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뒤셀도르프 현지취재_ 2014 Tanz messe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의 새로운 자극변수 - 탄츠 메세 입성
이지현_춤비평가

 

 

 

 

 2010년과 2013년 Kore-a-Moves(주최 IPAP/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가 일군의 공연 프로그램을 가지고 유럽에 소개되기 시작한 이래로 올해는 유럽 최대의 댄스마켓인 ‘탄츠 메세’(8월 27-30일, 뒤셀도르프)에 우리 젊은 안무가들의 5개 작품이 선정됨으로써 한국춤의 유럽진출이 한층 발전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두 차례의 Kore-A-Moves의 행렬을 현장에서 지켜 본 바로는 한국 컨템포러리 댄스에 대한 춤전문극장과 춤애호 관객들의 반응은 예상 밖으로 뜨거웠는데 한국 안무가들의 젊은 감각과 신선하고 발랄한 작가정신이 그간 유럽 춤공연의 흐름과는 상당히 색다른 자극으로 다가간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는 앞으로 우리 예술작품들이 관객을 유럽대륙까지 확장하여 그들의 공감과 환호 속에서 공연하는 것이 머지않은 일이라는 것을 기대하게 했었다. 

 

 



 이번 탄츠 메세 2014에서 한국의 5개 작품이 집중조명을 받으면서 진출하게 된 배경에는 한국예술경영지원센터(KAMS, 이하 예경)의 다각적인 지원이 있었다.  

 Kore-A-Moves가 EDN(European Dancehouse Network) 소속 극장들을 중심으로 작품선정부터 극장과 일정을 면밀하게 논의하여 추진했다면, 이번 참가는 몇 년 동안 춤계 해외진출 전문가들이 탄츠 메세에 스페셜 국가로 참가할 수 있도록 공들인 과정을 시작으로, 공모에 참여한 우리 무용단들이 탄츠 메세의 심도있는 심사를 거쳐 스페셜한 초청공연으로의 가능성이 판단되었고 예경이 그 과정과 절차를 주관하면서 전체적인 준비가 되어 갔다고 한다.
 우리 예술 해외진출의 산파역할을 하고 있는 예경에서 이미 ‘센터 스테이지 코리아’ 사업으로 해외의 극장이나 축제가 한국특집을 꾸릴 수 있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것처럼, 이번 메세 참가는 완전한 한국특집의 전단계로 시험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무용단이 자발성을 갖고 이 과정을 주관하도록 하면서 그들의 자발성과 자생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 적절한 도움과 추진력을 제공한 점이다. 

 

 



 탄츠 메세 참가는 공연과 부스설치 등으로 이루어졌는데, Noname Sosu와 Bereisht 무용단이 각각 다른 나라 무용단과 더블빌로, 나머지 EDx2, Goblin Party, Art Project Bora 등 3개의 무용단은 한 날 함께 공연했으며, 한국 부스 역시 주최측의 초청국에 대한 예우로 홀 입구 중앙에 가장 넓은 공간을 제공받아 준비된 홍보물과 영상을 가지고 안정적인 공간에서 나흘간 북적대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기획자들을 맞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한국 무용단의 공연 이후에는 많은 문의가 이어졌는데, 부스에서 만난 예경의 안주은 팀장(국제교류사업본부 시장개발팀)은 특히 그간 한국의 공연단들이 제대로 공연료를 받지 못하고 해외에서 공연하던 문제를 해결하여 가치를 인정받고 보다 좋은 대우를 해외진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많은 힘을 쏟고 있음을 강조하고 또한 이 과정에서 해외교류전문 기획자(이번의 경우 코디네이터- 김신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들을 양성하는 것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덧 붙였다.
 결국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기획자와 단체의 해외진출의 자생력이 성장하도록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예경의 추진과정에서 섬세하고 배려 깊은 인큐베이팅의 새로운 모델을 발견했다. 

 

 



 2014 탄츠 메세는 400개의 무용단이 참가하고, 60개의 공식초청공연이 진행되며 160여개의 부스가 차려진 가히 유럽 최대의 춤마켓이라 할 수 있다. 11개의 극장과 공간에서 오픈 스튜디오와 장소특정 공연을 포함한 춤공연뿐 아니라 ‘Talks & Panels' 프로그램을 통해 “진실성과 공정성에 근거한 스튜디오 트레이드”, 우리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커뮤니티 댄스, 과연 예술인가?”, “이미 너무 많은 춤축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현재의 문젯거리들이 논의 되었는가 하면 “2016 탄츠메세에 참가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새로 부상하는 중요한 관계인 젊은 관객을 위해 창의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로 미래지향적인 주제를 다루기도 하였다.  

