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코로나19와 춤계
코로나19 재난과 포스트코로나의 길
  • 일    시
    2020년 5월 19일(화) 오전11시
  • 장    소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 사    회
    김혜라(〈춤웹진〉 편집위원)
  • 참석자

    김길용(와이즈발레단 예술감독)
    김보람(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예술감독)
    박상윤(사진작가)
    박신애(코리아댄스어브로드 대표)

춤웹진 좌담 ‘코로나19 재난과 포스트코로나의 길’ 현장




직격탄의 파장

김혜라: 코로나19가 재난 수준으로 번지면서 춤계에서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무대 현장만이 아니라 춤의 모든 부문이 어려움을 겪는 줄로 안다. 그래서 이번 좌담은 현장 무용인뿐 아니라 기획, 단체 운영, 현장 촬영 등 여러 부문의 사람들과 어려움의 실상을 보다 폭넓게 인식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춤웹진〉은 두 달에 걸쳐 코로나19 재난 소식을 특집으로 내보냈다. 이제 현장이 겪는 어려움의 실상을 다각도로 보는 동시에, 또 뉴스로 전해지는 지원 대책과 여러 재단의 공공지원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무용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짚어보고 싶다. 이와 함께 코로나19가 수그러들어도 포스트 코로나 세상이 닥칠 것이라는 예측이 강한데, 이후 상황에 대비하여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지도 의견을 나누었으면 한다. 주제를 정하여 순서대로 진행하기보다 난상토론 식으로 좌담을 진행하기로 하자. 자기 소개와 현재 어려움을 나눠보자.

김길용: 와이즈발레단 운영을 맡고 있다. 2005년도에 와이즈발레단이 창단됐다. 무용계에서 별 스포트라이트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마포아트센터 상주 단체로 들어가기 전, 한 8년간 9번 이사를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도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발레단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무용수가 즐겁게 춤출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는 굳어졌다. 지금 발레단 무용수만 30명이 조금 넘고 기획, 공연, 문화사업, 스탭진들을 포함 45명 정도 멤버로 구성된다. 그중 13명에게는 4대 보험과 월급을 지급한다. 4대 보험을 주려면 충족시켜야 하는 최저임금 기준을 넘기는 13명이 있고, 그 기준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적은 월급을 준다. 8, 9년 전 월급을 주기 시작하여 매년 늘려나가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올해 한 번도 공연을 못 했다. 와이즈발레단은 80% 이상이 공연 수입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공연이 전혀 없어서 수입이 제로이다. 제로인 상황에서 고정 급여는 나가야 하고 세트 보관 창고 70평 렌트비를 내고 외국인 무용수 3명의 숙소 렌트비, 또 의상 보관 창고가 따로 필요하다. 마포아트센터 창고가 좁아서 따로 렌트비가 든다. 고정비용이 지출되는데 매달 4천만 원 정도이다. 보통 1~2월까지 버틸 수 있는 걸 그 전년도에 만든다. 작년 〈호두까기 인형〉이 잘 안 돼서 1~2월까지 못 버텼고 대출로 고정비용을 해결했다. 그래도 계속 매달 4천만 원이 나간다. 그러나 대출 한도가 있다. 무용수들이 1~5월까지 작업을 못 했으니 고용보험으로 3~4월 치를 해결했다. 고용보험은 게 일정 기간의 휴직에 대한 보상 보험 형식으로 월급의 70%를 받는다. 여기에 대표가 개인 사비를 보태서 100%를 지급했다. 전원 출근하면 고용보험 받는 게 힘들어질 것이고... 다시 수익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대출을 알아보러 다니고 있다. 늘 겪어왔던 일이었다.

김혜라: 이전에 예술인 생활 안정 특별융자 지원책이 발표됐다.

김길용: 그런 지원책이 있다 해도, 자금이 필요하니깐 대출받으면 좋겠다고 싶었는데, 대출되는 게 없다. 우리는 소상공이나 자영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월급을 지급받는 사람이 10명이 넘고 매출이 어느 정도 잡히니깐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그러한 지원은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에 해당되며 중소기업은 안 되는 줄로 안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대출이 있어서 신청은 했는데 까마득한 대기 상태다. 5월 말에 공연이 예정되어서 그거 하나 보고 저번 주부터 무용수 일부 연습에 들어갔다. 와이즈발레단은 원래 1월~2월 중반 정도까지 휴가이다. 7월부터 12월까지 공연이 몰려있고 1월~5월까지 공연이 거의 없어서 그렇다. 일 년에 100회 정도 공연을 하는데 1~5월까지 횟수는 20회가 안 된다. 작년에 지방에서 공연이 4~5월에 20회 이상 잡혔다. 연 초에 공연이 없는데 공연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올해엔 잘 될 거 같다고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다 취소됐다. 타격이 더 크다.

