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코로나19 - 4차 산업혁명, 춤계 유망 신직종
장광열_춤비평가

국립현대무용단(예술감독 남정호)은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 ‘친하게 지내자’를 11월 16일부터 29일까지 온라인 페스티벌로 개최했다. 이중에는 기계로 작동하는 로봇과 인간의 움직임을 접목한 ‘로봇과 춤’ 4개의 작업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난해 6월 인공지능 안무를 선보인 신창호의 〈비욘드 블랙〉 에 이은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춤 작업이다.




국립현대무용단 〈로봇과춤_입 닥치고 춤이나 춰〉 ⓒ영상화면 캡쳐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은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가진 〈가무악칠채〉(안무 이재화) 재공연 작업에서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인터랙티브 영상 기술을 접목, 초연 때보다 예술적 완성도 면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한국적 컨템포러리댄스의 영역을 확장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7월 김나이무브먼트콜렉티브가 성균관대 야외주차장에서 공연한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는 사전에 예약된 관객들이 공연 장소를 중심으로 앞뒤에 자동차를 주차하고 차 안에서 공연을 보았다. 공연에 사용되는 음악은 주최 측에서 안내해 준 주파수로 차 안에서 들을 수 있었다. 춤 공연을 실내가 아닌, 객석도 아닌, 자동차 안에서 보고 듣는, 드라이브 공연이었다.
 이들 공연은 모두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한국 춤계의 새로운 양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작업들이다.




인터랙티브 영상을 접목한 국립무용단 〈가무악칠채〉 ⓒ국립무용단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춤 예술계의 주요 흐름

