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연구

한국춤비평가협회 정기포럼 발제문
전통춤 구성의 체계적 규명은 어떻게 가능한가
송성아_춤비평가

1. 들어가며

오늘 우리는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문명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객체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더불어 주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통춤 연구는 인간의 다양한 삶의 방식 및 소산 일체로 정의되는 문화 정체성 탐구의 일환으로, 급변하는 세계 속에 한국 문화의 고유성과 보편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춤 연구의 첫 출발점은 예술적 사실에 해당하는 형식이라고 할 수 있고, 구성에 대한 체계적 규명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승무〉 의미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는 사계나 천지인 삼재사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것이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작품 구성에 대한 명료한 설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즉 구성 규명은 우리 춤 의미 해석의 토대 작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전통의 보존과 계승, 새로운 창작과 교육에 적극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수 있다.

전통춤 구성 연구는 개별단위 춤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각각에 대한 부분 연구만으로 충분한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개별은 일반론으로 총화 되고, 다시 일반론이 개별 연구의 동기가 될 때, 보다 견실한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20세기 일반언어학의 등장과 함께 비약적 발전을 이룬 언어 연구는 물론이고, 복잡다단한 장단과 대풍류(竹風流) 연구 등에서 그 실례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전통춤 구성 일반론은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난제로 남아있다. 접근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구전심수(口傳心授)의 전승방식으로 인해, 춤 구성의 부분단락(要素)을 체계적으로 서열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 발표는 다소간 생소한 마루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하며, 이를 통해 전통춤 부분단락의 체계적 서열화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마루 개념

마루는 전통 음악과 춤의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단락 명칭이다.1) 음악의 경우, 성악곡의 하나인 민요는 선창과 후렴으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이 각각의 단락을 절(節)이라고 한다. 그리고 산조를 비롯한 여러 기악곡에서 몇몇 장단이 모여 단락을 이룰 때, 장(章)이라고 한다. 이러한 절과 장의 옛 이름이 마루이다.2) 음악 구성은 낱낱의 음(音)이 아니라, 이들 단락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이 점에서 마루는 구성의 기본 단락인 동시에 음악적 표현력을 확보하는 단락이라고 할 수 있다.3)

한편, 춤에서 마루를 부각 시킨 최초의 인물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보유자 故한영숙(1920-1990)이다. 그는 공연조건이나 환경에 따라 춤을 구성할 때, 기본이 되는 것은 낱낱의 동작이 아니라, 마루임을 강조한다.4) 이후 춤 마루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은 故이애주(1947-2021)의 연구5)에서 확인되며, 장희전6)과 송성아7)로 이어진다. 이들 연구에서 도출된 몇몇 내용을 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성준-한영숙-이애주로 이어지는 춤은 마루 구분이 명확하다. 반면 봉산탈춤 〈목중춤〉, 궁중정재 〈처용무〉와 〈춘앵전〉은 마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이에 상응하는 단락이 존재한다. 음악의 각기 다른 장르(성악곡과 기악곡, 궁중음악과 민속음악)에서 구성의 기본 단락을 마루라고 총칭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여러 춤에서 발견되는 단락 또한 포괄적 의미의 마루라고 가정해 볼 수 있다.

둘째, 음악과 춤 모두 마루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런데 양자의 구분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일례로 〈승무〉 반주음악인 대풍류의 경우, 염불은 6장단, 타령은 12장단, 굿거리는 13장단을 단위로 마루가 일정하게 구분된다. 그런데 한영숙류 〈승무〉는 음악과 달리, 3장단 길이의 짧은 것도 있고, 39장단 길이의 긴 것도 있다. 이 점에서 춤 마루는 음악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춤의 내용에 따라 형성된 독자적 단락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마루는 춤 구성의 기본단락이다. 한영숙류 춤의 경우, 40분가량 긴 〈승무〉 염불과장은 7개 마루로 구성된다. 이것을 20분 길이로 축소할 때, 제1원칙은 마루를 중심으로 재구성하는 것인데, 대체로 3-4개 마루가 선택된다. 한편 〈처용무〉나 〈춘앵전〉과 같은 궁중무 마루는 집박악사(執拍樂師)가 타악기 박(拍)을 쳐서 구분되는 단락이라고 할 수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재구성된다.8)

넷째, 음악 마루는 전승주체의 단락감에 기초하여 분류한다. 춤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단 전승주체의 증언이 불충분하거나 부재할 경우, 앞뒤로 전진 후퇴하는 이동 경로(path), 어휘춤사위와 단락 구성, 타악기 박의 활용과 대형 등을 분석하여 도출할 수 있다.


