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2020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해외 진출 창구로 뿌리내린 SCF
  • 일    시
    2020년 11월 22일 (일) 오후 3시 30분
  • 장    소
    아카데미아인(서울 동교동)
  • 사    회
    김채현
  • 참석자
    김재덕 김재승 김진아 오재원 이인수 이지희


ⓒ춤웹진




김채현: 한국현대무용진흥회가 여는 올해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CF: Seoul Int’l Choreography Festival)가 12월에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립니다. SCF는 ​1992년 ‘프랑스 바뇰레 국제안무페스티벌’ 한국 플랫폼 개최에서 시작하여 1994년 ‘한국안무가경연페스티벌’로 변경되어 지속되었고 2008년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열려 왔지요. 근래 와서 SCF가 국내 인디 무용가들 사이에서 ‘해외 진출 창구’로 언급되는 것을 자주 듣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SCF를 통해 해외 진출을 경험한 분들에게서 경험담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늘 참석자 가운데는 이인수님이 SCF를 통해 해외로 나가는 것을 가장 먼저 경험한 줄로 압니다. 이인수님이 해외로 나간 계기를 들어보는 것에서 좌담을 시작할까 합니다.

이인수: 2007년까지는 ‘바뇰레 국제 안무대회’였는데, 2008년에 SCF로 바뀌면서 저는 제1회 때 참가했습니다. 김재덕님도 같이 참가했고 그때는 상이 있었어요. 〈Modern Feeling〉 작품으로 안무 그랑프리 상을 받았고, 당시 SCF를 참관 심사한 이스라엘 분을 통해 ‘텔아비브 댄스 페스티벌’(Tel-Aviv Dance Festival)에 초청됐어요. 9년 뒤, 2017년에도 참가했습니다. 그때도 상이 있었는데, 솔로 & 듀엣 부문에 〈A first meet〉라는 솔로 작품으로 참가해서 1위를 하고 다른 기획자분을 통해 해외에 나갔지요. 즉흥 작품인데, 불가리아, 터키, 헝가리 두 곳, 루마니아에 초청받습니다. 터키는 취소됐고요. 직접 간 것은 헝가리 ‘모노탄츠 페스티벌’(MonoTanc Festival), ‘에이 탄츠 페스티벌’(A Tanc Festival) 그리고 루마니아 M스튜디오에서 열린 기획공연, 불가리아 ‘원 댄스 위크’(One Dance Week)에 갔고 헝가리 ‘에이 탄츠 페스티벌’에서는 메인 상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는 평론가상을 받고, 한국춤비평가협회에서 베스트 작품상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 의외로 불러주는 곳이 많이 없었어요. 갈라 공연을 많이 했었고요. ‘서울국제무용콩쿠르’와 SCF, 지방 행사에 갈라 공연했어요.




이인수 ⓒ춤웹진




김채현: 이인수님은 ‘텔아비브 댄스 페스티벌’이 첫 해외 진출이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어떤 조건으로 갔었던가요?

이인수: SCF 심사에 오신 이스라엘 기획자가 초청했어요. 오래돼서 잘 기억은 안 나는데 항공료는 자비 부담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지원받아서 갔고, 출연료는 소정의 금액을 받았던 거 같아요.

김채현: 김재덕 님은 2008년도에 어떻게 가게 됐나요?

김재덕: 그 당시에 (몇 해 전 돌아가신) 일본 극장 기획자 타가야 세이지 선생께서 심사위원상을 줬어요. 그래서 ‘도쿄 트리엔날레’(Tokyo Triennale)에 초청받았고, ‘인도네시아 댄스 페스티벌’(Indonesian Dance Festival)에서 작품을 선정하는 분이 저의 〈다크니스 품바〉를 초청했지요. ‘인도네시아 댄스 페스티벌’에서 현재 10년째 일하고 있는 T.H.E. Dance Company 디렉터 퀵 쉬 분(Kuik Swee Boon)이 보고 다음 연도에 초청해서 레지던시 코레오그래퍼를 그때부터 10년 동안 하게 됐고 그 인연으로 동남아 쪽에 저의 작품을 알리게 됐어요.

김채현: 재덕 님도 SCF로 해외에 처음 나간 거예요?

김재덕: 네. 그 이후에 PAMS에 나가면서 다른 기회가 열린 거죠.