이즈음 들어 우리의 삶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전과 후로 나뉠 만큼 일상생활에서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다. 문화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공연예술을 이야기할 때 ‘비대면’ ‘무인’ ‘영상화’ ‘온라인’이란 단어가 어김없이 뒤따라온다.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산업, 일자리, 교육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과 생활문화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새로운 변화를 감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더욱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마스크앱으로 동네 약국에 몇 장의 마스크가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온라인을 통해 음식을 배달시키고, 쇼핑을 하는 빈도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대학은 원격강의와 줌이나 스카이프를 이용한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었고, 공연예술 축제에 참가한 무용수들과 관객들은 공연장이 아닌 온라인을 통해 만나고 있다. 말로만 들어왔던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이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춤계의 유망 직종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해 최근에 변화되고 있는 국내외 춤 시장의 흐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대유행 하고 장기간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공연예술계는 온라인 공연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예술교육 역시 대부분 비 대면으로 행해지고 있다. 집에서도 손쉽게 공연을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공연장을 대체하면서 공연예술 감상 방식도 변했다.
 예전에 춤 공연 영상은 기록하고 보관한다는 차원이었지만, 대면 공연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지금은 유통의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이는 고화질을 담보하는, 춤 공연을 많이 다룬 경험 많은 전문가에 대한 수요와도 연결된다. 앞으로는 춤 예술을 잘 아는 춤 영상 전문 디렉터를 향한 러브콜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춤 예술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예술 활동에 동참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중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집 안에서도 춤을 추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홈루덴스’(Home+Ludens)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조금씩 늘어나던 자발적인 예술 참여 흐름이 코로나19로 인해 보다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상생활 속에서 공연이나 교육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단순히 보던 데서 벗어나 스스로 예술을 찾아서 배우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며, 이들을 위해 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작업들이 국공립 춤 단체나, 민간 춤 단체, 그리고 개인 아티스트들 위주로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스트리밍 공연이 활성화되면서 작품의 저작권, 초상권, 공연장, 안무가, 무용수, 촬영 기술자 사이의 수익 배분에도 문제가 생겼다. 대면 공연 시 별 문제가 안 되었던 것들이 영상물등급 심의를 포함해 저작권, 계약조건 등에서 훨씬 복잡해지고 세밀한 조항들이 필요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또한 데이터·기술로 하여금 새로운 비즈니스 혁신을 견인하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 세계를 연결시켜주고 있다. 기업과 단체들은 발 빠르게 이를 재창조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춤 예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춤 마켓인 독일 탄츠 메세(TANZ MESSE)와 빅 공연예술 마켓인 캐나다의 시나르(CINARS)는 온라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 공연작품을 사고팔고 있으며, 컨퍼런스는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내 공연보다 야외 공연을 선호하면서 장소 특정형 공연과 환경무용 공연이 증가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TIPERARY Dance Platform은 코로나19 이후 야외 춤 공연 작품을 모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즈음 들어 챗봇을 이용한 멘탈 케어 서비스, 온라인 심리상담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챗봇(chatbot)이란 채팅 로봇,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정보·통신, 문자나 음성으로 사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한다. 최근에는 챗봇 이 우울증을 상담하거나 사무적인 업무까지 생활 전반에 걸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춤 예술은 인간의 멘탈을 다스리고 치유하는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춤과 접목한 챗봇 프로그램 개발도 곧 상용화 될 가능성이 높다.
 장년층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직업병 환자들과 사회병리 현상이 늘어나면서 춤 예술을 활용한 치유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치매 환자, 파킨슨병 환자, 우울증 환자를 치유하기 위한 맞춤형 춤 프로그램과 지도자 과정이 전 세계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춤 작품의 유통이 확장되고 춤 예술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춤 작품의 기획과 제작 유통에 관여하는 전문가들의 중요성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기획자, 프로듀서, 프로그래머, 매니저, 코디네이터 등 기획, 제작, 유통 등에 종사하는 공연예술 전문가들의 춤 예술계 유입이 확산될 것이다. 실제로 와이즈발레단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크라우드 펀딩의 일환으로 레오타드 펀딩을 시도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국공립 춤 단체들의 공공성 획득의 방향설정에서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발레단은 집에서 하는 발레 클래스에 이어 공연장이 아닌 고택이나 바닷가, 숲길 등에서 촬영한 장소 특정형 공연인 ‘비욘드 더 스테이지’를 시도했고, 서울발레시어터는 ‘아빠야 발레하자’ ‘국민발레체조’ 등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국민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기획해 주목을 끌었다.
 대구시립무용단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반복되는 휴관과 객석 거리두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온라인극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으로 ‘텅빈객석 stand up again‘과 ’stand up altogether‘를 기획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그램을 온라인 페스티벌로 진행했다.
 향후 춤 계에서는 ‘방구석 댄스’ ‘다이어트 발레핏’ ‘웃다 쓰러지는 발레수업’ 등 코로나19 상황에서 특정 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춤 상품 제작과 같은 작업들이 더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될 기능성이 높다.
 전문 춤 단체들이 만든 작품을 토대로 한 공공 기관의 홍보용 영상 제작 작업 등 춤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추세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발레단의 금연 광고가 크게 히트하면서,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고블린파티의 헝가리문화원과 한국 스페인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홍보용 영상도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의 운송 업체인 UPS는 배송트럭들이 좌회전할 때 가장 사고가 많이 난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좌회전’을 배제하며 동선을 짠다. 데이터에 숨겨진 니즈를 찾는 작업, 데이터를 이용한 마케팅이 인기다. 춤 예술도 작품의 소재 개발에서부터 홍보, 관객 개발, 유통 등에 빅 데이터를 이용한 작업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춤 플랫폼이 있지만 어디가 내 작품이 가장 잘 팔릴 것인지, 어디 가면 내가 필요로 하는 안무가를 찾을 것인지 등을 알아내는 춤 빅데이터 분석가, 춤 빅테이터를 활용한 춤 마케터가 등장할 것이다.
 여가시간 증대로 인해 춤을 포함한 영화, 게임, 만화 등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며, 소외 계층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도 홈리스, 장애인, 독거노인,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한 춤 예술 프로그램 운용이 증가할 것이다.
 무용음성해설(Dance Audio Description)은 시각 장애인(전맹, 저시력)이 춤 작품을 충분히 느끼고 관람할 수 있도록 무대 위 무용수의 움직임, 상황, 의상 등을 예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영국 노던 발레단, 미국 피츠버그 발레단 등 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제 무용음성해설 공연을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재)전문무용수지원센터도 발 빠르게 새로운 직종에 대한 소개와 함께 강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복지 차원에서 춤 예술의 활용도는 점점 더 그 수요가 확장될 것이다.




