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영상 이미지와 춤의 융합, 에딘버러를 수놓다
에딘버러축제 초청작 안무자 김효진



제 67회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이 '아트와 테크놀로지'라는 주제로 8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열렸다. 조너선 밀스 영국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예술감독은 지난 4월 29일 서울 주한 영국문화원에서 한국의 작품을 초청한 것을 축하하기 위한 리셉션과 기자회견에서 올해 페스티벌의 특징은 “지난 6년 동안의 페스티벌 방향성이 ‘지리적’인 것이었다면 올해는 ‘소재적’입니다. 현 시대의 작가들이 기술로 어떻게 자신의 세계를 바라봤는지에 대한 축제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7년 이 축제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후 비유럽권 예술가를 중점 소개해왔으며, 2011년 오태석의 극단 목화와 안은미무용단, 정명훈의 서울시향을 초청한 바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한국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초청하여,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의 작품, 미디어아티스트 김형수 작가(54)의 신작 〈media skin〉, 김 작가의 부인 김효진 안무가(43)가 이끄는 미디어아트 창작단체 YMAP(Your Media Art Project)의 〈madame freedom〉등 3 작품이 에딘버러의 주요극장에서 펼쳐지도록 힘썼다.

YMAP의 <Madame Freedom>(제작: YMAP 김효진 안무 및 연출, 예술감독 김형수, 음악감독 문수영, 무대미술 이태섭, 출연 김효진, 김형남)은 1956년의 흑백영화 ‘자유부인’을 영상적 재료로 주로 사용하면서 무대 3면을 영상으로 화려하게 채우는 방식으로 영상 미디어와 춤이 만나는 다원예술의 형식을 취하였다. 유럽 초연작으로 소개된 이 작품은 그 시대 한국여성들이 처했던 정치적, 경제적, 윤리적 속박을 풀고 자유를 찾아가는 주제로 한국의 전통과 컨템포러리 댄스가 섞여 있는 형태로 소개되며 8월 20, 21일 양일간 1300석 규모 킹스시어터에서 공연되었다.

김효진의 작품은 오랫동안 YMAP의 작업을 통해 영상과 춤의 융합에 대해 일반작들이 머물고 있는 지점과는 달리 무대공간 속에서 영상과 춤이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미학적이고 체감적인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Madame Freedom>으로 정돈되면서 영상과 춤으로 텔링이 가능한 새로운 한국 컨템포러리 춤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축제 참여 후 아직 에든버러에 머물고 있는 김효진 안무가에게 이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고 그 전문을 싣는다.

 



1. 이번 공식초청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2012년 2월 남편 김형수 교수의 이메일로 우리 작업을 보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다. 급히 준비해서 대표작품 4개정도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조너선 밀즈 예술감독이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 작품에 관심을 보였고 남편과 나의 작업을 분리해서 전시와 공연 두 분야를 함께 생각해보자고 제안했다. 이후 수많은 이 메일과 전화통화 그리고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IF)초청으로 기술적 검토를 위한 세 차례 에든버러 방문, 현지에서 두 차례 리서쳐와 기술감독의 방문, 작년 페스티벌을 개인적으로 직접 방문하는 등 긴 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가지며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

예술감독이 나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주한 영국문화원이 주최한 론칭 행사에서도 밝힌 것처럼 예술과 기술을 주제로 한 올해의 EIF 성격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20세기 새로운 안무스타일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것처럼 나의 작업이 21세기의 새로운 안무 스타일을 시도하는 리더 작가중의 한 사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2. <Madame Freedom>은 이번이 유럽 초연이기는 하지만 초연은 아니다. 이 작품의 제작과정 등 작품 소개를 부탁한다.

EIF에서 공연한 <Madame Freedom>은 한국에서 미디어 퍼포먼스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로 여러 차례 공연되었던 작품이다.

<Madame Freedom>은 전체 3개의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담 프리덤의 방, 마담 프리덤의 카페, 마담 프리덤의 정원 이다. 원작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의 몸의 기억1, 몸의 기억2, 몸의 기억3을 영어 제목에 맞게 수정한 것이다. 첫 번째 장면에서는 일상적인 몸의 습관을 중심으로 자신을 관조하는 마담 프리덤을, 두 번째 장면에서는 댄스 홀을 중심으로 시공간을 오가는 마담 프리덤의 일탈을, 세 번째 장면에서는 마음의 정원을 탐색하는 마담 프리덤을 그리려고 했다. 내용과 구성 면에서 원작과 크게 다른지 않으나 춤추는 김효진 자신의 몸의 기억을 통한 시공간 여행기가 아니라 가정주부라는 보편적 인물의 시공간 여행기라는 점이 작품 내용에서 원작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3. 이번 초청 공연을 위한 개작에서 특별히 초점을 둔 지점은 무엇인가?


