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기획 취재_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무용교류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파리, 리옹 등에서 한국 안무가 및 한불 공동제작 작품 공연
김인아_<춤웹진> 기자

 지난 10월 8일 오후. 15명의 프랑스 무용관계자들이 서울댄스플랫폼(SDP)의 쇼케이스를 보기 위해 미니 버스를 이용해 M극장에 도착했다. 리옹 무용의 집, 파리의 Theatre de la ville, Garonne, Strasbourg 극장의 관계자를 비롯해 리옹 댄스 비엔날레 등 축제 관계자, 그리고 프랑스 학사원, 주한 프랑스 문화원의 문정관 등 무용과 관계된 쟁쟁한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이들은 팸스 기간에 맞추어 내한, 한국의 안무가들이 만든 작품을 보고 향후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류를 위한 협의를 위해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1886년 공식 외교관계를 맺은 한국과 프랑스는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2015년 9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양국을 오가며 각종 공연과 전시회를 연다.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렸던 양국 정상회담에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추진을 합의하고, 지난 해 2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상호교류의 해를 통해 양국 간 우호 및 이해 증진을 도모하자는 친서를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올봄부터 사업의 구체적인 방안이 진행되며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정부는 한국 측 행사 준비 전문위원 11명을 임명했으며 지난 4월 파리에서 구체적인 사업을 협의하기 위해 한-불 1차 공동회의를 가졌고 내년 1월, 2차 공동회의가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및 산하기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한-불 상호 교류의 해 사무국이 만들어져 있다. 조직위원장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며 예술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최준호 교수, 무용분야 전문위원으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김용걸 교수가 위촉되어 있다. 이밖에 현대미술, 클래식, 전통음악 등 총 10개 분야의 전문위원이 조직되어 있다. 프랑스 측의 공식 기구는 프랑스 학사원(Institut de France)이다.
 행사 기간 동안 양국은 예술 중심의 각종 문화행사와 함께 관광ㆍ체육ㆍ교육ㆍ과학기술 분야의 학술포럼 및 교류 사업을 진행한다. 한국 측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주관하는 그랑 팔레 국보전을 필두로 전시,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프랑스 예술기관과 협의 중이다.
 무용분야에서는 2015년 11월 국립현대무용단의 공연(작품 미정)이 파리에 위치한 샤이오 국립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2016년 6월 가운데 3주간, 샤이오의 세 개 공연장 전체에서 우리 무용이 집중 소개된다. 국립무용단과 샤이오 극장의 프로듀서 겸 상임안무가 호세 몽딸보(José Montalvo)가 공동 제작한 신작도 이 기간 중에 공연된다.
 2008년 정책적으로 '무용중심극장'으로 지정된 샤이오 국립극장은 프랑스 중앙정부가 전체 재정을 부담하는 5개 국립극장 중 하나로, 1250석 규모의 대극장인 장 빌라르 극장을 비롯해 420석 규모의 피르멩 제미에 극장, 80석 규모의 스튜디오인 모리스 베자르 극장 등 3개 공연장을 갖췄다. 리옹 무용의 집(la Maison de la Danse)에 오를 한-불 공동제작의 <학춤>(Light Bird)도 추진되고 있다. 1년간 프랑스 전역에서 공연될 한국의 무용작품의 라인업은 내년 1월 제2차 한-불 공동회의 이후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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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 최준호
    한-불 사무국 운영팀장 황보유미