3. 전통춤 구성의 부분단락

마루가 중요한 까닭은 전통춤을 구성하는 부분단락을 ‘동작소 < 춤동작 < 어휘춤사위 < 마루 < 과장 <전체 춤’으로 서열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승무〉 분석 사례와 함께 각 부분단락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동작소와 춤동작

동작소와 춤동작은 전승현장에서 춤사위9)로 통칭된 것이다. 먼저 ‘동작소’는 가장 작은 낱낱의 동작으로, 상체동작소와 하체동작소로 구분된다. 상체동작소는 펴기型, 모우기型, 올리기型, 내리기型, 접기型, 엎기型, 제치기型, 뿌리기型, 자락型, 얼굴型, 몸통型, 허리型, 어르기型 등 1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하체동작소는 서기型, 앉기型, 눕기型, 굴신型, 중심이동型, 걸음型, 발 들기型, 발 놓기型, 회전型, 도약型 등 10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표1. 승무 염불과장 마루1 분석 결과



〈표1〉은 한성준-한영숙-이애주로 이어진 〈승무〉 염불과장 마루1을 분석한 것이다.10) 여기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몸통숙이기〉, 〈몸통세우기〉, 〈몸통돌리기〉는 몸통型에 해당하는 상체동작소이다. 그리고 하체동작소의 대부분은 앉기型에 해당하는 〈굽혀 앉기〉이다.

옛 전승주체들은 춤을 가르칠 때, 앞서의 동작소를 중심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장단을 노래처럼 구음으로 읊조리고, 장단 리듬에 따라 설명한다. 예를 들어 〈표1〉 6박 염불장단의 경우, 2박 단위로 장단 리듬을 구분하고, 이 단위를 중심으로 동작을 설명한다. ‘춤동작’은 전승주체의 이 같은 장단리듬 구분법에 따라 하나의 동작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몇몇 동작소로 구성된다.11)

물론 모든 춤동작이 장단리듬 구분법에 따라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장단리듬 구분법에 따라 일정하게 분류되는 춤동작을 ‘소리듬型’으로 분류하고, 그렇지 않는 것을 ‘소리듬결합型’으로 분류한다. 〈표1〉 춤동작의 대다수는 2박 소리듬형이고, 서두의 것만 6박 소리듬결합형에 해당한다.

2)어휘춤사위

‘어휘춤사위’ 역시 전승현장에서 춤사위로 명명되던 것이다. 이들은 마루를 구성하는 요소로, 몇몇 춤동작이 모인 것이다. 언어의 단어 또는 구에 비견되며12), 크게 몸짓型과 묘사型으로 양분할 수 있다. 몸짓형은 인간의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몸짓이 율동화된 것이다. 묘사형은 각종 동식물이나 사물 따위를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표1〉 어휘춤사위는 〈엎드려 어르기〉, 〈합장 절하기〉, 〈몸 좌우틀기〉, 〈일어나 돌기〉이며, 일상적 몸짓인 엎드려 숨고르기, 합장 절하기, 좌우 몸 틀기, 일어나 돌기 따위가 리듬화된 몸짓형이다.