김보람: 저희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도 1~2월은 비수기로서 원래 휴가였다. 그런데 올해는 생각보다 빨리 2월에 공연이 잡혔다. 코로나19가 터지기 2주 전에 공연했다. 짐작보다 안정적으로 컴퍼니가 돌아가고 있다. 운이 좋게 무용 공연 말고도 활동하는 부분이 조금 있다. 최근에 광고 촬영이나 뮤직비디오 촬영을 의뢰받아 간간이 활동하고 있다. 지원금을 수행하는 공연을 올려야 했는데, 공간을 활용한 작품을 올리겠다고 개요를 잡았었다. 서울 시내에서 하려 했는데 공간 빌리기가 힘들어 야외로 가서 저번 달, 이번 달 올렸다. 하나는 〈Fever〉 공연으로 온릉을 빌려 했는데 비가 왔다. 그래서 급하게 전날 창고를 빌려서 공연을 했다. 그 다음 대형 창고를 빌려서 5월 10일에 〈Breathe〉를 공연했다. 다행히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만 이 상황에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고 힘들기 보단 이번 온라인 스트리밍을 하면서 이 다음에 공연계가 바뀔 건지에 대해 대비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김혜라: 공연을 인터넷으로 중계한 줄로 안다.

김보람: 유튜브 스트리밍을 했다. 4월에 〈Fever〉를 했을 땐 처음 하는 거고, 급하게 했다. 갑자기 비가 오는 바람에 장소를 옮기고 인터넷 연결도 안 돼서 사실 라이브 할 때 많이 끊겼다. 그래도 3~400명이 봤다 한다. 이틀 뒤에 편집해서 고화질로 올렸었는데, 한 번 해보니깐 그냥 공연을 올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영상미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큰 폐공장을 빌리고, 지미집까지 다 동원해서 한 창고에서 무대를 세 개로 나눴고 또 장면도 나눴다. 영상 연출을 했는데, 라이브로 하는 것이다 보니 영상 작품처럼 하되 이걸 라이브로 보면 느낌이 좀 새롭겠다 해서 준비를 하긴 했는데, 상당히 어렵고 예산도 많이 든다. 그래도 우리 단체는 저렴하게 해결한 편이다. 공간 대관과 영상팀까지 해서 700만 원 정도 소요됐다. 공간 대관은 하루에 350만 원이었다. 뮤직비디오나 영화를 많이 촬영하는 곳이었다. 스탭진들과 워낙 오래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아이디어를 주었다. 바닥에 더러워서 춤추기 힘들 곳인데 한쪽은 박스를 깔아서 무대처럼 춤출 수 있게 하고, 한쪽은 댄스 플로어랑 단열재를 깔았다. 6월 말에 다음 작업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랑 두 군데서 공연한다.

김혜라: 고용보험이나 4대 보험, 그런 문제는 없는지?

김보람: 우리는 월급을 줄 수 있는 단체가 아니다. 그래도 매달 무용수들에게 소액이나마 활동비는 주고 있다. 다행히 공연이 계속 있어서 공연 수당을 주지만 기획자 빼고는 정규 임금 체계가 아니어서 퍽 아쉽다.

김혜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유튜브나 SNS를 통해서 홍보했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상황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계획대로 할 수 있었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 공연을 더 할 수 있는 준비된 단체가 아니었나 싶다.

김보람: 이날치 밴드와 콜래보한 영상이 네이버, 유튜브에서 유명해져서 130만 회 정도 조회 수가 나왔다. 거기서 우리가 잘 보였는지 그 뒤로 영상과 광고 쪽에서 일이 쭉 들어왔다. 덕분에 촬영 쪽으로 살짝 방향을 틀어서 작업하고 있다.

박상윤: 저는 공연 쪽하고 예술교육 쪽 사진 일을 한다. 공연이 없고 행사가 없다 보니 현실적으로 힘들다. 올해 ‘네이버 아티스트리그’라는 콩쿠르가 있는데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그 촬영 외에는 다 취소됐다. 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모든 게 끊겼다. 2주 전에 처음으로 화상으로 하는 걸 경험해봤다.

김혜라: 작년 이맘때쯤 월 몇 건 정도 했는가?

박상윤: 5월에는 축제도 많고 20년 넘게 촬영하고 있는 고성오광대나 정기 공연이 5월에 있었다. 올해는 다 취소되거나 연기했다고 하지만 그때 가봐야 아는 상황이다. 6월부터 예정된 스케줄이 시작될 거다. 기본적으로 사무실, 고정 스탭 2명이 가장 크다. 현실적으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수입이 전혀 없다.

김혜라: 고정 스탭에게는 고정 급여가 나가는지, 4대 보험 같은?

박상윤: 그렇다. 한 달 혜택 받고, 월급을 통장으로 입금, 증거로 제시해야만 나온다. 한 달 더 나올 예정이다.

김혜라: 해외 나가는 팀과 계획이 있었는지?

박상윤: 해외 나갈 계획은 없었다. 무용 공연도 많이 하지만 클래식 공연, 음악 작업을 많이 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공연이 많다. 그러나 모두 취소됐다.





