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레지나의 eco dance 〈별빛 숲〉
숲에 보내는 별들의 노래, 그리고 춤
권옥희_춤비평가

  작정하고 춤을 추는 무용수들은 아예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지체의 선과 연기, 춤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판에 박힌 듯한 춤이 별 감흥이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어설픈 몸짓으로 무대에서 애를 써가며 뛰는 아마추어들에게서 또 다른 감흥이 일어날 때가 있다. 에코 댄스 〈별빛 숲〉(대구 봉산문화회관 가온홀, 9월1일)무대의 산자연학교* 아이들의 춤이 그랬다.

  무용교육자 한 사람이 아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오레지나(대구가톨릭대 교수). 그녀보다 앞서 많은 무용교육자들이 아이들에게 춤을 가르쳤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춤교육자들이 춤을 연구하고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다. 하지만 오레지나는 다른 이들과 달리 춤으로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 아이들이 춤을 통해 마음을 열고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가르친다. 에코(eco) 댄스다. 그녀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 춤교육을 통한 하나의 각인이자 발견일 것이다.
  〈별빛 숲〉 공연을 연습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표정이 생기고, 감정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감탄한다. 그 아이들에게 놀라고 감동받으며 즐거워한다. 짐작컨대 그녀는 그동안 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마음을 수도 없이 만졌을 것이다. 마음과 몸의 탄성이 뛰어나지 않은 아이들에게서 그녀가 원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음의 균형감과 부드러움, 감정 표현의 풍부함, 자존감? 남에게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춤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현실에서 잠시라도 해방되는 시간, 그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면 더 바랄 일은 또 무엇이겠는가. 어떤 것을 원했건 춤으로 천천히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다리면 어느 순간 말이 없던 아이들이 그녀에게 말을 걸어 올 것이다. 이러한 소통, 사랑으로 춤으로 부드러워진 아이들은 그들이 받은 사랑을 그대로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춤이(춤교육) 해야 할 일이다. 




  막이 열리면 무대에 50여명의 산자연학교 학생들이 서있다. "생명의 푸른 빛"**을 간단한 동작과 함께 합창하고 바로 객석으로 내려와 앞자리에 앉으면 춤이 시작된다. 무용수들의 바라춤에 이어 자연을 상징하는 숲의 춤, 자연을 훼손하는 어두운 춤, 생명의 춤 등 5장으로 이루어진 공연이 펼쳐진다. 공연 내내 무용수들과 같이 춤을 풀어내는 산자연학교 5명의(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 아이들은 즐거워 보였다. 이 아이들이 무대에서 즐거워 보이는 이유? 아이들과 무대에 오를 때는 일반 무용수들과 똑같이 연습시키면 안된다는 점, 최소한의 춤 기본과 움직이는 동선만 가르친 뒤 무대에서 이 아이들이 스스로의 움직임에 심취할 수 있게 잘 도와주는 역활만 해야 한다는 것을 안무자가(오레지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무용수와 아이들, 서로의 춤은 조화로웠다. 각 장마다 빠짐없이 등장, 맡은바 최선을 다해 춤추는 아이들은 아름답고 장해보였다. '신비의 별빛 춤'에서 그들은 별처럼 반짝였고, 무대를 덮을 정도의 크고 검은 비닐을 이용한 '단절, 죽임'의 춤을 출 때는 정말 공포를 느끼는 듯 조심스러웠다. 무대에서 내려와 메시지를 적은 작은 메모들을(공연시작 전에 미리 받은) 관객들로부터 받아들고 무대 위 큰 하트모양의 판에 붙이면 '우리 같이 숲을 살리고 지구를 구하자'는 내레이터의 목소리가 울리고 무대 앞 객석에 앉아있던 합창단 아이들이 일어서 객석 쪽을 향해 처음에 불렀던 "생명의 푸른 빛"을 관객과 합창하면서 공연은 끝난다. 
   〈별빛 숲〉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보고 참여하는, 건강한 메시지가 있는 공연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사회(경북 영천)를 중심으로 생명의 가치와 살림'을 창작동화형식의 춤으로 풀고 싶었다는 안무자의 의도는 부분 성공했다. 반면 메시지 전달을 위해 배치했을, 마지막 장의 높고 날카로운 음색의 선동하는 듯한 내레이터의 목소리와 지나치게 큰 음향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적절한 음악 선정과 음향, 무대 미술에 전문성이 더해졌다면(예산 문제가 따른다) 분명한 메시지 전달은 물론 감동이 있는 무대가 되었을 것이다. 생각 하나 더. 숲을 배경으로 하는 무대, 별과 달빛 조명으로 춤출 수 있는 자연, 객석과 무대 구분 없이 사람과 자연이 서로 잘 스며들어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떤 곳이든 에코 춤 무대로서 근사하지 않을까. 그런 공간에서의 춤. 요즘 대세인 휠링에도 딱 맞다. 춤으로 치유하기. 아마도 지역 사회의 자연, 문화자산에 의미부여는 물론 문화나눔을 실현하고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문화상품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길에서건 움직이지 않으면 어디에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다. 의지대로 찾아 나선 길에서 지독한 정체에 갇힐지도 모른다. 사고를 만날 수도 있고. 치유가 필요한 모든 이들을(지구라는 별도 포함) 위해 '에코 댄스'의 건투를 빈다.


* 산자연학교는 경북 영천시 화북면 오산1리에 주소를 둔, 다함께 참여하는 자연, 생태, 예술, 영성의 학교(대안)이다.
** "생명의 푸른 빛"은 〈별빛 숲〉 공연을 위해 이장호 작곡, 오레지나 작사로 만든 노래이다.
2012. 09.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