김재덕 ⓒ춤웹진




김재덕: 이인수 님도 2008년에 해외에 처음 나갔던가요?

이인수: 아니요, 그전 2007년 뉴욕의 ‘링컨 센터 아웃 오브 도어스 페스티벌’(Lincoln Center Out of Doors Festival)에 초청받았어요. 〈Modern Feeling〉은 아니고 다른 작품입니다.

김채현: 오늘 참석자 가운데 2008년도 이후에는 김재승님이 SCF를 통해 해외로 나간 줄로 압니다.

김재승: 네, 이인수님, 김재덕님처럼 또래 현대무용 하는 친구들이 해외 초청되는 걸 보면서 한국무용이지만 저도 해외공연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처음 도전했었지요. 2013년에 한량무 소재로 한 창작 작품 〈자〉(子)를 갖고 라이브 연주자 2명과 함께 참가했는데, 그때 솔로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받고 리투아니아와 이스라엘에 초청받아서 2014년에 첫 해외 공연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 작품으로 불가리아, 스페인, 프랑스에 갔었고요. 2019년까지 계속 2년 간격으로 모두 3번 SCF에 참가했는데, 〈나그네와 우거한 자〉 작품으로 2016년에 해외 초청받았고 그 후에 다른 작품 〈시나위: 부조화 속의 조화〉로 이스라엘과 뉴욕에 초청받았어요.

김채현: 나갈 때마다 작품을 냈는데, 해외 기획자나 비평가가 보고 초청했다는 거죠? 초청 조건은 비슷하겠죠?

김재승: 네. 영상으로 초청받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SCF의 경우는 디렉터가 와서 작품을 보고 직접 뽑아가니까 아무래도 처음 도전하는 친구들한테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요. 저도 실제로 SCF를 계기로 해외에 처음 나갔고 시야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김채현: 올해는 외국 디렉터나 기획자들을 초청할 수가 없으니까 만날 수 없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외국 기획자, 비평가를 SCF 행사에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분을 초청하면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는데, 오늘 얘기를 들어보고 또 이전에 들은 얘기도 그렇고 이분들이 직접 와서 컨택을 하니까 해외 진출이 빨리 추진되는 거 같고 그 덕을 본 거 같습니다. 그다음에 또 어느 분이 해외로 갔는지요?

이지희: 저는 2014년에 처음 참가했어요. 참고로, 저는 가림다무용단 소속으로 매년 정기공연을 합니다. 제가 가림다무용단 정기공연 때 처음 안무한 작품을 SCF에 그룹 부분으로 내게 됐어요. 출연 멤버를 줄여서 대극장에서 올렸는데, 그때 불가리아 ‘원 댄스 위크’에 초청돼서 갔습니다. 그 멤버를 더 줄여서 4명이 갔는데, 항공료를 지원 받을 수 있는 기간과 잘 안 맞았어요. 그런데 인원이 좀 있다 보니 고맙게도 현대무용진흥회 측에서 항공료를 일부 지원받아서 갔습니다. 작품이 30분짜리였는데 대극장 단독 공연이었어요. 여러 팀과 함께 하는 공연일 줄 알았는데 단독 공연이어서 첫 해외 진출이지만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시작했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 이후 2017년에 SCF에 참가하여 2018년도에 일본 ‘오도루 아키타’(Odoru Akita), 미국 ‘92Y 하크니스 댄스 센터’(92Y Harkness Dance Center), 그다음 해에 핀란드에 초청받았습니다. 작년에 한 번 더 나가게 돼서 올해 일본하고 내년에 에스토니아 공연이 예정돼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본 초청은 취소됐고 에스토니아도 아마 어려워질 거 같아요.

김채현: 김진아 님은 몇 년도에 참가했나요?