 




끊긴 국제교류

김혜라: 국제 교류 쪽도 지금 난관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코리아댄스어브로드 쪽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박신애: 우리는 두 가지 트랙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하나는 ‘코리아댄스어브로드’라는 국제 교류 쪽 비영리 단체를 운영한다. 또 하나는 독립 기획자로, 독립 프로듀서로 일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코리아댄스어브로드 대표로 왔으니깐 국제 교류와 관련해 말씀드리겠다. 2014년도에 시작, 계속 하고 있는데 올해 역대 최대의 공연이 잡혀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사실상 불투명하다. 1~2월에 뉴욕과 시애틀에서 투어가 있었다. 다행히 그 팀들은 공연을 하고 3월 1일에 입국했다. 그 다음 주부터 2주 자가 격리가 시행돼서 피해를 입진 않았다. 물론 자가 격리를 했지만 그 시점을 비켜서 들어왔고 그 이후 일주일 사이에 미국 상황이 갑자기 변했다. 그때 성과가 좋았고 투어를 끝내고 여러 일이 잡힌 시점에서 급하게 다 터지고, 외출과 행사 금지령이 나와서 올해 미국 쪽은 못 갈 것 같다. 미국 쪽에서는 92nd Y라는 월드 커뮤니티센터 안에 있는 하크니스 댄스 센터(Harkness Dance Center)에서 게스트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하크니스 댄스 센터는 깊은 역사를 가진 센터다. 미국 맨해튼에 있고, 1대 센터장이 도리스 험프리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용단들과 미국에서 굉장히 유명했던 무용단들, 이런 단체들이 많이 와서 공연하는 역사적 공간이다. 올해 10월에 코리아 페스티벌이 예정되어 있었다. 2014년부터 일을 했는데 그동안 2~3번 정도 코리아 페스티벌을 열게 해줬고 중간 중간 ‘Pan Asian Festival’이라 해서 중국, 대만, 일본팀과 같이 엮는 페스티벌도 진행했었다.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잠정적으로 취소됐다. 극장 문을 닫아서 커뮤니티 센터 자체를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92nd Y는 한 블록을 차지할 정도로 큰 건물이다. 안에 수영장도 있고 큰 규모의 극장도 있는데, 아무 것도 운영하지 못한다. 제가 뉴욕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있었던 공간이 그렇게 문을 닫았다. 제가 맡고 있던 건 아시아 및 한국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큐레이팅하는 거였는데 다시 불러줄지도 잘 모르겠다. 정재우씨가 ‘브레이브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재작년에 ‘SCF’를 통해 초청을 받아 짧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 후에 반응이 좋아서 2월 하크니스 댄스 페스티벌(Harkness Dance Festival)에 초청됐다. 〈뉴요커〉와 〈뉴욕타임즈〉에도 나왔다. 그래서 이번에 좋은 성과를 얻어 다시 초청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 미국은 이런 상황이다. 제일 빠른 건 내년 1월 ‘Japan Society’에 최강프로젝트가 간다. 아직 취소가 안 됐고, 가장 빠른 걸로 보고 있는데 그것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 뉴욕 맨해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피하고 있다. 집에 없고 다른 도시에 가서 지내는 분들도 많고 뉴욕시에 인터내셔널 댄서들이 많은데 다 뉴욕에서 나왔다. 인터내셔널 댄서는 보험이 없고 갈 수 있는 병원도 없다. 아시아권은 거의 다 나왔다. 오늘 헝가리에 있어야 하는데, 헝가리 건은 9월로 연기됐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서 깊은 극장에서 올리는 ‘모노탄츠’라는 솔로 프로그램이 있다. 2년에 한 번씩 격년으로 무용 솔로 작품만 올리는 프로그램이다. 작년에 코리아댄스어브로드가 업무협약을 맺어서 한국에서는 모노탄츠 서울이라고 해서, 한국판 모노탄츠 공연을 올렸었다. 우리나라 안무가 6팀과 동유럽의 체코, 헝가리 쪽 아티스트를 불러서 9팀이 공연을 했고 그쪽 극장장과 기획하는 분들이 와서 우리 아티스트 6팀 중에서 2팀을 선정했다. 김수정, 김주빈 안무가가 초청을 받아서 국제기금까지 받았는데 못 갔다. 9월 말로 연기한 상태인데 이것도 쉽지 않을 거 같다. 6월에는 일본 사이타마 공연에 우리 아티스트 한 분이 가기로 했는데 내년으로 미뤄졌다. 7월 체코도 그렇고. 가장 큰 타격은 9월 파리에서 코리아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두 극장과 조인트됐다. 뉴욕에서 코리아페스티벌을 여러 해 하는 걸 보고 파리에서 코리아 페스티벌을 하면 좋겠다 해서 한국문화원이랑 연계가 되고 게스트 큐레이터로 일을 해주면서 코리아 페스티벌을 만들었다. 그 극장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어렵고 권위가 있는데 거기서도 오영훈씨와 정재우씨를 레지던시로 뽑아주고 그쪽 측에서는 김병규라고 LDP출신인데 LA에서 활동하다 들어갔을 거다. 그렇게 뽑아주고 한국 팀 윤푸름, 표상만이 가서 공연하기로 했는데, 지금 프랑스가 너무 심각해서. 여기도 미련을 못 버려서 취소하자고 말은 안 하는데 6월에 확정하기로 했다. 2주 격리가 안 없어지기 때문에 여기서 2주 격리를 하고 돌아와서 또 2주 격리를 하면 한 달을 격리해야 하는 상황이라 아티스트들이 그렇게 할 순 없으니깐. 국제교류 쪽이 너무 많이 망가져서 코리아댄스어브로드 자체는 일단 국제교류를 도와주는 단체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선다.

