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추럴한 움직임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춤을 원한다
화제의 인물 인터뷰 : 예효승



지난 2월 중순, Kore-A-Moves (IPAP 주최, 국제교류재단 후원)의 유럽공연이 시작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I go>(Goblin Party, 임지호 안무)에 출연하기 위해 공연단에 합류한 예효승씨를 만날 수 있었다. 호텔에서 조식을 하고 자연스럽게 합석한 자리에서 그의 몇가지 공연 준비 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미처 나누지 못한 얘기는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Les Ballets C de la B’ 에서 줄곧 7년을 활동하고 새로운 전환을 위해 유럽과 한국에서의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한 예효승은 <Out of Context – for Pina>(Alain Platel 연출)로 한국을 찾아 공연한 바 있으며 이 공연은 140회 이상의 투어공연을 진행 중으로 올 여름 아비뇽에서도 공연 될 예정이다.




이지현 : 얼마전 ‘춤작가 12인 전’에 참가한 걸로 알고 있다.

예효승 : 제목은 <Chaosmos>로 카오스와 코스모스, 혼란과 질서의 상반되는 개념을 섞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완성체인 듯 해도 한갓 착각에 불과할 수 도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이지현 : 어땠나?
예효승 : … 준비한 만큼은 나온 거 같다. 무게감을 주고 싶어서 소품으로 벽돌을 사용했다. 원래는 4-500개 정도 쓸려고 했는데, 80개 정도를 써봤다.

이지현 : 또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새로 오픈하는 LIG 합정의 기획공연은 어떤가?
예효승 : 금배섭 연출 및 안무, 나와 류장현이 안무 및 출연으로 4월 27, 28일 공연을 준비중이다. 3명이 각자 두 개의 역할을 갖고 만나봤다. 제목은 <나는 사람입니다>이고 남성 듀엣이다. 검사와 변호사의 역할을 정하고 법정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사람을 누가 판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작품이다. 평소 관심있게 지켜 보던 친구들과 작업하니 신선한 자극을 받고 있다. 배울 점도 많고 재밌게 진행하고 있다.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고 셋이서 여러가지 시도들을 구상 중이다. 너무 춤추려는 생각보다는 무대 위에서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뜻을 모았다.

이지현 : 지난 번 유럽투어 공연도 그렇고 이번 공연도 그렇고 한 10년 정도 어린 친구들의 안무작에 무용수로 뛰거나 공동작업을 자주한다.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떤가?
예효승 :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웃음) 여러 대학이나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티칭을 하다보니 젊은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 친구들이 어렵게, 정중하게 출연 부탁을 해와서 오히려 기뻤다. 확실히 외국보다 한국에서는 나이에 따른 관계 설정이 엄격한 편이라 아직은 적응 중이다.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여러 제한을 만들어 내는 거 같다. 하지만 난 오랜 시간 무용수 활동을 해왔고 흥미로운 안무가의 작품이라면 안무가 나이와는 무관하게 얼마든지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젊은 친구들 작품에 출연하면 신선한 자극이 있어 좋다.

이지현 : 이번 작품은 공동으로 안무를 하는데 어떤가?
예효승 : 작년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인공연을 했다. Alain과 작업하면서 그가 무용수로부터 많은 것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사람이라 내 안에서 여러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작품에서도 손으로 춤을 추는 부분이 있는 데 그것도 알랭의 제안이었다. 차츰 새로운 안무가나 내 스스로의 안무를 통해 또다시 새로운 발견을 시도하고 있다. 무용수로써는 20년이고 안무자나 티처로는 2년째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정말 안무에는 초보자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간의 작업을 통해 솔로나 듀엣 정도에 대한 구상이 있었을 뿐 안무에 대해 깊이 있게 접근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내가 안무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열어 놓고 지켜보는 중이다. 아직은 모르겠다.

이지현 : 지난 번 덴마크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 얘기를 잠깐 들었었다. 레발레 세드라베의 동료 무용수들과의 공동작업이라고 했나
예효승 : 그렇다. 재작년 그러니까 2012년 9월 브라질에서 함께 공연을 마친 후 내가 제안했었다. 국적이 모두 다르니까 각자의 나라에서 공연을 해보면 재미있을 거 같았다. 7년 동안 함께 활동한 친구들인데 어릴 때 만나 동고동락한 친구들이다. 워낙 투어공연을 많이 하고 다녔던 터라 호텔이 집이었고 가족처럼 지낸 친구들이다. 그간에 결혼한 친구도 있고 정말 아이 같았는데 청년이 된 친구도 있고 그렇다. 제안 후 1년 뒤 다시 만나서 내가 한국에서 지원금 신청 할까하고 물어봤고 모두 반응이 좋아 지원신청을 했는데 선정이 되서 구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이지현 : 국적은 어떤가?
예효승 : 포르투갈, 프랑스, 벨기에, 뉴질랜드, 한국 이렇게 5명이다.