지속 가능한 국제교류를 원한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 행사를 어떤 방향으로 준비하고 계십니까?
최준호: 양국이 공동으로 기획하여 쌍방향 소통의 행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프랑스 측에 홍보하거나 일시적인 행사 치르기 수준을 벗어나 양국이 동등한 대우와 조건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 단계부터 함께 기획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어요.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예술계 뿐만 아니라 체육, 관광, 과학, 교육에 이르기까지 동등한 입장에서 교류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 봅니다. 프랑스의 훌륭한 무용단이 내한했을 때 서울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우리가 체재, 개런티, 홍보 등 모든 것을 책임지듯이 반대로 우리가 프랑스에 갔을 때에도 그렇게 진행될 겁니다. 그동안 부분적으로 해왔던 정상적인 교류를 전반화시키는 거죠.
 모든 공연이 수도권 중심의 일회성 공연으로 열렸다면 이번에는 서울과 파리 이외에도 지역 투어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12개월이라는 제법 긴 기간이기 때문에 한국의 예술과 문화가 프랑스 전역에서 향유되었으면 합니다. 프랑스 공연예술 보급 국립센터(ONDA, Office National de Diffusion Artistique)의 도움으로 지역의 작은 도시에서도 국내 작품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극장을 빌리고, 관객을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전역에 분포해있는 지역 국립기관 및 민간시설에서 우리 작품을 초청, 홍보하고 공연을 개최하는 것이죠.

한-불 쌍방향 교류, 지역 순회공연 추진은 국내 공연예술계에 의미 있는 행보가 될 듯합니다.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의의는 무엇입니까?
최준호: 그동안 프랑스 예술계의 거장은 한국에 많이 소개되었어요. 한국 예술가들도 프랑스에 소개된 적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죠. 그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자주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이번 사업은 한국 예술가를 맞이하는 것에서부터 홍보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파트너가 있어야 성립됩니다. 그런 파트너십이 정부 대 정부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현장에 있는 민간에서 구축될 수 있게끔 하려 합니다.
 프랑스와 관계를 맺은 국내 문화예술 현장의 관계자들이 행사 이후에도 함께 좋은 예술을 발굴하고, 인적 자원이 오가며 공동작업을 진행하는 등 진정한 교류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 의의가 있죠. 단순히 한-불수교를 기념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양국 국민들을 위한 행사, 구체적으로는 양국 문화예술인의 교류 활성화를 위한 행사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가 지속 가능한 교류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용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추진된 상황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준호: 대표적으로 2012년 12월부터 계획한 <학춤>(Light Bird)이 한-불 공동제작으로 공연됩니다. 작년 3월과 올봄에 부화한 학들과 프랑스 무용수가 벌써부터 함께 살고 있어요. 공동제작이긴 하지만 주관은 프랑스 측입니다. 프랑스 담당자가 직접 내한해서 오디션과 워크샵을 통해 두 명의 한국 무용수를 선발한 상태고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4-5명 악사와 함께 리옹 무용의 집에서 공연할 예정입니다.
 샤이오 국립극장은 2016년 6월 중 3주간, 전체 세 개 공연장에서 한국의 무용작품을 올립니다. 앞으로 이 기간에 공연될 한국 작품을 보다 구체화할 계획입니다. 우선 국립무용단과 샤이오 국립극장의 예술감독 호세 몽딸보가 공동제작한 신작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도 샤이오에서 공연할 계획이고요.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도 추진하고 있는데 무용단의 궁중정재 작품도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타진하고 있어요. 대도시를 비롯해 지역을 투어 할 작품, 프랑스 전역에서 펼쳐질 무용작품들을 구체화시키고 있는 중입니다. 내년 초에 1차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서울공연예술마켓(PAMS)을 비롯해 10월에 있었던 수많은 춤 현장에 프랑스 샤이오극장 예술감독과 관계자 분들이 방문하셨죠. 전반적으로 어떻게 진행됐고, 한국의 무용작품을 보고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요.
최준호: 프랑스의 모든 문화예술기관들은 공공기금을 지원받아 작품을 초청하거나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요. 아무리 작은 지역의 문화시설도 이런 기획을 모두 진행하는 곳이 프랑스입니다. 예산규모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크죠. 상당 부분이 국고에서 지원되고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내한한 프랑스 관계자들은 모두 우리 작품을 프로그래밍하려고, 작품을 초청하려는 구체적인 목적을 갖고 오신 분들입니다. 이번 방문이 처음은 아니죠. 2011년 가을에서부터 작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및 서울세계무용축제, 올해 페스티벌 봄 때에도 내한했었어요. 약 4년간 프랑스의 많은 관계자들이 왔었습니다.