김혜라: 올해 계획한 국제교류 행사를 하나도 못 하는 것인가?

박신애: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게 9월 헝가리, 파리 행사이다. 제 생각에는 가기 쉽지 않을 거 같고 위험하기도 하다. 최대한 같은 라인업으로 내년 같은 행사로 미루는 게 최선이다. 

김혜라: 아비뇽을 보면 축제는 안 열지만 좋은 레퍼토리를 가을로 돌려서 간헐적으로 하는 식으로 하더라. 모여서 하는 것들은 쉽지 않을 거다.

박신애: 대안 방안으로 생각하는 건 전체를 내년으로 미루거나 날짜를 미뤄서 늦게 하는데 레지던스 같은 것은 우리 아티스트와 현지 아티스트들이 같이 협업하는 상황인데 꺼릴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삭제하고 축소해서 거리두기 식의 좌석제를 하고... 이런 걸 협의하는 중이다. 그런데 입출국 자체가 어려움이 있다. 무용수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김혜라: 취소되면 국제교류로 받은 기금은 어떻게 되는가? 국내 공연은 무관중으로라도 열면 되는데, 국제 교류는 안 나가기 때문에 다시 국고로 환원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박신애: 헝가리나 파리 행사 경우엔 아티스트들이 이미 1차 때 지원금을 받았다. 초청 공연을 가기로 했다가 그걸 못 썼을 때 인건비로 할 수 있게 대책안이 나왔다. 공연료도 못 받고 항공료를 아예 못 쓰니깐 상당 부분을 환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2년 전부터 준비했던 거라 속상하다. 기금을 받은 단체는 어떻게든 소진하고 싶어 한다. 어쨌든 공연을 가기로 된 거고 공연료를 타당하게 받는 팀들에게 기금을 주는 거기 때문에. 공연이 없어져서 기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기금들을 공연료로 대체하는 방향을 원하는데 결과물 없이 국가 기금을 사용할 수 없다 보니 국제교류기금이 제일 문제일 거 같다. 문화재단에서 나오는 예술공연 창작기금 같은 경우는 내년 6월까지 연장해주고, 연기나 무관객도 괜찮다고 하는 대체 방안이 나오는 반면에 국제교류기금은 사실 국내에서 신작을 기획하는 공연보다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킹도 오랫동안 진행해야 하고 수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지금은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다.

김혜라: 회복이 되더라도 다시 초청할지도 모르고 유럽권, 미국권 쪽에서 자체적으로 소화를 하려는 게 있을 거다. 걱정된다.

김길용: 해외 같은 경우는 연결 고리가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박신애: 몇 년 동안 잘 쌓았다 흔들리면 안 되는데, 걱정된다.

김혜라: 운영은 어떻게 되는가, 경제적으로 어떤 타격이 있는지?


대안 활동

박신애: 비영리 단체이기도 하고 시스템을 잘 모르는 분이 많다. 기업이나 국고나 개인 기금으로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제가 개인 프로듀서로 일하는 부분을 코리아댄스어브로드에서 많이 사용한다. 올해 금전적으로 손해 입은 건 많진 않은데 앞으로가 걱정이다. 같이 일하는 아티스트분들도 상실감이 크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코로나 긴급자금이 나왔을 때, 코리아댄스어브로드 이름으로 묶어서 같이 영상을 만드는 걸로 기금을 받긴 했다. 아티스트들은 많은데 잊지 않게 계속 영상을 내보내고 싶으니깐. 주말마다 한 아티스트들이 영상을 올려서 해외에 배포하고 그런다.

김보람: 저희 단체는 최근 〈Breathe〉 공연에 예산이 2천 몇 백만 원이 들었다, 무용수 개런티를 포함해서. 스탭만 10명이 넘는다. 봉지를 뒤집어쓰며 공연을 했고 도우미들까지 포함해서 30명이 왔다. 하루에 해야 하니깐. 아침 9시에 왔는데 공연 전까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그랬다.

김혜라: 그렇게 해도 편집된 걸 볼 땐 불편함이 없는데, 줌인으로 해서 실시간 됐을 때 간극이 있다. 그런 것들이 있으면 집중이 잘 안 된다.

박신애: 우린 미리 찍어서 배포하는 형식이다. 티저 느낌이 나게.

김혜라: 이번 사태를 겪어내며 준비가 되지 않은 단체나 개인들은 자생할 방법을 모색하고 춤계도 여기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는지. 계속 춤만 추는 게 아니라 춤 출 수 있는 환경 제반적인 요소에 관심과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특별히 이번에 부각된 랜선 공연에 대한 대비 말이다.

