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ㆍ특집

기획 취재_ SNS를 통한 무용 마케팅
대중을 움직이는 소리 없는 움직임
장수혜_용인문화재단 기획마케팅팀

 선선한 날씨 때문일까? 지난 몇 달 간은 유난히 거리공연이 많았다. 순수 무용수들도 극장무대뿐 아니라 거리로 나서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각종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포착 할 수 없는 거리공연들을 기록하고 알리는, 소셜 네트워크사이트(SNS)내의 포스팅도 더욱 다양했다.
 각종 무용영상과 사진은 SNS상에서 수 백, 수 천 개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미처 공연을 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고 무용수들은 새로운 관객과 팬들을 얻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1990년대부터 형성된 SNS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 지나가는 이방인들 사이에서도 같은 영상과, 기사 등을 접하고 ‘좋아요(like)’를 눌러주고 ‘리트윗(retweet)’하는 사이라는 비밀스런 관계를 형성하며 여론을 형성하고 대중의 공감을 얻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춤단체를 포함한 각종 해외예술단체에서도 약 2012년 정도부터 이미 SNS를 이용하여 활발하게 예술의 대중화를 펼쳐왔다. 그리고 늦게나마, 이런 움직임이 국내에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해피 서울 프로젝트: SNS 마케팅의 성공사례

 “한국인들이 이렇게 춤을 잘 추는 줄 몰랐다” 

 

 지난 8월경, 페이스북에는 요상한 움직임이 보였다. 사람들이 해피 서울(Happy Seoul)이란 간판을 들고, 이곳 저곳에서 춤을 추는 듯한 사진을 각자의 페이지에 올리기 시작했고, 10월 1일, 드디어 유투브에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 영상은 미국 가수 퍼렐 윌리엄스의 히트곡 ‘해피(Happy)’에 맞춰 도시를 표현하는 댄스뮤직비디오의 서울버전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영화감독 라울 다이셀(Raoul Dysell)이 본인이 살고 있는 서울을 홍보하고 세월호의 슬픔에 빠져있는 한국인들에게 행복한 기운을 전해주기 위해 서울시청의 허가를 받고 지난 몇 달간 진행해온 해피서울 프로젝트(Happy Seoul Project)로 밝혀졌다.



 



 이 프로젝트는 게릴라식으로 촬영날짜와 장소를 소셜미디어에 공지하면 시민들이 그 자리에 모여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방식으로 촬영되었다. 처음에는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곧, 스트릿댄서와 전문 무용수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영상에 출연한 무용수, 시드니 랭포드는 지난 2013년, 댄싱9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방송이 끝난 뒤 현재 국내에서 서지댄스 인텐시브(Surge Dance Intensive)라는 컨템포러리 댄스워크숍을 운영하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시드니는 우연히 참가하게 된 해피서울 프로젝트에서 “굉장한 에너지를 느꼈다”고 한다. 촬영당시, 머뭇대던 군중들 사이로 시드니가 나서서 춤을 추자, 춤을 어려워하던 일반인들도 그녀를 따라 카메라 앞에서 한 동작으로 춤을 추며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고 한다. 시드니는 “만일 이 같은 SNS마케팅을 무용에도 적용한다면 큰 파급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 전문 무용단체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해피서울 뮤직비디오는 영상이 공개된 지 일주일 만에 약 100만 조회수를 돌파했고, 국내 뿐 아니라 각종 해외언론에서 소개되며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한국인들이 이렇게 춤을 잘 추는 줄 몰랐다’, ‘서울이 이렇게 밝고 활기찬 도시라니 서울에 가보고 싶다’며 긍정적인 찬사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SNS를 통한 전통발레의 대중화

 