 이미 너무 많은 춤축제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별성과 다양한 역할을 감당하면서 발전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화 시간에는 한국의 시댄스 이종호 예술감독이 패널로 참가해 왕성한 토론을 벌였다.
 또 예술 명사들을 초청한 토크 프로그램에서 특히 피나 바우쉬와 트라마투르그로 작업한 라이문트 호게(Raimund Hoghe)를 초청한 “Writing with words and bodies"시간은 인상적이었다.
 저널리스트로 출발한 그는 직접 탄츠시어터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춤저술가 시절에 쓴 글들을 모아 놓은 책과 트라마투르그와 관련된 저술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작품 과정을 사진과 글로 정리한 책을 갖고 있다.
 약간의 척추 장애를 갖고 있는 그는 자신에게 글과 몸은 자신을 표현하는 똑같은 재료이고 자신은 지금은 몸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것과 같다고 이야기를 시작하였는데, 춤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과 지면이 점점 줄고 있는 유럽의 상황으로 이야기가 발전하면서 청중들이 동감을 얻어냈다.
 청중 속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스웨덴에서 자발적인 행동으로서 ‘독립 잡지’의 출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탄츠 메세에서 이렇게 알찬 현안들을 주제삼아 이야기의 장을 펼친 것은 마켓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경향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였다. 

 

 



 올해의 개막공연은 앙젤랭 프렐조카쥬의 “Empty Moves"(part 1, 2 & 3)였는데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은 다음 공연까지 연쇄적으로 지연될 만큼 진행 상의 많은 문제를 일으킨 여러 각도에서의 문제작이었다.  

 그간의 앙젤랭의 작품에서 그가 얼마나 스토리텔링의 귀재인지를 알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그가 자신이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서사를 포기하고 자신이 영감을 받은 존 케이지의 "recording"(1977)의 원본을 틀고 4명의 남녀 각 2명의 무용수들의 의미를 담지 않은 동작을 그것과 병존시키는 방식으로 안무한 것이 얼마나 이례적인 것인지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대본은 느리게 읽혀져 본래의 뜻을 전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져 있으며 운동경기 관중들의 환호와 비난, 소음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효과를 낸다. 소리와 움직임은 서로 녹아들어 총체적인 예술형식으로 읽힌다. 해체와 분리를 통해 춤의 순수한 건축구조가 드러난다” 라고 프로그램에 씌여 있는 대로면 얼마나 좋겠는가?
 자신이 잘하는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낯선 일을 자초하는 건 예술가다운 도전일지는 몰라도 관객에게는 60년대 미국 전위예술을 재연하는 것을 뒤늦게 새로운 방법이나 해석 없이 왜 봐야 하는지 의미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두시간 정도 격렬하고 시종일관 근육을 과도하게 써야하는 동작을 해내는 무용수들이 위대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춤 구조의 드러남’을 위해 그렇게 긴 시간동안 고생해야 한다면 그건 예술을 빙자한 비인도적인 상황으로 논란의 가능성도 있었다. 과연 안무가는 인간을 제물로 순수함을 추구해도 되는 것인가? 그건 예술이 아니라 제의일 뿐이다.
 앙젤랭의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파격이라기 보다는 무모하고 비전문적으로 보인다. 새로운 예술감독의 부임은 이렇게 스트레스 주는 개막작에서 시작하여 라 베로날(La Veronal) 공연이 30분 지연 되는 등 진행상의 크고 작은 진행상의 어수선함으로 신고식을 치뤘다. 20주년 기념 탄츠 메세를 새로운 감독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던 독일의 상황도 자세히 알 수 는 없지만 안타까운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예로부터 장터는 자연발생적으로 존재 해온 생활의 필수 장치이다. 문화 허기와 식욕, 조금 더 여유있다면 미각과 취미를 채우기 위해 종류가 다른 것들은 교류되고 소비되어진다. 그리고 그 현장은 언제나 신나고 흥분되며 황홀한 만족에 대한 기대로 들뜨게 한다. 춤의 마켓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생기 넘치고 믿을 만한 시장이 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것은 탄츠 메세가 알고 있듯이 “진실과 공정성, 의무와 관용”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시장에 공식적으로 걸음을 내딛는 우리가 생각 할 것은 자국의 예술가를 어떻게 보호하고 고른 영양을 갖춘 베이비로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예경의 보살핌이 앞으로 계속 진화하기를 기대한다. 

2014. 08.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