김보람: 랜선 공연 촬영은 극장에서 라이브로 하는 거랑 다르다. 우리는 행사랑 방송 쪽 느낌이 강하다. 작품이 풀로 보였으면 좋겠는데, 줌인이 많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극장과는 다른 거다. 작품을 보여주는 건데 방송을 보는 듯한. 컷이 빨리 넘어가고. 사실 안무가 잘 보인다는 느낌보다는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편한 느낌. 그래서 이번에 이런 촬영 기법이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 촬영에는 더 다양하게 해보자 해서 지미집을 빌렸다.

김길용: 김보람 씨 이번 작품은 신선하고 재밌었다. 코로나 사태가 주는 특별함인 거다. 무용 예술은 현장 예술이다. 현장에서 무대가 됐든 야외가 됐든 관객을 만나야 한다. 그거 없이 코로나 사태 때문에 영상 쪽으로 매달리면서 현장성이 없어지면 그게 예술일까 하는 의문도 없지 않다. 물론 신선하고 새롭지만, 그건 시간이 주는 특별함이다. 예를 들면 예술의전당에서 국립발레단의 작품을 영상으로 해서 지방 각 극장에 보냈다. 지방 극장에서 상영하는 거다. 매달 문화가 있는 마지막 수요일에 의무적으로 공연을 해야 하는데 극장이 돈이 없으니깐 그걸 틀었다고 한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연은 직접 봐야 한다.

김보람: 코로나가 어떤 방향을 낳을지 예측이 쉽지 않고 인터넷 매체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이 방향으로도 결과물을 잘 도출해서 나중에 코로나가 풀렸을 때 극장에 오고 싶게끔 만드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김혜라: 공감하지만, 코로나가 극복되어도 두 가지가 함께 갈 거란 생각이 든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서 홍보나 작업을 경험했다고 해도 사람들이 현장에 안 가진 않는다. 더 어렵겠지만 두 가지 통로를 신경 써야 한다. 적당히 찍어서 홍보하는 방식은 이제 안 통할 거다. 당연히 현장에 집중해서 공연하지만 온라인 방식으로 뭔가를 내보내는 것들이 예전 작업방식이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작은 단체든 큰 단체이든 이런 고민을 해야 할 거다. 저도 그렇고 이번 사태로 관객은 무용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공연도 랜선으로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무용 쪽도 많이 노출된 덕분에 저변확대에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김혜라: 자기 단체들 이외에 주변의 무용인이나 지인들이 겪는 어려움도 아는 대로 소개해보았으면 한다.

박상윤: 6월에 한국문화재단에서 하는 〈팔일〉이라는 전통 공연이 있다. 포스터 작업을 2주 전 쯤 했다. 실질적으로 오랜만에 촬영을 한 게 2주 전이다. 그때 극장에서 소식들을 들으니깐 영상 하는 사람들이 공연이 없으니깐 막노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피해는 비슷하다. 제가 공연으로 오랜만에 찍은 건 국제즉흥춤축제이다. 화성시에 교육 프로그램 작업을 많이 하는데 요즘에는 화상으로 많이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코로나 이후 이런 일이 반복될 거라고 하니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중요하다.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거에 대해 지원하는 게 있어서 회의를 했었다. 그때 제가 한 이야기는 화상이라는 것, 영상으로 만들어서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와야 한다. 과거에 예술의전당에서 영상 사업을 해서 국립발레단이나 유니버설발레단, 오페라를 촬영해서 하는 방식으로 가버린다면 죽은 사람을 한 번 더 죽이는 거다. 무대가 필요 없어지는 거다. 그게 아닌 새로운, 영상으로 또는 온라인으로 관객들이나 일반인들이 예술을 접할 때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 상황은 계속 닥쳐올 상황이다. 어차피 피해를 봤고 힘든 시기는 이미 왔고 앞으로도 올 건데 피해 상황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갈 건인가가 더 중요하다.

박신애: 무용수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 생계유지가 안 된다. 프리랜서 무용수는 작품에 참여해야지 공연료를 받는데 그게 안 되면 다음은 레슨이다. 하지만 대면 수업도 못 하고. 대출받고 싶은데 무용수들은 대출이 어렵다.

김길용: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 증명이 되면 지원금 300만원~ 600만원이 나온다.

김보람: 300만원으로 알고 있다. 우리 단체에서 2명이 지원금을 받았다.

김길용: 범위가 넓다. 조명 크루, 스탭까지 다 인정해준다. 무용하는 사람들이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잘 모른다. 혹시 올해는 안 되더라도 내년에 할 수 있을 것이다. 월급 받지 않는 친구들은 공연 수당으로 하고 주3일 연습한다. 나머지 3일은 알바를 한다. 그런데 그런 일도 끊겨지고 공연도 없어지니깐 공연 수당도 못 받고, 무용수들이 힘든 상황이다.