 해외에서는 이미 이와 같은 SNS마케팅을 클래식무용단에 적용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다. 1933년부터 시작되어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발레단(San Francisco Ballet)은 SNS를 통한 마케팅으로 새로운 관객층의 관심을 얻으며 지역사회에서의 명성 뿐 아니라,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초기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했던 칼리 세번(Carly Severn)은 “온라인 마케팅에는 생소했던 전통발레단이 디지털 마케팅 관리자라는 새로운 직무를 만드는 혁신적인 시도를 한 것이 바로 성공의 비결 이었다”고 말했다.
 칼리는 무용이나 예술전공자가 아닌,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로서 2011년 처음 발레단에 합류했다. “SNS를 시작하기 전에는 발레단의 수많은 유령 팬들이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발레단의 정보를 놓치기 일쑤였으나, 활동을 시작한 뒤로 관객층이 훨씬 다양해졌고, 특히 젊은 층의 참여가 활발해졌다”며 SNS관리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칼리는 “관객들 중 일부분은 발레나 예술전공이 아닌 일반인들이며, 그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 SNS를 잘 이용한다면 매우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는 약 22만명이며, 트위터 팔로워는 3만6천명이다. 이 밖에도 유투브, 텀블러 등 다양한 채널의 관리를 위해 SNS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외부업체를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며 대중들의 관심을 지속화하고 있다. 


 

 국내 페이스북 페이지 ‘무용과’ : 무용의 대중화를 위한 시도
 “무용으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

 

 ‘무용과'는 무용의 대중화를 위한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로 무용(한국, 현대, 발레) 관련 컨텐츠를 공유하는 곳이며 약 2만5천명의 페이스북 유저가 구독하고 있다.
 이 페이지의 운영자는 “순수무용은 관객들에게 소통하기 어려운 춤으로 인식되어 있으며 타 장르의 비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혀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이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용과’ 페이지의 구독자는 다양한 연령대로 무용인의 비율이 약 60%, 일반인이 40% 정도로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지역에서 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부분 무용관련 페이스북 페이지들은 특정 학원홍보, 영리수단을 목적으로 활용되는 반면, 무용과 페이지는 순수무용(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 등을 위주로 영상을 소개하며, 무용의 기본이나, 무용사 등 기본 지식들도 알리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몇 년간 “무용으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다”라는 슬로건으로 ‘무용 동작 플래시몹’, ‘무용버스킹’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기획하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그러나,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SNS상에 무분별한 포스팅을 한다면 전통예술의 의미가 사라지거나 잘못 전달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SNS를 통해 모든 장면을 노출한다면 관객들이 작품 값을 지불하고, 예술가가 창작물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어야 참 의미가 생기는 ‘라이브 공연’의 특수성도 사라진다.
 이에 대해 무용과 페이지 운영자는 ‘무용대중화’의 의미를 다시 상기시켰다. “무용 대중화란 자극적인 무용으로 많은 사람들을 관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순수)무용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오게끔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무용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곧, 대중화라는 주제를 잡고 문화예술 트렌드를 활용하여 대중에게 접근한다면, 본질적인 순수무용을 지키고 장려할 수 있습니다.”
 무용과 페이지를 구독하는 한 전문 스트릿댄서는 실용 및 스트릿댄서들도 이제는 장르에 구분 없이 순수무용 장르의 메소드와 기본을 수용하고 있고, 이제는 근본적인 장르의 구분보단 움직임의 대한 연구가 조금씩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무용과 페이지를 통해 접해보지 못한 장르를 많이 접한다고 말했다.
 국내 무용단들의 SNS도 적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공식적인 언론기사, 공식영상 및 사진 등을 홍보하는 정도이다.
 이제 SNS는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뛰어넘어 기업과 국가의 홍보수단이 되고 있다. 그리고 상업적 기사와 홍보가 솟구치는 가운데 예술을 향한 관객들의 마음은 열려있다. SNS상 각종 무용관련 영상의 댓글을 보면 무대에서 접해보지 못한 또 다른 차원의 뜨거운 반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은 어렵고 심오한 문화예술보다 쉽고 재미있는 콘텐츠에 집중한다. 바로 지금, 관객들은 무용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무용수들은 이제 그 기대에 부응할 차례다. 조금만 더 소통하기 위해 마음을 연다면, 예술극장에서 TV로, 컴퓨터로, 영화관으로 돌아선 관객들을 다시 붙잡아 순수무용을 지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또, 온라인에서도 관객들이 올바른 컨텐츠를 접하여 순수무용을 지킬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2014. 11.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