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해외춤기행_ 〈한일춤연구비교 프로젝트〉를 마치고
문화예술 교류에 대한 두 나라의 다른 시선
김채원_성균관대학교 무용과 겸임요원

 지난 2015년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성균관대학 예술학부 대학원생들과 교수진은 지난해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의 메이지대학에서 연구발표와 춤 공연을 통한 상호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성균관대학과 메이지대학의 예술교류는 일본의 오차노미즈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친 김채원이 동대학원에서 함께 수학한 동기생인 메이지대학의 하테루마 나가꼬 교수와 2012년부터 진행한 <한일춤연구비교 프로젝트>로부터 시작하여 이루어낸 성과로, 이번이 6번째 교류였다.
 매년 신학기인 3월에는 성균관대학에서, 11월에는 메이지대학에서 연구 세미나와 공연 및 워크숍을 가져왔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은 한국의 경우 무용학과 석·박사과정생이 주축이 되었고, 일본의 경우엔 정보커뮤니케이션연구과 소속의 다양한 분야의 석·박사과정생 및 신체커뮤니케이션연구소의 연구진이 주축이 되었다.





 5일 오후 동경에 도착하여 6일 9시 정각부터 메이지대학 글로벌프론트 17층 회의실에서 국제심포지엄 <학술분야의 남녀공동참여와 다양성> 관련 이벤트로 기획된 ‘한일젊은연구자 포럼-신체, 표상, 젠더’ 세미나를 시작했다. 하테루마 나가꼬 교수의 개회사가 있은 후, 메이지대학 정보커뮤니케이션연구과장인 스다 츠도무교수의 환영인사가 있었다.
 시간을 엄수하는 일본인의 습성상 정확히 9시 10분부터 연구발표가 진행되었다. 우선 나카오 아이씨(D1)의 <일본잡지에서 만들어지는 훌라 이미지>로 시작하여 최희아(D1)의 <한국춤에 내재된 곡선미의 특성연구>, 나카다이 노조미(D3)의 <“혼례”의 장면에서 보는 민중의 ‘가문’을 둘러싼 심성>, 성은혜(D1)의 <모션캡쳐를 사용한 신체적 움직임의 보존 및 계승방안: 진주교방굿거리춤을 중심으로>, 사사키 토모꼬(D1)의 <근현대시기 화장을 둘러싼 해석과 커뮤니케이션의 성립>이 발표되었다.
 통역과 질문시간을 포함하여 1인 45분씩 진행되었기에 첫날의 세미나는 2시 30분에 마쳤다. 3시부터 5시까지는 같은 건물 1층 글로벌 홀에서 있던 국제심포지엄 개회식에 참여했는데, 개회식에 이어 기조강연으로 오오츠보 히사꼬(일본대학약학부약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이공계분야의 남녀공동참여·여성연구자 지원에 관해>와 스틸 제키(동경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조교수)의 <학술분야의 남녀공동참여정책의 세계적 동향>이 있었다.
 여성연구자의 육성현황이나 젠더관련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이었고,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국제적 규모의 자리에 여성참여자로 구성된 성균관대학원생과 교수진 일행이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행운이었고 자극이 되었다. 심포지엄이 끝나고 관련연구자들의 리셉션에 함께 참석해 세계의 우수한 석학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리셉션은 권위적인 교수로 인식되는 한국의 분위기와는 달리 마술을 보여주는 등의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일본 교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전공분야의 교수들이 모였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었다고 후에 일본측 교수들로부터 얘기를 듣고 한국의 민속학이나 인류학 분야의 연구자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다음날은 역시 오전 9시 정각에 시작하여 12시에 정확히 마쳤다. 첫 발표는 니시카와 케이시(D3)의 <카도츠케예능 ‘하루코마’에서의 여성의 표상-양잠신앙과 여장하는 남성>으로 시작하였고, 이어 김진구(D2)의 <김숙자류 도살풀이춤에 내재된 철학사상연구>, 코바야시 아츠꼬(D1)의 <‘아와오도리’에서 ‘핫피’의 확립>,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용학의 박난영 박사의 <한국무형문화재 ‘부채춤’에서의 상징성과 기법> 발표와 질문의 시간을 갖고 이틀간의 세미나 일정을 마무리지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참여자들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상호간의 교류의 시간을 자유롭게 가졌다.
 세미나를 통해 읽을 수 있던 점은 일본 측 참여자들은 교수와 학생의 신분을 막론하고 기탄없이 질문을 하며 연구논의에 적극적이었던데 반해, 한국 측 참여자들은 교수들 앞에서 겸손함을 미덕으로 해왔던 관습 때문인지 질문에서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초기의 교류에 비하면 이번 행사에서는 매우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질의시간이 부족하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일본의 대학원생들에 비하면 좀 더 분발해야 할 듯하다.