<Madame Freedom>의 원작은 <춤을 추며 산을 오르다> 이다. 이 작품은 2005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65분의 솔로 춤으로 만들어졌다가 2007년 미디어 버전으로 재창작 되었다. 미디어 버전은 예술감독인 남편과 내가 미디어 퍼포먼스라고 부르면서 계속 업데이트 해 왔는데 이번 초청공연은 2009년 작업을 EIF현지 극장에 맞게 조율한 것이다. 서울 공연은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한 부분의 비중이 꽤 있는데 해외투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는 것 같아 실제 촬영한 이미지를 사용한 것이 EIF에서의 공연과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리고 영어 제목을 <Madame Freedom>으로 정하면서 동명의 영화 제목과 같은 스토리를 기대하는 관객을 간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원작이 춤을 중심으로 내 몸의 기억을 나열하고 성찰하기 위한 시공간 여행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가정주부가 일상을 잠깐 벗어나기 위한 상상의 시공간 여행으로 작품을 풀어나갔다. 작품에서 시공간 여행을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으로 다양한 영상 이미지를 활용했으며, EIF공연에서는 이 부분을 중심으로 한 이미지 작업이 추가되었다.

 



4. 한국 내에서도 영상 미디어와 춤의 융합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안무가로써 느끼는 가장 큰 애로점은 무엇인가? 어느 과정, 단계가 가장 중요한가?


융합을 시도하는 작가들은 융합의 다양한 단계와 과정 그리고 방법을 만났을 것이다. 어느 예술이든 똑같겠지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가가 어떤 과정과 방법, 단계를 어떤 시각에서 포커스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변수의 작업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영상 미디어를 춤의 배경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영상 미디어는 또 다른 무용수이고 그 자체가 내 작품의 좋은 퍼포머라고 생각하기에 그 매체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려고 노력하고 영상 미디어가 좋은 퍼포머로 무대 위에서 있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애로사항 또한 마찬가지이다. 제 경우는 투자 대비 효과의 효율성 문제인데 여기서 투자는 돈 뿐만 아니라 시간도 포함된다. 예술가로서 스테이지와 스크린을 조율하는 여러 실험을 해 오고 있으나 레퍼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더 밀도가 높아져야 하는데, 이번 EIF 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은 부분을 해결해나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5. 춤과 영상미디어의 만남에 대한 비전은 무엇이고, 이 작품은 그런 도상에서 어디쯤 와 있다고 보는가?

춤과 영상 미디어의 만남은 영상 매체가 나오면서부터 시도되었다고 생각되며,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더욱 다양한 방법의 조우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전혀 다른 영역이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 이라고도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 우리 작업은 관점과 개념에서 영상 매체를 태생시킨 그들과 수평선상에 있고 오히려 구체적인 시각화에서는 특히 미디어 아트의 기술 운영면에서는 확실히 앞선 실험들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신한다. 이곳 EIF 공연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다.

 



6. 현지 언론 반응은 어땠나?


일단 영국 The Times의 메인 지면에 <Madame Freedom>이미지 사진과 ‘스크린의 유혹’ 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이 얼마나 내실있고 흥미로운 멀티미디어 무대인가’라며 별세개를 주었고, The Scotsman은 솔로댄스는 아주 훌륭(stunning)했고 쇼는 대성공(triumph)”이라며 역시 별 셋, The Herald 22일자에 평론가 메리 브렌넘은 "과거의 맥락 속에서 21세기 여인의 모습을 매우 훌륭하고 열정적으로(superbly dynamic) 그려냈다"며 별 4개를 주었고 같은 지면에 젊은 평론가를 대표한 존 발렌틴이 ‘이 얼마나 매혹적인 작품인가’ 라며 별4개를 주었다. 또 젊은 평론가12명이 쓴 리뷰 면을 보면 별 5개 1명, 4개 6명, 3개 4명 등 모두 호평과 호감의 리뷰를 써 주어서 매우 기쁘다.

개인적으로 평론가들의 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 작업에 대한 리뷰를 써 준 그 자체가 너무 기뻤다. EIF에 와 보니 작품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지면을 통해 리뷰를 받는다는 것이 리뷰 내용을 떠나서 이렇게 중요하고 기쁘고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갖게 하는지 이곳에서 새삼 깨닫는다.


7. 특히 관객 반응은 어땠나?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다고 생각된다. 브라보, Stunny, 등등의 환호를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로비로 나왔을 때 사인 요청을 받았다. 낯선 경험이었지만 기분 좋았다.

8. 이후의 공연계획은 어떤가?

서울 공연을 계획하고 있고 해외 몇 곳에서 공연 요청을 받았다. 여러 단계로 검토하고 있다.

9. 전 과정을 마치고 소감은?

먼저 EIF를 준비하면서 나를 다시 보게 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또 EIF의 힘을 다시 확인하면서 예술 콘텐츠로 이렇게 많은 사람을 한 장소로 모으는 이들의 브랜드 파워가 부러웠다. 마지막으로 <Madame Freedom>을 어떻게 레퍼토리화 할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도 하게 되었다. 즐겁고 행복하고 감사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2013. 09.
사진제공_에딘버러 페스티벌 홈페이지 , www.eif.co.uk/madamefreedom *춤웹진