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Feel the Rhythm of Korea’의 앰비규어스
대규모 뷰가 말하려는 것
김채현_<춤웹진> 편집장

앞으로 대세(大勢)가 기울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닐까. 어지간히 힙하다, 앰비규어스가. 여기서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재빠른 독자들은 지레 짐작할 것이다. 불과 한달 남짓 사이에 유튜브 조회 수 3억 뷰를 내다보고 있다 해서 더 화제거리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7월 말일 ‘Feel the Rhythm of Korea’ 제목으로 3편의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서울, 부산, 전주, 3개 지역의 관광-여행 관심지를 소개한 홍보 영상물이다. 영상물에서는 해당 지역마다 몇몇 곳을 배경으로 90초 정도의 짧은 길이에 밴드 그룹 이날치의 곡을 타고 춤꾼들이 춤을 연기하는 모습이 펼쳐진다. 이날치는 판소리 〈수궁가〉를 모태로 현대풍의 밴드 연주와 소리로 응용했고, 이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자기들만의 날렵하고 발랄한 몸짓으로 특이하게 춤화하였다.

 

 

 3억 뷰라는 건 실제 목격되지 않는 추상적 수치이다. 3편의 홍보물의 누적 조회수가 7500만이고, 댓글을 더하면 그만한 수치가 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만은 수긍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댓글 반응들이 이어지는데, 몇몇 반응만으로도 그 인기도는 확인된다.(영문 댓글도 드물지 않다.) 한국관광공사 홍보물에서 으레 등장하는 김치 남대문 난타 광화문 비빔밥에 식상했었는데 이건 다르다, 한국관광공사 홍보물에서 동양의 신비 한국의 신비 이런 것이 나오다가 한국의 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류만 나오던데 이건 그런 류를 벗어났다, 중독성이 있다, 외국인으로서 내가 본 관광 홍보물 가운데 최고다, 내가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걸 이번에 느꼈다. 이외에도 (한국관광공사의) 발상의 전환을 성원할 뿐만 아니라 영상물 자체에 푹 빠져 공감하는 반응들 일색이다.




ⓒHS Ad 서경종




 이들 영상은 색색깔의 패션 글라스와 갖가지 모양의 머리쓰개는 기본인 데에다 의복과 패션의 상식을 벗어나서 세게 튀는 차림새(정장 차림의 부산 편은 좀 덜하다)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장난기가 완연한 코스튬과 더불어 술술 흘러가는 이날치 밴드의 곡조들 또한 흥겹다. 판소리 〈수궁가〉에서 착안하여 사이키델릭 사운드 등을 섞어 판소리 풍의 팝으로 완전 변신한 노래들은 매우 현대적이면서도 직관적이다. 웬만하면 즉석에서 수용하며 반응할 만한 음률들이라서 정서를 쉽게 유발하고 흥을 톡톡 돋워나간다.
 일반적으로 댄스 음악 영상들에서는 눈을 감아도 댄스 음악은 감지되고 댄스 음악을 감상하는 데 별 지장이 없어서 댄스 음악 그 자체로 성립할 것이다. 이와는 상당히 대조적으로, ‘Feel the Rhythm of Korea’에서 눈을 감는다면, 영상물의 의미는 반감되거나 아예 사라질 것이다. 이것이 이 영상물의 특이점이자 개성이며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Feel the Rhythm of Korea’에서 노래와 춤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며, 각각의 차이가 상대를 지속시킨다. 이런 점만 보아도, 일반적인 댄스 음악에서의 춤과 ‘Feel the Rhythm of Korea’에서의 춤은 현격한 차이가 난다. 그래서 필자는 춤과 음악의 융합 작업 가운데 ‘Feel the Rhythm of Korea’를 상당히 생산적이며 합이 잘 맞아 창조적이게 된 사례로 들고 싶다.