박신애: 무대 조명이나 크루들, 스탭들도 힘들 거다. 조금씩 재기돼서 괜찮다고 하지만, 두세 달 힘들었을 거다.

김혜라: 공연이 취소되니깐 기획사 측도 운영이 안 된다.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없다는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기금에 의존해도 모두가 받는 것도 아니고. 최대한 준다 해도 사각지대가 있는데, 결국은 생계의 문제이다. 춤을 추고 만드는 것을 자아 성취 하는 복지 차원으로 보면 안 되고 노동으로 봐야 한다. 뉴스에서 보면 예술인 고용보험법이 통과됐지만, 실질적으로 현장에 있는 분들이 찬성하는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궁금하다. 문예위에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을 지원한다. 대관에도 혜택을 준다는 게 있는데, 현장에 있는 분들이 어떤 혜택을 기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보람: 경기도에서 최근에 연락이 왔다. 우리 단체가 선정됐다. 무관중 공연을 녹화방송으로 올리면 될 것 같다 해서 6월 2일에 화성시 공연장에서 관중 없이 녹화방송으로 공연이 잡혔다. 우리는 운이 좋은 특별 케이스이다. 반면 주변에서 춤추는 많은 친구들은 공연이 없다. 가끔 전화 와서 할 게 없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김혜라: 대부분은 사정이 녹록치 않은 게 솔직한 현실이다.

김길용: 코로나 전에 사스, 메르스 3~4년마다 터지는 데 이번엔 정말 크다.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여기에 대한 문화예술계 매뉴얼이 없다. 무용, 국악, 연극 특성이 모두 다르다. 무용계 안에서도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다 다르다. 같은 발레 안에서도 국립발레단이 있고, 프로젝트 그룹이 있고, 이런 특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 쪽에 편중되지 않고 뭔가 긴급한 재난 상황에서 예술가들이 자기가 여태까지 해왔던 작업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연결고리만이라도 잡아주면 되는데, 매뉴얼 없이 뭔가가 터질 때마다 허둥지둥 된다. 좌담, 포럼을 가는데 같은 이야기만 한다. 거기에 대한 확실한 대안은 없지만 그래도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해주는 게 정부의 몫이 아닌가. 그런 부분에서 매우 아쉽다.

김혜라: 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매뉴얼을 만들려면 적어도 무용단체에서 모여서 우리가 가진 어려움이나 매뉴얼이나 기본적으로 제시하면서 해야 할 것이다. 행정 하는 사람은 일단 전문성이 없어 대안을 낼 입장이 아니다.

김길용: 민간차원에서 매뉴얼을 만드는 건 힘들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문 용역을 주어서 이런 재난이 왔을 때 예술가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만들어보길 바란다.





 




전화위복 

김혜라: 우리나라가 지금 어느 정도 준비됐던 건 2015년도 메르스 이후에 질병관리본부에서 꾸준히 모여서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공공 문화 정책 차원에서 긴급 재난 대비 매뉴얼이 나와야 할 것이다. 급박하니까 우선은 기금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겠고, 좀 안정되면 어떤 매뉴얼을 마련해야 다음에 이런 일이 닥쳐도 회복력을 가질 것이다.

김길용: 서울문화재단이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런 걸 담당해야 하지 않나.

김보람: 지금 당장 도와줄 수 있는 일을 넘어 장기간을 생각한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뉴욕에서는 〈캣츠〉 주역이 편의점 알바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박신애: 한국에서 정책은 예술가들이 예술을 지속할 수 있는 거에 포커스가 맞춰있다. 긴급지원 같은 게 생계지원이 아니라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에 집중돼 있다. 일단은 생계가 해결되지 않으면 예술 활동을 하는 게 의미가 없는데 쿠팡맨, 편의점 알바하면서 공연하는 게 쉽지 않다.

김길용: 발레 하는 사람들이 넉넉한 가정 출신들인 줄 아는데 실제는 안 그렇다. 점심시간에 컵라면을 가장 많이 먹는다.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투잡 쓰리잡 하는 친구들도 많다. 매뉴얼이라는 게 무용이라면 무용계의 실상에 기초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랄까, 예를 들어 국공립단체가 있고, 민간단체들이 현대무용에는 어떤 단체가 있고, 이 단체가 가진 속성들은 다 다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현대무용가들은 보호받는 정도가 약하다. 특히 이런 코로나 시대에 예술가들이 줄어드는 걸 잡아야 한다. 현재 정부 지원사업은 복지 쪽에 쏠려있다. 그런 지원 체계가 다 만족을 시킬 순 없겠지만, 예술가들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예술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정말 유능한 예술가와 안무가들이 없어질 수도 있다. 밖에 나간 무용수들은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안에 있는 예술가들은 우리가 보호해야 한다.