김진아: 2017년도입니다. 아마도 제가 SCF에서 가장 많은 덕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직업 무용단 단원이었는데 SCF를 통해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할 수 있거든요. 직업 무용단이고, 천안에 있어서 안무가의 꿈은 갖고 있었지만 꿈을 펼칠 길이나 방법을 전혀 몰랐었어요. 그때 운 좋게 김종덕 안무가님이 단장님으로 오시면서, 기획 공연 때 제 안무작을 보시고 SCF에 도전해보라고 말씀해주셔서 처음 도전했어요. 2017년에 〈살:〉이란 3인무 작품이었고, 심사위원장상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육완순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그때까지 한국무용 작품 중에서 외국 디렉터에게 가장 많이 초청을 받았고, 너무 많아서 세 곳으로 압축해야 했어요. 그래서 이스라엘, 핀란드, 프랑스로 축소했고 무용단 일정 때문에 이스라엘만 가게 됐어요. 나중에 불가리아에도 초청을 받아, 다행히 일정이 맞아서 불가리아 ‘원 댄스 위크’에 이인수 님과 같이 갔어요. 끝나고 육완순 선생님께서 불가리아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원 댄스 위크’가 끝나고 관객 설문 조사를 했는데 여태까지 페스티벌 공연 중 가장 좋았던 작품 뽑으라는 문항에서 제 작품이 됐다고 연락을 받으셨대요. 그러면서 갈라 공연도 하고 SIDance도 참여했어요. 그 계기로 안무가로서 이름을 알릴 계기가 됐지요.




김진아 ⓒ춤웹진




김채현: SCF를 통해서 해외에 두 번 나갔나요?

김진아: 네. 핀란드에도 가기로 했는데,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내년 일정으로 바꿨습니다.

김채현: 근래 몇 해 SCF 행사를 보면 해외에서 디렉터, 기획자, 평론가 같은 분들의 수가 우리나라 참가자보다 인원수가 많은 거 같아요. 해외에서 초청하는 게 그만큼 의미가 있다는 것인데, 그 많은 분들을 초청하려면 결국 예산 문제가 따르는데 항공료, 체재비가 만만치 않을 거예요. 그렇게 해마다 20~30분 정도 초청하는 거 같더라고요. 이런 면에 돈을 많이 투자한다고 느꼈고, 그 효과가 그만큼 있어 보여서 다행스럽네요. 이제 끝으로 오재원님의 경험담을 들어볼 차례입니다.

오재원: 전 2018년 SCF에 처음 참가했어요. 그전에는 SCF 존재를 몰랐어요. 저는 독일에 있다가 2015년에 귀국했어요. 독일로 가기 전 예전에 프랑스 바뇰레 콩쿠르의 한국 지역 예선에 풀연한 적은 있었지요. 그런데 SCF에 참가하고 나서 그 전신이 프랑스 바뇰레 콩쿠르인 줄 알게 되었지요. 외국에 17년 정도 있다 보니까 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쉬고 교육하면서 작품을 할까 했는데, 그때 육완순 선생님과 하정애 선생님이 참가를 권하시더라고요. 솔로 부문으로 나갔어요. 그전에 솔로 〈The Hole〉이라는 작품으로 독일 ‘쾰른 국제무용페스티벌’에서 1등상을 받으면서 독일 대표로 선정된 적이 있었어요. 한국인인데 독일 대표가 될 수 있느냐고 독일 측에 물었더니 회의를 거쳐서 한국인이지만 독일 대표로 나갈 수 있다 해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국제무용페스티벌’에서 각 나라 지역 콩쿠르를 거쳤던 1등들하고 다시 또 5일 정도 경연을 치렀는데, 운 좋게 솔로 1등을 하고 심사위원상과 관객상을 받게 됐거든요. 그 작품을 한 번 한국에서 선보였던 것입니다. 하정애 선생님이 보시고 SCF에서 올려보자 해서 올렸더니 일본하고 이스라엘, 터키에서 초청이 오더라고요.

김채현: 세 곳 다 항공료 자비로 갔던가요?

오재원: 네, 다 자비로 갔습니다. 전 부담이 없게 솔로여서 출연료 받는 거로 했어요. 그런데 SCF는 다른 행사와는 다르다 할까 연속성이 있더라고요. 한 번 가서 선보이면 그 안무자, 디렉터들하고 개인적으로 컨택을 하게 돼요. 올해 여름에도 SCF와 별개로 다시 개인적으로 초청받았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못 가게 됐거든요.

김채현: 연속성을 갖는다는 건 관계가 지속된다는 뜻인가요?

오재원: 네. 그분들하고 네트워킹이 돼요.