ⓒHS Ad 서경종




 이런 류의 작업을 앰비규어스가 해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코로나19 시국 이전에도 앰비규어스는 춤계에서 활동이 가장 빈번한 민간 춤단체였을 것이고,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지 싶다. 지나간 10년 동안 죽 목격해온 대로 앰비규어스는 전문 무대, 이른바 예술 무대에서 기존의 춤 어법에서 어긋난 것을 토대로 수시로 발광(發狂)하듯, 때로는 심지어 똘기 그득한 작품들을 보여왔었다. 일반적인 댄스 음악에서의 춤과는 아예 발상에서부터 색다른 춤을 앰비규어스는 탐색하며 내공을 쌓아오던 터였고, 이번에 비로소 세상 그리고 전세계에 널리 노출되기에 이른 것이다.
 ‘Feel the Rhythm of Korea’에는 이날치의 제1집 음반 〈수궁가〉 중에서 ‘범 내려온다’(서울 편), ‘어류도감’(부산 편), ‘좌우나졸’(전주 편)이 쓰였다. 툭 트인 목청들이 판소리와 랩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리듬들을 흥에 겨워 노래하는 속에서 춤 또한 신명난 듯 갖가지 몸짓과 스텝으로 온몸을 들썩이며 경쾌하게 놀아나간다. 무수한 이들을 자연스럽게 경탄케 하는 때문에 ‘Feel the Rhythm of Korea’가 유머스런 이미지들로써 한국을 느끼고 한국에서 즐기기를 청하는 것은 호소력이 있다.
 이번의 여세를 몰아 한국관광공사는 강릉·목포·안동을 배경으로 ‘Feel the Rhythm of Korea’를 추가로 제작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러다 혹시 대한민국 방방곡곡을 배경으로 추가에 추가를 거듭하며 제작하는 사태가 일어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이 끊긴 탓에 3억 뷰 현상을 실제로 체감하려면 코로나가 종식되어야 할 것이다.




ⓒHS Ad 서경종




 ‘Feel the Rhythm of Korea’의 영상물은 길이도 짧고 그에 등장하는 춤이 작품이 아닌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정부가 만든 홍보물인 데다가 대중음악과 함께 하였으니 혹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겠다. 막상 이번 영상물의 춤이 앰비규어스가 그동안 무대에서 작업해왔던 것과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참조해 보면 판단이 좀 흔들릴 것 같다. 덧붙여 대중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그만한 호응을 춤을 위해 선용할 수는 없겠는지 생각해볼 여지도 크다. 지금 세계는 일테면 유튜브와 여타 SNS 등 유례없는 장들에서 사회와 문화예술 분야를 막론하고 온갖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어느 예술 분야든 전세계의 무수한 공공, 민간 단체들이 한, 두 시간 길이의 고급예술을 몇 분 간으로 압축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HS Ad 서경종




 이번 영상물은 힙하고 트렌디하다. 그럴 수 있은 계기로서 앰비규어스와 대중음악가 사이의 협업 및 퓨전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되돌아볼 점으로서, 정서의 공감을 이루는 데 있어 고급예술 작품 못지않은, 그보다 뛰어난 대중예술 작품이 많다. 그러함에도 춤을 비롯하여 고급예술(상)/대중예술(하) 간의 위계질서는 일반적이고 어떤 진리처럼 받아들여지기 일쑤다. 미학의 이름으로 지지될 이유도 없는 위계질서이다. 댓글과 조회수가 전부는 아닐 것이며, 오히려 앰비규어스는 대중(예술)과 호흡하는 열린 태도가 고급예술 춤에 새로운 길을 추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實證)하고 있다.

김채현

춤인문학습원장.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명예교수. <춤웹진> 편집장.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고 춤·예술 분야 비평 수백 편과 저서 『춤과 삶의 문화』, 『춤, 새로 말한다 새로 만든다』를 비롯 다수의 논문, 『춤』 등의 역서 20여권을 발간했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예술춤과 국내외 축제 현장을 작가주의 시각으로 직접 촬영한 비디오 기록물 수천 편을 소장하고 있다.​​​ 

2020. 10.
사진제공_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HS Ad 서경종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