어휘춤사위는 단어나 구에 유비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형식, 내용, 의미를 확보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언어학과 구조주의 언어학의 출발점인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에 따르면, 언어 형식(signifier)은 소리음이다. 예컨대 ‘sky’라는 단어의 소리음 [skai]가 형식이라는 것이다. 내용(signified)은 형식을 통해 확보하는 심리적 이미지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skai]라는 소리음(형식)을 들었을 때, 심리적으로 확보하는 이미지가 곧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과 내용이 동전의 양면처럼 밀착되어 사물, 행동, 통념(sense) 따위를 지시하는데, 이것이 곧 단어의 의미(meaning)이다.13)



표2. 어휘춤사위의 형식, 내용, 의미



〈표2〉는 소쉬르 논의를 원용하여, 어휘춤사위의 형식, 내용, 의미를 정의한 것이다. 이 중 몸짓형의 형식은 움직임이다. 내용은 형식을 통해 확보한 심리적 대응물이다. 의미는 형식과 내용이 밀착되어 가리키는 인간의 일상적인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표1〉 〈합장 절하기〉의 경우, 형식은 움직임이다. 내용은 형식을 통해 확보된 심리적 이미지이다. 의미는 형식과 내용의 결합을 통해 지시하는 일상적 몸짓, 즉 합장 절하기인 것이다.

어휘춤사위는 몇몇 춤동작으로 구성되며, 일정한 짜임새를 갖는다.14) 크게 반복型과 비반복型으로 양분할 수 있다. 반복형은 기본형이 반복되는 패턴을 갖는다. 반면, 비반복형은 기본형이 없어, 반복되는 패턴이 없는 것이다. 반복형은 반복의 양상에 따라, 단순반복형과 변형반복형으로 세분화된다. 전자는 기본형이 변화 없이 단순 반복되는 것이고, 후자는 변형해서 반복되는 것이다. 〈표1〉의 어휘춤사위 〈엎드려 어르기〉, 〈합장 절하기〉, 〈일어나 돌기〉는 비반복형이고, 〈몸 좌우틀기〉는 변형반복형이다. 이상 분석내용을 ‘어휘춤사위명칭-배역-유형-의미’의 순으로 정리한다. 〈표1〉 경우, ‘합장 절하기-중-몸짓-합장절하기’로 기술하고 있으며, 구성은 따로 표기하고 있다.

3)마루와 과장

춤 구성의 기본 단락인 ‘마루’는 형식과 의미의 자립성을 확보하는 단락으로, 일정한 의미나 정서적 내용을 표현한다. 구성요소는 어휘춤사위이다. 그리고 단어로 구성된 문장 짜임새를 주부와 술부로 나눠 살피는 것과 유사하게 전개부, 종결부, 연결부로 구분하여 그 짜임새를 파악할 수 있다.

전개부는 의미를 전개하거나 일련의 정서를 절정으로 몰아가는 부분이다. 종결부는 전개부를 마무리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부분이다. 연결부는 서두에서 도입의 역할을 하거나, 또는 전개부와 종결부 사이에서 양자를 연결하고 각각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다. 전승현장에서 전개부는 맺는 대목으로, 종결부는 푸는 대목으로, 연결부는 어르는 대목으로 설명되기도 한다.

각 마루의 의미는 전개부를 구성하는 어휘춤사위를 중심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처용무〉과 〈뭇동춤〉과 같이 군무인 경우, 무원 상호 간의 관계나 대형, 공연환경이나 조건, 전승주체의 증언이나 기록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표1〉 염불과장 마루1은 ‘연결부-전개부-연결부-종결부’ 구성이며, 전개부에 해당하는 것은 〈합장 절하기〉이다. 이 점에서 마루1의 의미는 합장 절하고 일어나기라고 할 수 있다.

마루 상위 단락은 장단으로 구분되는 단락으로, 〈승무〉 ‘과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염불장단으로 진행되는 염불과장, 타령장단으로 진행되는 타령과장, 굿거리장단으로 진행되는 굿거리과장, 북 장단으로 진행되는 법고과장, 당악 장단으로 진행되는 당악과장 등이 그것이다. 긴 〈승무〉의 경우, 염불과장은 7개 마루, 타령과장은 4개 마루, 굿거리과장은 4개 마루로 구성된다.

그런데 장단을 중심으로 구분되는 과장과 달리, 궁중무는 대체로 ‘악곡’을 단위로 구분되며, 9개 개별단위 춤으로 구성된 봉산탈춤 〈목중춤〉은 ‘개별 춤’을 단위로 구분되기도 한다. 이상 전체 춤을 구성하는 부분단락을 간단하게 서열화하면 〈그림1〉과 같다.