김혜라: 작년에 김채현 선생이 〈춤웹진〉에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이제 700조원쯤 되는 시대에 수출기업들의 출연으로 국제예술교류진흥기금을 조성하자는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다. 일례로 BTS가 해외에 많이 알려지니깐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더 높아졌을 것이다. 대중예술뿐 아니라 그보다 활동 인원이 훨씬 많은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서 가장 큰 덕을 받는 쪽은 사실상 수출기업들이다. 기업이 수출액에 따라서 국가에 문화예술 기여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간 1억 달러 정도 이상 수출하는 기업에 대해서 수출액의 0.1% 정도를 국회 내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서 조성하자는 것인데, 그런 어떤 시책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도하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도하든가 해서 꼭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예술인들이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는 게 개인적으로는 소수겠지만 합하면 엄청나다. 어쨌든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예술 활동이 높여준다는 거다. 기업체에서 잘 생각해야 한다. 굳이 코로나19 재난이 아니더라도 무용 분야에 대한 지원을 다변화하는 아이디어를 무용인, 기획자, 단체가 개발해야 할 것이다.

박상윤: 좋은 말이다. 한 10년 조금 넘게 교육부 쪽에 있는데, 제가 하는 건 아무래도 예술과 관련됐다. 교육부에서는 어떻게 예술교육을 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다. 10년 사이에 나아지고 있지만, 예술인들이 예술가에 대한 엘리트 교육 외에 다른 교육에 대해서 수요가 있지만 관심을 안 둔다. 요즘에 4차 산업혁명 때문에 더욱이 교육 쪽에서는 자유학년제라는 제도가 실패한 제도가 됐다. 콘텐츠가 없는데 아이들이 시험을 안 보고 어딘가 가야 하는데, 하지만 또 버릴 수 없는 제도이기도 하다. 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45분 수업에 무용을 설명하고 보여주고 학생과 같이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10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주는데 일 년에 한 팀당 50회~150회 한다. 단체를 가진 분들은 단원들이 가서 45분 프로그램을 하고 5천만 원~8천만 원 수입이 된다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시장은 널려있다. 그런데 우린 너무 관심을 안 갖고 있고 교육 쪽에서는 또 찾아야 하는 길을 모르는 것 같다. 이제 코로나를 계기로 문화부 외에 국가의 지원책이 더 많이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제 생각에는 이제는 우리가 제안해야 한다.

김혜라: 우리나라 단체가 해외로부터 초청을 받았는데, 이 사태 때문에 해외에 못 가서 문제가 되는 건데 그럼 해외 주최 측에서 랜선 형태를 통해서 단체들의 결과물들을 글로벌하게 공유하는 그런 방안이 나오고 있는지?

박신애: 오늘 헝가리에 있어야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김수정, 김주빈 안무가가 작년 모노탄츠에서 선택을 받고 공연을 못 하게 됐다. 그래서 헝가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찾아가는 한국 배달 서비스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김주빈 〈새다림〉 상영을 저번 주에 했다. 작년 모노탄츠를 했을 때의 실황 영상을 랜선으로 배포했다. 그런 방식도 채택하고 있다. 시애틀 같은 경우는 6월에 제일 큰 ‘Seattle International Festival’이 있다. 이 페스티벌 진행을 못하다 보니깐 올해는 초청된 모든 작품을 비디오 상영을 하겠다고 발표를 했다. 랜선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많이 나올 거 같다.

김혜라: ‘Aerowave’에 최강프로젝트를 내보내서 현장에서 줌을 통해 보여주고 평가나 의견을 채팅하는 것을 봤다. 이미 정해진 건 그런 식으로 소진되는데 문제는 내년은 이런 식으로 가면 공연 생태계가 어떻게 되는지. 예측하고 대비할 것인가.

박신애: 지난주 모다페가 해외팀이 못 들어오니깐 국내 팀으로 라인업을 변경해서 공연했다. 대극장 공연은 갈 수 없는 날이라 온라인을 통해 봤는데 만 육천 뷰까지 찍혔다. 대중화에는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

김혜라: 클릭을 하고 보지만 현장을 올 것인가가 문제이다. 공연장에 와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준비하고 그 전에 랜선을 잘 준비하는 것도 과제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노출이 많이 되므로 현장으로 끌어들일 요인은 되지 않을까 한다. 가요 음반은 현장에서 하는 게 아니라 녹음실에서 내보내는 거다. 가요 음반은 가요 음반대로 가치가 있는 거고 무대 실황은 실황대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박상윤: 문화예술계 쪽이 시도할 게 많다. 예를 들어서 유튜브는 어떤 광고를 통해서 대가를 지불한다. 결국은 저작권이라는 것에 대해 비용을 받는 장르가 많은데, 무용 쪽은 그런 관행이 약하기 때문에 무용가들이 합법적으로 공정하게 체크하고 어떤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늦었지만 다른 장르가 이미 돼 있기 떄문에 제도적으로 국가나 포털에 오히려 고민해서 제시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게 문제인 거고. 네이버는 구시대의 포털이 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대기업에 문화라는 코드로 제시하고 압박, 압력을 가해야 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미국에서 회자되고 있다. 모든 게 바뀌는 상황이다. 그동안 전제를 코로나가 깨끗하게 정리하는 거 같다. 우리도 우리 것에 맞게, 대중음악보단 순수예술은 인기가 없어 하는 그런 편견 없이 우리가 살기 위해서 우리가 일반인들에게 전달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거에 대해서, 백지 상태에서 우리에게 맞게끔 설계를 해서 정부와 대기업에 제시해야 할 시점이 오지 않았나 한다.

