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무술(戊戌)년 새해에 한국 춤계를 바라보니
질이 담보된, 대중과 소통하는 춤
장광열_<춤웹진> 편집장
 이즈음 들어 한국의 춤 환경은 여러 부문에서 그 변화의 속도가 만만치 않다. 2018년에도 한국의 춤 사회 곳곳에서 또 다른 새로운 흐름들이 생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댄스 필름, 장애인 무용, 무용치료, 커뮤니티 댄스, 환경 춤 등 일반 대중들과의 소통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창작, 교육과 연계된 무용예술의 영역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새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인발레 수강생의 꾸준한 증가, TV 예능프로그램 등장, 수원발레축제 ‧ 대한민국발레축제 ‧ K발레월드 등 공공 기관과 단체에서 행하는 축제의 열기, 일반인들이 출연한 발레메이트페스티벌의 태동 등 매년 꾸준히 지속되고 있는 발레 열풍은 잘만 활용하면 ‘일상생활 속에서 춤이 함께 하는 문화’를 나라 전체로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이미 공연되었던 춤이 재공연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이를 통해 레퍼토리로서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는 흐름도 새해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블린파티의 〈옛날 옛적에〉는 전국 곳곳에서 20여 차례의 공연을 기록했고, 지난해 11월 홍콩에서 열린 제1회 동아시아댄스플랫폼HOTPOT에 참가했던 김보람 안무의 〈바디 콘서트〉와 정철인 안무의 〈비행〉은 외국의 여러 극장과 축제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다. 안무가 이인수의 〈a first meet〉은 8월 NDA(New Dance for Asia)에 처음 선보였을 때는 범작에 머물렀지만, 12월 서울안무가페스티벌 재공연 때는 빼어난 작품으로 탈바꿈, 심사위원장상과 비평가상을 수상, 2018년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서울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 ‘international’을 단 무용축제가 경쟁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어느 일면 공적 지원금이 춤계로 흘러드는 것일 수 있겠으나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의욕만 너무 앞서 프로그램의 질이나 행사운영 등에서 부실을 초래할 위험도 적지 않다. 반면에 해외에서 초청된 좋은 작품들을 전국 곳곳에서 선보이게 하는 것은 지역 춤계의 활성화란 점에서도 바람직한 일인 만큼 춤 축제 관계자들의 네트워킹의 확장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국제교류가 활성화되고 플랫폼 성격을 띤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그 질과 사업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효율적인 행사 운용의 필요성도 요청된다. 우리나라의 주요 국제교류 프로그램들은 모두 적지 않은 공공 지원금을 받고 있는 만큼 주최 측이 초청한 전문가들을 국내 무용관계자들과도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의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올 10월에는 서울세계무용축제가 주관하는 두 번째 동아시아댄스플랫폼HOTPOT이 PAMS 기간 중 서울에서 개최된다. 홍콩에서 열린 행사에 100여명에 이르는 국제 델리게이트들이 참여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었던 만큼 우리나라의 춤 국제교류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축적된 한국 홍콩 일본 무용관계자들의 춤 국제 네트워킹이 성공적인 행사 개최로 이어진 원동력이었던 만큼 동아시아댄스플랫폼의 출범은 아시아의 무용이 이제 세계의 중심을 향해 본격적으로 진군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비록 3개국이 중심이 되어 시작되었지만, 향후 아시아 전역의 춤들이 이를 통해 국제 춤 시장에서 비중 있게 교류될 것이다. 올 서울에서의 두 번째 행사에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과 범 춤계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춤 공연이 다양한 공연장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고, 광주와 부산 대구 등 광역시를 중심으로 춤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는 흐름도 새해에는 여전히 주목해야 한다. 무용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과 춤전용 극장 외에도 서울의 경우 문화역사284, 논현동 플랫폼-엘, 양평동 인디아트홀 공, 마포문화비축기지 등의 이색공간과 갤러리, 스튜디오, 그리고 가변형 공간에서의 춤공연, 장소특정형 공연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서울문화재단의 청년예술단 지원 프로젝트 등에 의한 젊은 안무가들의 진지한 창작 작업도 올해에 이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부산영화의전당과 F1963, 대구예술발전소, 광주아시아문화의전당 등 광역시의 주요 공간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춤 작업 역시 지역 춤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내한공연을 갖는 외국 단체들의 공연과 함께 이들 공간에서의 작업에도 비평가와 저널리스트들의 눈길이 미치고 비평작업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서울문화재단 등 공공기관의 지원정책과 관련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된 춤 지원정책을 둘러싼 문제점의 핵심에는 심의위원 운용이 자리 잡고 있다. 1년에 한차례 있는 정기공모 심의는 모든 심사위원들이 같은 무대에서 똑같은 공연을 보고 우열을 판가름하는 경연대회의 심사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따라서 심의위원 선정 역시 그 충족요건이 달라야 한다. 국제교류 부문의 심사라면 또 다른 자격 요건이 필요할 것이다. 새해에는 전문성을 갖춘 심의위원들이 공정한 심사로 지원정책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변모되는 모습을 기대한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1980년대 전후로 대학에 적을 두고 있던 중진 무용가들 대부분이 대학교수 직에서 물러났거나 곧 퇴직을 앞두고 있다. 이들 중에는 대학을 기반으로 무용수와 무용교육자 양성과 함께 열악한 제작 환경을 이겨내고 한국 춤계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주인공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퇴임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한국예술종합학교무용원 창작과 남정호 교수가 가진 33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는 ‘남정호의 마지막 수업-나를 보내 줘’는 큰 화제를 모았다. 새해에는 퇴임한 교수들의 경험과 연륜이 한국의 춤 사회를 건실하게 하고 질적으로 성장하는데 있어 자양분으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2018년에는 한국 춤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잘못된 행태와 관행들이 대수술되는 한 해가 되기를--- 지난해 무폭력 촛불시위와 함께 대두된 정의와 정도를 갈망하는 염원이 대한민국의 춤계에도 더 세차게 분출되어, 건강한 춤 문화 형성으로 이어지길 다시금 소망해 본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춤웹진〉 편집장,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 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8. 0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