그림1. 전통춤 구성의 부분단락 서열화



4. 나오며

전통춤 일반을 구성하는 부분단락을 체계적으로 서열화하는 작업에서 보완되어야 할 것은 다음 2가지이다.

첫째, 춤 마루가 음악과 유사하게 여러 장르에서 포괄적으로 사용된 단락개념이라고 가정했다. 이것이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춤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다양한 사례 속에서 전통춤 부분단락 분석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늘 논의에서 제외된 동작소와 어휘춤사위 명명 방식, 묘사형의 원관념과 보조관념 분석방식, 마루 유형(홀마루, 겹마루) 분석 방법 등의 보완이 시급하다.

이상의 논의가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전통춤 형식론 수립이다. 예술 제(諸) 장르에서 형식론은 구성의 체계적 규명에서 출발한다. 아직 춤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음악에는 형식론(Musical Form)이 있다. 음악 구성의 부분단락(motive, phrase, period) 설정에서 출발하여 성악곡과 기악곡의 구성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 형식을 규명하고, 가요형식, 겹세도막형식, 론도형식, 변주곡형식, 소나타형식, 푸가형식, 다악장형식, 기타기악곡형식, 성악곡 등등으로 유형화한다.

좀 더 가까운 예로, 전통음악에도 형식론이 있다. 여러 논쟁적인 부분들이 남아있지만, 부분단락(장단, 장, 또는 절, 조, 장단으로 구분되는 단락)을 설정하여 성악곡과 기악곡의 구성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기초하여 음악형식을 규명하며, 메기고 받는 형식, 환두환입(換頭還入)형식, 모음곡형식, 한배에 따른 형식, 연음형식, 확대형식 등등으로 유형화한다.