오재원 ⓒ춤웹진




김채현: 그동안 SCF를 보면 해외에서 오신 분들이 매년 엇비슷하게 다시 오시더라고요. 아까 소개한 일본 타가야 세이지 그분은 한국에 10년 넘게 오셨을 겁니다. 오래 체류하고 있어서 말하자면 SCF에 오신 분들은 한국 춤의 흐름을 나름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한국의 무용가들을 발굴 내지는 발탁하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SCF 행사 전후로 장기간, 약 2~3주 정도 한국에 체류하면서 SCF 행사도 함께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분들 가운데 상당수는 해마다 가을의 한때를 서울에서 보낸다는 감이 들 만큼 저도 가을이면 낯익게 만나는 분들이 생겨나더군요. 이처럼 지속성이랄까 연속성 면에서 한 사람이 반복해서 서울에 모여 서로 간에 의견을 나눌 것이고, 더 결정적인 하나는 한국 사람들의 춤의 정서를 아무래도 경험이 없는 분들보다는 훨씬 잘 파악할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해외 디레터들이 SCF를 통해서 나갈 무용인들의 수준이나 경향을 짐작하기 때문에 자신을 갖고 초청이나 발탁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만큼 SCF의 역할이 탄탄하다는 것인데, 오늘 참석하신 본인들의 해외 경험에 비추어 특기할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인수: SCF는 젊은 안무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고 저는 확실히 추천하는 행사입니다.

김채현: 지금도 젊은 안무자들이 참여하는 경연대회가 국내에 더러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이처럼 지속해서 해외와 네트워킹을 추진하는 행사는 드뭅니다. SCF 측에 자료를 요청해서 조사해보니까 2008년 이후 우리 무용가 150명이 SCF를 통해서 해외 진출을 했어요. 전체적으로는 101개국이에요. 해외 진출 창구라는 것이 과장된 것이 아니겠다는 판단이 들고, 그만큼 평가 받을 행사라 봅니다. 경연대회라고 하면 대개는 테크닉을 전시하는 데 급급해서 안 봐도 아쉽지 않은 행사가 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생각을 최근 몇 해 SCF를 통해 갖게 됐어요.

오재원: 제가 독일에 있을 때 처음에는 한국인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제가 독일 가고 10년 정도는 어쩌다 가끔 한국인을 봤어요. 처음으로 한국인을 봤던 게 제가 Bremen Tanz Theater에 있을 때 저희 센터에서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그때 초청됐던 단체가 세드라베였고 예효승 님이 처음 입단해서 왔더라고요. 우리 한국 댄서들도 점점 들어오는구나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가 10년쯤 지나고 나니까 2010년경부터 물밀 듯이 들어오는데, 어느 페스티벌을 가든 콩쿠르를 가든 한국인들을 보게 됐어요. 당시 동양 쪽에서 타이완이나 중국 쪽이 강세였어요. 일례로 임마누엘과 작업하고 나서 나중에 만났을 때 무용단 오디션에서 한국 사람을 뽑았대요. 그때 물밀 듯이 들어오게 하는 창구가 있지 않았을까 궁즘증이 들더라고요. 귀국해서 보니까 그 창구 중 하나가 SCF였던 거죠.

김채현: 1990년대에 한국의 무용인은 찾을 수 없었어요. 큰 페스티벌을 가보면 몇 년에 한 번 보는 식이었는데 방금 얘기하신 대로 2010년대가 되면 한국 출신 안무가, 무용수들이 더러 눈에 띄더군요. 1990년대 전반기에 유럽에서 제일 많이 눈에 띈 동양인이 일본 사람이었어요. 그 외에 타이완, 홍콩 대개 그런 식이었는데 지금은 상황 자체가 일변해서 한국도 드물지 않고 아주 흔한 건 아니지만 한국 사람이 적다는 인식을 이제는 잘 안 갖는단 말이죠. 한국하고 일본이 인구가 1:2예요. 그런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튼 한국 무용인들의 유럽 진출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게 SCF라는 거죠. SCF 같은 행사를 충실하게 해나가니까 비록 경연을 안 하더라도 한국의 무용가들이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상승작용을 하지 않겠느냐고 보는 겁니다. 김재승 님, 김진아 님은 코리안 댄스를 하셨단 말이에요. 말하자면 그런 경향의 작품을 출품한 것 아니에요. 굳이 한국무용, 현대무용 식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그런 점에서 본인들이 해외에서 들은 얘기는 없는가요?

