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최두혁 〈고군분투〉
음악과 춤의 중첩, 그 연쇄작용과 알레고리
권옥희_춤비평가

최두혁의 춤은 (간혹) 과묵하지만 시적 울림이 있다. 느리지만 단단하고, 시적 울림이 있는 춤. 그 결을 따라 작업한다는 것, 그것은 최두혁을 최두혁 되게 할 뿐 아니라 나머지 모든 것이다. 자신의 춤철학 확립은 물론 후학들의 춤길을 열어주고, 대구 현대춤의 성장과 변화를 도모하는 것 말이다.



최두혁 〈따뜻함으로부터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 고군분투의 버전〉 ⓒCHOI댄스컴퍼니/이경윤



최두혁의 〈따뜻함으로부터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 고군분투의 버전〉(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4월 21일)을 본다. 〈베토벤 심포니 NO.7〉이 흐르자 흰색의상을 입은 40여명의 무용수가 몸을 낮게, 더 낮게 낮추면서 무대로 들어온다. 일제히 같은 동작의 춤을 춘다. 흰색 춤의 물결이 무대에 가득하다. 한 명이 주선율의 음을 앞서 끌고 춤을 추면 군무진이 받아내고 받아낸 그 춤의 에너지가 다시 반향, 이윽고 무대 공간을 가득 채우는 춤이 이어진다. 몸을 활처럼 뒤로 일제히 휘듯 젖혔다가 튕기듯 다시 세운 뒤 각자 흩어지는 춤. 춤이 마치 리듬을 앞세우고 내달리는 음악과 같다. 스미듯 춤 무리에 들어온 최두혁. 몸을 낮춘 채, 조용하게 움직이며 춤을 춘다.







최두혁 〈따뜻함으로부터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 고군분투의 버전〉 ⓒCHOI댄스컴퍼니/이경윤



상수, 작은 테이블 위에 올라 선 남자(정찬)가 이들의 춤을 내려다보고 있다. 주위에서 서성이는 검정색의상의 남자들과 군무진의 흰색의상. 색의 대비를 조율하듯 이어지는 최두혁의 춤. 은박지 막과 원기둥 같은 설치물 세 개가 하수 쪽에 세워진다. 구겨진 은박지의 주름 각에 반사된 조명, 빛이 쨍! 차고 날카롭다. 빙하 속 같은 공간이 생기고, 그 안에서 추는 느린 춤.

무대를 내려다보며 팔을 지휘하듯 휘저으며 군무진의 움직임을 통제하려 하나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는 이들. 무대에 내려선 남자가 비틀거리며 내달리다 멈추고, 머리를 감싼다. 헐렁한 바지와 상의, 낡아 보이는 구두로 터덜터덜 걷는 남자만의 고군분투.

은박지 막이 바닥으로 가라앉자 나타난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의 배치. 번갈아 주선율을 이끄는 연주에 얹은, 음악을 그려내는 춤. 마치 악기가 음색을 바꿔가며 화음을 빚어내는 것처럼. 음악과 춤의 중첩과 그 연쇄 작업, 최두혁이 가진 음악 해석의 깊이다.







최두혁 〈따뜻함으로부터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 고군분투의 버전〉 ⓒCHOI댄스컴퍼니/이경윤



무채색계열의 셔츠와 바지를 입은 남자 여섯 명의 춤. 고른 춤 기량이 눈에 띈다. 이들의 춤을 피아노 옆에 서서 지켜보던 남자(김민준)가 머리칼을 휘날리며 합류, 춤을 춘다. 군무진이 사라지고 혼자 어두운 조명 아래 계속 이어가는 춤. 분명하지 않은, 대충 이런 내용의 영어대사가 춤과 함께 흐른다.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지켜야 한다거나, 자기가 못하는 일은 남들도 못 한다고 말하지만, 원하는 게 있으면 끝까지 하라...” 맞다. 그게 무엇이든.



최두혁 〈따뜻함으로부터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 고군분투의 버전〉 ⓒCHOI댄스컴퍼니/이경윤



무채색계열의 셔츠와 바지를 입은 남자 여섯 명의 춤. 고른 춤 기량이 눈에 띈다. 이들의 춤을 피아노 옆에 서서 지켜보던 남자(김민준)가 머리칼을 휘날리며 합류, 춤을 춘다. 군무진이 사라지고 혼자 어두운 조명 아래 계속 이어가는 춤. 분명하지 않은, 대충 이런 내용의 영어대사가 춤과 함께 흐른다.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지켜야 한다거나, 자기가 못하는 일은 남들도 못 한다고 말하지만, 원하는 게 있으면 끝까지 하라...” 맞다. 그게 무엇이든.



최두혁 〈따뜻함으로부터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 고군분투의 버전〉 ⓒCHOI댄스컴퍼니/이경윤



〈따뜻함으로부터 호흡을 가다듬어 보는 고군분투의 버전〉을 비롯하여 이전 작품 〈라흐마니노프... 휴식의 버전〉의 춤의 기조가 고전음악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 정체되어(〈광장〉연작) 있던 최두혁의 작업 이후 나타난 변화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정체되어 있었다 해서 지난 작업이 다 허사가 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미래로 이어지는 춤작업, 자신의 춤결을 따른 작업의 시작이라는 것. 다음 작업이 궁금한 이유이다.

권옥희

문학과 무용학을 공부했다.​​​​​​​

2024. 5.
사진제공_CHOI댄스컴퍼니, 이경윤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