 통해서 자신을 황홀경에 몰입하게 하여 탈혼과 빙의에 이르면 자신의 영혼을 악령들과 접촉하게 한 다음, 악령들로 하여금 박샤 자신의 의지에 굴복하도록 강요하여 병을 치료한다.
 천신사상과 함께 카자흐 유목생활과 정신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종교와 문화 체계는 샤머니즘이다. 그래서 카자흐의 무당은 인간집단간의 중개자로 영적인 능력으로 병을 고치는 의사이자 주술사이며 영혼의 인도자인 동시에 문학가이자 예언가였다. 카자흐의 무당은 전통 악기인 코비즈(kobyz)를 연주하며 굿(Zikir salu)을 통해 환자의 몸에서 병균과 고름을 꺼내 치료하기도 하고 맨발로 불 위를 걸어 다니며 영적인 능력을 증명하였다.
 카자흐 사회에서는 신성한 나무에 헝겊을 매어 소원을 빌거나 병자의 환형을 만들어 치료하는 등의 무속적 신앙행태들이 널리 확산되었다. 아울러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으로 불을 가정의 수호자로 신성시하며 액운의 방지와 청결 및 치료의 도구로 활용하였다.
 카자흐인들은 스스로를 무슬림으로 생각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지식과 실천은 상당히 미약해 보이며, 오히려 이슬람은 종교적 기능보다는 생활 규범이자 전통문화의 중요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아울러 카자흐스탄의 이슬람은 유목생활과 관련된 천신사상, 조상숭배 및 샤머니즘 등의 전통적 민간 신앙과 결합된 독특한 양상을 띠고 있다. 카자흐인들은 병을 고치거나 저주를 풀어주는 초자연적인 능력이 있다고 신봉되는 무당과 성소들을 자주 방문하며 재액을 피하고자 주술적 의미가 담긴 부적을 갖기를 선호하며 우리나라처럼 길거리에서 점을 치거나 사주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편 카작인들과 키르기즈인들 사이에는 샤만 이외에 ‘물라(mullah)’가 있다. 물라는 이슬람 종교 승려로서 물라가 박샤와 다른 것은 박샤는 직접적으로 영들과 접촉하여 병든 자를 치유해 주는 반면, 물라는 병든 자를 위해 알라신에게 빌어 알라신의 힘으로 환자를 치유한다. 우리나라 무당도 신이 내린 강신무를 ‘만신’이리고 하고 축원하는 세습무를 ‘당골’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박샤는 만신, 물라는 단골과 같은 기능을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남자무당을 ‘박수무당’이라고 하는 것과 카지흐스타의 ‘박샤’라고 하는 말은 북방 샤먼을 가리키는 용어의 친연성을 가지고 있다.
 조상 숭배 의식이나 조상들의 영에게 제사 드리는 일은 중앙아시아 원시종교의 또 하나의 특징이다. 조상신들을 숭배하는 것은 샤먼(무당)의 활동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고대 신앙과도 별 다른 차이가 없는데, ‘온곤(ongon’)이라고 부르는 조상신, 혹은 조상들의 영을 일컬어 카작인들은 ‘아우락(aurak)’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밖에도 카자흐스탄 대표적인 전통문화인 ‘오르테케(Orteke)’는 현악기 돔브라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손가락에 연결된 실로 산양 꼭두각시 인형극을 실행하는 공연이며, ‘유르트(러시아어로 Yurta)’라는 원통형으로 된 중앙아시아 특유의 이동식 거주공간으로 몽골의 겔(Ger)과 유사한 천막집이다. ‘나우리즈(Nauryz)’라는 춘분에 맞춰 신년이 시작되는 봄을 축하하는 다채로운 축제이며, ‘매사냥(falconry)’은 매나 독수리 등을 이용하여 동물사냥을 하는 북방민족의 공통된 전통문화이다. ‘알라만-바이가(Alaman-bayga)’는 장거리 말경주로 20~30Km에서 100km 경주이며, ‘카자흐 샤쿠레스(Kazakn shakures)’는 두 명이 맞잡고 승부를 가르는 전통씨름 등이 대표적인 전통문화이다.






 고려인들의 숨결을 느끼는 질료니 바자르 재래시장

 중앙박물관 관람시간이 길어져 일정상 대통령궁은 지나가면서 겉만 보았다. 그리고 재래시장 질료니 바자르(Green Bazar, 녹색시장/ Зелёный Базар)로 행했다. 알마티 시내에 있는 가장 큰 시장중의 하나로서 한국식품을 비롯한 각종기념품과 액세서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서민들의 생활중심지여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얼마 전 한국TV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어 대강은 알고 있는 알마티 재래시장이기에 처음부터 식품코너로 곧장 찾아갔다.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당한 직후 배추나 무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식용 가능한 들풀까지 뜯어서 김치를 담아 먹었기에 마르꼬프채(당근김치), 배챠짐치(배추김치), 가지채(가지김치), 고사리채(고사리김치), 왜채(오이김치) 등 온갖 종류의 ‘까레이스끼 살라드(고려 김치)’와 채를 썰어놓은 야채재료, 두부, 장류가 즐비했고, 손님의 대부분이 카자흐인, 러시아인 등의 현지인들이었다. 우리 민족의 끈질긴 생존력과 인내심와 전통문화를 지켜가는 자존심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고려일보에서 본 “김치는 고려인들에게 음식한류의 선봉장을 넘어 어머니와 조국을 연상케 함으로써 모국에서 떨어져 나온 고려인 디아스포라(이산)와 모국을 연결하는 연결고리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는 전통의상을 입은 남녀인형 한 세트를 사고 제각기 기념품을 구입하고 나오는데 비가 쏟아졌다. 버스를 주차장에서 시장 입구까지 불러달라고 가이드에게 전화로 부탁해도 운전기사가 안된다고 하여 할 수없이 포장지로 비를 가리고 도로에 흐르는 빗물을 피하며 버스까지 와서 겨우 탈 수 있었다. 공산권에서 오래 살아온 이들은 서비스정신을 몰라도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알마티 마지막 날 한국식 만찬으로 우리 입맛을 되찾은 다음 알마티공항으로 향하여 밤비행기로 아침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짧은 3박4일 일정이었지만 알찼고,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당한 고려인들의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정착하여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우리문화를 지키며 살아온 이들을 통해 깊은 민족애를 느꼈으며, 이제는 새로운 동반자시대의 교두보를 구축한 고려인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한 아름 담아온 것 같았다.

2015.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