김재승: 제가 처음 나갈 때만 해도 K-POP이 그다지 유명하진 않았습니다. 처음에 나갈 때는 동양의 문화, 동양 철학에 관심이 있다 보니까 전통소재의 악기들 장구, 대금으로 전통 선율을 창작해서 하고 그런 전통에서 왔다는 거 자체가 그 사람들한테 의미가 있었던 거 같아요. 2~3년 후에는 K-POP 영향이 있긴 했어요. 한국 드라마나 영화, 한국 아이돌이 한국적인 의상을 입고 나오기도 하고 한국의 예술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게 되면서 한국의 전통을 소재로 한 작품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돼서 혜택을 많이 받은 편입니다. 한국적인 소재로 작품을 했기 때문에 해외에 갈 기회가 열리지 않았을까 하고 그들이 한국에 왔을 떄 그런 작품 한 두 개는 꼭 선정해서 해외에 소개하더라고요.




김재승 ⓒ춤웹진




김진아: 같은 맥락인데요. 저도 한국적 소재를 활용한 작품을 추구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더 인상적으로 남았던 거 같아요. 외국 디렉터들의 평을 보면 한국의 미적 아름다움을 즐겼다, 높이 평가한다고 합니다. 한국적인 소품, 의상, 색깔, 움직임, 정서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잘 버무려서 조화롭게 만드냐가 포인트였던 거 같고 확실히 외국에 나가서 여러 작품을 보니까 외국 안무가들의 선망도 있었는데 오히려 한국 안무가들이 잘하고 멋있고 또 실력 있는 안무가들이 많다는 것을 크게 느꼈어요.

김채현: 지금 해외 진출 경험을 소개하는 중인데, 해외 기획자들하고 지금도 끊이지 않고 연락을 하는가요? 혹은 이런저런 행사가 있는데 추천해 달라든지 하는 상의를 받기도 하나요?

오재원: 작년 여름에 터키 이스탄불에 갔어요. 공연을 한 번 하고 이스탄불 모던댄스 씨어터에서 워크숍을 9일 동안 했어요. 제가 갔을 때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그 전에 김동규님이 갔을 때 인식이 좋아서 굉장히 기대를 많이 했더라고요. 굉장히 인상 깊었었나 봐요. 워크숍을 하면서 한 댄서가 끝나고 물어보더라고요. 한국의 댄서들은 특별한 트레이닝을 받냐고요.(웃음) 거기 있는 친구들이 국적이 다양해요. 많이 봤을 텐데도 그런 얘기를 하는 거 보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강한 거 같았어요. 거기 디렉터는 지금도 계속 연락이 와요. 코로나가 풀리면 워크숍, 안무했으면 좋겠다고요.

김채현: 혹시 이지희님은 경험이 없었어요?

이지희: 보통 해외 초청이 되면 공연 날짜를 통보받게 되잖아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셨듯이 기획자들이 매년 오다 보니까 기획자끼리도 교류가 활발한 거 같았어요. 몇 군데 초청됐을 때 그분들끼리 날짜를 조율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 2018년에 미국과 일본에 갔어야 했는데 일본에 갔다가 바로 미국에 갔고, 일주일 간격으로 하고 왔어요. 기획자들이 개별적인 게 아니라 가족처럼 해주시니까 수월하게 할 수 있었죠.




이지희 ⓒ춤웹진




오재원: 한국의 지원 시스템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요?

김채현: 한국 사정을 아니까 배려를 해주는 것으로 보입니다. 창작 내지 출연진이 불편함 없이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배려는 당연한 건데 국제적으로 소통이 잘 안 되면 쉽진 않을 거란 말이죠. 그만큼 진취적이다는 생각이 드는데, 꾸준히 하니까 그렇게 되었겠죠? 그럼 SCF에 서 이런 점은 보완이 됐으면 한다는 느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우선 제가 궁금한 것부터 풀고 싶네요. SCF에서는 그랑프리, 심사위원장상에 부상으로 상금이 있습니까?

김재승: 있던 적도 있어요.

김진아: 제가 했을 때는 상금이 있었어요.

이인수: 1회 때도 있었어요. 2백 만원이었어요.