김혜라: 사진 작업에서는 어떤 작업이 가능할까?

박상윤: 경기문화재단에서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거에 대해 5천만 원을 지원해준다. 우수작품으로 뽑히면 3천만 원을 주는데, ‘코로나19 예술백신 프로젝트'에 관해 연극, 무용, 영상 하는 사람들이 모여 회의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30년이 넘게 공연 사진을 찍으면서 예술가들에게 서운했던 게 필요할 때만 사진을 찾는 거다.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에 대해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제 영상이나 사진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러니깐 고민을 해야 한다. 빨리 기사가 나가야 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때만 찾던 예술가들이 자기 사진을 가지고 상품화해야 하는 그 시점이 왔다는 것이다.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영상과 사진하는 저보다 훨씬 젊은 후배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그 친구들은 더 많이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모두가 힘든 세상이지만, 바뀌는 세상 속에서 그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 제 분야는 그렇다. 예를 들어 어제 받은 전화가 화성시 프로그램, 찾아가는 예술 교육 공연이다. 한 팀이 많이 하면 80회 정도 공연하고 보통 20회~50회 한다. 다 선정됐고 학교에서 신청도 다 했는데 학교에서 할 수 없고 애들은 화상수업 하듯이 보자고 제안했다. 만약에 잘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하나 창출될 수 있는 거다, 현실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디오가 얼마나 잘 들릴지, 같이 보는 거 만큼의 효과를 어떻게 줘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럼 방법론이 발전할 거다.


무용인이 열어야 할 새 길 

김혜라: 그 외 현장 무용인들을 위해 도움이 될 제언을 듣고 싶다. 비전이나 희망의 말씀도 좋겠다.

김길용: 그들에게 춤출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최고이다. 개별적으로 무용하는 친구들이 열심히 무용을 하면서 한 단계씩 올라갈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우리는 그 생태계 조성이 처음부터 안 됐다. 정부가 춤추는 무용가에게 계속 춤을 출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게, 막연하지만 그게 제일 큰 작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사태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지원해주는 부분이 그리고 정확하게 지원해주는 그게 기본이라 생각한다. 단체마다 어려움이 조금씩 다르다. 그 어려움을 조합한다면 뭔가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뉴얼이 필요하다. 그게 안 되면 어느 기관에 맡기면 된다.

김혜라: 영국에서 원댄스 유케이(One Dance UK)는 디지털 댄스 이벤트 캘린더(Digital Dance Events Calendar)라고 해서 캘린더에 단체들 영상을 올린다. 거기에 공연 일정이 나오는데 여기에다 영상을 올리는 거다. 클릭만 하면 그 단체 영상이 나온다. 이런 식으로 무용협회 측에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개인이나 단체가 홍보할 수 있는 영상을 내는 거다. 디지털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도 생각해볼 아이디어이다.

김보람: 무용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제 개인적으로 무용가, 예술가라는 게 직업이 될 수 있는지 질문을 수도 없이 해왔는데, 전 직업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무용 단체에 들어가지 않는 한에서는 프리랜서이고 정규적인 수입이 약하기 때문이다. 직업의식이 없으면 이런 상황에서 무너지기 쉽다. 직업화가 힘든 상황에서 특별한 생계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무용인들의 의식도 명확해야 하지 않을까. 교육과 창작이 혼재해 있는 이런 상황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규 임금은 없다 해도 직업의식이 확실해져야 하며, 이 의식을 기반으로 정부와 사회를 향해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할 것이다. 그런 날이 오는 데 있어 코로나19가 어떤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박상윤: 절망이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싶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 뒤로 갈 수는 없고 앞으로 나아갈 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예산과 정책을 주도하는 실무자들이 전문성 있는 사업을 가급적 회피하려는 풍조가 만만치 않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번 재난이 제도적으로 잘못된 부분, 시정할 부분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신애: 뉴욕에서 코로나가 시작하던 시점에 사람들이 더러 촌지로 위로하는 장면들을 직접 경험했다. 기부가 활성화된 사회의 훈훈한 면을 느꼈다. 기부 문화가 얕은 한국 사회를 되돌아보게 되는 일들이었다. 국고 지원이 많은지 적은지는 따져볼 일이지만, 우리 예술계의 사고는 전반적으로 국고 지원에 너무 치우쳐 있다. 기부 문화와 함께 하는 예술 활동이 국내에선 드문데, 기부에 대해 예술인들이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질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무용인들이 자구책을 찾아 능동적인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

김혜라: 공감한다. 오늘의 어려운 현실을 나누며 각자의 마음가짐과 자구책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딱 맞는 해답을 당장 찾기는 어렵지만....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견디고 주변을 살피며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하는 공동체적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고민해보자. 긴 시간 좌담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모두 힘내시길!

2020. 6.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