황보유미: 프랑스 학사원의 공연예술 담당자나 무용관련 프로그램 디렉터들은 한국 무용에 대한 리서치가 굉장히 잘되어 있어요. 한국의 대표적인 무용가를 소개하려는 것도 있지만 향후 네트워킹을 탄탄히 하자는 취지에서 신진 안무가를 발굴하려는 경향도 갖고 있죠. 이번 방문에서 팸스, 시댄스, 스파프 등 모든 분들이 많은 양의 공연을 관람하셨고, 지금은 1차적인 피드백을 취합하고 있는 중입니다. 몇몇 인기 있는 안무가들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있고 새로운 작품을 찾는 분들도 계세요. 11월에 있을 실무회의 전 즈음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 같아요.

연극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최준호: 명동예술극장과 오를레앙 국립 연극센터 공동제작으로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을 프랑스 작가의 각색으로 진행 중입니다. 다국적 스텝들이 참여해서 작품을 만들고 있고 명동에서 초연한 후 프랑스 네 개 지역에서 투어 할 계획입니다. 한국에 돌아오면 우리도 투어를 할 생각이고요. 개별 작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습니다.

다분야의 국제교류 행사인데요.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최준호: 연극의 경우 팸스 쇼케이스만으로 작품을 선택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해요. 공연이 연중에 흩어져 있어 해외 관계자들에게 우리 연극을 한꺼번에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미리 번역도 되어있어야 하고요. 흔히 외국 사람들이 아는 셰익스피어, 체홉의 작품들을 특별하게 연출하면 외국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산입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이 햄릿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전혀 궁금해 하지 않아요.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 희곡으로 잘 연출된 작품이 궁금하죠. 그것을 좋은 번역과 자막으로 소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창작 중심의 단체를 모으고 있어요. 어렵지만 차근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황보유미: 무용분야도 비슷한데요. 동시대 한국 사회를 비춰볼 수 있는, 우리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선호합니다. 사회현상을 우리 방식대로 담은 것이 프랑스의 취향인 거죠.
최준호: 무용도 그렇겠지만 ‘어떻게’ 만들었는지 보다는 ‘왜’ 만들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안무’라는 것도 철저하게 ‘글쓰기’거든요. 문자아닌 다른 방식으로 하는 글쓰기죠. 그런데 공연을 찾아온 전문가들 눈에도 ‘왜?’가 보이는 작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외형적으로 화려하게 포장된 것을 선호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복잡하게 질문하거나 사유를 나누거나 소비하지 않아요. 예술과 문화를 일상에서 자신의 삶의 숨구멍으로 생각하고 일상을 정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왜’입니다. 에너지, 활력, 테크닉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의 눈에 차기 어렵죠. 한 작품을 진출시키려고 많은 공을 들이는 예전과 달리 지금은 여러 군데에서 우리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고 또 기회인데 그것을 맞출 수 없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2016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열릴 ‘프랑스의 해’ 행사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나요?
최준호: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프랑스 문화는 우리에게 자주 소개되어 왔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이하고 의미 있고 프로그램들을 구상하고 있는데요. 명품이라는 주제의 디자인 전시라든지 4차원 공간을 느낄 수 있는 동시 생중계(telepresence) 프로젝트, 재즈를 비롯한 월드뮤직 분야의 큰 프로젝트, 부산영화제에서의 칸 영화제 특집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예술가 레지던스 사업 등 미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기획도 추진 중입니다.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는 양국 문화예술 발전에 거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적인 개최를 기대합니다. 바쁘신 가운데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4.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