앞서 살핀 음악의 사례들과 달리, 전통춤에는 형식론이 부재한다. 이는 곧 전통춤 구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형식을 규명하는 형식론을 수립하지 못한 채, 요원한 과제로 남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발표는 이것을 풀기 위한 첫 걸음인 동시에 문화 정체성 연구의 토대 작업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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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이론가로 국립문화재연구소 상근문화재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10년간 현지조사를 한 이보형, 해금연주자이자 이론가로 마루를 학문적 논의 속에 최초로 편입시킨 최태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보유자 이애주, 춤 반주의 명 고수 故장덕화(1942-2017) 등은 마루가 전통 음악과 춤의 현장에서 널리 통용된 단락 명칭임을 증언한 바가 있다. 송성아(2013). 「한국 전통춤의 마루란 무엇인가」. 『무용역사기록학』, 30. 127-130.
2) 최태현(1987). 『해금산조연구』. 세광음악출판사. 257.
3) 최태현. 저자전화면담. 2013. 3. 29.
4) 최태현(1987). 위의 책. 259.
5) 이애주(1995). 「승무의 구조와 춤사위연구」. 『한국민속학』, 27. 283-313.
6) 장희전(1993). 「살풀이 구조 분석: 한영숙 기본 살풀이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석사학위논문.
7) 송성아(2016). 『한국 전통춤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 한국 전통춤 구조의 체계적 범주와 그 예시』. 부산대학교출판부. 송성아(2018). 「어휘적 춤사위의 의미와 짜임새: 봉산탈춤 목중과장을 중심으로」. 『대한무용학회논문집』, 76(6). 108-135. 송성아(2019a). 「전통춤 마루의 형식과 의미: 봉산탈춤 목중춤을 중심으로」. 『대한무용학회논문집』, 77(1). 90-120. 송성아(2019b). 「전통춤 마루의 유형과 특징: 승무와 목중춤을 중심으로」. 『한국무용연구』, 37(3). 41-68. 송성아(2022). 「전통춤 구성 단락 마루에 관한 연구: 처용무와 춘앵전을 중심으로」. 『무용역사기록학』, 67. 51-81.
8) 궁중무는 마루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박을 침으로서 구분되는 단락이 존재한다. 궁중무에서 박은 타악기의 일종으로, 악대의 우두머리가 이것을 쳐서 음악의 시작과 끝, 악절(樂節)이나 무절(舞節)의 변화를 알리는 구실을 한다. 전통음악과 춤 연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故장사훈(1916-1991)은 이러한 박을 옛 법도에 따라 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현존 궁중무의 대다수는 박을 표기하고 있다. 이 중 〈처용무〉와 〈춘앵전〉의 경우, 고종 계사년 『정재무도홀기』, 1950년대 김기수의 「처용무보」,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60호』, 『궁중무용무보제1집 처용무』, 『궁중무용무보제2집 춘앵전』에서 모두 박을 표기하고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춤을 기술한다. 특히, 〈처용무〉는 이들 단락을 중심으로 춤을 길게 또는 짧게 재구성함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문화재관리국(1969).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60호』. 527). 이상에 주안점을 두면, 박을 쳐서 구분되는 단락은 무절에 해당하는 것으로, 마루와 유사하게 춤 구성의 기본단락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분석내용은 필자의 졸고 「전통춤 구성 단락 마루에 관한 연구: 처용무와 춘앵전을 중심으로」(2022)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9) 춤사위는 춤의 학문적 정착기에 손동작과 관련된 사위, 몸짓과 관련된 발림, 연기와 관련된 너름새 따위를 총칭한 신조어이다. 때문에 낱낱의 동작을 지칭하기도 하고, 동작구(phrase), 동작구문(phrase sentence), 또는 개별 춤 전체를 지칭하기도 한다. 복잡다단한 춤사위 연구에서 부각되는 것은 2가지이다. 첫째, 춤사위는 동작이다. 둘째, 춤사위는 언어의 단어 또는 구에 비견되는 것으로 일정한 의미를 갖는다. 본 발표의 동작소와 춤동작은 전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뒤에서 다루는 어휘춤사위는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다.
10) 분석 자료로 활용된 동영상 자료는 이애주가 시연한 것으로, 40분가량의 긴 승무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1998). 『승무』 비디오녹화자료. 국립문화재연구소.
11) 춤동작과 관련된 논의는 이보형 연구 성과에 기초한 것이다. 그는 민요 연구를 통해 장단리듬이 몇몇 소(小)리듬형으로 구성됨을 밝히고 있다. 주 참조 논문은 다음과 같다. 이보형(1994). 「한국민속음악장단의 리듬형에 관한 연구: 중중모리, 굿거리, 타령, 살푸리와 같은 3소박 느린 4박자형 장단을 중심으로」. 『민족음악학』, 16. 39-70. 이보형(1995). 「리듬형의 구조와 그 구성에 의한 장단 분류 연구: 사설의 율격이 음악의 박자와 결합되는 음악적 통사구조에 基하여」. 『한국음악연구』, 23. 26-131.
12) 이애주. 저자 면담. 서울. 2011.6.22.
13) 이익환(2003). 『의미론 개론』. 한신문화사. 30.
14) 이애주와 이보형은 어휘춤사위가 기본형이 단순하게 반복되거나, 변형 반복되면서 적층되는 구성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음악의 악절 구성 원리로 설명되는 ‘내고(起), 달아(輕), 맺고(結), 풂(解)’과 유사하다. 그런데 이애주는 예외적인 사례도 있음을 함께 지적한다. 어휘춤사위 구성은 이들 논의에 기초한 것이다.

참고문헌
국립국악원(1971). 『궁중무용무보 제1집 처용무』. 서울: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1987). 『궁중무용무보 제2집 춘앵전』. 서울:국립국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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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전(1993). 「살풀이 구조 분석: 한영숙 기본 살풀이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최태현(1987). 『해금산조연구』. 서울:세광음악출판사.
『신역 악학궤범』. 2000. 이혜구(역). 서울:국립국악원.
『완역집성 정재무도홀기』. 2005. 성무경, 이의강(역). 서울:보고서.

면담자료
최태현. 2013. 저자 전화 면담. 2013. 3. 29.
이애주. 2011. 저자 면담. 서울. 2011. 6. 22.

송성아

춤이론가. 무용학과 미학을 전공하였고, 한국전통춤 형식의 체계적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저서로 『한국전통춤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 한국전통춤 구조의 체계적 범주와 그 예시』(2016)가 있다. 현재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있다.​​​​​​

2023. 5.
*춤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