김진아: 이제 경연제가 없어지고 전체 참가작들을 초청으로 바꾸면서 상금이 없어진 걸로 압니다.

김채현: 상금이 있으면 좋을 테지만, 없어도 무방하겠군요.

김재승: 그랑프리가 없어지고 해외 초청을 중점적으로 하는 거로 해서 경연의 느낌보단 페스티벌 느낌이 강해졌죠.

김채현: 해외 초청을 중점으로 한다는 것은 어떤 작품에 대해 해외에 추천되는 우선권을 부여한다는 뜻인가요?

김재승: 전체적으로 해외 초청에 중점을 둔다는 뜻입니다. 해외 초청은 디렉터들이 직접 컨택합니다. SCF가 추천해주는 것보다는 해외 디렉터들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공연 끝나고 나서 로비에서 안무가들과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눠요.

김채현: 경연대회보단 춤 마켓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네요. 어쩌면 바람직스럽습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안되니까 아마도 동영상을 찍어 해외로 보내는 방법으로 할 것 같군요.

김재승: 상 받고 초청을 못 받은 적도 있었어요. 작품의 규모가 크거나 작품은 좋았는데 자기 나라 사정에 안 맞는 것이 있습니다. 이제는 경연 시상 제도보다는 해외 초청에 의미를 두는 행사로 변화된 거 같아요.

오재원: 작년부터 선정에서 100% 해외 디렉터들의 권한으로 바꿨어요.

김채현: 그래서인지 근년에 들어 해외 디렉터나 기획자들이 더 많이 오지 않았나 합니다. 행사 규모에 비추어 국제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디렉터, 기획자들이 많이 와서 사실 좀금 놀랐어요. 경연대회에서 마켓으로 중점이 이동하는 데 따른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행사가 지속될 수 있는 중요한 전략 포인트 같아요. 해외에도 유사한 행사도 있을 것이고 그런 것과 비교한다든지 SCF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이 있다면 어떤 점이 들어질까요?

이인수: ‘Dance NOVA’라고 대학생, 대학원생 친구들도 따로 경연을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그 부분이 가장 좋은 거 같습니다. 학부생 같은 경우는 졸업 이후에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몰라서 무용을 그만두는 친구도 많거든요. 그런데 일찍이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콩쿠르 스타가 되지 않아도 안무가로서 역량을 끼칠 수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들이 SCF가 크게 제공하는 것 중 하나로 봅니다.

김채현: 눈여겨봐야겠네요.

김재승: 저 같은 경우는 한국무용이다 보니 해외 디렉터들을 만나서 코멘트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경험이 많지 않았어요. 내가 하는 작업을 과연 해외 사람들은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얘기를 듣고 싶어서 나왔는데, 더 연구하고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거 같아요. 작업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잘하고 있는 건가 방황하던 시기에 했던 거라서 자신감도 얻었어요. 견문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해줬던 거 같아요. 피드백이 바로 오니까 직접 들을 수도 있고요.

김재덕: 제가 처음 참가할 당시에 ‘트리엔날레’ 공연 이후 일본에서 많은 기획자, 쉽게 말하면 도쿄 트리엔날레 공연을 토대로 그분들과 대화할 수 있게 됐어요. 예를 들면 요코하마의 기획자도 타가야 세이지 선생님 밑에서 있었던 분이고 당시에 거기 트리엔날레에 다 모이더라고요. 이후에 일본에서 공연할 때도 예술감독으로 계신 분들이 당시에 만났던 몇 분들이에요. 그런 분들한테 다시 연락이 온 적도 있었고요. 좋은 인연이었어요.

김채현: 타가야 세이지 선생이 심사위원장상을 재덕님한테 수여해서 해외에 가게 됐고 싱가포르까지 인연을 맺은 거죠?

김재덕: 네. 연달아 인연을 맺었죠. 그래서 항상 육완순 선생님께 말씀드려요. 12년 전 일이지만 제가 SCF에서 타가야 세이지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 제가 없을 수도 있다고 전화 드릴 정도로 저한테는 큰 기회였어요.

김재승: 이스라엘 초청됐을 때 현대무용 프로젝트에서 권위 있는 극장에 갔어요. 더 좋은 극장에 갈 수 있었던 계기가 됐고, SCF 나갔던 게 저한테 소중했습니다. 제가 20대 후반에 처음 참가해서 지금 30대 후반으로 10년 정도 됐는데,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봅니다.