파킨슨병 환자들을 위한 무용 지도 모습 ⓒ전문무용수지원센터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춤 예술계 유망 직종

전 세계의 춤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되고 있고, 초반 망연자실 하던 컴퍼니들과 무용가 및 스태프, 기획자들은 현실적인 대안을 통해 차근차근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들은 문화예술은 인간의 고유한 본성인 창의성,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동화의 위험성이 적다는 점, 발전된 기술과 예술의 창의적 융합작업에 대한 기대, 기술혁신으로 인한 노동시간 감소와 이로 인한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기술과 예술과의 접목과 여가 시간의 증대로 인한 문화예술 수요 증가는 이 부문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군을 창출시킬 수 있으며, 예술적인 감수성을 함양하고,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역시 그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실제로 인공지능이나 기계로 대체될 가능성이 적고 미래에 유망한 직업으로 음악 ‧ 미술 ‧ 사진 ‧ 무용 ‧ 연극 ‧ 만화 ‧ 노래 ‧ 패션 등 문화예술 관련 직종이나 창의성, 감성, 사회적 소통이나 협력 등과 관련된 직종이 많이 거론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기술이 우리의 삶속으로 들어와 인간은 점점 더 기술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토대로 향후 국내외 춤계에 등장할 유망 직종을 전망해 본다.

▲ 무용 커뮤니케이터 (춤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사람과 사회를 치유하는 전문가)
▲ 무용 아키비스트(archivist, 무용가의 소장품이나 각종 자료를 수집, 정리, 기록하는 기록연구사)
▲ 사이버 무용 큐레이터(사이버 공간에 전시할 무용작품 및 안무가를 발굴하고 공연을 기획하며, 사이버 무용 갤러리 운영)
▲ 소마 전문가(Somatics 학문을 기반으로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돕는다)
▲ 무용 미디어콘텐츠 안무가(동영상 춤 콘텐츠를 제작하여 인터넷이나 모바일 광고 기반 플랫폼에 배포하는 활동을 통해 수익 창출)
▲ 즉흥 아티스트(즉흥을 기반으로 공연 및 교육, 치유 프로그램 지도)
▲ 태교무용 지도자(임산부를 대상으로 움직임 지도)
▲ 무용 치료사(치매환자, 파킨슨병 환자, 우울증 환자 등을 위한 춤 프로그램 지도)
▲ 무용 콘텐츠 디자이너, 기획자, 프로듀서
▲ 시노그라퍼(scenographer)
▲ 댄스스크린(춤 영화, 비디오 댄스. 춤 다큐멘터리 등) 프로듀서와 테크니션
▲ 컴퓨터 안무가
▲ 인공지능 AI 안무가
▲ 무용 크리에이터 매니저
▲ 무용 빅 데이터 분석가
▲ 무용예술 마케터
▲ 무용 저작권 투자 매니저
▲ 환경 무용가
▲ 무용 복지사
▲ 커뮤니티댄스, 마을춤 지도자
▲ 다문화 가정 무용 지도자
▲ 영유아 어린이 무용 지도자
▲ 실버 무용 지도자
▲ 무용 음성 해설사
▲ 무용심리 상담가
▲ 장애인 무용 지도자, 안무자
▲ 무용 명상 지도자
▲ 무용여행 해설사
▲ 전통춤 스토리텔러
▲ 무용캠프 컨설턴트




리투아니아 Densema Dance Theater의 영유아 무용공연 〈Puzzle〉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이즈음 들어 춤 예술은 공연과 교육 뿐 만이 아니라 치유, 복지, 광고 등 다양한 부문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으며 지역 및 국가의 문화 이미지 고양에도 주요 소스(source)로 활용되는 등 그 사회적 가치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 적극적 소비계층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시니어 액티브 세대의 증가 등은 향후 예술분야에 다양한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킬 것이다. 또한 기술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인간의 몸을 매개로 하는 무용예술은 그 순수성만으로도 타 장르 예술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코로나19로 위기인 일상생활에서도 문화예술 활동은 지속되어야 하며, 문화적 소비 형태도 질 높은 예술프로그램이 동반된다면, 그 만족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일상에서의 문화예술 향유가 기존의 집단형태에서 개개인의 맞춤형으로 변화되는 욕구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는 국가 및 지역 문화예술정책의 주요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단순히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탈바꿈 중“이라고 말한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디지털 온라인이란 환경을 새로운 실험과 창작의 기반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춤 예술계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장광열

1984년부터 공연예술전문지 〈객석〉 기자, 편집장으로 20여 년 활동했다. 춤비평집  『변동과 전환』 , 『당신의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서울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등을 맡아 춤 현장과 소통하고 있다. 한예종·숙명여대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 ​ ​ 

2020. 12.
사진제공_국립현대무용단, 국립무용단, 전문무용수지원센터,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