 8일은 공연을 통한 교류행사가 있는 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왔다. 공연리허설을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준비하고 글로벌 홀로 향했다. 극장에는 이미 일본 측 공연팀이 리허설을 하고 있었고, 조명팀과 무대기술 담당자들이 어수선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분장실로 준비된 회의실로 가서 분장과 의상을 정리해놓고 다시 극장으로 내려왔다. 한국처럼 대단한 조명들이 갖춰졌다거나 전문적인 무대스텝들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메이지대학의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를 했으며, 공연의 진행 역시 학생들이 담당했다.
 매년 한일무용교류는 일본 류큐무용 중용류의 이에모토인 시다 후사꼬 선생과 시다 마키 선생, 그리고 하테루마 나가꼬 교수가 함께 춤을 추기도 했지만, 이번 교류에서는 학부와 대학원생 스스로가 준비한 예술활동 성과 발표와 카와무라학원여자대학 명예교수의 이사도라 던컨류의 현대무용이 함께하는 합동무대로 꾸려졌다.
 공연은 일본의 다도문화를 소개한 후 학생들의 컵타 퍼포먼스로 시작되었다. 국제교류인 만큼 일본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일본 측이 준비한 프로그램은 다도, 샤미센 연주, 창작음악 연주와 노래, 이사도라 덩컨의 아베 마리아, 영상과 어우러진 일본의 복식사 드라마, 와다이꼬 연주와 민요춤이 집단무로 구성되었다. 한국 측은 태평무, 교방굿거리춤, 도살풀이춤, 진도북춤 등 독무로 구성되었다. 일본 측은 기량이 뛰어난 프로 예술전문가를 내세우기 보다는 누구나 함께 하는 축제로서의 분위기 조성에 힘쓰면서 쉽게 일본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유쾌한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 이에 반해 한국 측은 우리의 전통춤을 소개함으로써 한국의 아름다움과 선율의 우아함을 보여주었다. 함께 즐기기보다는 보여주기식 예술공연이었다.
 예술에 대한 기본적 인식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행사였다. 한국의 무용계에서 춤의 대중화가 논의되며 많은 방안마련과 실천행위들을 펼쳐오고 있지만 사실상 일반의 삶속에 다가가지 못한 채 ‘보여주기 위한 춤’이자 ‘전문가들이 하는 예술’로서의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실제 무용학 분야에서 수학하는 젊은 예술학도들도 그 틀을 깨지 못한 채 자신의 춤기량을 높이는 일에만 열중하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다. 춤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춤들이 많다. 때문에 관객은 춤에 다가서기 어렵다고 한다. 이것은 창작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민족춤도 마찬가지다. 춤을 통해 민족의 숨결을 보여줘야 하지만 사실상 무대에서 보여지는 것은 아름다운 무희의 아름다운 선과 움직임뿐이다. ‘관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열심히 춤에 전념하는 무희’, 이것이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춤판의 모습이다.





 국제교류라 하면 교류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며, 문화를 이해함은 형태는 물론이고 그 나라의 정신과 삶, 가치관 등을 이해하는 것이리라. 한 자리에서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상호소통의 교류를 가진 이번 행사에서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공연 마지막에 상대국의 춤을 배워보는 워크숍을 가졌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교방굿거리춤의 굿거리부분 일부를, 일본 측은 북해도 서쪽지방의 어부들이 청어를 잡으며 불렀던 민요 ‘소란부시(騒乱節)’ 춤을 배웠다.
 일본춤은 일반적으로 민요나 고전속요에 맞춰 추기 때문에 대중에게 다가가기 쉬운 지도 모르겠다. 반면 한국은 민요나 속요에 맞춰 춤을 추는 일이 극히 드물며, 대체로 음악반주곡에 의존하는 편이다. 물론 춤동작에 의미나 내용이 부여된 일본춤과 달리 한국춤에서는 동작에 의미가 있기 보다는 정서적으로 다가가는 심적 부분이 강조된다. 때문에 쉽게 따라하고 즐길 수 있는 일본춤과는 달리 한국의 춤은 춤추는 자 스스로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감상하는 춤으로서의 기능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로 6번째 교류의 장을 진행했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점은 한국과 일본의 연구풍토나 문화적 향유의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분명 우리는 예술적 기량 면에서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큼 뛰어나다. 하지만 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이라면 학문적, 학술적 영역에서도 그 기능을 발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대학원생들조차 연구의 측면에서는 뒤떨어져 있다. 이는 실기를 병행해야 인정받는 한국의 특수한 구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은 기능인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연구자와 교육자를 양성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학문의 측면에서 열정이나 관심과 실력이 일본에 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보니 일본을 다녀올 때마다 갈증만 커지는 듯 하다.
 젠더관련 국제심포지엄과 연계하여 진행된 이번 교류를 통해 몇 가지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우선, 예술학부의 다양한 전공생이 참여하지 못하는 한국에 비해 일본의 대학원생은 신화, 민속, 춤, 음악, 건축, 엔터테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생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MOU를 예술학부 단위로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용학과가 전담하여 교류행사를 진행시켜 왔다. 이는 학과내의 부담만을 가중시켜 종국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분야의 다양성에서만이 아니라 학교 측의 경제적 지원 면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 학교당국으로부터 대학원생들에게 지원되는 경비가 있어서 부담 없이 한국에 와서 자신의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등의 교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측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대체로 MOU체결을 하고도 세미나나 연구, 공연 등을 통한 교류가 매년 정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경우가 흔치 않다보니 학교 측의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대학원생들은 경제적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교류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학부 단위의 교류로 진행시키고 학교 측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한일 양국의 연구와 예술교류를 통한 협력체계를 꾸려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양국교류를 통한 상호발전의 기회를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상호교류를 통한 자기통찰은 자신의 발전을 이끌어낸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화와 정신문화를 계승해 온 우리는 이러한 교류활동을 통해 자국문화의 발전은 물론, 우수한 연구인재 양성과 교육기관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 낼 것이라 확신한다. 이것이 필자가 한일춤비교연구프로젝트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이자 바람이다.

2015.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