이지현 : 구체적인 진행 계획은?
예효승 : LIG공연이 끝나는 대로 이 메일로 작품에 대한 소통을 시작할 예정이다. 제목은 <Now now>로 생각하고 있다. 6월 1일부터 스케줄이 되는 친구부터 입국을 시작해 함께 생활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간 작업을 하면서 알랭의 방식이 무용수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내놓는 방식이라 채택된 게 1개라면 버려진 것은 10배 정도 된다. 각자 가지고 있는 좋은 것들을 많이 알고 있어 작업이 그렇게 복잡하진 않을 거 같다. 나는 개인적으로 재즈 뮤지션의 라이브 음악과 함께 하는 걸 구상 중이다. LIG에서 연습실 지원도 해주기 때문에 한남동 소재의 연습실에서 워크샾도 구상하고 있다. 일주일 정도 이 친구들 각자가 수업도 하고 대화모임도 해보려고 한다. 꼭 무용하는 사람들로 좁히기 보다는 움직임에 관심있는 다른 장르의 활동가들에게 홍보해서 열린 분위기로 진행 하고 싶다. 내가 알고 있는 30대의 젊은 안무가들 수업도 함께 구상하고 있다.

이지현 : 이렇게 제작을 하고 나면 이후 공연 전망을 어떻게 보나?
예효승 : 이번 작업을 함께 하는 포르투갈 친구의 경우 우리나라에 5월에 공연하러 오는데, <Old King>이라는 작품으로 솔로작이다. 이 친구가 먼저 안무를 했고 레발레에서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어 제작자로 나섰다. 그러면 레발레의 레파토리가 되는 거고 레발레 작품으로써 팔려나가게 된다. 우리가 하는 이번 작업도 그렇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유럽에 갔을 때 레발레에 들러 담당자를 만나고 얘기도 나눴다. 국적이 다른 친구들이 모여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더니 누구 아이디어냐고 하면서 굉장히 좋다고 하더라. 6월 28, 29일 LIG 강남에서 공연 하고 나면 바로 7월 5일 아비뇽에서 <Out of context>를 위해 다시 만난다. 그때 다시 얘기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물론 각자의 나라에서도 공연을 추진 할 것이다.

이지현 : 레발레가 그런 식으로 무용수가 만든 작품을 많이 사는 편인가?
예효승 : 아니다. 여태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유럽의 경제 위기 속에서 알랭도 신작에 대한 예산이 60%까지 삭감되었다가 겨우 80%로 끌어 올렸다. 빔 반데키브츠의 경우도 예산이 없어 신작을 유보할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신작에 대한 부담은 줄이면서 레발레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친구들이 만든 레발레의 색깔이 담겨 있는 작품에 대해 선호하는 거 같다.

이지현 : <Out of context>가 140회 넘게 투어를 다니는 건 관객의 사랑을 많이 받는 거 같다. 나 역시 아주 독특한 작품으로 무용수 한사람의 다양성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예효승 : 알랭이 오디션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튀지 않는 사람, 즉 조화로울 수 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람들로 작품도 하나의 덩어리가 되길 원한다. 물론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무용수로부터 작품을 만들어 나가지만 그 중 누가 하나 튀는 건 경계하는 거 같다. 댄서가 흑백이었는 데 알랭의 손에 가면 무지개 빛으로 다양한 것들이 끌어내진다. 알랭은 진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솔직하게 춤추고 관객과도 그런 진실이 통하는 것을 원한다. 그래서 알랭의 댄서들은 마음을 주고 받는 가족과 같다. 그래서 작업을 하는 것과 사는 일이 분리되지 않고 함께 계속 같이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되는 거 같다. 알랭을 가까이서 보면 정말 단순하고 순수한 삶을 산다. 작품과 사람이 다르지 않다. 알랭의 작품이 볼거리는 적어도 세계의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소통하는 거 같다.

 

 



이지현: 유럽에서 댄서를 어떻게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나?

에효승: 특별하게 그런 건 없다. 하지만 안보이는 경쟁이 있다. 주제를 줬을 때 적합한 것을 내놓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 순발력, 아이디어 이런 것들로 경쟁한다. 내 것이 채택이 되면 내 움직임을 모두 따라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이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보는 쾌감이 있다. 그 사람에게 그 부분에 대한 전권을 준다. 그런데 내께 하나라도 채택되지 않으면 좀 여러가지가 괴롭다. 그래서 긴장하고 집중한다.

이지현 : 춤에 대한 생각은?
예효승 : 나는 움직임이 먼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표현할 것에 대한 아이디어에 따라서, 움직임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움직임 자체엔 별 관심이 없다. 안무가와 상호작용속에서 아이디어가 몸으로 표현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다. 그리고 관객은 댄서가 솔직하게 땀흘리고 진실하게 접근한 만큼 느낀다고 생각한다.

이지현 : 오랜만에 댄서와 만난 것 같다. 아까 말한 것 처럼 한국사회에서 순수하게 댄서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점점 어려워 진다. 나는 춤은 댄서에게서 완성된다고 보는 사람이고, 그래서 댄서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 좋은 무용수로 오랫동안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시간 내주어 고맙다.

 

2013. 04.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