김재덕: 저는 정말 하나로 많은 것들을 얻었던 거 같아요. SCF를 통해서 아시아 쪽에서 많은 교류가 생겼었고요.

김진아: 저는 SCF를 통해서 꿈같은 시간을 보냈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희망과 용기를 얻었어요.

김채현: 대학 시절부터 그런 계기를 갖는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Dance NOVA’가 더 많은 자극을 주었으면 하죠.




사회_김채현 ⓒ춤웹진




이지희: 아쉬운 점을 한 가지 말하자면, 현실적으로 예산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이지만 국제안무페스티벌이잖아요. 그룹으로 했을 때 안무력이나 구성 같은 게 더 부각될텐데 몇 년 전부터 마켓 성격이 강해지면서 아무래도 외국에 나갈 때는 소규모 작품을 선정하다 보니 솔로, 듀엣 위 주로 올라오는 게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이 아닐까 해요. SCF에 지원이 주어진다면 이 플랫폼을 통해서 더 다양하게 안무가들이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처음에 불가리에 갔을 때 단독 공연을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국내에서도 못했던 걸 해외에서 처음으로 했기 때문에 저한텐 특별한 경험으로 남는 페스티벌이었습니다.

이인수: SCF에 초연했었던 작품이 〈Modern Feeling〉이예요. SCF를 통해서 간 건 4개국 정도인데, 그때 이후에 다른 기획자를 통해서 해외 초청을 꽤 많이 받아서 해외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오재원: 한국무용이나 다양한 장르에서 더 많은 분이 시도하셨으면 좋겠어요. 이런 창구가 있기 때문에 특히 서구에서는 동양적인 걸 대충 알고 있고, 좀 더 전문적인 사람은 중국적인 것, 한국적인 것을 구분할 줄 알아요. 전 한국무용 전공이었고 대학 4학년 때 현대무용으로 바꿨지요. 독일 시어터에는 입단해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신문에 나와요. 새로운 누가 온다고 공지가 나가고 신문으로 보도되면 극장에 관객이 꽉 찰 정도로 오더라고요. 춤 베이스를 물어보는데, 가령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를 했다 하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질문이 한국국용이 어떤 건가 하는 것이었어요. 설명하기가 애매하여 대략적인 걸 보여주니까 이런 춤도 있네 하고 한국무용에 호기심을 보였습니다. 그런 때문에 이런 창구를 통해서 해외 진출이 정말 다변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또 한 가지는 다른 참가자들처럼 이런 행사를 통해서 해외 디렉터를 만나고 또 새롭게 작품을 선보이고 그게 연결돼서 다시 공연하게 되는 과정을 통하면 자신의 작품이 상품으로서 가치와 격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이 들게 되지요. 그전까지는 단발성 공연이 많이 있었는데 이렇게 상품화되고 마케팅의 수단으로서 충분히 활용할될수 있고, 더 나아가서 경제성을 키울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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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현: 오늘 참석한 분들께는 특히 SCF가 개인적으로 의미심장한 행사이겠다는 짐작이 듭니다. 말씀들을 죽 들어보면,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CF)’이 우리 무용인들의 해외 진출 창구라는 호칭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낍니다. 이렇게 되도록 주최 측도 그동안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고, 그에 못지않게 참가자들도 열의를 갖고 참여한 것으로 보이는군요. 경연대회에서 출발하여 마켓으로 진화하기까지 길게는 30년, 짧게는 15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집단적인 노력이 공동으로 일궈낸 결과 아니겠습니까. 그만한 시간이 흘러야 성과도 추적될 것이어서 쉽게 흉내낼 성과가 아닐 것이고, 또 행사를 제대로 치르겠다는 진정성도 그만큼 있어야 이런 성과가 가능할 것입니다. 곧 올해 SCF가 열립니다.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청년 무용인들을 위해 해외 진출의 기회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한국현대무용진흥회가 더욱 충실한 행사를 앞으로도 계속 추진하도록 다 함께 성원을 보냅시다. 오늘 참석해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정리: 이슬기 <춤웹진> 인턴기자

2020. 12.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